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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을 이장이 되라고?
작가 : 돌돌고래
작품등록일 : 2020.4.1

집속탄이 비 처럼 내리는 곳에서 죽었다. 언제부턴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삶에 큰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눈 떠보니 저승이 아니고 숲속. 그리고...

"마을을 만들어서 이장이 되라고?"

쉬고 싶은데, 별 이상한걸 하라고 한다.

 
엄마 호랑이(3)
작성일 : 20-04-10 23:48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7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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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몸이 붕 뜨며 뒤로 날아간 윅은 등에 큰 충격을 받고서야 땅바닥에 떨어졌다. 데미지가 명치까지 번졌는지 숨이 턱 막혔지만,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쉽게 막힌 숨을 뚫은 윅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상대를 노려보다가 꽤 욱신거리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팔뼈가 금이 간 게 아닐까 걱정이 드는 차에 녀석이 달려왔다. 녀석은 허리춤에서 대검 한 자루를 꺼냈는데, 생긴 게 꼭 쿠크리와 닮아 있는 게 제법 위험해 보였다.

 

  부웅.

 

  맞으면 한 방에 끝날 거라는걸 알려주려는지 바람 소리가 살벌하다.

 

  휙, 휙, 휙.

 

  윅은 최대한 피하는 데 집중했지만, 상대의 공격은 묵직하면서도 말도 안 되게 빨라 조금 힘겨웠다. 쿠크리 특성상 덤불, 잡목, 가축을 단번에 쳐내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나이프 파이팅처럼 빠른 공방을 기대할 순 없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걸 가능케 했다.

  하지만 윅 또한 만만치 않은 경험을 가진 남자. 곧장 반격에 들어갔다.

 

  사선으로 휘둘러지는 쿠크리를 윅은 옆으로 살짝 움직이면서 상대의 손등을 쳤다. 그 덕에 상대는 휘두른 방향으로 더욱 크게 휘둘러질 수밖에 없었고, 그 기회를 노려 오른손에 쥔 단검을 밑에서 위로 들어가면서 팔뚝을 빠르게 찔렀다.

 

  푹.

 

  그리고 다시 휘두르려는 상대의 오른손을 잡고 바깥으로 크게 돌리며 방해했다. 그러자 상대의 몸뚱이에 빈틈이 그대로 드러났다. 윅은 가차 없이 복부를 한 번 올려 배며 그대로 목을 향했다.

 

  핏.

 

 복부는 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대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 목이 베이는 걸 피하더니 왼손으로 반격까지 한다.

  윅은 목 근처에 있던 나이프를 회수하면서 왼 주먹에 팔을 가져다 데었다. 그리고 흘리듯이 돌리며 상대의 팔을 베려고 했지만,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주먹에 가슴을 맞았다.

 

  퍽.

 

  “억!”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숨이 턱 막히는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빡!

 

  그리고 왼 주먹 다음으로 날아오는 발차기에 오른손을 맞아 나이프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무슨 힘이!’

 

  흘리려던 공격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힘. 아까 덮칠 때 역으로 맞고 붕 뜬 게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윅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국가기밀에 붙여진 부대에서 수많은 작전을 거쳐온 윅에겐 포기라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는 단어였다. 그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지니까.

  서둘러 주변을 둘러본 그는 딱 알맞게 부러진 나무 막대기를 주워들었다.

 

  파파팟.

 

  빠르게 막대기를 휘둘렀다. 상대 또한 칼을 휘둘러 왔다. 윅은 막대기로 상대의 손을 끊어치고 양손으로 막대기를 잡은 후 창으로 치르듯이 상대의 명치를 찔렀다.

  퍽.

 

  그리고 찌른 상태에서 끝부분만 들어 턱을 후려치려했으나 상대는 피하고 발로 윅의 복부를 차버렸다.

 

  “컥!”

 

  괴물이었다. 분명 호리호리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2m가 넘는 근육질 거구랑 싸우는 기분이 들었다. 반응 속도 또한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듯하니 어찌 상대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윅은 숨을 되돌리려 애쓰면서 상대를 다음 반응을 경계하고 있을 때.

 

  “으윽.”

 

  멀리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고갤 돌려보니 아까 기절한 녀석이 일어나 이곳에 활을 겨누고 있다.

 

  “시발 진짜 좆됬다.”

 

  상황의 불리함에 욕을 뱉으며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상황이 불리한 건 변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상대를 빠르게 제압 못한 것부터 불리해졌다고 봐야 했다.

 

  ‘안 되겠다. 일단 도망쳐야지.’

 

  윅은 막대기를 상대에게 던진 후 꼬맹이가 있는 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상대가 쫓아오든 말든 그의 시선은 활에 고정되어있었고, 곧 꼬맹이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꼬맹이는 고맙게도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활을 든 놈의 상태가 이상하다.

 

  핑!

 

  화살이 날아온다. 그런데 쏘는 녀석이 기우뚱거린다.

  윅의 두 눈이 커졌다. 활이 날아오는 방향이 자신이 있는 곳이 맞는데 표적이 자신이 아니었다.

 

  ‘미친!’

 

  팔만 뻗으면 꼬맹이를 낚아챌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잘못하면 낚아채는 중에 꼬맹이가 활에 맞을 수가 있다.

  윅은 꼬맹이를 잡는 걸 포기하고 손바닥을 펼쳤다.

 

  퍽.

 

  꼬맹이의 얼굴 앞에 손바닥이 펼쳐져 있다. 꼬맹이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손바닥을 뚫고 나온 화살은 꼬맹이의 미간 앞에까지 도달했다가 멈췄기 때문이다.

 

  “끄아아악!”

 

  윅은 화살을 막아내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뼈가 뚫리는 통증에도 짧은 신음을 내는 그의 시선은 꼬맹이에게 가 있었다. 꼬맹이는 깜짝 놀랐는지 멍하니 윅의 손을 향하고 있었다.

 

  “끄으으.”

 

  윅은 아픈 와중에도 꼬맹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웃으며 다가갔다.

 

  턱.

 

  꼬맹이의 앞에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 보였다. 윅이 고개를 올리자 자신을 이토록 고전케 만든 녀석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끄으으윽!”

 

  빠직.

 

  윅은 오른손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려 왼손으로 꽉 쥐었다. 비록 나무지만 부러지면서 날카롭게 된 화살로 싸울 생각이었다.

 

  ‘단 한 번이다. 목, 눈 둘 중 단 한 번만!’

 

  그렇게 다시 투지를 다지며 아이를 다친 손으로 안아 들었다.

 

  “엄마...”

 

  의외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꼬맹이였는데, 왜인지 손을 앞으로 쭉 뻗어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규!”

 

  그리고 또 다른 미성. 아까까지 싸우던 적의 것이었다.

 

  “규!”

 

  상대가 손을 뻗자 윅은 뒤로 물러나며 경계했다. 그러자 그 여자의 표정이 단박에 사나워지더니 거칠게 덤벼왔다.

 

  “어서 규를 넘겨!”

 

  윅은 흥분해 손을 휘두르는 여자의 공격을 피했다.

 

  “규!”

  “엄마...”

 

  윅은 다시 한번 꼬맹이의 목소리에 피하던 걸 멈추었다. 꼬맹이의 시선이 상대를 향해있었다. 그는 거칠게 다가오는 그녀에게 꼬맹이를 조심스레 뻗었다. 그러자 그녀가 멈추더니 자신에게 오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엄마!”

  “규!”

 

  윅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두 모녀의 상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라고?”

 

  그가 중얼거리는 걸 들어버린 그녀는 꼬맹이를 뒤로 숨기며 대검을 들어 겨눴다.

 

  “네놈 인간!”

 

  그녀의 행동에 윅은 곧장 싸울 준비를 했다.

 

  “엄마!”

 

  규라고 했던가. 그 꼬맹이가 여자에게 볼을 부풀리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쪽이... 이 꼬맹이의 보호자입니까?”

 

  윅이 먼저 묻는다. 그러나 여자는 한 것 경계심 때문인지 꼬맹이를 안으며 노려볼 뿐이었다.

 

  “다행...”

 

  퍽.

 

  뒤통수에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윅이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 * *

 

  “그대의... 할 것이야...”

 

  미성이지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그리고 나도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이 없었지만 분명 대답하고 있었다.

 

  “상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분명 내가 대답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역시 그대는...”

 

  이 희미한 대답을 끝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 * *

 

  “으으음...”

 

  이상하리만치 머릿속이 답답하고 배가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웠다.

 

  “으으으...”

 

  분명 무슨 꿈을 꾼 거 같은데 그 꿈 때문일까.

  윅의 감은 두 눈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신음을 흘리며 찡그리던 눈이 슬며시 떠졌다.

 

  “으으. 여기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제일 먼저 보였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듯해 고개만 들어 내려보았다. 가슴 위엔 주황빛 머리칼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머리가 보였고 움찔거리는 둥그런 앙증맞은 귀가 있었다.

  아직 덜 깬 상태라 그런지 이게 처음에 뭔지 몰라 한동안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이 조그마한 생물체가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걸 보고 알았다.

 

  “꼬맹이?”

 

  가슴 위에서 꼬물거리던 녀석이 윅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두 눈이 금세 커지기 시작하더니 호다닥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윅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른 풀잎으로 만들어진 벽, 의자를 대신하는 잘린 통나무 둥치, 그리고 돌을 둥그렇게 놓아 만든 화로. 전체적으로 보면 움막이었다.

 

  “으윽.”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디딘 오른손에 강렬한 통증이 일어났다.

 

  “아 맞다.”

 

  화살이 손을 관통했다는 걸 기억해낸 그는 오른손을 살펴보았다. 하얀 붕대로 두껍게 감겨 있는 것이 누가 손을 쓴듯했다. 윅은 이곳이 어딘지 둘러보려고 자리에 일어섰다.

 

  덜렁.

 

  “응?”

 

  가랑이가 아주 시원했다. 그리고 자다 일어나서 그런 걸까. 전신에 돌던 혈액들이 그의 자존심에 몰리기 시작했다.

 

  “일어났구나.”

 

  그때 움막의 입구에서 들려오는 단단하면서 힘 있는 여자의 목소리에 소중이를 보던 윅의 고개가 들렸다.

 

  “허어어어억.”

 

  그녀를 보자마자 윅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뱉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치는 기분.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고 그 덕에 심박수는 한없이 올라간다.

  머리색과 둥그런 귀는 꼬맹이와 똑같았다. 그리고 한때 첫사랑이었던 미진이 누나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기분, 아니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 아닐까 애써 부인할 정도로 매력적인 누님이 서 있었다.

 

  “흐음.”

 

  그녀가 작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선이 미묘하게 아래쪽을 향해 있는 것이...

 

  “아앗!”

 

  윅은 서둘러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렸으나 건강함을 알리는 소중이는 그의 자아와는 관계없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인간.”

 

  그녀가 불렀다. 윅은 수치심과 함께 부끄러워 얼굴이 발개져 있으나 일단 그녀가 불렀으니 반응은 해야 했다.

 

  “네. 왜,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입을 걸 가지고 올 테니 기다려라.”

 

  윅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당장 자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소중이를 가려야 했다. 정말 수치심으로 죽기 전에!

  잠시 후 그녀는 면으로 만든 셔츠와 바지를 가지고 와 건네주었다. 윅은 허겁지겁 입으며 왜 자신이 옷을 벗고 있는지, 여기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바지는 병에 걸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삭아있더군. 그리고 기절한 너를 데리고 왔다. 죽이려던 걸 규가 울며불며 매달리길래 살려두었다.”

 

  살벌한 소리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그러고 보니 뒤통수가 아직도 욱신거리는 게 맞고 기절한 거구나.

 

  “알고 보니 네가 우리 규를 구해주었더군.”

  “규라면 꼬맹이?”

  “그래. 그 꼬맹이는 내 딸이다.”

  “다행이군요. 부모를 찾아가서.”

 

  윅은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분위기를 비췄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살짝 빛났지만 윅은 보질 못했다.

 

  “인간. 너는 왜 이 숲으로 왔지? 사냥꾼인가?”

  “저는 사냥꾼이 아닙니다.”

  “사냥꾼이 아니면 이 숲에 올 일이 거의 없을 터.”

 

  윅은 그녀의 대답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눈 뜨니까 이곳에 있던데요.”

  “인간. 다 알고 있으니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라. 우리들의 자식을 납치하려고 온 게 아닌가?”

  “제가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윅은 그의 대답에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대한민국 군인이었던 자로써 민간인과 아이들을 해치는 일을 한다는 건 크나큰 명예를 잃는 거였고,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의 의지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분이 나쁜가 보군.”

  “네. 기분 나쁩니다.”

 

  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재미가 있는지 그녀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왜지? 너희 인간들은 우리 수인들을 노예로 부려먹는 걸 좋아하지 않나?”

  “이쪽 세상 사람들은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군인이었던 저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쪽 세상 사람? 군인?”

  “그런 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존재는 그쪽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인가 봅니다.”

 

  윅은 표정이 조금 굳어지더니 뒤돌아 움막을 뒤지기 시작했다. 손까지 다쳐가며 꼬맹이를 구해줬건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추궁하듯 한 그녀의 태도에 빈정 상한것이었다.

 

  “제가 가지고 온 물건들은 어디에다 두었습니까.”

  “물건 말인가?”

 

  윅은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대답했다.

 

  “가죽을 다루어 본 적이 없더군.”

  “뭐, 다룰 일이 없어서 조금 서툴긴 했습니다.”

  “도끼도 녹이 슬었고.”

  “그건 제께 아니라서.”

  “그리고 그 단검.”

 

  그녀가 윅의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어디서 구한 거지?”

  “하아... 제가 직접 주문 제작한 겁니다.”

 

  이 여자가 왜 이러지? 이미 빈정이 상해버린 그는 그녀가 계속해서 질문해오자 작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툴툴거리면 분위기가 더 나빠질 거 같아 순순히 대답은 했다.

 

  “이 단검을 만든 장인을 알고 있나?”

  “왜 그러십니까?”

  “정말 대단한 단검이더군. 그 어느 장인이 만든 것보다 뛰어난 검이다. 이 정도의 검을 만들어 낼 정도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리가 없을 터. 인간은 내게 그것을 말하라.”

  “말해봤자 못 찾을 건데요.”

  “왜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요.”

 

  이 한마디에 그녀가 멈칫했다.

 

  “...죽었단 말인가?”

  “아니요. 말 그대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 나이프를 만든 사람도 이쪽 세상 사람이 아니고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요."

 

  꿈틀. 윅의 목소리가 살짝 높았던 것일까. 그녀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그것을 본 윅은 갑자기 그녀가 때리는 게 아닐까 쫄았지만 다행히 그럴 생각은 없는듯했다.

 

  "그럼 너도 다른 세상 사람인가?"

  "예. 그래서 그쪽의 자식들을 납치할 이유도 없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윅은 결국 솔직하게 다 말했다. 말을 안 해줄 이유도 없었다. 다른 세상에서 온걸 왔다는 건데, 뭐 어쩌겠는가.

 

  “재밌군. 다른 세상이라...”

  “안 믿기겠지만 사실입니다. 저도 왜 여기에 있는지 믿기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어서 주시죠.”

  “떠나려고?”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 떠나야죠.”

 

  피식. 그녀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살짝 비웃는듯해서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 미소가 너무나도 어울려서 잠시 할 말을 잃은 윅이었다.

 

  “그 손으로? 분명 너는 죽을 것이다.”

  “글쎄요. 죽을지 안 죽을지는 가봐야 알죠. 이것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놈입니다.”

  “자네의 몸을 장식하던 흉터들을 말하는 것인가?”

  “예.”

  “그러면 저기 가죽도 그쪽이 잡은 거겠군.”

  “예.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내 이름은 산이다. 그 손이 다 나을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도록.”

  “네네. 나가겠... 예?”

  “우리 딸이 너에게 의지를 많이 한 모양이더군. 아무래도 너를 떠나보내면 딸이 많이 슬퍼할 거야.”

 

  의외의 대답을 남기며 나가는 그녀. 윅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침대로 벌러덩 드러 누웠다. 그는 그날부터 그녀의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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