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3-
작성일 : 19-10-11 15:09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32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런가? 어허허허-”

 

  50대에 막 들었을까 싶은, 옆집 아저씨처럼 생긴 남자는 예의 그 푸근한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자리를 권했다.

 

  “지금 꽤나 속이 타들어가는 모양이로고. 차(茶)도 마다한 것을 보니 그렇구만, 그래.”

 

  “아닙니다, 황제폐하(皇帝陛下).”

 

  “아니긴, 나도 자식(子息)이 있네. 그 마음 모르진 않지만은…자네도 들어 알고 있겠지? 이번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걸세. 나마저도 그리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이라고 다르겠나. 첫째아이는 잘하고 있는데 둘째가 문제구만. 현이라 했었지?”

 

  “네.”

 

  잠시 무엇을 생각하는 듯 황제는 의아함이 어린 얼굴이었다가 정리가 된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흠, 유현이라…그럼 현천풍신(玄天風神)이란 칭호를 얻은 그 흑풍(黑風)이로구만?”

 

  “부끄럽게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들었습니다.”

 

  “부끄럽기는. 그 나이에, 흑풍에, 칭호까지 얻게 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야. 이건 우리 황국에서도 전례들을 뒤집는 일이지. 그래, 내가 직접 흑풍을 내려주었던 것이 어렴풋 기억나는구만. 나는 뭔가 닮았다 싶으면서도 서로 그렇게 남남처럼 대하니 뭐라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농담도 안 통할 것 같았다니까? 거기다 아무리 대화를 하려해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수가 없어서 자네 아들인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뭔가. 자네가 오죽이 나한테 한탄을 해야 말이지. 오늘은 무슨 건물의 방 3개를 날려먹었네, 그제엔 공원을 다 헤집어놓았네, 그래서 설교를 했는데 어느새 휘말려서 원점이 되었네 하면서 말야. 그래도 내 자식들보단 낫지 싶네. 특히 첫째 녀석은 어디서 무얼 하는 겐지.”

 

  “……호고나(岵固拿) 황녀(皇女)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미간을 모으며 황제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나마 위안이라 할 수 있지만 명칭(名稱)만 황녀지 이건 남자아이가 하나 더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어디 시집이나 제대로 갈 런지가 문제야. 아니 그전에 누가 그 아이를 데려가려 할지. 그러고 보니 내 아이들은 죄다 문제만 달고 있지 않은가. 인재이면서 문제아라는 건 어찌 보면 축복이야. 배부른 소리 하지 말게.”

 

  “아니…호고나 황녀님….”

 

  “아니네, 되었어. 그쯤하고 이제 그냥 마음 놓게. 그 아이도 이번일로 인해 자네나 자네의 첫째에게 더 이상 일거리를 안겨주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뭐, 학교를 일찍 졸업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껏해야 1년 정도겠지. 기운 내게. 유급(留級)이라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한번쯤은 해볼만 하다네.”

 

  마지막으로 말한 황제의 말에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지 유재원은 목소리를 깊게 가라앉혔다.

 

  “……위로…하시는 겁니까, 폐하?”

 

  확실히 걸리는 게 있는 모양이다.

  명색이 황제라는 이가 뒷걸음을 치며 푸근한 웃음을 짓는다. 헌데 그 웃음에 장난기가 보이는 건 착각일는지.

 

  “아하하하-재원이 자네, 뒤에 그 검은 오오라는 뭔가?”

 

  “아하하하하-검은 오오라라뇨, 폐하. 제가 어찌 황국의 폐하께 그런 모습을 하겠습니까.”

 

  “말과 다른 것 같은데, 재원이.”

 

  손사래를 치며 황제는 점점 방의 문과 가까워져 갔다.

 

  “후후후후후-형님. 아무리 남의 자식이라지만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남의 자식이라니. 엄연히 유원진(琉元進) 전 재무(財務)대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현 재무대신 유재원의 막내이자 호 황국의 인재가 아닌가. 또한 자네와는 오랜 지기(知己)인데다 난 삼촌뻘이나 다름이 없고. 헌데 어찌 그리 섭섭한 말을 하는가.”

 

  “그러면 제 자식이 그렇게 되면 제가 어찌되는 지도 잘 아실 텐데요, 형님.”

 

  “이야, 그건 자네 사정이지. 자네 아버지 정정하시다 들었는데 아무렴 두 아이의 아비인 자네를 죽도록 때리실까. 그나저나 이젠 형님 소리가 잘 나오는구만.”

 

  “아하하하하-그 기념으로 좀 가까이 오시죠.”

 

  “아하하하하하-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념이 있나. 다음에 술이나 한 잔 하지. 내 지금 급한 용무가 있어 가봐야 할 듯 허이. 전요주(纏繞走).”

 

  그리고 황제는 말 그대로 어디선가 나타난 식물들에 둘러싸여 빠르게 사라졌다.

  유재원은 그런 황제의 모습에 그리운, 유쾌한 등의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허탈한 미소를 마지막으로 작게 읊조렸다.

 

  “……그 아인…닮았지요. 형님…돌아가고 싶습니다. 마음 편히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던 때로.”

 

 *.*.*

 

  높다란 산꼭대기에 짙은 주황색의 긴 머리를 바람에 맡기며 서있는 이가 있었다.

  바람은 제법 세찼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꼭 바람에 동화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럴 정도로 바람에 친숙하고 바람 같은 이는 현 바람의 대륙에서 너나할 것 없이 손꼽는 흑천(黑天)의 흑풍 유현이었다.

  물론 떠오르는 샛별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손꼽는 경향도 있지만 그래도 전대(前代) 흑풍들에 비하면 훨씬 진보가 빠르고 ‘바람’과 거의 흡사할 정도라 나이가 있음에도 흑풍이 되었기에 아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아직 20도 안된 현의 나이에 흑풍이 된 전례는 대륙을 뒤져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과감히 시행하였으니 뒤따라오는 문제점도 있었지만 그것들을 제외한 건 지극히 현, 그의 문제였다. 고로 호 황국에서 현은 인재이면서 문제아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희한한 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의 방해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현의 얼굴에 부드럽고 평안함이 감미 된 미소가 가득 찼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것들은 작았다.

  얼마나 높은 것인지 저 멀리 호황국의 수도(首都)가 오밀조밀한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그런 높이에서 부는 바람이 세찬 건 당연했고 숨쉬기도 곤란할 텐데 현은 좀 전과 다를 바 없이 요지부동으로 미소만 그려 넣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보면 저리도 작은 것을.”

 

  현은 기분 좋게 바람을 맞으며 나직이 예의 그 말을 꺼냈다.

 

  “오늘은 학교가 별로인데…하는 수 없군. 풍비(風飛).”

 

  그 순간 또다시 세차던 바람이 현의 몸을 감싸는가 싶더니 하늘을 날았다.

  점차 마을과 가까워지자 현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언제 있었냐는 듯 싹 사라져버렸다. 잔뜩 굳어진 얼굴로 황국의 성벽에 도착한 그는 자신을 얼빠지게 쳐다보는 경비병 둘을 보았다.

  그들로서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현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에 살짝 인상을 쓴 현이 품에서 호 황국의 ‘호’자가 새겨진 둥근 목걸이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흑천의 흑풍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0- 2019 / 10 / 16 21 0 3352   
9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9- 2019 / 10 / 16 16 0 3329   
8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8- 2019 / 10 / 16 15 0 3252   
7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7- 2019 / 10 / 11 14 0 3053   
6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6- 2019 / 10 / 11 16 0 3189   
5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5- 2019 / 10 / 11 15 0 3048   
4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4- 2019 / 10 / 11 15 0 3079   
3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3- 2019 / 10 / 11 14 0 3206   
2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2- 2019 / 10 / 11 25 0 3126   
1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 2019 / 10 / 10 249 0 325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