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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2화
작성일 : 19-10-25 12:17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5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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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델리아 경.”

 

  코델리아가 영 집중을 못하니 상대가 말을 걸었다. 코델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는 코델리아 경과 결혼할 거예요.”

 

  “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냐는 표정이라서 아가씨는 코델리아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했다.

 

  “좋아해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시겠지만 저는 코델리아 경을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한 3년 돼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리신 분이 이러는 거 불편합니다.”

 

  “어리지 않아요. 13살이고 배울 만큼 다 배웠어요.”

 

  “어려요.”

 

  코델리아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리고 알아서 잘 이해하도록 설명을 덧붙였다.

 

  “저는 20살이에요. 우리에게는 7년이라는 차이가 존재하고 그건 배울 만큼 배웠다는 말로 좁혀지지 않는 간격이에요. 저의 어느 부분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해였던 것 같네요.”

 

  올해의 생일만 지나면 코델리아는 20살이 된다. 성인이 되는 것이다.

 

  “아니요. 코델리아 경도 결국 황자님이니 공작들의 딸과 결혼할 거잖아요. 저 외에는 적당한 사람이 없어요. 한 명은 저보다도 어리고 한 명은 약혼자가 있고 한 명은 코델리아 경보다 10살은 더 많아요. 그런데 제가 무리하고 있는 건가요?”

 

  “저는 레브 가의 가주라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황자라는 이름을 빼앗긴 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아가씨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아주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코델리아는 그 표정을 봤지만 보지 못한 척 했다.

 

  “이런 질문 실례되는 것은 알지만…….”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아가씨는 코델리아의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무슨 사이예요? 그 여자랑.”

 

  코델리아는 춤추던 것을 멈추고 그 눈을 내려다 봤다. 의도적으로 춤을 멈춘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모르게 춤을 멈췄다. 왜 춤을 멈췄는지를 모르겠다. 그냥 주인과 집사라고 했으면 되는데 그까짓 질문이 뭐라고 춤추는 한복판에서 춤을 멈출까. 그 사이 아가씨는 다시 한 번 묻는다. 조금 더 분명하게.

 

  “브리지트란 여자랑 무슨 사이에요?”

 

  코델리아는 이번에도 뻔히 있는 답을 두고 대답하지 못했다.

 

  “역시 연인인가요?”

 

  코델리아는 흠칫 놀랐다. 그렇게 오해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주인과 집사 사이를 오해받을 줄 몰랐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죠. 고집 부린다고 두 사람이 헤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모르진 않았다. 브리지트를 계속 보려고 옆에 붙여놓은 거니까 코델리아는 오해받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진 않았다.

 

  “코델리아 경의 입으로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진짜 연인인가요?”

 

  “……네.”

 

  고개가 숙여지며 아가씨의 손이 축 쳐졌다. 코델리아의 목소리로 대답을 듣고 나니 상심이 조금 더 커진 모양이다.

 

  “그래요.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아가씨는 끝까지 예의를 차리고 뒤돌았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걱정돼서 그녀가 열고 나갔던 문으로 나갔다.

 

  한편, 열심히 나갔던 브리지트는 1층 로비를 가로질러 뛰었다.

 

  ‘아, 천천히. 천천히. 이러다가 쓰러지면 망신이다.’

 

  브리지트는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렸다. 굽 있는 구두를 신은 것부터가 문제였는지 평소보다도 더 빨리 지친다. 하지만 이 다리를 멈출 수는 없다. 멈춰서는 안 된다.

 

  찾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쉼 없이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이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유디스의 말에 따라 바로 내려왔는데 그 사람의 발걸음이 그렇게 빨랐던가, 하며 브리지트는 초조해졌다.

 

  만나서 할 말은 없다. 인사를 해야 되는 건지 자기소개를 해야 되는지 얼굴을 보자마자 울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머리에는 준비된 것이 없는데 마음이 급해서 자꾸 만나려고 한다.

 

  브리지트는 구두를 벗었다. 꽤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높은 곳에서 내려오니 더 편한 느낌이다. 구두를 버려둔 채로 브리지트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드레스를 밟아 두어 번 넘어진 후 정원 쪽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것은 소란스러운 소리가 아니다. 그 찾던 사람의 목소리.

 

  브리지트는 가까운 기둥 뒤에 숨었다. 하하호호 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웃는 것을 보니 즐거운가 보다. 말을 뭐라고 시작해야 될지 모르니 얼굴만 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브리지트는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나오려는 기침을 억지로 참으며 그 사람의 뒷모습을 유심히 봤다.

 

  시력이 나쁜 브리지트는 그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찰랑거리는 예쁜 머리카락을 보고 조금 슬펐다.

 

  브리지트는 그 모습을 착각하지 않는다. 계속 등 돌려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브리지트가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모습을 보지는 않는다.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그 목소리가 귀에 닿을까봐, 그래서 뒤돌기라도 할까봐 브리지트는 에일린, 하고 움직이는 입에 조금의 소리도 넣지 않았다. 말도 걸지 못할 거면 왜 뛰면서까지 찾고 이상한 사람처럼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브리지트에게는 아직 있구나, 하고 생각할 뭔가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오먼드 가에 있는 에일린이 죽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지만, 그래도.

 

  더 시간을 끌면 아주 이상한 사람이 될 것만 같아서 브리지트는 얼른 구두를 버려둔 자리로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구두를 집어든 코델리아가 있었다. 건물은 쓸데없이 크게 지어놔서 이쪽으로 가도 사람, 저쪽으로 가도 사람들이 있었는데 브리지트만을 찾지 못하다 버려진 구두만 발견한 참이었다.

 

  “백작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코델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코델리아의 앞에는 브리지트가 서있었다. 구두가 없고 새하얗던 드레스에 먼지가 조금 묻고 머리가 흐트러진 것만 뺀다면 브리지트는 달려 나가기 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코델리아가 너무 빤히 바라보았던 탓인지 브리지트는 멋쩍게 웃었다. 코델리아는 우선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쓰러졌어?”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말을 듣고 이게 무슨 소린가 생각했다.

 

  “뛰어갔잖아.”

 

  “걱정한 거예요?”

 

  브리지트가 놀라 물었다. 아마 매일 약을 먹는 브리지트가 걱정되어서 뛰는 것마저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런 코델리아가 브리지트의 입장에서는 너무 놀라웠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싫지 않아 웃음이 나온다.

 

  “괜찮아요. 쓰러지지 않았어요. 제가 뭐 맨날 그러나요?”

 

  브리지트의 대답을 들은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으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왜 뛰어갔어?”

 

  그 물음에 브리지트는 실실 웃던 것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코델리아는 재촉하지도 않고 말하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그래서 브리지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했다.

 

  “에일린이 있다고 해서 뛰어갔는데……, 근데 에일린을 보니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말을 걸지 못했어요.”

 

  “준비되면 만나겠다고 했잖아. 준비되지 않아서 그래.”

 

  브리지트는 슬펐다.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면 무슨 말을 해야 될지 알 거야. 말을 걸 수 있을 거야.”

 

  위로해주고 싶어서, 힘을 주고 싶어서 코델리아는 말했다. 브리지트는 의문이다.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 제가 에일린 앞에서?”

 

  울 것 같은 표정을 해서 코델리아는 당황스러웠다. 눈물을 흘리면 눈물을 닦으면 될 것 같은데 울지 않아서 허공에 들어 올린 손이 방황한다. 몇 번이고 움찔거리던 손이 그냥 멈춰버린다. 고개 숙인 브리지트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키에 따라 등을 굽혔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돌아가자.”

 

  “안돼요. 백작님은 황제님 만나고 가야 된다면서요.”

 

  “그래. 나 혼자 만나도 돼. 브리지트는 유디스랑 돌아갈래?”

 

  “아니에요.”

 

  브리지트는 고개를 저었다. 순간 자신이 뭘 하고 있나 싶었다. 집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피해만 입히고 있는 꼴이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고개를 들었다. 코델리아가 놀랐다.

 

  “일정이 다 끝나고 같이 돌아갈 거예요.”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힘들면 하지 않아도 돼. 난 네가 힘든 게 싫어.”

 

  “힘들지 않아요.”

 

  브리지트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코델리아는 손을 내렸다. 눈물을 참아서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닦아줄 필요가 없어서 손을 내렸다.

 

  “내 걱정하지 말아요.”

 

  그렇게 말하며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한 손에 들린 자신의 구두를 가져갔다. 코델리아는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구두를 만진 손으로 브리지트의 얼굴을 만지지 않아서. 구두를 들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혼자 차근차근 구두를 신고 브리지트는 걸어야 하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가시죠.”

 

  코델리아는 그 방향으로 걸었다. 브리지트는 그를 한 걸음 뒤에서 따르며 머리를 정돈했다.

 

  눈이 촉촉한 브리지트를 보고 유디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상되는 바가 있지만 모른 척 했다.

 

  “유디스. 지금 시간이면 괜찮지 않을까?”

 

  코델리아가 황제와 만나는 것을 좀 서두르고 있다는 걸 유디스는 눈치로 알았다.

 

  “예. 뵈러 갑시다.”

 

  황궁에는 그 가족들만 출입할 수 있는 건물이 따로 있다. 그렇다고 청소를 스스로 하는 것은 또 아니니 아주 신뢰하는 몇 명만 출입할 수 있도록 임명했다. 그런 게 브리지트에게는 없으니 브리지트는 건물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혼자 있는 게 싫을까봐 유디스가 같이 있겠다고 했지만 브리지트가 거절했다. 코델리아는 금방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브리지트는 이제 껌껌하기만 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건물로 오면서 정원 같은 것을 지나쳤는데 풀냄새가 강했다. 꽃이든 풀이든 식물은 식물이었으니 브리지트가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대부분이 심신안정에 효능을 띄는 식물이었다.

 

  ‘누가 잠을 못 자고 있나?’

 

  몸과 마음이 편하면 불면증도 나아지기 때문에 브리지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더 깊이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답해줄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조용히 하늘만 보고 있던 브리지트의 머리카락을 아주 유심히 보더니 “하.”하고 헛웃음을 뱉었다. 들으라는 듯이. 브리지트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브리지트와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지나가려는 건가 싶어 브리지트는 자리를 피해주려고 했는데 팔을 콱 움켜잡혔다.

 

  “넌 뭐야?”

 

  “아,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전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코델리아 백작님의 집사예요.”

 

  “집사? 그건 유디스지.”

 

  “그렇지만 저도 집사로 고용되었어요.”

 

  “의심스럽네. 못 보던 사람이 이 건물 앞에 있는 거.”

 

  “그러니까 전 집사로 고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럼 들어가자.”

 

  “네?”

 

  브리지트는 당황스러웠다.

 

  “전 여기서 기다리라 했어요.”

 

  “황자보다는 황태자의 말이 더 힘 있지.”

 

  그는 브리지트의 팔을 끌고 건물로 향했다. 그의 뒤에서 따르는 사람들 중 누구도 브리지트를 놓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예의 없음도 지적하지 않았다.

 

  “여긴 허락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어요. 전 들어가면 안 돼요.”

 

  “들어가게 허락한다니까. 내가. 황태자가.”

 

  ‘아, ……이런 사람이 황태자라고?’

 

  브리지트는 여러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가는 길에 코델리아나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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