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9화
작성일 : 19-10-24 10:21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556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폐가에서 생활하는 지금도 리지의 격이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고생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리지가 자신에게 거짓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베아트리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것에 흥미로웠다.

 

  “라가도기아라는 고향?”

 

  “응.”

 

  리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슬픔이 없는 것일까.

 

  “그리워? 그때가 좋았어?”

 

  “그립고 그때가 좋았어. 하지만 지금도 좋아. 베아트리스랑 같이 있잖아.”

 

  눈웃음 짓는 리지가 예뻐 보여서 베아트리스는 리지를 끌어안았다.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웃음기 섞인 리지의 말에 베아트리스는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우리밖에 없으니까.”

 

  잠시 둘 사이에는 침묵이 이어지고 리지는 베아트리스를 떼어냈다. 힘없이 밀려난 베아트리스는 그 와중에 감자 삶는 물이 끓지 않는지 확인했다. 아직 잠잠하다.

 

  “우리 라가도기아로 가자.”

 

  “거긴 이제 없잖아.”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라가도기아가 있던 땅. 지금은 그린랜드의 땅이 되어버린 버려진 땅이지만 라가도기아인에게 좋은 약초가 자라는 곳이야. 그곳에 가면 기침을 멈출 수 있는 약초가 있어.”

 

  “나을 수 있는 거야?”

  “응.”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확신에 차 대답하는 리지의 눈은 정말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베아트리스는 놀랐다.

 

  아무리 많은 약을 써도 기침이 멈추지 않았는데 라가도기아인의 기침을 멈출 수 있는 약초가 라가도기아의 땅에 있단다.

 

  “그럼 왜 미리 아빠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야? 그 약초를 가져와서 먹었으면 빚을 지고 아빠랑 언니가 끌려갈 일도 없었잖아.”

 

  억울해져 말하는 베아트리스의 어깨를 리지가 두 손으로 잡았다.

 

  “아니야. 그곳은 그린랜드의 땅이 돼서 가기에 어려워. 간단히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야.”

 

  베아트리스는 리지의 말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마주쳤다.

 

  “산에 들어가면 길을 잃는다고 해서 라가도기아로 들어가는 길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 그곳을 통과하려면 그린랜드 시민권을 가진 귀족 이상의 사람이여야 해. 그뿐만 아니라 왕명이 있어야 하지. 개인적인 이유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곳이야.”

 

  “왜 그린랜드는 그곳을 그렇게 만든 거야?”

 

  “엄마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겠니.”

 

  리지는 작게 말했다. 한숨을 쉬는 것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있어. 그린랜드는 라가도기아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싫었던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할 수 없어.”

 

  감정을 꾹 누르고 말하는 리지의 얼굴이 슬퍼 보여 베아트리스는 울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리지는 울고 있지 않아서 베아트리스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침 물이 끓고 베아트리스의 눈은 그쪽으로 돌아갔다.

 

  “불 조절 내가 할게.”

 

  참았던 숨을 뱉는 것처럼 말한 베아트리스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내려놓고 리지는 베아트리스를 물러나게 했다.

 

  “위험해. 할 일 없으면 2층에서 경치 구경이나 하던가.”

 

  2층은 가기 싫었지만 잠시라도 리지가 혼자 있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베아트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직전 지나가는 것처럼 물었다.

 

  “요즘 잠은 잘 자?”

 

  “너나 걱정해.”

 

  리지는 베아트리스를 너무 어리게만 보는 것 같다.

 

  베아트리스는 리지한테 보이지는 않겠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2층 계단을 올랐다. 그러자 또 타다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나뭇가지가 창문을 두들겨 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계속 듣다보니 사람 발소리인 것 같아서 요즘 한껏 의심하는 중이다.

 

  리지를 2층으로 끌고 올라갔을 때는 들리지 않았었다. 이 발소리는 아마 자신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베아트리스는 발소리의 주인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발소리는 이것을 숨바꼭질이라고 생각하는 듯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으로 찾기만 하던 베아트리스는 오늘 결국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아래에 있는 리지가 듣는다면 뭔가 잘못 먹은 게 있을 거라고 걱정하겠지만 베아트리스는 발소리의 주인을 꼭 만나고 싶었다.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만약 위험했다면 리지와 베아트리스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헤쳤을 것이다. 하지만 발소리의 주인은 2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1층은 편하게 쓰라고 내줬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1층과 2층으로 나눠서 생활하자는 것이라면, 우리처럼 도망치는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이라면 대화라도 하고 싶었다.

 

  몇 번 구걸하러 내려갔던 마을 사람들과는 대화하며 동질감을 형성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2층에 있는 발소리의 주인이 사람이라면 같이 힘을 합쳐 살아가고 동물이라면 밥이라도 줘야 될 것 같았다.

 

  “괜찮아요. 뭘 뺏으려고 온 게 아니라 여기에 좀 머무르려고요. 저희가 조금 아프거든요.”

 

  리지한테 목소리가 들릴까봐 베아트리스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문을 일일이 다 열어보며 확인한 베아트리스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상실감이 번졌다. 환청이라면 병이 더 깊어진 것이다. 얼른 라가도기아로 떠나야겠다.

 

  물론 앞에 아직 청소하지 않은 먼지 쌓인 복도가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그곳으로는 가고 싶지 않다. 쓰지 않을 장소이기도 하고 아직 1층도 완전히 청소해 놓은 것은 아니라서 그곳부터 신경 써야 하기도 했다.

 

  아니, 폐가에서 완전히 살 것이 아니기도 해서 완벽히 치울 필요가 없었다. 곧 떠날 집의 모든 곳을 청소한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한다. 입을 삐죽이며 등 돌린 베아트리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말 있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 눈앞에 있었다.

 

  복도 끝에 있지만 몸집이 크고 눈이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베아트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발바닥에 시커먼 먼지가 묻는다는 것도 모르고 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뒤로 간 베아트리스는 그것이 앞으로 한 발짝 다가오는 것을 봤다.

 

  그 순간 공포를 느낀 베아트리스는 저것의 이름을 생각해냈다. 책으로만 봤었던 늑대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의 등장에 베아트리스는 사람이거나 작은 다람쥐일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에 비웃음이 났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는 위협적인 육식 동물을 피하기 위해 등을 돌려 뛰었다. 무서움에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오직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라 베아트리스는 치우지 않은 복도를 세차게 뛰었다.

 

  먼지가 일어나며 베아트리스는 기침을 했다. 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뒤에서 늑대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엄마-!”

 

  위기의 순간에 부른 것은 엄마였다. 하지만 바람소리와 함께 나온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처음 보는 계단을 발견하고 그것이 차라리 거실로 이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늑대를 달고 어머니 앞에 서면 어머니도 함께 위험해진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정신머리가 아니었다.

 

  급한 나머지 계단으로 힘껏 발을 뻗었던 베아트리스는 넘어져 계단에서 굴렀다. 연한 살에 닿는 계단은 아팠다.

 

  굴러서 1층까지 내려온 베아트리스는 일어설 수 없었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관통하고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구분가지 않는 다리 한 쪽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간신히 숨을 내쉬던 베아트리스와 늑대의 눈이 마주쳤다.

 

  베아트리스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너무 아프다.

 

  늑대는 계단을 내려와 베아트리스의 옆에 섰다. 늑대의 콧김이 느껴지자 베아트리스는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이 너무 슬펐다.

 

  저항할 수도 없으면서 생생한 고통을 맨정신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촉촉한 코가 목에 닿았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팔을 휘둘러 떨러내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섭다.

 

  베아트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폐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의 손이 베아트리스의 두 뺨에 닿았다. 베아트리스는 아주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눈을 번쩍 떴다. 떠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눈이었다.

 

  눈에 비친 것은 더 놀라웠다. 사람이다. 분명 늑대가 있었는데 사람이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었다.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머리카락보다 눈에 띄는 황금색의 눈동자가 분명 베아트리스에게 향해 있었다. 사람은 어린 미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말한 소년이 아주 미안하고 안타까운 눈으로 베아트리스를 봤다. 베아트리스는 아무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난 너를 살려줄 수는 있어. 어떻게 할래?”

 

  소년이 베아트리스의 눈물을 닦았다. 소년의 손이 눈에 가까이 오자 눈알에 그 손이 닿을까 속눈썹이 떨렸다.

 

  “더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 너를 살려줄게. 내가 놀라게 해서 네가 아픈 거잖아.”

 

  그 말도 베아트리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신 몸의 고통이 점점 없어지고 정신이 멍해진다는 것은 알았다. 아마 이것이 죽어간다는 것인가 보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리지한테 피하라고 알려야 되고 카일도 만나야 되고 브리지트도 만나야 한다.

 

  “살고 싶어.”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입모양만 뻐끔거린 말이었지만 소년은 그것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숙여 베아트리스의 입에 입을 맞췄다. 베아트리스는 저항할 힘도 없었다.

 

  몇 초가 지나고 소년은 베아트리스에게서 입을 뗐다. 그녀는 정신을 잃은 채 늘어져 있었다.

 

  소년은 베아트리스를 업고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조심스럽고 일정한 발걸음은 먼지에 쌓인 공간을 지나 베아트리스가 깨끗이 청소해 놓은 곳으로 이어졌다.

 

  깨끗한 바닥에 먼지 묻은 발바닥이 흉한 흔적을 남겼다.

 

  거실에서는 리지가 점심을 그릇에 담아놓고 내려오지 않는 베아트리스를 부르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내려오지 않는 베아트리스가 걱정되어 2층으로 올라가려던 리지는 소년이 나타나자 움찔거렸다. 그리고 소년에게 업혀있는 베아트리스를 보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베아트리스!”

 

  소년은 리지한테 베아트리스를 넘겨주었다. 먼지 때문에 기침하면서도 리지는 쇳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넌 누구니? 베아트리스는 왜 이러는 거고?”

 

  “베아트리스는 놀다 잠든 거예요. 가끔 저랑 놀았거든요. 그리고 저는 베아트리스의 남편이에요.”

 

  소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리지는 베아트리스가 정말 잠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리고 소년을 바라보며

 

  “베아트리스를 데려다 줘서 고맙구나. 밥이라도 먹고 갈래?”

 

  라고 친절히 말했다. 소년은 리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지는 베아트리스의 친구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년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손 씻는 시간에만 질문을 하지 않고 거의 계속 질문했다.

 

  하지만 소년은 베아트리스에게 아는 것이 없어서 친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그럼 넌 숲 밖 마을에 사는 아이니?”

 

  “아니에요. 숲 중간에 산이 있는데 거기서 살고 있어요.”

 

  “거기도 마을이 있니?”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재밌는 일이 많아요. 다람쥐 쫓는 것도 재밌고 개울에서 노는 것도 재밌어요.”

 

  “흠. 하지만 베아트리스는 그렇게 노는 것은 못하겠다. 몸이 약하거든.”

 

  “이제 놀 수 있어요. 건강해졌어요.”

 

  리지는 소년이 자신의 바람을 사실처럼 말한다고 생각해서 귀엽다며 웃었다. 그리고 이런 친구가 베아트리스에게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베아트리스랑 잘 놀아줘. 베아트리스의 친구를 보는 건 처음이야.”

 

  “네.”

 

  대답하며 소년은 예쁘게 웃었다. 웃을 때 휘어지는 황금색의 눈동자가 귀여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4화 2019 / 10 / 26 42 0 5719   
13 13화 2019 / 10 / 26 39 0 5624   
12 12화 2019 / 10 / 25 31 0 5289   
11 11화 2019 / 10 / 25 32 0 5439   
10 10화 2019 / 10 / 24 22 0 5545   
9 9화 2019 / 10 / 24 22 0 5566   
8 8화 2019 / 10 / 23 20 0 4823   
7 7화 2019 / 10 / 23 15 0 5424   
6 6화 2019 / 10 / 22 15 0 5198   
5 5화 2019 / 10 / 22 14 0 5618   
4 4화 2019 / 10 / 21 33 0 4988   
3 3화 2019 / 10 / 21 29 0 5311   
2 2화 2019 / 10 / 20 38 0 5168   
1 1화 2019 / 10 / 20 242 0 582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