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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7.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해야지요
작성일 : 19-09-10 19:44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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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스라치게 놀란 여옥이 황급히 이안을 돌아보았으나, 가리개에 가린 그의 표정을 읽을 순 없었다.

 

  “나리, 앞장서시지요.”

 

  “호오, 솜씨를 보여주겠느냐?”

 

  “아직 배움이 일천하여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중년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네 목소리만 들어도 이미 즐겁구나.”

 

  이안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여옥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멍하니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이었다.

 

  ‘방주님이 이자에게 그렇게까지 업신여김을 받을 까닭은 없습니다.’

 

  이안이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더는 여옥이 괴로워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고, 좌상의 사람이라 일컫는 저 무례한 자와 그의 무리에 대해 조그마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디, 가볼까요?”

 

  사뿐히 걸음을 옮기는 이안의 등 뒤로 짙은 밤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을 무렵,

 

  “자, 잠깐! 잠깐만!!”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이안을 붙잡은 이는 다름 아닌 여옥이었다.

 

  “자, 잠깐 따로 저랑…… 아니 나랑 좀…….”

 

  “응?”

 

  “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그러고 어리둥절해 하는 중년인을 가만 놔둔 채, 이안의 팔을 잡고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예?”

 

  “지금 무슨 일을 벌이시려는지 정녕…….”

 

  사색이 된 여옥의 얼굴은 가히 푸른색에 가까웠다.

 

  “알고 있어요.”

 

  “알고 계시다고요?”

 

  “그럼요, 노래를 불러주면 되는 거잖아요.”

 

  “하, 나리…… 아니 마마…….”

 

  여옥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읊조리듯 말했다.

 

  “무슨 생각이신지는 감히 묻지 않겠사옵니다. 영민하신 분이니 따로 염두에 두신 바가 있으시겠지요. 허나, 이는…… 이것은 아닙니다.”

 

  “이것이라면…… 내가 저자를 따라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기녀변장을 한 것?”

 

  “전부! 전부 다 말입니다. 기녀복에 관한 건…… 제 불찰이 맞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마마. 벌은 달게 받을 터이니 우선은 그냥…… 그냥 옷을 다시 갈아입고 뒷문으로 나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뒷일은 제가…… 제가 알아서 할 터이니…….”

 

  여옥이 애원하듯 말하자,

 

  “어떻게요? 어떻게 감당하실 건데요? 딱 봐도 고약하게 생긴 저 양반이 방주님의 기방을 담당하는 서리라면서요? 정말로 감당하실 수 있는 건가요?”

 

  “그, 그건…….”

 

  “애초에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인걸요. 책임은 당사자가 져야 하는 법 아니겠어요?”

 

  “하, 하지만!”

 

  “그리고…….”

 

  이안이 여옥을 보며 씩 미소 지었다.

 

  “별 일 일어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고요. 아시잖아요, 이 나라에서 내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요.”

 

  꽃같이 핀 미소 뒤에 숨겨진 더없이 강인한 기질.

 

  “……그런가요.”

 

  존귀한 핏줄이라고는 하나, 기껏해야 소년에 불과하질 않나. 여옥은 어린 이안의 한 마디에 이토록 안심이 되는 까닭을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그럼 다시 움직여볼까요?”

 

  그러고 다시 이안이 움직이려 할 때였다.

 

  “다만…… 그전에 이것만은 꼭!”

 

  말과 동시에 여옥이 다급히 품속에서 꺼낸 것은 바로 분백분(:얼굴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분)과 연지(:홍화 잎으로 만든 색조품), 미안수(:술에 달걀을 발효시켜 만든 액체, 피부보습용) 등이 담긴 담장(:화장)도구였다.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해야지요.”

 

  “……에?”

 

  “실내에서 전모를 쓴 채 가락을 읊는 기생은 없습니다. 부득불 존안(尊顔)에 손을 대야 할 듯싶사오니, 부디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어…… 설마 지금 내게 화장을 해주겠다는, 뭐 그런……?”

 

  “아무래도 더 짙게 해야겠지요?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곤란할 터이니. 조금 갑갑함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곤 냅다 이안의 얼굴에 분을 찍어 바르는 것이었다. 사뭇 공격적으로까지 느껴질 기세였다.

 

  “아, 아니 이게…….”

 

  “지체했다간 저자가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끙.”

 

  여옥은 이어 이안의 두 볼에 연지를 찍은 다음, 눈썹을 새로 덧칠하기까지 했다.

 

  “어찌 아직 코밑 솜털조차 나시질 않았는지…… 피부도 무척 하얀데다 곱고…… 어머나! 이제 정말 여인이라 하셔도…….”

 

  “하…… 하하. 그, 그런가요?”

 

  “담장 중에 입은 벌리시면 안 됩니다.”

 

  “…….”

 

  잠시 뒤,

 

  “이 정도면 얼추…….”

 

  “끝난 건가요?”

 

  “……예.”

 

  색이 덧칠된 이안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단순히 ‘여인처럼 보인다’의 수준이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굳이 성별을 궁금해 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여옥은 자기도 모르게 두근대고 있던 심장을 조심스레 안정시켰다.

 

  “본래 마마의 얼굴을 아는 이라면 또 모르나, 모르는 이가 본다면 곧장 확신하진 못할 겁니다. 그래도 위험하긴 매한가지니 결코 고개를 들지 마십시오. 또한…….”

 

  “알았어요. 조심하라 이거죠?”

 

  씩 웃으며 말을 끊는 이안에게 여옥은 애써 웃음을 마주해보였다.

 

  “한 가지만…… 한 가지만 약속해주십시오.”

 

  “뭔가요?”

 

  “절대로…… 절대로 마마 본인만을 생각해주십시오. 이 기방이나 저 같은…… 천한 것들에 대해선 마음 쓰실 이유도, 필요도 없으십니다. 창(唱:노래)이 끝나자마자 제가 알아서 자리를 파할 테니 그 이후엔 그냥…….”

 

  “알아요, 그 말 그대로 할게요.”

 

  “그리고 절대 먼저 말을 걸지 마시고요.”

 

  “알겠어요.”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거나…….”

 

  “안 해요.”

 

  “저들이 감히 심기를 거스르는 언사나 행동을 보인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안한다니까요?”

 

  “또 무엇을 묻는다 하더라도 굳이 대답하지 마시고 옆에 있는 제게…….”

 

  “방주님…… 하나만 약속하라면서요?”

 

  피식 웃어 보이는 그를 보며 여옥은 작게 심호흡했다.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겠구나.

 

  “그럼…… 저이와 함께 가고 계시지요. 곧장 따라가겠습니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이상환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여옥은 멀찍이서 우두커니 서있던 상화를 향해 달려갔다.

 

  “상화는 어서 계화와 주선이를 불러오도록 하거라!”

 

  “……네, 네?

 

  “담장한 채 금(琴)과 부채도 챙겨서!”

 

  “아…… 아, 계화 언니랑 주선 언니한테…… 담장한 채 금, 부채…….”

 

  “서두르거라, 어서! 안채로 곧장 오라고 전하거라!”

 

  “네, 네!”

 

  여옥은 뒤돌아 뛰어가는 상화를 보며 생각했다.

 

  ‘별 일 없을 거라니…….’

 

  이미 별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큰일이. 자신이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은 이 큰일을 최대한 별 탈 없이 수습하는 것이다.

 

  ‘그래, 내 모든 수를 다 써서라도…….’

 

  이안을 뒤쫓는 여옥의 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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