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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6. 한 곡조 정도야 문제될 게 있겠어요?
작성일 : 19-09-09 21:48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3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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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니, 이를 어째! 미화들이 벌써 돌아와 있었구먼!”

 

  환히 웃는 술 취한 중년인과는 달리, 여옥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그녀의 시선에서 불길함을 감지한 이안은 대충 머리 위에 올려만 뒀던 전모를 깊숙이 눌러썼다. 머리테에 붙어있던 천 가리개가 그의 얼굴을 살며시 가렸다.

 

  “너…… 아니 너, 너희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냐? 금(琴)연습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게야?”

 

  “아, 그게…… 저, 절대 농땡이 부린 건 아니고요…….”

 

  “그럼 대체 왜들 여기 있는 게야!”

 

  이안은 여옥이 자신을 특별 취급하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두 눈을 옆의 소녀에게 고정한 채, 어떻게든 그녀와 자신을 한데 묶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 계화 언니가 새 현(絃:악기의 줄)을 좀 빨리 가져오라고…… 그리고 이 언니는…….”

 

  소녀가 이안을 힐끔거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난감하네…… 이를 어쩐다?’

 

  이안은 혼날까봐 전전긍긍해 하면서도 동시에 몹시도 궁금하다는 듯 자신을 곁눈질하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안절부절못해 하는 여옥, 그리고 흥미로워 죽겠다는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중년인의 시선을 모른 체 하기 어려웠다.

 

  ‘이름…… 이라도 지어내야 하나?’

 

  그러고 이안이 어떻게든 말을 꾸며내려 할 때였다.

 

  “되, 되었다. 너희들은 얼른 다시 금(琴)연습을 하러 가거라. 그리고 상화는 가서 계화와 주선이더러 이리로 좀 오라고 이르거라.”

 

  “어…… 같이…… 가요?”

 

  상화란 소녀가 조금은 어리둥절해하며 이안 쪽을 고갯짓하자, 여옥이 냉큼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른 가거라, 얼른.”

 

  그때였다.

 

  “왜, 지금으로도 충분한 것 같구먼. 굳이 연습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부르려 하나.”

 

  중년인이 실실 웃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한 아이는 상화라고 했던가? 그럼 이 달밤에 느닷없이 전모를 뒤집어쓰고 있는 저 아이는……?”

 

  “아, 안 됩니다! 이 아이들은 너무 어립니다. 이들은 미화 중에서도 특히나 더 어린…….”

 

  황급히 만류하는 여옥을 보며 중년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게야? 충년(沖年:열 살 안팎의 나이)만 넘어도 곧바로 머리를 올리게 하는 기방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저 아이들은 뭐…… 그보단 조금 더 먹지 않았나? 응?”

 

  “하, 하지만…… 어쨌든 안 됩니다! 아무렴 이 어린 아이들을 옆에 앉히려 하시다니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애당초 미화를 내오란 요구자체가 기방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여옥이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비장한 기세로 맞대응 했으나, 이는 되레 중년인의 심기만 더 건드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뭐? 터무니없는!? 이봐,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

 

  “……그런 게 아니라, 이 서리께선 부디 고정하시고…….”

 

  “그래, 고작해야 서리주제라 이 말이지 어? 별 것도 아닌 하급관리 따위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말이야. 하지만 자네가 기억해야할 게 있지 않나? 그 별 것 아닌 하급관리가 말이지, 이 곳 기녀들을 궁궐로 들일 수도, 심지어는 면천(免賤: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남)시켜줄 수도 있다는 걸.”

 

  중년인의 말을 들은 이안의 눈썹이 일순간 꿈틀했다.

 

  ‘면천이라…….’

 

  간교한 서리들이 공문을 위조해 관비를 빼돌린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으나, 실체를 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생과 같은 관비들에게 ‘면천’을 쥔 저들의 힘은 가히 상상이상이리라.

 

  ‘저자들이…… 이곳에서 임금 행세를 하고 있었구나.’

 

  이안이 눈이 그리도 무심히 가라앉았다.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나리,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여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꾸하자 그제야 만족한 듯 중년인의 언성이 다소 낮아졌다.

 

  “물론 자네의 태도가 원칙이긴 하지. 고작해야 일반 ‘향리’들 따위에게 미화들을 내줄 순 없는 법 아닌가?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잊지는 않았겠지? 내가 누구의 사람이라는 것을?”

 

  “물론, 명심하고 있습니다. 바로…… 좌상대감 아닙니까.”

 

  이안은 여옥이 굳이 힘주어 말한 까닭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현 조정의 세력분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악과의 끈을 생각해 볼 때 자신과 좌상의 관계정도는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호시탐탐 세자자리를 노리는 늙은 호랑이와…… 이에 겁먹고 낑낑대는 새끼 여우정도?

 

  재미있네.

 

  이안의 입꼬리가 잠시간 씰룩거렸다.

 

  ‘어쨌거나 조심…… 하라는 것이겠지.’

 

  여옥의 대답을 들은 중년인은 마침내 그녀가 눈앞의 저 미화를 데리고 가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이제 그럼…….”

 

  “하오나! 저 두 아이는 아니 되옵니다. 한 아이는 이제 갓 충년(沖年)을 넘어섰을 뿐이고, 다른 한 아이는…….”

 

  이안은 가만 여옥의 말에 집중했다. 이것은 그녀가 보내는 신호다. 이제 곧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정리해줄 것이고, 이를 그대로만 따른다면…… 어쩌면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궁으로 들어갈 아이입니다. 상악 어른께서 직접 부탁하셨기에 곡조를 조금 가르쳤을 뿐, 저희 기방소속 또한 아닙니다. 당장 기적(妓籍)을 확인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하! 상악을 팔면 되는구나!’

 

  여옥의 말에 중년인은 꽤나 놀란 기색이었다.

 

  “뭐, 뭣? 상악이라면…… 내시? 내시가 아닌가! 아니, 내시가 무슨 기녀를……?”

 

  “정확히는…… 저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아니, 나 참…… 그리고 상악이라면 분명 종3품의…… 어찌 자네가 그 분을?”

 

  그러고 묻는가 싶더니,

 

  “……참, 이곳 수기가 선상기 출신이었지…… 그렇군.”

 

  하며 홀로 중얼거렸다.

 

  “예. 궁에 출입하던 시절 그분과 작은 연(緣)을 맺은 적이 있습니다.”

 

  이안은 나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뒷배엔 뒷배라…… 역시나 방주께선 고명하시군.’

 

  더 큰 권력이라곤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야말로 왕 노릇 하던 여우 곰 만난 꼴이라.

 

  어느덧 잠잠해진 그의 모습에 대충 일단락되는 듯싶었으나,

 

  “허면, 술 대신 노래 한 곡조 청하는 것 정도야 별 문제 없겠지?”

 

  별안간 오기가 서린 두 눈을 부릅뜨며 씩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중년인은 끝내 자존심을 억누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니, 죄송합니다만…… 애초에 저희가 저 아이의 주인이 아니옵고, 또한 사사로이 저 아이를 객(客)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상악께 전해지기라도 한다면…….”

 

  “그러니까…… 그걸 누가 알겠느냔 말이야, 여기 있는 이들이 입만 다문다면.”

 

  그의 번뜩이는 눈 속엔 은근한 협박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하, 하오나…….”

 

  “수비(首卑:우두머리 노비)께선 자신이 있는가 보오? 높으신 내시 나리의 명을 받드는 중이라 한낱 서리의 말 따윈 우습다는 겐가?”

 

  중년인의 말에 여옥의 몸이 일순간 움찔했다.

 

  수비(首卑). 우두머리 노비란 단어는 이상환이 그녀를 처음 본 날, 기적(妓籍)을 확인하며 내뱉은 단어였다. 서로의 서열을 확인시켜주는 말이자, 여옥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표현. 그야말로 지독한 악의(惡意).

 

  “선상기 출신이라는 옛 허명(虛名)이 아직까지 그대를 궁에다 잡아두고 있나 보구려. 내 보기에 여긴 그냥…… 오래되고 허름한 기방에 불과한 것 같은데 말이야.”

 

  비웃음 띈 입꼬리가 마치 뱀 마냥 살랑거렸다.

 

  “…….”

 

  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나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서글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

 

  우습군, 우습구나.

 

  여옥이 입을 앙다문 바로 그때였다.

 

  “한 곡조 정도야 문제될 게 있겠어요, 방주님?”

 

  마치 달 뜬 호숫가에 꾀꼬리 한 마리 내려서듯, 그렇게 이안이 천천히 그들 앞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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