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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종구
작가 : 최운
작품등록일 : 2020.9.2

부모 원수를 갚으려다 살인 전과자가 되어버린 3대 독자 청년 (주인공)종구, 자신으로 말미암아 풍비박산 난 집으로 와 보곤 절망한다. 가족이란 백치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중학교를 중퇴한 여동생 뿐, 주먹을 쓰지 않으리라 맹세한 그였지만 가족을 위해 대부업자 부호 노인의 보디가드가 되는데 노인의 외동딸로부터 심한 구박과 갑질을 당하며 결국 결혼으로 종결되는 이야기를 대화 위주로 엮어 보았다.

 
28. 친구와 처남매부 사이
작성일 : 20-09-25 15:05     조회 : 320     추천 : 2     분량 : 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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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으로 가는 중에 입을 꾹 닫고 있는 종구가 마음에 걸리는 듯 영추가 묻고 만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벙어리가 됐어?"

  "저는 아무래도 서울 못 갈 것 같심더."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이유가 뭐야?"

  "저는 가족이 딸려 있고, 하나뿐인 친구도 시청공무원이 돼 있는터라 그리 멀리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더."

  "고작 그런 이유였어? 내가 네 가족을 생각치 않고 서울로 같이 가자고 했을 것 같았나?"

  "더는 제 가족까지 사장님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생각 끝에 드리는 말씀입니더."

  "네 가족을 왜 내 짐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친구는 아무리 친해도 일생을 함께할 수는 없는 거야."

  "저한테도, 제 가족한테도 그 친구는 아주 특별한 존잼니더."

  "그렇다고 같은 곳에서 살라는 법은 없어. 가족도 멀리 떨어져 사는데 하물며 친구와 헤여질 수 없다니, 그게 말이나 돼? 부산에 남고자 하는 다른 이유라도 있어?"

  "친구 문제 말고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심더."

  "뭔지 모르지만 집에 가서 그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고."

 

  집으로 돌아온 영추를 가현이 현관 밖에서 팔장을 낀다.

 

  "네가 이 시간에 웬 일로 집에 있니?"

  "서울로 이사간다고 생각하니 학교 다니기도 싫어졌어."

  "그렇다고 강의를 빼먹어?"

  "강의 빼먹은 건 아니야. 동아리 모임에 안 갔을 뿐이지. 아빠는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이 집을 매물로 내놓고 왔어."

  "어머나! 이사 이사하다가 집을 판다고 하니 실감이 나는 걸."

  "그런데 허 군은 서울 안 간단다. 허 군 들어오거든 네가 물어 봐."

 

  그 때 마침 종구가 들어 온다.

 

  "이리 와서 나랑 얘기 좀 해요."

 

  시무룩한 얼굴로 소파에 앉은 종구에게,

 

  "서울에 안 가려는 이유가 뭐예요? 혹시 나 때문이예요?"

  "왜 가현 씨 때문일 거라 생각하시죠?"

  "내가 그 쪽에게 갑질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거야 뭐 따끔하고 마는 정도였는데..."

  "뭐라고요? 듣고 보니 기분 나쁘네. 내 말을 벌한테 쏘인 정도로 여겼다는 말이잖아요?"

  "그럼 내가 큰 상처라도 입기를 바랐습니까?"

  "그만 해라. 대화 해보라고 했더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있으니."

  "솔직히 말해봐요. 올림픽클럽의 지배인이라는 사람과 친하던데 부산에 남아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꼬신 거 아니예요?"

  "글쎄요. 그런 꼬심 받은 적은 있죠."

  "쳇! 부산에서 조폭 노릇이나 하겠다는 거네 뭐."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남의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제 멋대로 지껄이고 있어. 너는 네 방으로 가든지, 가만히 듣고나 있어. 허 군! 내가 서울에 어떤 집을 사 놓았다고 했지?"

  "지붕이 넷인 한옥을 사 두셨다고 하셨잖습니꺼."

  "기억하고 있군. 그 중 뒷채는 본시부터 한 가족이 따로 살게끔 설계된 공간이야.

  방 둘에 부엌과 장독대와 외부로의 출입문까지 따로 있거든. 그 집을 보고 마음들어 한 것은 바로 그 뒷채 때문이었어. 왠 줄 아나? 네 가족이 살기에 안성맞춤이라서야. 헌데 네가 서울엔 안 가겠다고 하면 뭐가 돼?"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장님이 안전지대인 서울로 이사하시면 제 쓰임새도 다한 것이라 생각합니더."

  "서울이 안전지대라니, 누가 그래?"

  "설마 누가 서울까지 따라가 해치려 들겠습니꺼?"

  "넌 아직도 기태를 잘 몰라. 이번 일로 뉘우치기는 커녕 원한이 사무쳤다고 봐야 하는데 그까짓 거리 좀 떨어진다고 안전? 게다가 커다란 한옥에 노인과 여자 둘만 살고 있다면 얼마나 허술 하겠어?"

 

  종구가 고개 떨구고 생각에 잠겨 있자.

 

  "그동안 내가 못되게 군 것 사과할게요. 우리랑 같이 서울 가요."

  "가현 씨 때문이 아니라니까요."

  "자주 다쳐서 가족이 반대하는 모양인데 서울 가서 외로운 집안끼리 화목하게 지내보자고요."

  "난 정기검진 받으러 서울을 또 다녀와야 하는데 갔다 와서 네 동생과 네 친구를 만나 보도록 하마. 어쨌든 이 시기에 네가 내 곁을 떠나는 것만은 용납이 안 돼.

  손잡고 살여울 건너다가 강 한가운데서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어."

 

  가현이, 침대에 걸터 앉아 회상에 잠긴다. 종구를 처음 보던 날 술 취해 거실바닥에 큰대자로 누웠던 모습, 정원으로 불러내 한바탕 해대고 밖으로 쫓아버렸던 일,

 

  위험에 처해 있을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구해주던 일들, 그리고 납치 당했다가 구출되어 업혀 나오던 광경 등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자 두 손으로 머리채를 잡아 헝클고 뒤로 넘어진다.

 

  "몰라, 몰라. 떠날 테면 떠나라지 뭐."

 

 ***

  영추를 부산역으로 바래다 주고 문현동으로 간 종구가 혼자 마당을 걸어다니고 있는 어머니를 담 너머로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이제 제 한이 절반은 줄었심더, 어머이!>

  대문 흔드는 소리에 민숙이 달려 와 문을 열어 준다. 그 때 어머니가 "아들"하고 희죽 웃어보인다.

 

  "옴마! 방금 뭐라 캣노?"

  "빵 도라."

 

  어머니의 동문서답에 남매가 서로를 바라본다.

 

  "실망할 것 없어. 어머니가 정신이 돌아오는 징조니까.

  "오빠 말이 맞으모 얼마나 좋아."

  "지성이면 감천이라 캤는데 느그 남매의 효성이모 어머이 정신을 돌려 주것지."

 

  어머니는 빵 봉지를 받아 방으로 가고 종구, 민숙, 재만은 마루바닥에 모여 앉는다.

 

  "느그 사장이 이사 간다는 것 말인데 네 마음은 정했나?"

  "내 마음이사 부산에 눌러 살고 싶제. 우선 니하고 헤여지기 싫고, 부산도 이제 정 붙이고 살만하니까."

  "내 마음도 널 붙잡아 앉히고 싶은데 그러자니 묵고 살 걱정이 앞선다. 주먹 가지고 살자 카모 모를까 정상적인 직장은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근데 영감제이가 안 놔 줄라 쿤다. 어제 부산에 남겠다는 말 끄집아 냈다가 본전도 몬 건졌다 아이가. 영감제이가 날 붙잡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 가시나가 지랄하는 건 도통 이해가 안 돼."

  "그 집 보디가드 하는 건 영 마음이 안 놓여. 그러다가 오빠한테 큰 일 생기모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야."

  "큰 위험은 지나 갔은께 너무 걱정마라. 근데 재만이 니는 느그 어른들한테서 결혼하란 소리 안 듣나?"

  "촌노인들이야 다 그렇지 뭐. 시골에 처녀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선보로 오라 카지는 않는다. "

  "시청에 예쁜 처녀들 많다아입니꺼? 연애 좀 해보지 예?"

  "연애가 그리 쉽나? 다른 거 다 내비두고 요기이 있어야 붙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그려 보인다

  "차 가지고 왔는데 다같이 어머이 모시고 드라이브 가자. 바닷가에 가서 해물요리도 묵고."

  "드라이브 조오치! 이런 때 아이모 언제 캐딜락을 타 볼끼고."

  "집은 우짜고?"

  "우리집에 도둑질 할 만한 기 있나 오디?"

 

 

  드라이브 하고 해걸음에 문현동으로 돌아 온 종구가 가족과 재만을 골목 앞에 내려 주고 대신동으로 향한다. 집으로 오자마자 어머니는 잠이 들고 민숙과 재만은 마루 끝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보기엔 느그 오빠가 그 집 벗어나기는 애저녁에 틀린 것 같다."

  "서울 가기는 정말 싫은데. 재만이 오빠가 좀 적극적으로 말려보이소."

  "서울이 와 그리 싫노?"

  "그야 어머이가 사고난 곳도, 오빠가 사고친 곳도 서울 아입니꺼?"

  "싫은 이유가 그뿐이가?"

  "또 있어 예."

  "뭔데?"

  "몰라 예."

  "니 마음인데 와 니가 몰라?"

  "아이 참 내!"

 

  몸을 꼬고 있는 민숙을 바라보고는,

 

  "민숙아, 내 마음도 니랑 같데이. 내 마음에 초승달이었던 니가 어느새 보름달이 되어 있더라. 친구 동생한테 이라모 안 되는데."

 

  민숙의 눈이 동그래지며,

 

  "지가 보름달이라고 예? 놀리지 마이소."

  "내 눈을 봐라. 이 눈이 누굴 놀리는 눈 같나? 내 가슴속에서 실꾸리처럼 감고 또 감았다가 이제사 풀어내는 말인데 정말 모르것나?"

  "참말입니꺼?"

  "참말이지 그럼. 몇 번을 확인해야 내 마음을 알것노?"

  "하지만 지가 뭐라고 예? 몬 배우고, 잘 생기지도 몬 했고, 어머이를 모시고 사는 빵점 여잔데."

  "네 손 이리 조오봐라."

 

  손 뒤로 감추며,

 

  "부끄럽거로 손은 와 예? 마디는 굵고, 피부는 거칠그만."

  "내가 네 손을 몰라서? 이리 내놔 보라니까."

 

  민숙의 손을 자신의 손 위에 올려 놓으며,

 

  "이 손이 내 마음의 눈을 뜨게 했다 카모 믿것나?"

  "그런 어려운 말은 몰라 예."

  "그 손으로 흙 만지고 남새 가꾸는 네 모습이 농군의 아들인 내 눈에는 대지의 여신 같았어. 희고, 가늘고, 매끄러운 요즘 여자들 손보다 몇 배나 아름답고 성스러우니까."

  "재만이 오빠! 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예. 고마 방에 들어 갈랍니더."

  "그만하면 네 마음 알았으니 됐어. 잘 자."

 

 ***

 

  가현과 은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종구가 돌아온다."

 

  "식사가 늦으시네요."

  "집에서 오는 길이예요?"

  "가족과 외식을 했습니다. 난 밖에서 진돌이 진순이랑 놀고 있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 우리랑 얘기나 해요."

  "내가 대학생들의 이야기 상대나 됩니까?"

  "누가 어려운 대화 하제요? 심심풀이로 사람 사는 얘기나 하자는 거예요."

  "은실이 너 허 기사에 대해 궁금한 것 많지? 지금 물어 봐."

  "야는! 지가 붙잡아 놓고는. 한 가지 물을께 예. 서울 말은 언제 배웠어 예?"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서울서 몇 년 살았으니까요."

  "아 - 그러셨구나. 경상도 사람은 서울 말 배우기가 어렵다 카든데."

  "억양이 다르니까요."

  "나만한 여동생이 있다든데 학교는 어디 다녀요?"

 

  종구가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침묵한다.

 

  "내가 뭐랬기에 그런 무서운 얼굴이 돼요?"

  "내 동생은 중학교 졸업도 못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외다리에 백치가 돼버린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 둬야 했으니까요. 그거 다 내가 사고치는 바람에요. 이제 시원합니까?"

 

  그 말을 던지 듯 하고는 자리 박차고 나가버린다.

  가현이 어이없어 하며.

 

  "그게 뭐 내 잘못인가? 기가 막혀서!"

  "자기 여동생을 그리 만든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것 같다 야."

  "쳇! 그러게 누가 사고 치래. 살인까지 한 주제에 자기 가족 생각은 끔찍도 하네."

 

  은실이 화들짝 놀라며,

 

  "니 지금 살인이라 캤나?"

 

  손바닥으로 자신의 입 막으며,

 

  "안 들은 걸로 해."

  "뱉은 말 줏어 담을라 카지 말고 얘기해 봐."

  "너만 알고 있어야 해."

  "알았어."

 

  사고친 이야기 듣고는,

 

  "옴마야! 복수할라 카다가 자기 신세 망치고 집안까지 풍비박산 낸 기네. 듣고 보니 허 기사가 가여워진다, 야."

  "요것 봐라! 너 지금 누굴 동정하니?"

  "지랄! 나도 살인전과라는 말을 듣고 나니 소름이 돋아."

  "화딱지 나는데 우리 술 마실까? 아빠가 보물처럼 아끼는 와인이 있는데."

  "그런 걸 마셨다가 혼날라고?"

  "아빠는 수술한 뒤로 술은 입에도 안 대. 거실로 자리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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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9-25 19:45
 
종구네도 서울로 가기는 가야 하는데, 우짜믄 좋노.
재만이랑 민숙이가 데이트도 못하모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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