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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율의 법칙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평범한 소녀인 '율'이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믿던 어린 날 환영의 정체 '미카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통 판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뉴드에서의 또 다른 삶.

 
- 하프
작성일 : 19-10-10 17:19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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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캐쳐에 한눈이 팔렸다가 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내 시야에 백발의 사이로 거뭇한 머리카락이 간간히 보이는 긴 머리를 등 뒤로 땋은 늙은 호핀이 있었다. 단 한 톨의 잔머리도 삐져나오지 않은 모습에서 긴장감이 훅 들어왔다. 크고 긴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호핀에 내 시선도 그에게 머물렀다. 그를 관찰할수록 내 생각보다 정정한 모습에 그가 불멸의 인간이. 아니 뉴지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드에서 유일하게 수련을 통해 자연의 능력을 습득한 이. 그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도와줄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내게 손짓했다. 화현과 문은 어느새 내 양 쪽 바닥의 붉은 원이 그려진 중앙에 섰다. 두 사람 모두 내게 안전하다는 고갯짓을 했다. 나는 두 사람을 지나쳐 호핀의 앞으로 향했다.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손 뼘 정도의 턱 두 개를 가볍게 오르자 그의 뒤로 굵은 나무 파티션 뒤로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핀은 내가 가까워오자 파티션을 접곤 암석의 안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를 향해 말했다.

 

 “무누어 주짐.”

 

  알 수 없는 주문은 마법처럼 폭포를 양쪽으로 갈라냈고, 그 안에는 5m가량의 간격을 두고 양 옆 벽면 군데군데가 파여 있었다. 돌을 어떻게 파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빈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의 두 곳엔 작은 구가 있었다. 두 개의 구안에는 각각 불과 희끄무레한 것이 회오리 형태를 띠고 있었다. 벽을 지나쳐 도착한 방 안엔 팔각형의 커다란 탁자가 있었다. 호핀은 탁자의 반을 돌아 나를 마주 봤다. 팔각형의 탁자를 걷자 보이는 여섯 개의 면에 하나씩 수납 칸이 있었다. 호핀이 천천히 탁자의 주위를 도는 것에 맞춰 나도 탁자를 둘러보았다. 수납 칸에는 각각 양피지가 하나씩 있었는데, 양피지는 저마다 다른 색의 실로 묶여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양피지의 각 주인들이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흔적으로 생각했다.

 

 “너 이전에 두 사람이 다녀갔다.”

 

  그는 붉은 실에 감긴 양피지를 탁자 위에 펼쳤다. 양피지에는 한자가 일정한 정보를 알려주듯 가지런히 써 있었다.

 

 “공도소.”

 

  그렇게 말한 호핀은 두 걸음 걸어 몸을 숙여 이번엔 회색 실에 감긴 양피지를 먼저 펼쳐져 있던 양피지의 옆으로 펼쳤다. 약 4절지 크기의 양피지 두 개가 각각의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도 탁자엔 여유 공간이 충분했다. 두 번째로 펼쳐진 양피지에는 한문이 아닌 다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조금 거친 손길이 짐작되는 투박한 글씨였다.

 

 “데빈초프 마라도르 호르데.”

 

  내 두 눈에 두 양피지가 번갈아 담겼다. 호핀은 그런 나를 잠자코 지켜보았다. 내가 시선을 올려 그를 마주하니 그는 곧바로 색이 바래 누런색이 되어버린 실에 감싸진 양피지를 꺼냈다. 그 양피지에는 그 어느 나라의 언어도 없는 무지였다. 작은 잉크 자국조차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호핀을 보자 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소율.”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건 그가 양피지의 주인이 나라고 한 것이었다.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보자 그는 다시 한 번 나와 양피지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소율. 여덟 구원자 중 빛의 나라에서 온 구원자. 그게 바로 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호핀은 그런 내 모습을 예상이라도 한 듯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내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서 내 앞전에 이 일을 겪은 두 사람을 떠올렸다. 그들은 나와 같은 이 공간과,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 사람들은 어디 있죠? 저 이전에 왔다는 사람들이요. 두 명이 있다면서요. 잠깐만 여덟 구원자? 앞으로도 다섯 명이 더 있다는 건가요?”

 

  내 질문이 쉬지 않고 터져 나오자 호핀은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상당히 인간적인 평범한 웃음소리였다.

 

 “네 말대로 앞으로 다섯 명이 더 있고, 여덟 명이 모두 모여야 구원이 실현될 수 있다. 먼저 다녀간 공도소와 데빈초프는 각각의 이유로 현재 원래의 자리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네 질문에 대한 답은 다한 것 같은데 맞느냐?”

 “예.”

 

  내 고개가 끄덕여지자 그는 탁자에서 에너지 넘치게 손을 때곤 양 손바닥을 흥미롭게 비벼댔다.

 

 “그럼 이제 내려가자. 네가 이 모든 걸 보다 현실성 있게 느끼려면 예언을 알아야 하니.”

 “예언이요? 그리고 어딜 내려가요?”

 

  그는 나를 앞질러 폭포 뒤의 공간에서 걸어 나갔다. 이 낯선 공간에 혼자 있는 것이 썩 좋은 기분은 아니라 나도 그의 뒤를 종종 따랐다. 구가 놓여있던 양 벽면 중 오른 쪽의 가장 위의 공간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빛이 구 안에서 안정적으로 제 빛을 내고 있었다. 들어올 때에는 두 개의 구를 제외하곤 투명한 유리구들뿐이었는데 내가 뒤 돌아 있는 사이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려고 했다. 폭포에서 나와 문과 화현을 지나치는데 두 사람은 열린 폭포의 공간에서 새롭게 빛을 내는 구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문. 화현.”

 

  호핀의 부름에 그제야 두 사람은 우리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들에게 무어라 말을 걸고 싶었지만,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이 꾹 다물어졌다. 우린 그저 호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폭포의 맞은편에는 초콜릿 빛깔의 광목 커튼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호핀이 그 커튼을 걷자 문도 서둘러 반대편 천을 잡고 옆으로 젖혔다. 두 사람이 커튼을 완전히 젖히자 그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미세한 팔각형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 곳은 우주를 엿보는 작은이들을 위한 방이다. 가운데 있는 팔각형에 손을 대봐라.”

 

  그의 말대로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팔각형 안에 내 손이 들어가기 전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침이 꼴깍 넘어가고, 차갑고, 고르지 못한 돌의 표면이 손에 닿았다. 곧이어 흐린 팔각형의 선들에서 작은 빛이 세어 나왔다. 그 빛으로도 충분한 충격을 받았는데 점점 모양이 일그러지는 팔각형에 놀라 화들짝 손을 땠다. 손이 떨어졌음에도 팔각형 중앙의 한 점으로 빨려가듯 모양을 잃어버린 뒤였고, 뒤이어 주변의 돌 표면도 중앙의 점을 향해 우그러들고 있었다. 사람의 몸집만큼의 면적이 우그러들며 하나의 홀을 만들었고, 그 안은 미지의 블랙홀 너머의 세상과 연결해주는 공간처럼 작은 밤하늘의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별이 많이 뜬 겨울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들었다. 호핀이 내게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허락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허락에 난 두려워할 새도 없이 이끌리듯 홀 너머의 세상으로 몸을 던졌다. 홀에 들어서자 아득해진 감각은 나를 평화롭게 만들었고, 그 느낌에 취하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었다. 위, 아래와 좌, 우를 아무리 살펴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한 우주의 모습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익숙한 손의 감촉과 힘이 들어가 있는 악력으로 문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손길에 눈 깜짝 할 새에 어딘가로 톡 튀어가듯 가볍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발바닥에 닿는 안정적이고, 단단한 지면에 아래를 보니 발아래 푸른빛을 띠고 있는 대리석이 있었다. 고개를 드니 제일 먼저 홀로 발을 들인 나보다 먼저 와 날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홀에 너무 오래 있는 건 좋지 않다. 홀은 이 생과 분리된 영적인 세계를 잠시 맛 볼 수 있기에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알 길이 없지. 허나 모두가 뜻하던 것과는 다른 일들을 직면했을 거다. 홀은 스쳐야 하는 곳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말아라. 때가 되면 각자의 차례가 돌아오니.”

 

  홀을 스쳐야 한다는 생각 그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홀의 유혹에 나도 모르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상상 속 미지의 세계보다는 평범한 작은 구석 골방 같았다. 폭포 뒤 숨겨진 방에서 보았던 팔각형의 탁자와 같은 사이즈가 조금 작은 탁자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 왼쪽으로는 낮고, 좁은 터널이 있는데 그 너머에도 가상을 두른 책꽂이와 함께 책들이 많이 꽂혀 있고 팔각형의 더 작은 탁자가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호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주를 엿보는 작은이들을 위한 방.”

 “어디로 온 거죠?”

 “아무도 모른다. 홀이 연결한 가장 신비로운 곳이라고만 알고 있지.”

 

  그는 내가 이곳에 대해 정의를 내리도록 둔 뒤 문을 불렀다.

 

 “문. 예언서를 가져와라.”

 

  문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동안 나는 호핀의 배려대로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금방 탁자에 묵직한 것이 놓인 듯 묵직한 소리가 났다. 사람의 상체만한 커다란 고서가 놓여있었다. 이끌리듯 탁자로 향하자 호핀이 내 쪽으로 책을 건네며 말했다.

 

 “글이 보이는 곳까지 넘겨라.”

 

  묵직한 겉표지는 두꺼운 사전의 두께만큼이나 되었다. 책의 종이 자체도 평소에 보던 A4용지가 아니었다.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두께를 가늠하며 조심히 종이를 넘겼다. 얼마 안 돼서 보이는 상형문자에 내 손이 멈췄다. 고개를 들자 세 사람 다 내 손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보이는지 넘겨봐라.”

 

  호핀의 말에 다시 손을 움직이긴 했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어디까지 보이냐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면서 한참이나 종이를 넘겼다. 일정 구간이 지났을 땐 꼬부라지는 글씨가 나왔고, 그 다음엔 그나마 알아 볼 수 있었던 한자가 나왔다. 뒤로는 영어로 된 글자까지 있었다. ‘용서’라는 단어를 본 것 같았지만 내 임무는 글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니 잠시 미루기로 했다. 얼마 안가 책장의 끝에 다다르고 뒷 표지를 덮자. 화현과 문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호핀을 보자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네가 열쇠구나.”

 

  혼잣말하듯 말하는 호핀의 말은 정적 속에서 크게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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