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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용非어천가 - 하늘에 오르지 않는 노래 -
작가 : Namwoo
작품등록일 : 2019.9.3

먼 옛날 사람과 어울려 살았던 이무기, ‘치우’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감정을 봉인하고 깊은 물로 들어가 여의주가 생길 천 번째 해만 기다리게 된다.
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어두운 물속에서만 지냈건만, 여의주를 얻은 날 마지막으로 옛 마을의 터를 찾았다가 ‘문종’과 마주치고 만다.
‘문종’과의 대화로 얼어붙었던 ‘치우’의 마음이 녹게 되고, 높은 산에 오른 ‘치우’는 승천하려던 순간에 들려온 한 소녀의 비명을 외면하지 못하고 마는데...
‘치우’를 하늘에 오르지 못하게 할 새로운 인연, ‘해랑’과 모종의 사건들이 그를 둘러싼다! <매주 화, 금 업로드>

 
5화. 호의와 적의
작성일 : 19-09-17 00:27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6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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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다.”

 

 치우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검은 천을 두른 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침착하자. 내가 보일 리가 없어. 허나, 혹시 모르니...’

 

 검은 천을 두른 자는 불안함을 애써 누르며 발걸음을 떼어 치우의 곁을 지나쳤다.

 

 “네 놈은 누구냐?”

 

 치우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광풍이 불며, 둘은 순식간에 마을 근처에서 깊은 산 속으로 이동했다.

 

 “컥…! 콜록!...”

 

 바위가 있는 흙무더기의 한쪽으로 내동댕이쳐진 검은 천을 두른 사람은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몸을 부여잡았다.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있던 치우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푸른빛이 도는 머리카락이 풀어 헤쳐지고 말았다.

 

 “네놈이 누구냐고 묻지 않느냐?”

 

 치우는 넘어져 있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과 머리 부분을 가린 검은 천을 거칠게 뜯어냈다.

 

 

 

 *

 한편 마을 어귀에는 해랑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고 은오가 그 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정말 의원에게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예...”

 

 해랑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렸다.

 혹여 의원은 자신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저기, 내가 밖에 자주 나오진 않아서…. 너를 이곳에서 처음 보는데, 혹 이 마을을 지나던 길이었어?”

 

 해랑은 은오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머물던 곳까지 함께 가줄 테니 바로 가자. 가족이 있는 것이겠지?”

 

 “...오라버니가 계십니다.”

 

 “아아…. 나도 누이동생이 있어. 걱정이 많으실테니 서두르자.”

 

 은오의 말에도 해랑은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아직 눈이 불편한 거야? 아니면 혹 다리가 아파?”

 

 해랑은 은오의 친절한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라버니께서 방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였는데...”

 

 은오는 해랑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맞췄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자신과 닮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해랑을 보자 은오는 마음이 아려왔다.

 

 “혼날까 봐서 그래?”

 

 해랑이 끄덕이자 은오는 피식 웃음이 났다.

 

 “나도 몸이 약해서 어머니께서 바깥출입을 못하게 하셔. 그런데 이번엔 어머니께서 보시는 자리에서 뛰쳐나와 버려서...하하.”

 

 해랑은 혼날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듯 해맑게 웃고 있는 은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음, 저기......”

 

 은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너는 곧 이 마을을 떠날 거고…. 기왕 둘 다 꾸짖음 당할 거, 동산에 꽃 보러 가지 않을래?”

 

 “예?”

 

 은오는 당황하는 해랑의 앞에 붉어진 얼굴로 한쪽 팔을 내밀었다.

 

 

 

 

 *

 치우가 검은 천을 걷어내자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린 가녀린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것 봐라…? 눈을 감아?”

 

 치우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구나. 그건 네겐 통하지 않을 테니 눈을 뜨고 날 똑바로 보아라.”

 

 여인은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치우를 마주 보았다.

 

 “해랑이를 죽이려 했던 인간은 아닌 듯 한데? 그래도 눈을 꼭 감고 있던 것을 보니 속이 시커먼 구석은 있었던 모양이지? 바른대로 말해라.”

 

 치우는 햇빛에 비쳐도 칠흑같이 시커먼 머리카락과 미동도 없는 검은 눈동자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말할 생각이 없다면...죽어라.”

 

 치우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를 죽이겠다고 겁박할 만큼 그 소녀가 소중하십니까?”

 

 “겁박?”

 

 “당신이 무엇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아이의 행방을 찾으려면 제 도움이 필요하시지 않겠습니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던 여인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녀의 머리 옆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네놈이 박회(바퀴)정도의 생명력을 가졌다면 머리를 부숴도 죽진 않겠지. 허나 그따위 말은 지껄이지 못하게 될 테니... 어찌할까? 이 머리를...?”

 

 윤슬의 눈앞엔 다시 검푸른 눈동자를 가진 치우의 얼굴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역시 용은 분노에 대한 감정이 가장 뚜렷하군요.”

 

 여인 의외로 금세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윤슬이라 합니다. 당신을 모시러 왔습니다.”

 

 치우는 예상치도 못한 말에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뭐?”

 

 “제게 오셔야 할 겁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 물론 그 해랑이라는 아이도 함께.”

 

 “하...네놈이 한 짓을 보고도 내가 그리할 성 싶으냐?”

 

 치우는 몸을 일으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돌아섰다.

 바위를 깬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갑자기 어딜 가십니까?!”

 

 여태 침착하던 윤슬은 그런 치우의 행동에 동요한 듯 언성을 높였다.

 

 “경계할 만큼 네가 강한 녀석이 아닌 것도 알았고, 내게 겁을 먹어 네 주술이 풀렸으니 아이를 데리러 간다.”

 

 치우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윤슬은 아픈 몸을 겨우 일으키며 치우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은 분명 저보다 강하시지요. 하지만 당신께서 진정 그 아이를 보살필 수 있을 거라 여기시는 겁니까?”

 

 “헛수작 부리지 마라. 다음엔 정말로 그런 소릴 지껄이지 못하게 시커먼 머리통을 박살 내 줄 테니.”

 

 “...그 소녀가 소중하시다면 저를 겁박 하실 게 아니라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안전한지 묻는 게 먼저였어야 합니다.”

 

 윤슬의 도발에 걸려든 그는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안전? 그런 것을 왜 걱정해야 하지? 어떤 것도 그 아이를 해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치우는 윤슬을 비웃었다.

 

 “하하…. 인간이 그저 목숨만 부지할 수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윤슬은 되려 그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꾸몄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의주를 받은 아이가 평범하게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아까 그 돼지를 감쌌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요?!”

 

 “꼭 그 아이를 걱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해랑인 아직 내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서 그랬을 뿐이다.”

 

 “말해주고 가르치면 될 것 같습니까? 당신부터... 인간들 틈에서 제대로 살 수는 있으시구요?”

 

 치우는 이제 완전히 윤슬을 향해서 돌아섰다.

 

 “하. 그래서? 네놈이 그것을 보여주고자, 해랑이를 위해서 그딴 짓을 꾸민 거라고…? 그런 변명을 들어서 무엇하지?”

 

 “분노 말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당신이, 저보다 오래 살았을지언정 저보다 강할지언정 그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입 다물어.”

 

 “당신이 500여 년을 물속에서 지내는 동안, 저는 인간들의 틈에서 한 왕조를 살았습니다. 그런 당신이 힘도 조절 못 하는 인간 아이와 함께 인간의 틈에서 산다? 푸훗.”

 

 “너...누구냐.”

 

 치우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윤슬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난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 가겠다고 약조하시면 차차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럴 일 없어.”

 

 치우는 당장 저 기분 나쁜 여인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는 곧장 뒤를 돌아 걸어갔고, 윤슬은 눈앞에서 그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저

 앉으며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해냈다.

 

 “하하...힘을 잃은 게 아니었나...”

 

 

 

 *

 봄꽃이 만개한 작은 언덕에서 은오의 팔을 잡은 해랑과 남은 한 손에 새끼줄을 잡은 은오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예쁘지 않아?”

 

 해랑은 사방에 펼쳐진 꽃과 풀들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풀과 꽃내음이 났다.

 

 “아름답습니다.”

 

 “해가 길어져서 다행이다. 아직 꽃이 잘 보여서.”

 

 “헌데..”

 

 “응?”

 

 해랑은 아래를 흘끗 보았다.

 

 “저…. 새끼 돼지는 어찌 데려온 것입니까?”

 

 은오가 쥔 새끼줄엔, 배 부분이 묶인 새끼 돼지가 곧잘 그들을 따라 걷고 있었다.

 

 “너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그냥 그대로 두고 가기엔...아, 값은 제대로 치렀다!”

 

 은오는 말끝을 흐리다가 얼버무렸다.

 

 “도령께서도 제가 이상해 보였지요?”

 

 해랑은 새끼 돼지를 보다가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져, 발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저기...”

 

 자신의 부름에 해랑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은오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네 마음씨가 곱다는 뜻이다.”

 

 은오를 바라보는 해랑의 눈이 커졌다. 은오는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씨가 곱지 않은 이들은, 짐승은 물론이고 사람이 울부짖는 소리조차 듣지 못해.”

 

 커다란 해랑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가 투둑 떨어졌다.

 

 “어..어찌 그러냐. 내가 혹 무얼 잘 못...”

 

 은오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곧 조심스럽게 한쪽 팔로 해랑을 품에 안고 등을 한 번 토닥였다.

 해랑의 가녀린 어깨가 은오의 품 안에서 떨려왔다.

 그제야 은오는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귓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자신의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끼자 은오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단지 이 어리고 마음씨 고운 아이를 위로해 주고 싶을 뿐이라는 은오의 마음이 해랑에게 닿은 것일까?

 은오의 토닥임에 곧 해랑의 마음속 깊은 곳에 억눌려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흑. 흐윽……. 흐어어어엉. 무서웠습니다. 흐어엉.”

 

 “그래...그래. 쉬잇. 괜찮아, 이제 괜찮다. 괜찮아...”

 

 은오는 한 손에는 새끼줄을 꼭 쥔 채, 한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어 우는 해랑의 등을 계속해서 가만히 토닥여 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랑과 은오를 향해 걸어가던 치우는 발을 멈췄다.

 

 ‘무서웠다...? 무엇이...? 건달패거리에 당할 뻔한 것이...? 짐승의 말을 알아듣는 게...? 이상해 보이는 것이....?’

 “하...”

 

 그는 한숨을 내쉬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뒤로 돌아서 사라졌다.

 

 

 

 

 *

 치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터덜터덜 여관을 향해 걸었다.

 

 ‘이제 눈은 잘 보이는 것 같고...’

 

 치우는 해랑의 등을 토닥여주던 은오의 말과 표정을 상기해냈다.

 

 ‘위험한 놈 같아 보이지도 않고...’

 “...잘 오겠지.”

 

 치우는 여관으로 가던 발을 멈추고 저잣거리를 향해 걸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저잣거리엔 기와 밑마다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치우는 아무 술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분노밖에 할 줄 모른다고...?’

 

 치우는 잔 가득히 찬술을 부었다.

 

 ‘아냐, 그저 도발일 뿐이다. 이든에 대한 내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으니. 그럴리가 없잖아…….’

 

 그의 손으로 또 한 번 가득 채운 잔이 금세 비워졌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그렇게 기다려왔는데. 다 끝낼 수 있었는데...”

 

 술을 한 두잔 기울이자 떠들썩한 주변의 소리에, 내내 치우의 귓가에서 맴돌던 윤슬과 은오, 해랑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푸후...”

 

 치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해랑이... 내가 가지 않으면 기다릴 테지.”

 

 치우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건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저잣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백 년…. 그때와 많이 변하긴 했구나. 어찌 나만...”

 

 치우는 뒷말을 삼키곤 다시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어이쿠.”

 

 천민의 행색을 한 한 남자가 치우의 어깨에 부딪혔다. 몸집이 제법 큰 사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미안하오.”

 

 치우는 휘청이며 손을 내밀었다.

 

 “뭐야? 어디 천한 것한테...”

 

 주변인들이 둘을 보고 쑥덕거리자 넘어진 사내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치우에게 빌었다.

 

 “아이고, 나으리. 미천한것이...죽을 죄를…! 소..소..송구합니다.”

 

 “하...”

 

 치우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엎드린 사내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이런 일은 죄도, 죽을 일도 아니니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아닙니다, 아닙니다...!”

 

 주막을 향해 다시 걸음을 걷기 시작하는 치우의 뒤로 수많은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저, 저저! 양반 망신 다 시키네. 저러니 중인들이 같은 양인으로 분류된답시고 기어오르는 것 아냐?”

 

 “가만, 갓이 없는데 저놈 중인 아닌가? 중인 주제에 어디 도포를 입고 양반 행세를 해?”

 

 “양인, 천인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양반과 나머지 것들로 나누어야 맞지!”

 

 치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었다.

 

 ‘그래. 난 인간들 틈에서 살 수가 없다.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분노 말고는 뚜렷한 감정이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일지도...’

 

 치우의 뒤로 바람이 몰아치며 상들이 엎어져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

 한편 어느덧 해가 저문 동산엔, 펼쳐진 꽃밭 뒤로 심어진 큰 나무에 해랑과 은오가 기대앉아있었다.

 

 “저기...”

 

 “해랑...입니다.”

 

 눈 밑이 붉게 부은 해랑이 은오를 보며 말했다.

 

 “해랑...낭자? 음, 나와 벗 하지 않을래? 벗은 존대 하지 않는데...”

 

 은오는 말을 마치고 두 손으로 뜨거워진 얼굴을 감쌌다.

 

 “벗하면, 그냥 해랑아... 하고 불러도 될까?”

 

 해랑이 은오의 한쪽 손을 잡아 내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은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몇 살이야?”

 

 “…기억이 없어서 나이를 모르는데.”

 

 시무룩한 해랑의 얼굴을 본 은오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생각해보니 벗하는데 나이는 중요치 않지? 난..윤은오. 너도 그냥 은오라고 불러.”

 

 “은오. 그럴게.”

 

 해랑도 피식 웃었다.

 

 “이제 돌아가자. 내가 오라버니께 혼나지 않도록 말씀드려볼게. 아...! 이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 하면 더 혼나려나? 음...그래도 날이 어두우니 머무는 곳 앞까지만 함께 가자.”

 

 씩씩하게 일어섰다가 금방 근심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은오를 보고 해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오늘…. 종일.”

 

 “나도 고마워. 사실 나 벗이 없거든.”

 

 은오가 앉아 있는 해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어느새 여관 앞에 다다랐다.

 

 “여기가 이 마을을 지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인데”

 

 “맞아. 여기.”

 

 “다행이다. 저...”

 

 은오는 해랑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기를 망설였다.

 

 “그런데 넌 몸 어디가 아픈 거야? 이렇게 잘 걷는데...”

 

 “가끔. 아니, 요즘 들어서는 자주 정신을 잃어. 어디가 아픈지는 의원도 잘 모르고...”

 

 “뭐어?”

 

 놀란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는 해랑에게 은오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해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한 것 아냐?”

 

 은오는 여전히 말없이 싱글벙글 웃었다.

 

 “은오, 니가 들어가는 것을 봐야겠어. 가자!”

 

 해랑은 은오의 옷 소매를 잡아끌었다.

 

 “아니, 저... 그게...!”

 

 아직 집에 돌아가 어머니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은오는 자신의 소매를 잡아끄는 이 상황을 뿌리쳐야 했지만, 소매를 쥔 해랑의 손을 보고 마음이 어지러워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정신이 없었다.

 

 “해랑아.”

 

 그때 낮은 사내의 목소리가 울리고 은오와 해랑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바라본 곳엔 치우가 서 있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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