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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2-
작성일 : 19-10-11 14:34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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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 모든 사람들이 잠이 들고 있을 법한 시각.

  좀 전에 서고를 진저리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를 갈던 현이 두꺼운 그 책을 어깨에 얹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왼손으로는 끊임없이 허공을 휘저으며.

  무언가를 잡은 건지 놓은 건지 알 수 없는 손짓을 하던 현이 순간 눈을 빤짝 빛냈다.

 

  “흣흣-잡았다, 양양구. 네 놈이 뛰어봤자 벼룩이지. 풍목현(風目俔).”

 

  마지막으로 무언의 말을 한 뒤 눈을 감았다 뜨자 동공(瞳孔)이 사라진,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든 눈이 보였다. 섬뜩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그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 걸까.

  이번엔 아예 가던 길을 멈추고 여전히 허공을 휘젓는 왼손을 움켜쥐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곤 하는 말이.

 

  “풍박(風縛).”

 

  뭔가 의미가 있고 힘이 느껴지는 말들을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현의 행동은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비릿한 웃음을 잔뜩 입가에 걸고는 누가 봐도 괴기할 모습인데 뛰어난 미모가 그를 가려주는가 보다. 아무리 봐도 그냥 잘생기고 비열한 나쁜 놈으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어쨌든 현은 무척 비릿한, 한쪽 입 꼬리만 올라간 웃음으로 예의 그 말을 다시 뱉어내며 눈을 감았다 뜨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흑색의 보석 같은 눈이.

 

  “그럼 어디 가보실까? 아, 그전에 이 책은 먼저 보내야겠지. 풍(風).”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갑자기 휭 하며 바람이 불어왔다. 현의 몸을 감싸는 가 싶더니 책을 휘감고는 어디론가 날아갔다.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현상이었음에도 당사자인 현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 익숙한 것인지 흡족한 표정으로 날아가는 책을 보고는 발을 떼었다.

  그런데 그 걷는 것도 아주 황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걷고는 있었지만 현의 주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길 한 20분 즈음 되었을까.

  분명히 한적한 거리에 있었는데 그 20분 새에 완전히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화려한 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그것도 보통 화려한 것이 아닌 어른들의 세계의 입구였다.

  현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표정으로 무얼 믿고 당당한 건지 포부도 당당하게 또다시 욕설을 하며 못마땅한 듯 그 양양구란 이의 귀를 간지럽게 했다.

 

  “이 새끼 좀 보게. 지 혼자 재미 보겠다고 내뺐다 이거지? 내 오늘 고이 너를 저세상으로 보내나 봐라! 몇 십 배로 삶아먹어 주마. 크흐흐흐흐흐-”

 

  음흉하기 그지없었다.

  하늘을 향해 양쪽 손을 마녀같이 구부려 고개를 살짝 숙여 음산하게 웃어대는 것이 어찌 저런 미모를 가지게 되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쯤대면 뭔가 수술이라든지 약 복용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떠오르지만 저 미모는 타고난 거라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자신을 아는 이들이 이에 대해 통곡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은 그저 주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 감사해야 하건만 현은 그저 잠시 그렇게 웃다가 정말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전혀 헤매지도 않고 떡하니 홍야(紅夜)라는 휘황찬란(輝煌燦爛)하게 빛을 내고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기가 막히게도 그가 막 들어갔을 때, 여러 개의 방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반쯤 옷을 벗다 말은 남자 하나가 머리를 양 팔로 감싸며 뛰어나오고 있었다.

  누군지 아는 모양이다.

  현이 그 비릿한 웃음을 걸기가 무섭게 해맑은 미소로 빠르게 변했다.

 

  “어이~양양구, 아직 살았네?”

 

  입으로는 무서운 소리를 하면서 반가운지 손을 흔든다.

  처음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좋은 소리 못 들은 걸 알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양양구란 이의 표정은 눈으로는 살았다를, 입으로는 기쁘다를 표현하며 현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현은 자신의 신조(信條)에 따라 슬쩍 비켜났고 그는 바닥과 맞닥뜨려야 했다.

  장렬히.

  쿠당탕-

  와창-

  퍼석-

  요란한 소리들이 차례대로 들리며 양양구는 전사했다.

  마지막으로 멋진 소리가 들렸는지도 모른 채.

  스륵-

  바로 추스르다 만 바지가 내려가며 뽀얀(?) 엉덩이를 보여준 소리다.

  현은 뭐가 좋은 건지 히죽대더니 예의 그 손짓을 했다. 그러자 장렬히 전사한 그가 남긴 잔해가 창밖으로 허공에 둥둥 떠서는 버려졌다. 당연히 밖에선 갑자기 나오는 잔해들 땜에 소란이 난 것은 넘어가자.

  장렬히 전사하기까지의 과정 때문인가 아니면 입구로 나오기까지의 소란 때문인지 사람들 몇몇이 현이 있는 정문으로 나와서 멍하게 보고 있었다. 몇몇은 처음 보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움을 표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다시 그가 손짓을 하자 이번에는 양양구가 허공에 두둥실 떴다.

 

  “후후-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내 책, 억지로 계속 잡다간 큰일 날 텐데? 좋은 말로 할 때 방으로 안내하시지.”

 

  움찔하는 몇몇의 이들을 따라 현은 바다의 기적이라고 하기는 모하지만 그 비슷하게 사람들이 비켜서주는 길을 걸어갔다.

  대체 현의 정체는 무엇일까.

 

 *.*.*

 

  노련한 장인(匠人)이 만든 듯 쇠(鐵) 소재의 금속을 담쟁이 넝쿨의 모양새를 따 구(毬) 형태로 만들어 그 안에 빛을 발하는 구를 집어넣은 것 여러 개가 천장에 매달려 넓은 방을 비추고 있었다.

  방은 동양적이면서도 서구적인 것이 뒤섞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며 자신의 주인이 아닌 자를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보였다. 지금도 방 안에 있는 외부인은 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건 다른 의미에서임을 방은 알지 못했다.

  외부인은 소싯적에 날렸을 법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그는 검은색의 눈을 빛내며 뒤로 곧게 넘긴 자신의 군청색 머리를 흩트렸다.

  그러길 잠시, 누군가가 들어오는 기색이 느껴지자 냉큼 흩트렸던 머리를 정돈했고 옷매무새까지 신경을 썼다. 그에 붉은 용(龍)이 수놓아진 테이블보는 한쪽으로 쏠려 구겨져 내렸는데 자신의 현재 모습에 신경 쓰느라 그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을 발견한 듯 들어온 이는 보는 이마저도 푸근하게끔 느껴지는 웃음을 지으며 흘러내려진 테이블보를 주워 원래 자리에 놓았다.

  그 모습에 여태껏 주인이 없는 방을 지켰던 외부인은 당황함을 드러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천하의 황천보화음(黃泉寶貨音) 유재원(琉財源)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이 정도라면 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하하-농(弄)이 과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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