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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3. 제발, 제발 그곳에 계시지 마십시오 마마
작성일 : 19-09-04 22:21     조회 : 36     추천 : 0     분량 : 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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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늘은 또 어쩐 일이신지?”

 

  여옥은 벌겋게 술이 오른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사내, 이상환은 재미있다는 듯 특유의 짝눈을 희번덕거리며 웃었다.

 

  “어쩐 일은 어쩐 일인가, 우리 예쁜이들이 잘 있나 확인 차 들렀지.”

 

  그의 게슴츠레 뜬 눈에서 느껴지는 음욕(淫慾)과 벌어진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가 어찌나 역겨웠던지, 여옥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이미 요 몇 달간 수십 차례나 다녀가셨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렇게 찾아오지 않으셔도 기적(妓籍:기생의 신분을 등록해놓는 대장)에 관해선 하나 빠뜨림 없이…….”

 

  “누가 기생 년들 빼돌려서 찾아왔다고 했나? 그냥 술 마시러 온 거야, 술 마시러.”

 

  그러고 거침없이 웃다가도,

 

  “……진짜 빼돌린 건 아니겠지?”

 

  하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전신을 훑는 것이었다.

 

  여옥은 이 뱀 같은 사내의 눈이 소름끼쳐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당치 않습니다.”

 

  “그럼 술이나 한 잔 마셔볼까? 다들 움직이자고.”

 

  이상환이 함께 있던 일행들에게 소리치며 대뜸 대청 위로 오르려하자. 기겁한 여욕이 그를 만류했다.

 

  “허, 허나 지금은 먼저 오신 객들이…….”

 

  여옥의 말에 다시금 그의 짝눈이 빛났다.

 

  “그래, 한 잔하러 오신 분들께 기방 관리인이 인사라도 좀 드려야지. 안 그런가?”

 

  “…….”

 

  엄밀히 말해 이상환은 이 기방의 관리인은커녕, 하등 상관도 없는 인물이다. 다만 이 주변 관비(官婢:관가에서 부리는 여자 종)로 등록되어 있는 기생들의 기적과 활동 전반을 담당하는 서리다 보니, 모두들 그를 기생 관리인이라 불렀던 것이다.

 

  “뭐, 혹시 높으신 나리라도 계신가? 그러면 나도 조금 곤란하긴 한데…….”

 

  여옥은 능글맞게 웃으며 자신을 떠보는 이에게 얼음같이 차가운 눈으로 응수했다.

 

  객(客)의 신상은 기밀과도 같은 법. 기녀에게 손님의 정보를 캐묻는 것은 그녀를 모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여옥은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객실을 열어보는 짓은 그만 두는 게 나을 듯싶습니다. 벌써 어느 정도 소문이 난 터라 양반들의 발길이 뚝뚝 끊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방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이 서리께도 꽤나 타격이 갈 텐데요.”

 

  일대의 기방들이 수입의 일부분을 관청의 내부담당관에게 공여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었다.

 

  “또한 기생청(妓生廳)에서 파견 나온 관리들 역시 이를 알고…….”

 

  “그만, 그만!”

 

  순간 이상환이 고함을 치며 여옥의 말을 잘랐다.

 

  “아니, 이게 나 좋자고 하는 일인가? 내가 정녕 기방 찾는 양반들의 면면이 궁금해서 이러는 것 같으냔 말이야.”

 

  “…….”

 

  “이봐, 나는 홍의태 별감의 사람이야. 자네도 알지 않나, 좌상대감의 육촌동생! 그분께서 궁금하다는데 내 뭘 어쩌겠나? 아니, 아니지. 별감나리가 아니라 혹…… 좌상대감의 궁금증일지도 모르지.”

 

  그의 교활한 언사에 여옥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런…….”

 

  “그러니 불만 있으면 당장 궁으로 달려가 보던가!”

 

  마지막 말은 비단 여옥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는지,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하오나…….”

 

  “어느 귀하신 분들께서 놀러 오셨을까나? 퍼뜩 인사만 올리고 나올 테니 그리 알고 술상이나 봐주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여옥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기녀들 말인데…….”

 

  답지 않게 뜸을 들인다 싶더니, 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진정 여옥의 귀를 의심케 만드는 것이었다.

 

  “아직…… 머리를 얹히지 않은 아이들 있지 않는가? 좀…… 데려와줄 수 있겠나?”

 

  “가, 갑자기 이 무슨!

 

  여옥으로선 치밀어오는 역겨움과 황당함에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 기적에도 오르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올리기 전에 담당자인 내가 한 번 봐두려는 것이지. 얼굴도 익혀둘 겸? 응?”

 

  그러고 실실거리는 이상환을 따라 그의 일행들도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하, 하지만 그 아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어허, 술 따르고 노래 부르는데 무슨 교육이 필요하다고. 우리가 시를 읊으라 하겠나, 금을 연주하라 시키겠나.”

 

  그러고 사내 다섯이 동시에 낄낄거리는 꼴이라니. 여옥으로선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다 또…….”

 

  “어허! 매창불매음(賣唱不賣淫:노래는 팔되, 몸을 팔진 않는다. 매춘을 경계한 조선의 법도)이라고, 나라의 녹을 먹는 내가 설마 그네들에게 허튼 짓이라도 하겠나?”

 

  딱 허튼 맘을 품은 인간의 전형적인 말과 표정을 한 채 저러고 지껄여대는 이상환을 보자, 여옥은 전에 없던 두통을 느꼈다.

 

  “어차피 이미 기생들 대부분이 다 객을 맞이하고 있는 듯싶은데…… 아무리 미화(未花)라지만 어차피 곧 기적에 이름을 올려야 할 터. 굳이 그리 꽁꽁 싸매고 있을 까닭이 있는가? 나 같이 검증된 관리에게 첫 시중을 맡기는 게 오히려 걱정을 줄이는 일이지!”

 

  그러고 으스대며 일행을 돌아보는 걸 보니 기어이 날을 잡고 온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나…….’

 

  기어이 버틴다면 어찌어찌 퇴짜를 놓을 수도 있겠으나, 저자의 성격상 돌아올 여파를 감당키 어려울 듯싶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안채에 들어가 계시면…….”

 

  “그래, 잘 생각한 거야! 아니, 그럴게 아니라 같이 가도록 하지. 어차피 기방관리 차원에서라도 한 번 돌긴 해야 하니까. 자네들은 들어가 있게. 어디, 중문 쪽 행랑채였던가?”

 

  여옥은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그가 자신을 따라오는 편이 객실을 돌며 손님의 면면을 확인하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

 

  “예…… 한참 금(琴) 연습을 하고 있을 테니 조금 기다리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 정도야 뭐…….”

 

  이어 이상환이 자신의 일행을 방 안에다 들여보내는 걸 확인한 뒤, 여옥이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귀신이라도 씐 듯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아, 아뿔싸! 이, 이 미련한 년이……!’

 

  조금 전 세자더러 피신해 있으라고 일러주었던 장소가 다름 아닌 미화들의 거처였다는 게 그즈음 퍼뜩 떠오른 것이었다.

 

  ‘이, 이러다 세자마마가…….’

 

  그러나 이미 때늦은 다음이었다. 어느새 일행을 모두 들여보내고 난 이상환이 씩 웃으며 여옥의 옆으로 성큼 다가왔던 것이다.

 

  “그럼 데리러 가볼까?”

 

  여옥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만치 엉기적거리며, 마음 속 깊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제발, 제발 그곳에 계시지 마십시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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