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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종구
작가 : 최운
작품등록일 : 2020.9.2

부모 원수를 갚으려다 살인 전과자가 되어버린 3대 독자 청년 (주인공)종구, 자신으로 말미암아 풍비박산 난 집으로 와 보곤 절망한다. 가족이란 백치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중학교를 중퇴한 여동생 뿐, 주먹을 쓰지 않으리라 맹세한 그였지만 가족을 위해 대부업자 부호 노인의 보디가드가 되는데 노인의 외동딸로부터 심한 구박과 갑질을 당하며 결국 결혼으로 종결되는 이야기를 대화 위주로 엮어 보았다.

 
32. 공부 보다는 사업을....(최종회)
작성일 : 20-09-28 18:44     조회 : 388     추천 : 2     분량 : 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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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아빠한테 너무 하는 거 아이가? 같은 말이라도 아 달코 어 다른데 형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어."

  "가시가 안 돋게 됐니? 아버지가 내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유학 가서 명문대 MBA 땄겠다, 취직했겠다, 뭣이 엉망인데? 난 대학 졸업도 간신히 했다고."

  "관두자. 너하고 다퉈봤자 거지 가랭이 찟기밖에 더 돼?"

  "집안 꼬라지 볼만하구나. 큰애 니는 서울 가거든 다시는 집에 오지 마라."

 

 *****

 

  창구에 앉았던 전 노인이 복도에 기태가 나타나자 판자로 창구를 막아버리고 내실로 들어가버린다.

  기태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전 형! 창구를 왜 막습니까? 사람 괄시를 해도 이러는 건 아닙니다요. 나와서 예기 좀 하자구요. 전 형. 전 형! 쾅 쾅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옆 사무실에서 남자 하나가 나와 소리친다.

 

  "거기 좀 조용히 합시다. 나이 꽤나 드신 분이 예의도 모르시나?"

  "뭐 예의가 어쩌고 저째?"

  "여긴 장바닥이 아니라 사무실이란 말입니다."

  "아이고야! 박기태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그때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울린다.

 

  "누구시오?"

  "아 - 당감동 정 아줌마 아드님이시구만."

  "만납시다. 이쪽으로 오시오."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기태에게 승일이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온다.

 

  "먼저 오싯네 예."

  "앉게."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더. 곽승일입니더."

  "반갑네. 헌데 무슨 일인가?"

  지갑에서 명함 뽑아들며,

  "이 걸 두고 가신 건 연락 바란다는 뜻이 아니었습니꺼?"

  "맞네. 내가 원하는 걸 가져 온 건가?"

  "물론입니더."

  "말해 보게."

  상체 뒤로 물리며,

  "알만 하신 분이 이라모 안 되지 예."

  "얼마를 원하나?"

  상체 당기며,

  "마이도 말고 한 장만 주이소."

  "백만원 말인가?"

  다시 상체 뒤로 물리며,

  "그 무슨 잠꼬대거튼 말씀인교? 그런 코 풀어 내삘 돈 갖자고 울옴마한테 애걸복걸하고 협박까지 한 줄 아시능교?"

  "그럼 천만원이란 말인데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요즘 내 형편이 전같지 않다네."

  "그 정보가 박기태 씨한테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미 통빨이 나와 있거던 예. 그란깨 예스까 노까로 결정하자고 예."

  "알았네. 돈 찾아 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게."

  "잠깐만. 거래할 기이 하나 더 있그만 예."

  일어서다 말고 주저 앉으며,

  "이 박기태를 가지고 놀다니, 자넨 아주 고단수그만."

  "저도 박기태 씨가 어떤 분인지 알만큼 알아봤습니더. 그 정보를 가지고 뭘 할지도 대강은 알고 예."

  "이번 것은 얼마짜린가?"

  "에누리 없이 반 장."

  "날 아주 벗겨 먹을 셈이군."

  "일생에 한 번 잡을까 말까한 기횐데 그 정도는 되야 안 되겠능교?"

 

 ***

  기태가 돌아오자 승일이 남몰래 안도의 한숨 내쉰다.

 

  기태가 종이빽 채로 밀어주며,

 

  "세 보게."

  오만원짜리 돈다발만 세어 보고는,

  "고아원 이름은 엔젤, 초량동인가 수정동인가에 있었답니더. 얼라를 고아원에 맡긴 사람은 나포리란 빠의 마담입니더."

  "고맙네. 충고 하나 하지. 그 돈 허투로 날려버리지 말게."

 

 *****

 

  원남동의 4층 건물 옥상에 사무실을 차린 종구가 혼자 책상에 붙어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펼쳐놓은 책도, 책꽃이의 책들도 모두 부동산 관련 서적들이다.

  부산서 서울로 병 치료차 오르내릴 때 영추가 가현의 명의로 사 둔 건물로 낡았지만 광장시장이 가까워 요지에 속한다.

  오가현 명의 점포가 광장시장에 셋, 방산시장에 하나가 있어 관리하기에도 용이한 위치다.

 

  공부에 열중하고 있던 오후, 명륜동의 집에서 걸려 온 전화에 책을 덮은 종구가 급하게 사무실을 나간다.

  주차장에 차를 넣고 마당을 오르자 영순이 마루에서 축담으로 내려서며 보고한다.

 

  "사장님이 이상해요. 점심때가 되도 방에 기척이 없어 들어가 보았더니 기운을 못 차리고 주무시기만 해요. 안색도 나쁘고요."

 

 ****

  폴대에 주렁주렁 주사액을 매단 채 잠들어 있는 영추를 종구가 근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가현이 헐레벌떡 병실로 들어오며 눈물을 쏟는다.

 

  "진정제 맞고 잠들었습니다."

  "아빠가 왜 이래요? 아침에 갈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까 안심하십시요. 수술 부작용이랍니다."

 

  이튿날 아침나절, 가현이가 식사하러 간 사이에 영추가 눈을 뜬다. 보호자 침상에 누워서 영추를 지켜보던 종구가 후다닥 뛰어온다.

 

  "정신이 들었습니꺼?"

  "정신이야 말짱하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어. 눈까풀 들고 있기가 힘들만큼. 내가 얼마나 잤지?"

  "하루도 더 됐습니더. 뭘 좀 자셔야 기운이 생길 깁니더."

  "배고픔을 모르겠군. 입맛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의사가 뭐라든가? 생각할 게 많으니까 들은대로 말해 봐."

  "이식수술의 부작용이랍니더.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데 재발위험이 있다고 해서 걱정입니더."

  "살 날이 많지 않겠군."

  "주치의 시키는 대로 잘 따르면 피할 수 있는 위험이라 했습니더."

 

  영추, 눈 감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사람이 후회가 없으려면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해. 이제 내 생은 마지막 단계에 이른 모양이고, 해야 할 일이 딱 하나 남았어. 가현이를 네가 책임져."

  "무슨 말씀이신지..."

  "나 죽고 나면 저 애는 천애고아야. 저 불쌍한 것을 지켜 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가현 씨는 이제 성인입니더."

  "그래봤자 철부지에다 천방지축이지. 세상물정이라곤 몰라. 돈 많은 걸 알면 승냥이들이 저 애를 가만 두겠어? 제2, 제3의 박기태가 나타나 뜯어 먹으려 들게 뻔하지."

  "그런 일 안 생기도록 제가 가현이를 지켜주겠습니더."

  "무슨 자격으로?"

  "예?"

 

  영추가 눈을 감아버리자 고개 갸우뚱거리며 영추의 말을 되씹어 본다.

 

 *****

 

  쪽지를 손에 든 기태가 걸음을 멈추고 아파트 호수를 확인한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군>

  엘리베이터 타고 9층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누구세요?"

  "나혜란 씨 댁입니까?"

  "그런데요."

  "사람을 찾는데 나혜란 씨의 도움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기다려 보이소. 옴마한테 여쭈어 볼께 예.

  잠시후 나이든 여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날 찾는 분이 누구요?"

  "오영추라는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글시요. 들은 듯한 이름인데 딱히 기억나지는 않 그만."

  "그럼 이십사오 년전 엔젤고아원에다 갓난 애를 갖다 맡기신 분인 건 맞습니까?"

  "그 일을 아는 사람이면... 가만있자."

 

  문이 열리고 늙수그레한 여인이 문턱에 나선다.

 

  "댁은 뉘시요? 그 얼라 애비는 댁처럼 큰 키가 아인데."

  "오영추의 의제되는 사람입니다. 행방불명된 형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것 참 별일이네! 그때는 내 자식 아니라 카고 얼라 에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묻지도 않더만."

  "형님이 그 일을 얼마나 후회했다고요. 제 의형은 그 애를 데려다 키우면서 지금까지 홀몸으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형수님이라 캤오?"

  "그 애 엄마면 형수 아니겠습니까?"

  "술집에서 하룻밤 끼고 잔 노류장화를 아내로 생각할 사람은 아닌데 이상한 일이네. 폐병 걸려 각혈을 했다는 소리에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냉정한 사람이었는데."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건네며,

 

  "얼마 안 되지만 사람 찾는데 도움을 주시는 사롑니다."

  "뭘 이런 걸.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아직 모르는데."

  "그때는 제가 형님을 만나기 전이라서 형수님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형님도 그 이야기 하기를 꺼려하시고요. 미안하지만 애가 어떻게 해서 태어났는지, 아시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요."

  "연자야! 여기 차 좀 끓여 오고, 과일 좀 깎아 와."

 

  딸을 향해 소리쳐 놓고 기억을 더듬 듯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 애 이름도 얼른 생각이 안 나네. 내가 하던 나포리 빠에서는 메리라 불렀답니다. 안동말씨를 썼은깨 고향은 그쪽 오딜 기고, 나이는 지금 쉰살 안팎일 기요.

  댁의 의형이라는 오 씨는 그 애의 단골 손님이라 드문드문 술 마시로 왔다가 그 애 숙소로 가서 자곤 했답니다. 그러던 양반이 뚝 발길을 끊더니 메리가 출산이 가까워도 나타나질 않았다오.

  엎친 데 덮친격으로 메리는 폐병을 숨기고 있다가 만삭일 때는 각혈을 할 지경이었답니다. 어느날 이른 아침에 아기울음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가 있었다 아입니까. 쪽지가 놓여 있었는데 죄송하다는 말과 언니가 키우든지 고아원에 맡기든지 해달라는 내용이었다오.

  메리는 그 길로 종적을 감추고 소식이 없었답니다."

  "충격적인 얘기군요. 가현이 출생에 그런 비극적인 일화가 있었을 줄이야..."

  "가현이라고 했오?"

  "그 아이 이름입니다. 그래서요."

  "그런 일이 있고 일 년쯤 지나서였나 그 양반이 나타나서 메리를 찾기에 자초지종을 얘기해 좃지요. 처음에는 진지하게 듣는 듯 하더만 노류장화 뱃속에서 나온 아가 누구 자식인지 어떻게 아느냐 카고 훌쩍 가버리더만. 내는 그 양반이 고아원에서 그 아 찾아간 것도 몰랐답니다."

  "그럼 메리라는 여자는 찾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군요?"

  "꼭 찾을라 카모 폐병환자가 가모 오델 갔겄는지, 거기서부터 더듬어 보모 혹시 모르지요. 안동말씨에 쉰살 안팎의 나이라는 것도 도움이 될기고요."

  "혹시 기억나는 것이 있으면 전화해 주시죠. 사례는 하겠습니다."

 

 ****

  기태가 들어오는 소리에 정숙이 머리 손질을 하면서 방에서 나온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차 한 잔 가지고 거실로 오지. 난 옷부터 갈아 입고 나올 테니."

  "해가 서쪽에서 떴나? 안 하던 대화를 하자 카거로."

 

  한참 지나 기태와 정숙이 차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서울 애들한테 다녀올까 하는데."

  "별 일이네! 큰 아 하고는 의절할 것 같더니만."

  "부모자식 간에 의절이 어딨어? 자식들이 하나 둘 집 떠나버리고 우리 둘만 덩그라니 남아있으니 사는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야."

  "자식들이 커서 집 떠나는 기사 예정된 일 아이요."

  "이 번에 서울 가면 좀 걸릴 거야. 지방엘 거쳐 와야 할 지도 모르고."

  "좋을 대로 하시구랴. 집 걱정은 안 해도 된깨."

  "가현이 말인데, 며느리 안 삼기 잘 했더라고."

  "그 무슨 뚱단지거튼 소리요? 언제는 며느리 삼겠다고 목을 매달더만."

  "가현이 에미가 어떤 여잔지 알아? 아 - 글쎄 술집작부였더라고."

  "아직도 그 미련을 못 버린 기요?"

  "미련은 무슨..."

  "그런데 뭐할라꼬 뒷조사는 했단 말이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야."

  "오데서 헛소문 듣고와서 헐뜯는 것 아인지 모리것네."

  "그 여자가 작부로 있던 술집주인한테서 들은 이야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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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별 20-09-28 22:40
 
아직 내용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회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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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 20-09-28 23:2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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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10-02 11:13
 
가현 모친의 비밀이 드러나는 군요.
부동산 서적 공부하는 종구, 영추의 "무슨 자격으로?"에 대한 답을 찾아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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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 20-10-03 18:5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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