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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종구
작가 : 최운
작품등록일 : 2020.9.2

부모 원수를 갚으려다 살인 전과자가 되어버린 3대 독자 청년 (주인공)종구, 자신으로 말미암아 풍비박산 난 집으로 와 보곤 절망한다. 가족이란 백치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중학교를 중퇴한 여동생 뿐, 주먹을 쓰지 않으리라 맹세한 그였지만 가족을 위해 대부업자 부호 노인의 보디가드가 되는데 노인의 외동딸로부터 심한 구박과 갑질을 당하며 결국 결혼으로 종결되는 이야기를 대화 위주로 엮어 보았다.

 
17. 그 놈은 제거해야 할 걸림돌
작성일 : 20-09-17 20:13     조회 : 324     추천 : 2     분량 : 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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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튼날 아침 등굣길에 종구의 병실에 들린 은실이 보자기에 싼 찬합을 풀어 병상 옆의 탁자에 올려 놓는다.

 

  "이른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반찬을 좀 가져 왔어 예."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내가 은실 씨한테 뭐라고..."

  "신세진 것이 많다 아입니꺼."

  "그것 다 제가 월급 받고 하는 일에 속합니다."

  "허 기사님은 사람들한테 감동 주는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예. 저만 해도 해수욕장에서 바지 입은 채로 뛰어들어서 감동 묵었거든 예."

  "급해서 그랬을 뿐인데요, 뭘."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거든 예. 가현이랑 또 올게 예."

 

  침상에 비스듬히 앉은 종구, 은실이 사라진 병실 문을 바라보며,

  '왜 자꾸만 수영복 입은 그녀의 몸이 눈에 아른 거리지? 여자의 몸은 지뢰밭 같다고 누가 말했는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던 종구, 마침내 전화 건다.

 

  "재만아. 지금 대신동으로 좀 와. 민숙이 모르게 말이다."

 

  잔뜩 긴장된 얼굴로 입원실로 들어선 재만, 종구의 모습에 혀를 내 두른다.

 

  "우찌 된 일이고?"

  "글마들한테 복수당한 기다. 겉보기는 심해 보여도 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걱정 마."

  "사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더니 니놈이 그 짝이야. 너같은 전과자한테 과분한 대우 해줄 때 알아봤다 쿤깨."

  "내가 위험 피해 일할 처지가 되나 오디. 너만은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불렀어."

  "나야 당연히 알아야지. 니가 이 정도면 상대방도 무사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섯 놈인데 몇 놈은 나보다 훨씬 심각할 거야. 뼈 한두 군데씩은 아작이 났으니까."

  "잘났다, 새갸! 그러니 싸움이 아니라 전쟁이 되지. 그 나무토막을 제대로 써먹은 모양인데 당한 놈들이 가만 있것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모 절대 문열어 주지 말고, 민숙이 야간 외출은 몬 하게 해라."

  "모진 놈 옆에 있으모 정 맞는다. 쿠더니... 민숙이는 내가 지킬 긴깨 걱정 말고 니놈 몸이나 빨리 나아라. 이럴 줄 알았으모 부산으로 안 데려 오는 긴데."

 

 

  커피타임에 맞춰 사장실로 온 기태가 걱정어린 얼굴로 묻는다.

 

  "지난 며칠간 차가 안 보이던데 무슨 일입니까?"

  "허 기사가 다쳤어."

  "교통사고라도...?"

  창배가 대답한다.

  "그 기이 아니고, 어떤 놈들한테서 습격당한기라요. 여섯 놈씩이나 덤벼든 데다 칼, 야구방망이까지 썼답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했지? 자넨 그 사실을 알았으면서 왜 보고를 하지 않았어?"

  "저도 지난 밤에 알았습니다."

  "사장님! 어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제가 시킨 일로 의심하시는 겁니까요?"

  "흥분하지 말고 커피나 마셔. 범인이 잡힌 뒤에 알리려고 했던 거야."

  "범인이 누군지는 알고요?"

  "자네도 아는 애들이야."

  "심민보 짓입니까?"

 

  영추, 기태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백주에 대로에서 길을 막고 습격했는데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니 그게 무슨 의돈지 나도 헷갈려."

  "칼, 야구방망이로 습격한 걸 봐서는 살인기도 아이겠능교?"

  "그렇다고 봐야지."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말을 듣고 있던 기태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어찌 된 일인지 제 나름대로 알아 봐야 되겠습니다."

  "그러든지."

 

 

  일요일 집에서 빈둥거리던 은실이 가현에게 전화를 건다.

 

  "뭐하고 있노?"

  "독서하고 있어."

  "병원엔 안 가?"

  "오늘은 꼼짝하기 싫어. 그런데 왜?"

  "난 허 기사한테 갈까 해. 아침에 반찬 좀 가져다 놨거든."

  "니가 웬 일로?"

  "신세진 것 좀 갚아야제. 달리 할 것은 없고 집에 있는 반찬을 싸 간 거야."

  "얼씨구! 너 허 기사 좋아하니?"

  "나 허 기사랑 사귈까?"

  "말도 안 돼. 구두와 짚신이 짝이 된다고 생각 해?"

  "야! 사람을 무시해도 푼수가 있지 짚신이 뭣꼬?"

  "그럴 만큼 근본이 다르다는 소리야. 너와 허 기사는 싸이즈도 안 맞아."

  "너 지금 나 키 작다고 흉보는 기가?"

  "니가 허 기사와 사귀면 내 입장은 뭐가 되니? 지금까지 개무시한 데다 하인 부리듯 해왔는데 갑자기 친구 애인이 되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솔직히 말해서 허 기사는 내가 만나 본 어떤 남자보다 남자답고 멋있어. 튼튼하고, 속 깊고, 순수하고, 그리고 여자한테 눈 안 팔아서 좋아."

  "어머머! 얘 봐. 온갖 찬사를 다 끌어다 붙이네. 그 쯤 되면 내가 말려봤자 친구 의리만 상할 거고, 난 두 손 들었으니까 사귀든지 말든지 쪼대로 해."

 

 

  여느 때보다 일찍 퇴근한 기태를 정숙이 불안 어린 눈길로 살핀다.

 

  "혈압 올랐어요? 술 냄새도 안 나는데 얼굴이 대추같이 붉어져 있거로."

  "동우 돌아 왔어?"

  "걔가 일찍 들어오는 거 봤어요?"

  "전화해서 빨리 들어오리고 해. 이노무 자식이 일찍 들어오라는 애비 말을 어디다 흘린 게야."

  "부자간에 무슨 일로 그러는지 내가 알모 안 되는 기요?"

  "알 것 없어. 샤워하고 나올 테니 수박냉채 좀 만들어."

 

 

  기태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동우가 현관을 들어선다. 잠시 후 동우의 방에서 기태와 동우가 수박냉채를 가운데 두고 앉는다.

 

  "허종구가 크게 다치고 차도 상했다는데 어찌 된 일이야?"

  "저하고는 상관 없는 일인데요. 저도 심민보의 도장에 들렸다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심민보도, 그의 똘마이들도 다 숨어버렸다고요."

  "범죄를 자인한 꼴이군. 그 놈들이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지? 허종구를 아예 없애버릴 작정이었나?"

  "설마 그러기야 했을라고요."

  "이번 일에 네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걸 맹세할 수 있어?"

  "저도 아리숭한 점이 있어서 맹세는 못해요. 그들이 전 번의 제 부탁을 이행할 셈으로 세를 불려 공격했을 수도 있거든요."

  "내가 요즘 회사에서 어떤 곤욕을 치르고 있는지 알아? 네가 저질은 일 때문에 오영추 눈치나 살펴야 하는 처지란 말이다."

  "죄송해요. 허종구를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를 했다 뿐 잘못했다고는 생각치 않아요."

  "그러게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건드리질 말았어야지. 가현이 하고는 어찌 지내고 있어?"

  "그 뒤로는 제 전화도 안 받아요. 도장에도 안 오고요."

  "야단났군. 사정이 이리 된 이상 작전을 달리해야 되겠어."

  "우짜실라고요?"

  "맞서야지. 오영추가 전에 없이 기고만장하는 것은 오로지 허종구를 믿기 때문이야."

  "제가 다시 한 번 해결사를 찾아 볼까요?"

  "네가 찾아본댔자 그만그만한 애들이겠지. 허종구는 예상밖으로 출중한 실력자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어쨌거나 네 말대로 그 놈은 제거 해야 되겠어."

  "제 친구 중에 여수에 사는 애가 있는데 아주 유능한 해결사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기태가 솔깃해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인다.

  "외지 애들 데려다 쓰면 뒷처리가 쉽지. 자세히 말해 봐.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거니까 실수는 용납 안 돼."

 ***

  퇴원한 종구가 파라솔 그늘에 누워 있는데 외출했던 영추가 귀가해 종구 옆에 와 앉는다.

 

  "여름에는 여기가 명당이야. 전망 좋은 데다 해풍까지 불어오니 최고의 피서지지."

  "임자 있는 자리라서 저는 눈치 보고 오는 뎁니더."

  "가현이가 텃세부리는 모양이지? 심민보가 일당과 함께 자수했다더군."

  "누구 사주였는지 밝혀졌습니꺼?"

  "사주는 없었다고 하고, 널 무릎 꿇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려 했는데 네가 완강히 맞서는 통에 싸움이 되고 말았다고 진술한 모양이야. 너도 쇠막대를 무기로 썼다는데 사실이야?"

  "쇠막대가 아니고, 제가 보여드린 적 있는 나무토막이었심더."

  "아무튼 박기태 부자의 사주는 아닌 모양이고, 조만간 너한테 합의 요청이 있을 건데 어쩔 생각이야?"

  "합의해 조야지 예."

  "잘 생각했어. 원한 사서 좋을 것 없으니."

 

  영추가 집안으로 들어 간 직후 외출하고 돌아 온 가현이 종구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왜 여기 나와 있어요?"

  "보시다시피 피서 중입니다. 심민보 일당이 자수했다네요."

  "잘 됐네요. 화근이 사라져서."

  "글쎄요 진짜 화근은 따로 있어서..."

  가현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나도 이제 어렴풋이나마 깨달아져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립니다. 동우와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겠죠?"

  "처음에는 불나게 전화를 걸어대더니 요즘은 전화도 안 하는 걸요. 내일은 토요일인데 집에 안 가요?"

  "이런 꼴로 어찌 갑니까? 집에는 알리지도 않았는데."

  "그럼 잘 됐어요. 내일 오후 은실이가 놀러 올 거예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 입니까?"

  "몰랐어요? 은실이가 그 쪽을 좋아한다는 걸."

  "그 무슨 장마철에 귀신 또랑물 건너는 소리를 하십니까?"

  "귀신 뭐라고요?"

  "터무니 없다는 뜻이라고요."

  "쳇! 매일 아침 반찬 만들어 입원실로 날라 줬으면 눈치는 챘을 건데 왜 시치미를 떼요?"

  "가현 씨, 난 말입니다, 못 오르는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바보 만들어도 푼수가 있지..."

 

 ***

  밤이 이슥해서야 귀가한 기태가 현관에서 마중하는 동우를 뜰에 있는 벤치로 데리고 간다.

 

  "심민보가 자수했어."

  "알고 있어요."

  "우리에 대한 의심은 해소 되었지만 오영추와의 사이는 여전히 살얼음판이야."

  "두 분이 등 돌리면 회사는 우찌 되는 긴데요?"

  "누가 그런 걱정 하래? 알아 본다는 건 어찌 됐어?"

  "진짜 청부하실려고요?"

  "풀속에 숨었던 독사가 나와서 설치는데 그냥 둬?"

  "그 해결사는 큰 돈이 들더라고요."

  "얼마나?'

  "큰 것 하나에 숙식비, 유흥비, 교통비는 별도래요."

  "몇 놈이나 데려 오는데 그리 많은 돈을 요구해?"

  "그는 솔로 해결사래요."

  "뭐? 얼마나 대단한 놈이기에 혼자서?"

  "친구의 말로는 칼을 귀신 같이 쓴대요. 칼잡이는 좀 께름칙하다 아입니까?"

 

  생각에 잠겨 있던 기태, 자신의 무릎을 두드리고 일어선다.

 

  "허종구한테는 칼잡이가 제격이야. 추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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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9-18 09:31
 
은실이 사이즈 좀 키워야 되겠네요.ㅎ
여수 칼잽이 등장이라... 점점 재밌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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