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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5화
작성일 : 19-10-22 16:27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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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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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시종 한 명이 스텐카트를 끌고 나왔다. 유디스는 그 사람을 그냥 보내지 않고 먹다 남은 음식을 살폈다.

 

  “어제보다 더 못 드시네요?”

 

  “예. 느릿하게 드시고 영 입맛이 없어 보이셨어요. 디저트도 드시지 않고 금방 식사를 끝내셨습니다.”

 

  그건 그냥 음식 종류가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브리지트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의사를 대기시키세요.”

 

  “예.”

 

  밥 좀 덜 먹었다고 의사도 부르는구나, 생각하면서 브리지트는 유디스를 따라 문을 넘었다. 코델리아의 방은 너무 넓고 깔끔하고 별 게 없었다. 장식 되어있는 게 별로 없었다.

 

  “주인님. 식사를 잘 못하셨던데요?”

 

  유디스가 의자에 앉아있는 코델리아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브리지트는 방을 둘러보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심기를 거슬러서 죽게 된다던가 하는 일은 당하고 싶지 않다.

 

  “괜찮아. 가까이 올래?”

 

  유디스에게 대충 대답하고 브리지트에게 손을 내밀며 코델리아가 묻는다. 브리지트는 좀 당황스러웠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으니 유디스가 손짓한다. 얼른 가라고. 브리지트는 좀 잘 걷고 싶었는데 쭈뼛거리며 코델리아 앞에 섰다. 코델리아에게 갈 때까지 두 번 정도 유디스를 돌아본 것 같다.

 

  “이름이 브리지트라고?”

 

  “네.”

 

  “좀 더 와.”

 

  이미 꽤 많이 가까이 간 것 같은데 더 오라는 말에 브리지트는 세 걸음 정도 간격을 둔 채 멈췄다.

 

  “한 걸음 더 와.”

 

  브리지트는 반걸음 움직였다. 처음 보는 이 사람이 왜 이러는 지도 모르겠고 자신이 왜 여기 있는 지도 모르겠어서 브리지트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위축되어 있다. 게다가 목까지 가리고 흰색 장갑도 끼고 있는 모습이 필라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낯설었다.

 

  “나는 코델리아야.”

 

  “…….”

 

  “코델리아 레브.”

 

  대답이 없자 코델리아는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말한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뭐?’라는 것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코델리아는 조금 웃으려고 했다. 눈이 날카로워서 별로 부드러운 분위기가 되지는 않았다.

 

  “손잡을래?”

 

  아까부터 내밀고 있던 손에 눈짓하며 코델리아가 물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젓고 싶었는데 거절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유디스를 뒤돌아봤다. 유디스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코델리아의 손을 내려다 봤다. 이걸 잡으면 한 패가 되는 건지 목숨 위험한 일을 시키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걱정스러워서 브리지트는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왜요?”

 

  축 쳐진 눈에 걱정이 한 아름 담겨 있다. 코델리아는 그것을 알지 못할 수가 없다. 그걸 무시할 수가 없다.

 

  “그냥 손잡고 싶어서.”

 

  ‘그게 더 이상해.’

 

  안심시키고 싶어서 꺼낸 말에 브리지트가 더 경계했다. 그럴 수밖에. 코델리아는 긴 얘기를 시작하기 위해 유디스를 내보내려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둘만 있으면 더 브리지트가 편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델리아는 손을 내렸다.

 

  “의자에 앉아. 대화를 하자.”

 

  브리지트는 테이블을 따라 걸어 제일 가까이에 있던 의자를 빼고 앉았다.

 

  “얘기는 좀 길어. 브리지트 너는 기억을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어.”

 

  그 말로 코델리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린랜드에는 황태자를 제외하고 태어나는 황자들을 모두 죽였는데 지금 황태자는 몸이 약해서 나는 살았어. 하지만 황태자는 회복이 빨랐고 나는 생사의 갈림길에 앞서 지하 감옥에 갇혔어. 그때 네가 날 만나러 온 거야. 꽃다발도 줬어. 그게 나는 너무 큰 위로가 됐어. 그런데 나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울었던 것 같아. 그렇게 너를 보낸 것 같아서, 그래서 계속 너를 찾았어.”

 

  솔직히 말하자면 브리지트는 그 이야기에 잘 집중이 안 됐다.

 

  “고마워.”

 

  코델리아가 그때 하지 못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코델리아는 너무 슬퍼 보이는 그 표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때 너무 힘들었던 게 기억나 슬픈 건지 이렇게 늦게 고맙다는 말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슬픈 건지 모르겠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타인만의 온전한 시간이 불편하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이 자리가 불편했다.

 

  “괜찮아요. 그렇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요.”

 

  뭐라도 대답해야 될 것 같아서 브리지트는 말했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눈을 봤다.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봤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브리지트는 시선을 내렸다.

 

  “라가도기아인이지?”

 

  “……네?”

 

  “노란 머리면 라가도기아인 아닌가? 그 사람들은 다 라가도기아인이잖아.”

 

  “근데 저는 태어나긴 그린랜드에서 태어났는데요. 제 기억에 따르면요.”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그럼 병은? 라가도기아인만의 병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없어?”

 

  “그건 있어요.”

 

  “너 지금부터 내 집사를 해.”

 

  “네?”

 

  브리지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진 않았지만 코델리아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 되물었다.

 

  “그 병을 늦추는 약을 가지고 있어. 그 약은 매일 먹어야 되는 거야. 그러니까 집사 일을 하면서 약을 받아. 월급도 줄 거야. 개인방도.”

 

  “아……. 왜 그렇게 잘해주시죠?”

 

  코델리아는 웃었다. 눈이 접히며 환하게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뻤다.

 

  “브리지트가 날 살렸잖아.”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은 모양이었다. 코델리아에게는 아주 귀한 시간이 브리지트에게는 없다는 것이 왠지 너무 미안해서 브리지트는 선뜻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목숨이 달린 일인데 왜 걱정을 해?”

 

  코델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긴 타인이 보면 이상할 만한 일일 것 같다. 목숨을 구걸해서라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병을 늦출 약을 준다는 말을 덥석 받지 못한다. 브리지트는 고민하다가 묻는다.

 

  “저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오먼드 가의 딸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물론 백작성에 들어올 때는 고아라며 들어왔지만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그때 만난 브리지트라고 아주 꼭 믿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건 맞았다.

 

  “그럼 동생을 만나게 해주세요. 그럼 집사가 될게요.”

 

  “그래.”

 

  “그런데 억지로 만든 자리는 싫어요. 동생과 제가 다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만날래요.”

 

  “그래. 언제든 괜찮아. 약은 지금 한 번 먹어두자.”

 

  유디스가 문을 열고 뭐라 말한다. 브리지트는 어쨌든 말하긴 했지만 코델리아를 이용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분이 지났는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디스는 누가 들어올 것인지 이미 알고 있는지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들어오라고 말했다. 하녀 한 명이 쟁반에 차세트를 들고 왔다. 찻잔은 하나였다. 분위기 상 브리지트의 약이었다.

 

  속으로 혀를 찬 브리지트는 하녀가 코델리아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테이블에 차세트를 내려놓고 다시 인사하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셔.”

 

  하녀가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쳐다보다가 마지막에는 눈까지 마주쳐 버린 브리지트가 조금 놀라고 있을 때 들린 말이라 브리지트는 코델리아가 뭐라 하는 줄 몰랐다. 그래서 정확히 알고 싶은 마음에 브리지트가 물었다.

 

  “제 약인가요?”

 

  “응.”

 

  “하지만 어떻게 믿고 마시죠? 뭘 탔는지도 모르는데.”

 

  알약을 생각하던 브리지트는 예상 못한 차가 나와서 경계했다. 사람의 친절에 경계부터 해야 한다고 캐서린이 항상 말했었다. 대가없는 자비는 없다고. 구했다고 해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라 경계부터 하고 볼 일이다.

 

  코델리아는 어이없다는 듯 브리지트를 봤다.

 

  “내가 독이라도 탔을 거라고 생각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델리아는 속상한 얼굴이 되었다.

 

  “타지 않았어.”

 

  착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람은 애초에 악인으로 태어났다고 브리지트는 믿는다.

 

  “그걸 제가 어떻게 믿죠?”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말이다. 애초에 귀족에게 따지고 드는 평민이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믿을래?”

 

  브리지트는 단 하나밖에 없는 진실을 말하듯이 말했다.

 

  “당신이 한 번 마셔 봐요.”

 

  코델리아는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찻잔에 차를 반쯤 따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차인 것 같았지만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다. 독한 사람이다.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향해 잔을 내밀었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가 마셨던 잔에 마셔야 된다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지만 다른 잔을 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이미 착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너무 몰아버렸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사과했다.

 

  “나쁘게 오해해서 미안해요.”

 

  “괜찮아.”

 

  차를 따라 입김으로 식혔다. 어느 정도 차를 식힌 후 브리지트는 망설임 없이 차를 마셨다. 약초로 만든 것 같은데 쓴 맛이 없었다. 따뜻하고 왠지 단 맛이 나는 것 같은 차였다. 맛있었다.

 

  천천히 차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자 궁금증이 일었다. 라가도기아인은 약초와 독초에 대해 잘 아는, 식물 지식에 정말 뛰어난 사람들인데 어째서 이 약을 몰랐을까.

 

  “이거 다 마셔야 일정치야.”

 

  주전자를 가리키며 코델리아가 말했다.

 

  “네.”

 

  “천천히 마셔.”

 

  차는 한 잔이 더 나왔다.

 

  “유디스. 브리지트에게 새 옷을 줘.”

 

  “네.”

 

  브리지트는 유디스의 뒤를 따라가며 코델리아를 한 번 뒤돌아보려다가 말았다. 눈이 마주치면 너무 당황할 것 같아서. 이 방 안에서 남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이 자신 밖에는 없는 것 같아서 제일 악인이 된 것만 같다. 브리지트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유디스는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문을 닫지 않기에 따라 들어오라는 것 같아서 브리지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살며시 문 안으로 들어갔다. 드레스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코델리아의 전용 옷장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백작성 전체의 사람들과 관련된 옷을 취급하는 곳처럼 보였다.

 

  “갈아입으세요.”

 

  유디스는 손수 옷을 꺼내 브리지트에게 내밀었다. 브리지트는 옷을 받아 놓고 당황했다.

 

  “여기서요?”

 

  유디스는 표정을 이상하게 구기더니 턱짓으로 탈의실을 가리켰다. 항상 예의를 차리던 유디스의 다른 모습이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유디스의 표정은 변태를 본 표정이었다. 완전 오해를 샀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유디스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관심 없었다. 타인이 날 보는 시선이 나인 거지 뭐, 라는 생각이었다.

 

  집사복이라 천이 더 좋은 것인지 원래 입었던 옷보다 더 부드러웠다.

 

  브리지트는 흰 셔츠와 검회색의 바지를 입고 바지와 같은 색의 조끼를 입었다. 단추도 마찬가지로 검회색이었지만 옆 기둥과 뒷면은 광택이 나는 세피아 색이었다.

 

  탈의실에 있는 전신거울로 입은 옷을 살펴보니 몸에 딱 맞는 옷이라 어깨가 좁아 보였다. 브리지트는 각 잡힌 옷이 어색해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았다. 그러다 문득 유디스를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겠단 생각에 서둘러 자켓을 입으며 탈의실을 나갔다. 유디스는 브리지트를 보자마자 지적을 했다.

 

  “안 됩니다. 자켓의 단추는 꼭 잠가야 하고 바지는 주름지지 않게 입으세요. 타이는 왜 안 하셨습니까?”

 

  “아, 매는 법을 몰라요.”

 

  유디스는 잠시 말이 없더니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브리지트는 두 손으로 넥타이를 펴 유디스의 손바닥에 얹었다. 유디스는 넥타이를 자신의 목에 두르더니 조금 느린 속도로 넥타이를 맸다.

 

  “잘 보세요. 다음에는 혼자 매야 합니다.”

 

  “네.”

 

  대답은 했지만 브리지트는 한 번 본 것을 혼자 맬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유디스는 보라는 것 외에 자세한 설명은 없이 넥타이를 다 매고 구멍을 넓혀 머리를 뺐다.

 

  “아아, 감사합니다.”

 

  내미는 것을 받기는 했지만 브리지트는 넥타이를 다시는 못 맬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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