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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1화
작성일 : 19-10-25 12:16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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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지는 이미 나은 베아트리스를 위험한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 말은 우선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설득할 일이다.

 

  “그냥 다른 보름달을 엄마한테 주면 안 돼? 남는 건 없는 거야?”

 

  베아트리스는 애절한 눈으로 아가사를 봤다. 안타깝지만 아가사는 고개를 저었다.

 

  “보름달은 한 명에 하나야.”

 

  보름달. 어린 아가사는 설명을 잘 하지 못했지만 함부로 보름달을 나눠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가사는 어렸고 아가사를 지혜로 이끌어줄 늑대인간은 죽었다.

 

  보름달은 늑대인간이 모체의 속에서 자랄 때부터 생성되는 것이다. 보통 기관지에 붙어 있는 보름달은 기관지를 꽉 막고 있는 듯 보이지만 호흡을 도와줘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한다.

 

  몸 밖으로 뱉어내면 고체의 구슬모양이지만 몸 속에 있을 때는 기가 응집되어 기체이다.

 

  보름달은 온 몸으로 퍼져나가 몸을 보호하고 상처를 자가 치유한다. 자기 몸을 스스로 잘 지킬 수 있는 좋은 방패인 것이다.

 

  그 힘은 오랫동안 축척되어 어떤 병이라도 나을 수 있게 해주며 장수할 수 있는 건강상의 위력뿐 아니라 높은 지능, 천리안, 강한 신체, 창의성, 미용 등의 다방면에서 뛰어난 힘을 발휘했다.

 

  물론 그것이 완전한 보름달의 형상을 갖추었을 때의 이야기다. 보통 성인이 된 후로도 개인차에 따라 몇 년에서 몇 십 년간 보름달은 성장한다.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 아니라 보름달 안에 기가 응집되며 묘한 빛을 띄게 되는 것이다.

 

  크기는 태어난 후 10년쯤이 지나면 더 크지 않는다. 그 크기는 성인의 엄지손톱쯤 되고 이때 보름달이 성장을 멈췄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여 보름달을 사용하기를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몸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이럴 때 보름달을 반달로 나눠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일이다.

 

  성장한 보름달을 나눠주는 것도 숙고해야 할 일인데 성장하지 않은 보름달을 나누는 것은 보름달에 혼란을 초래해 그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그것을 품고 있는 신체에도 영향을 줘 어리석게 보름달을 나눠가진 늑대인간의 끝은 좋지 못했다.

 

 *

 

  코델리아의 옷은 바뀐 것이 없다. 누군가 ‘그림자가 되고 싶나?’라고 생각할만한 검은 옷. 하지만 누구도 코델리아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새하얀 드레스. 결혼식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깨끗한 하얀 드레스를 브리지트가 입고 있었다. 비록 화려한 보석 장식은 없지만 힘 있게 잡혀있는 프릴 때문에 수수해보이지는 않는다. 은근히 드러난 어깨, 틀어 올려 꽉 묶은 머리카락, 너무 졸라매어 내장에 변형을 준다는 코르셋들 때문에 브리지트는 너무 불편하다. 사실 그것들만 불편한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이 달라져서 너무 불편하고 어색하다. 무엇 하나 브리지트에게 익숙한 것이 없었다.

 

  아까부터 뭐가 불만인지 잔뜩 인상을 쓴 채 아랫입술을 꾹 물고 있던 브리지트가 퉁명스레 말했다. 원래 먼저 말을 걸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가 말을 걸지 않아 어쩔 수 없다.

 

  “치사해요.”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돌아보았다.

 

  “이거는, 정말 이거는, 말도 안돼요. 아니, 말이 되기는 하는데.”

 

  횡설수설하던 브리지트가 코델리아의 눈을 마주하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왜 나만 불편한 옷 입어요?”

 

  코델리아는 무의식적으로 코웃음 쳤다. 그것이 비웃음이라고 여긴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눈에 힘 빼.”

 

  그 차분한 말에 브리지트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노려보는 것을 멈췄다. 눈에 힘을 준 걸 아는 구나. 별로 티가 안 난다고 했는데.

 

  “내기에서 졌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브리지트가 소원 들어주기를 하자며 내기를 했던 것을 얘기하며 코델리아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지루했던 업무시간에 책을 펴서 몇 페이지가 나오는지 내기를 했었다. 제일 숫자에 가깝게 말한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아니, 그럼 백작님이 지셨어도 이 드으레에스으를 입으셨겠네요?”

 

  ‘드레스’라는 단어를 잔뜩 강조하며 브리지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브리지트에게 코델리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소원은 내가 드레스를 입는 게 아니었을 거잖아.”

 

  “아니요. 저 남자가 드레스 입는 거 완전 좋아해요.”

 

  저도 모르게 말해버린 브리지트는 지고 싶지 않은 기분에 말을 수습하지 않았다. 조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던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왼쪽 어깨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브리지트의 그런 취향까지 알려주고 그럴 필요는 없어.”

 

  그건 인정하지만 코델리아가 드레스를 입어도 아주 흉측해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밑에만 치마를 입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앞에 두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운지 서둘러 주제를 바꿨다.

 

  “이건 무슨 나 죽었어요,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하얗게 되어 있는 거예요? 춥고 갑갑해서 숨을 못 쉬겠어요. 사람도 너무 많고 공기도 안 좋은 것 같고.”

 

  브리지트가 속사포로 불만을 토해내고 있을 때였다. 코델리아가 자신의 자켓을 벗어 브리지트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브리지트의 불만스러운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잊었는지 벌어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러면 좀 나을까?”

 

  코델리아가 자신을 멀뚱멀뚱 보는 브리지트에게 물었다. 브리지트는 자신의 어깨에 올라와있는 코델리아의 자켓을 보았다. 어쩐지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자켓을 잡아채 코델리아의 가슴팍에 때리듯이 전해주었다.

 

  “됐어요. 필요 없어.”

 

  얼떨결에 자신의 자켓을 받아든 코델리아가 불만 있어 보이는 브리지트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불만이 있는 건지 속이 상한 건지 어쨌든 브리지트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코델리아는 그런 브리지트를 보다가 발코니 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자켓을 입었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뒤를 따랐다.

 

  겨울이 지났는데 공기가 차갑다.

 

  코델리아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브리지트는 도저히 저 차가운 난간에 몸을 기댈 용기가 생기지 않아 코델리아 옆에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이런 의미 없는 곳에 이렇게까지 불편한 옷을 입고 왜 왔는지 브리지트는 속이 답답했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은근히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보았던 검은 머릿결의 그 여성. 아마 그 여성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오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 그 여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픈 것일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그런 고민들로 브리지트는 표정이 어두웠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표정을 보더니 시선을 돌려 밝게 빛나는 조명 아래 웃고 떠드는 여자들을 보았다.

 

  “다음부터는 하지 마.”

 

  “네?”

 

  브리지트는 의아함을 담은 얼굴로 코델리아를 보았다.

 

  “그렇게 싫으면 다음부터는 입지 않아도 돼.”

 

  코델리아는 여전히 조명 아래의 여자들을 보며 말했다.

 

  “네.”

 

  대답을 하고 브리지트는 난간에 몸을 기댔다. 아니, 난간에 몸을 기대는 것 같으면서도 코델리아의 몸에 기댔다. 서로 나란히 서서 화려한 파티장 안을 살펴보았다. 두 남녀의 등 뒤에서 비추는 달은 두 사람의 어깨를 빛으로 감싸주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올려 코델리아의 얼굴을 봤다.

 

  “백작님.”

 

  “저기.”

 

  브리지트가 코델리아를 불렀을 때,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리지트는 그 목소리가 들린 쪽, 파티장 쪽에 서있는 여린 아가씨를 보았다. 순간 코델리아에게 기대있던 브리지트는 발작적으로 코델리아에게서 떨어졌다.

 

  “코델리아 경.”

 

  여린 아가씨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코델리아를 부른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반갑습니다. 저는…….”

 

  “브리지트. 하던 말 계속 해.”

 

  여린 아가씨가 코델리아에게 무어라 말할 때 코델리아는 그 말을 잘라 먹고 브리지트에게 말했다.

 

  ‘이런 상황 나한테 넘기지 말라고 이 양심 없는 놈아!’

 

  브리지트는 속으로 잔뜩 욕을 하며 여린 아가씨의 눈치를 살폈다. 곧 울 듯한 표정이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 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코델리아는 양심의 가책도 없이 태연하게 눈을 마주쳤다.

 

  ‘대체 왜 말은 자르고 난리야! 넌 무시당하면 좋냐, 이 이기주의자야?’

 

  온갖 욕을 삼키며 브리지트가 표정으로 코델리아에게 불만을 토했다. 그러나 코델리아의 눈은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싫어.’

 

  ‘싫어도 하라고!’

 

  브리지트는 그냥 자신이 앞에 있는 아가씨의 손을 잡고 나가 춤을 추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에 코델리아의 멱살을 잡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두 손으로 코델리아의 한 손을 꽉 잡고 몸을 밀착시켰다. 무슨 대단한 비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등 뒤에서 조용히 말한다.

 

  “저 여자 울면 어떻게 할 겁니까? 말이나 다 들어 보고 싫다고 하세요. 어린데.”

 

  “뭘 원하는지 뻔히 보이는데 굳이 들을 필요가 있어?”

 

  코델리아도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브리지트는 그 냉정한 말에 좀 속이 상했다.

 

  “상대는 어린 여자예요.”

 

  “너도 여자지.”

 

  “전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에요.”

 

  ‘그건 누구나 다 똑같지 않나?’ 라고 코델리아는 생각하고 브리지트는 앞의 아가씨의 안색을 살폈다. 얼굴이 붉게 변한 채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어려서 무시당할 것을 알아도 용기를 낸 것일 텐데. 브리지트가 그 꼴을 안쓰럽게 보더니 코델리아의 눈을 마주하며 꽤나 정중하게 말했다.

 

  “인자한 어른 또한 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두 쌍의 파란 눈이 공중에서 얽혔다. 이내 코델리아가 그 아가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곧 울 것만 같았던 사람은 정말 환한 미소를 띄며 그 손을 잡았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돌아보며 입모양만으로 말했다.

 

  ‘기다려.’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코델리아와 아가씨가 등을 돌리자 브리지트도 등을 돌려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줄 몰랐는데 달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달을 감상하던 브리지트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렸다. 흠칫 놀라 뒤돌아보니 유디스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디스는 손을 떼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불러도 몰라요?”

 

  브리지트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피하고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어디에 계셨어요?”

 

  브리지트가 물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유디스 역시 대답하지 않고 말한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브리지트. 금방 와야 돼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유디스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던 브리지트는 곧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1층으로 내려갔어요. 어서 가요.”

 

  저러는 이유는 하나뿐이라 브리지트는 모를 수가 없었다. 황궁. 무도회. 모든 귀족이 모이는 자리. 브리지트가 만나고 싶다고 했던 사람. 유디스는 브리지트가 편히 나갈 수 있게 몸을 비틀었다. 브리지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나갔다.

 

  원치 않는 상대와 춤을 추던 코델리아는 뛰어가는 브리지트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저렇게 힘차게 뛰다가는 쓰러질 것만 같다. 치워내듯이 춤추도록 밀어내고 급하게 뭔가 하러 나가는 것이 속상하다. 브리지트를 진정시키고 걷게 하고 싶은데 앞에서 함께 춤추고 있는 여자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이름을 분명 들었는데 한 귀로 흘려버려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춤을 멈추는 코델리아를 막을 수도 없겠지만 코델리아는 춤을 멈추지 못했다. 브리지트가 하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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