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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을 이장이 되라고?
작가 : 돌돌고래
작품등록일 : 2020.4.1

집속탄이 비 처럼 내리는 곳에서 죽었다. 언제부턴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삶에 큰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눈 떠보니 저승이 아니고 숲속. 그리고...

"마을을 만들어서 이장이 되라고?"

쉬고 싶은데, 별 이상한걸 하라고 한다.

 
다가오는 위협(3)
작성일 : 20-04-15 22:53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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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처음 포가 부른 호칭에 눈가를 꿈틀한 것 말고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던 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자네의 딸, 규를 데리러 왔다고 했네."

 

  날카롭게 뜬 두 눈이 포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의기양양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산, 아니 호영."

  "그... 이름을 부르지 마라."

 

  산이 경고했지만 포는 무시하며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호영. 그 아이는 자네의 아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문의 아이이기도 하다. 강한 전사를 배출할 수 있게 우리 가문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지."

  "포. 두 번은 말 않겠다. 규는 내 딸이다. 가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나의 딸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는 입김이 나오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 만큼 시렸다. 삽시간에 차가워진 분위기에 오만하던 포의 눈가가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미세하지만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다음 대전사로 지목되었던 기운인가."

  "포. 나는 대전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우리로선 자네를 죽일 필요가 없으니."

  "그럼 돌아가라. 내가 아니면 다음 대전사는 네가 아닌가?"

  "그렇지. 하지만 규를 데리고 가기 전엔 우린 한 발자국도 물러날 수 없다. 호영. 너도 알지 않은가. 우리 가문이 우선시 여기는게."

  "포. 태양은 지는 법이다. 언제까지나 하늘에 떠 있을 수는 없지."

  "지는 것을 막는 게 우리 가문의 역할이지."

  "태양이 지는 건 순리. 그 순리를 가문이 거스를 수 있을 거 같나?"

  "크하하하하하!"

 

  산의 대답에 갑자기 포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색해질 정도로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호영. 계집이라서 그런지 말이 많구나."

 

  그의 대답에 산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계집이라... 포. 많이 건방져졌구나. 다리를 붙잡고 그만하라고 했던 게 엊그제였던 거 같은데."

 

  그녀는 포의 뒤에 포진해 있는 그의 부하들이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조금 움찔거리며 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하하... 한때 가문의 장녀였던 자로서 예우를 해주는데 이렇게 나오는 건가?"

  "그 장녀를 덮치라고 한 건 가문. 과연 나에 대한 예우가 있어서 그런 짓을 한 거냐."

 

  포는 그녀의 대답에 죄책감이 얼굴에 잠시 나타났으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를 따라온 부하들도 얼핏 알고 있는지 안색들이 어두웠다.

 

  "그래. 이번엔 아버지가 규를, 아니 너의 조카를 덮치라고 하더냐. 너도 아버지처럼 그렇게 혈통이 중요하더냐. 대전사의 자리가 중요하더냐. 가문의 존속이 그렇게나 중요하더냐!"

  "호영..."

  "포. 한때 내 동생이라서 지금까지 너의 건방진 주둥아리를 예우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호영이라고 한 번만 더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입을 찢어버리겠다."

 

  포는 이를 꽉 깨물었다. 산의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기운에 기가 눌려버린 것이다.

 

  "호..."

 

  핏.

 

  "크아악!"

 

  포가 입을 감싼 채 신음을 흘렸다. 그의 가려진 입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분명 경고했는데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어느새 커다란 활에 화살을 메기고 있는 그녀의 대답이었다.

 

  "누, 누님."

  "이제 나는 너의 누이가 아니다."

 

  산의 단호한 대답에 태양이 져도 오만함을 유지할 거 같던 그의 얼굴이 한 순간에 울상이 되었다.

 

  "이러시면 더 이상 누님을 지켜 줄 수가 없습니다."

  "더이상 나와 내 딸은 가문의 씨받이가 아니다. 돌아가라."

  "누님. 누님이 이러시면 규가 위험해집니다. 우리 가문이 어떠한지 누님이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포."

 

  그녀가 그의 이름을 내뱉었을 뿐인데, 포는 커다란 맹수를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꿀꺽. 그의 목울대가 힘겹게 침을 넘겼다.

 

  "대전사께서 많이 늙었더군. 그 당찬 걸음걸이도 이제 기운이 없어 보이고."

 

  그녀의 대답이 무얼 의미하는지 포는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누님. 언제 대전사를 뵙..."

  "포."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는 그의 어깨를 잡아 뒤로 밀어내는 존재가 있었다. 산은 그 존재를 무심하게 노려보았다.

 

  "산. 그 유명한 최고 전사치고는 제법 가냘프구나."

 

  산의 눈매가 가늘게 떠졌다.

 

  "나는 림. 떠돌이 전사로 불리기도 하지."

 

  떠돌이 전사, 림. 호족들 사이에서 유명한 전사였다. 한때 대전사 후보 자리까지 올라간 자였는데, 역마살이 끼었는지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해 대전사의 자리에 부적합해 물러난 자였다. 그도 딱히 대전사라는 자리에 욕심이 없어 흔쾌히 물러나긴 했지만.

 

  "포. 앞으로 대전사의 자리를 이어야 할 자네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추해지는군."

 

  명백하게 깔보는듯한 어투였다. 포는 차마 반박할 수가 없어 이를 꽉 깨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그에게 림이 명령을 내리듯이 말했다.

 

  "뭐하나. 어서 조카를 데리고 와야지."

 

  림의 대답에 연과 난이 산의 앞을 막아서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러자 림이 무미건조하게 두 사람에게 말했다.

 

  "연, 난. 그대들의 임무는 여기서 끝이다. 물러나라."

 

  하지만 그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에 시위를 걸어서 당겼다.

 

  "다시 말하지만 나서지 마라. 이제 너희들의 주인으로서 손대기 싫다."

 

  그의 대답에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그녀들이었다.

 

  "대전사의 명령이다."

 

  믿을 수가 없는지 그녀들은 산을 돌아보며 눈을 깜빡이고만 있었다.

 

  "포. 아무래도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거 같군."

  "림의 말이 맞다. 대전사께서 명령을 내리셨다. 그리고 너희들의 아버지들 또한 허락한 일이다. 어서 물러나라. 대전사를 보좌하는 너희 부모들을 욕보게 할 셈이냐."

 

  부모까지 들먹이자 그녀들은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따른 자를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전사와 부모의 명을 따라야 하는가. 그 갈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산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난, 연. 어서 명대로 움직여라."

  "산!"

  "가거라. 아무래도 대전사는 나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나보다. 대신 이번 싸움엔 제발 무기를 들지 말아다오. 그동안 나를 도와주었던 마지막 정들을 헤치기는 싫구나."

 

  그녀들은 주먹을 꽉 쥐고는 힘을 풀었다. 가문의 영향력 아래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들에게 분함을 느끼다가 결국 수긍하고야 만 것이다.

 

  "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군. 포. 뭐하나. 빨리 움직이게."

 

  산이 움막으로 향하는 포를 겨눈 채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그녀의 팔을 쳐올리는 월도 하나.

 

  "그대가 막아서야 할 건 나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림의 힘에 산의 고운 미간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시선은 그를 향했지만, 마음은 윅을 향했다.

 

  '윅. 제발 규를 지켜다오.'

 

  * * *

 

  한편. 움막 안에서 쥐 죽은 듯이 있던 윅은 청각만 의존해 바깥 상황을 살폈다.

 

  '이 동네는 사극이 유행인가. 말투들이 왜 이래?'

 

  사극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딱딱한 말투가 서로 오가는 걸 듣고 바로 든 생각이었다. 산의 목소리는 바로 알 수 있었고, 거친듯하면서 남자다운 목소리는 아마 이곳에 온 손님의 목소리로 추정되었다. 그나저나 산이 말할 때는 미모에 홀려 몰랐는데, 이렇게 들어보니 조금 많이 오글거렸다.

 

  '그런데 상황이 영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거 같은데.'

 

  바깥 상황이 소란스러운 것을 느낀 윅은 조금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혹시나 생길 일에 대비하여 자신의 나이프를 챙길 때, 뒤쪽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규가 윅의 책을 펼쳐보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히잉. 아빵! 안 열려요."

  "이리 줘봐. 내가 펼쳐줄게."

 

  이제 아빠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포기했다. 몇 번을 아니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칭얼거림과 눈가에 맺히는 눈물방울 뿐이니.

  윅은 규에게 책을 건네받아 펼쳤다. 그러자 새로운 문구가 작성이 되는데...

 

  [응답 없음]

  "뭐야?"

 

  한 번도 보지 못한 책의 반응에 윅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야. 응답 없음은 뭐야."

 

  그는 책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

  "대답 안 하지?"

  [삐짐]

  [며칠이 지났는데 펴보기는 커녕 한번도 찾지 않아서 삐짐]

 

  책 주제에 별짓을 다 한다고 생각한 윅은 이참에 번거롭기도 한 애물단지를 버리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마침 화로도 있겠다. 분명 파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버리지 못한다는 말은 없었으니... 그렇게 책을 버리려고 덮으려는 차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책의 문구가 빠르게 생성되었다.

 

  [사실, 삐지기 5초 전이었습니다. 윅씨]

 

  책 주제에 눈치도 빠르고 태세 전환도 빠른 녀석이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번듯한 글씨가 이리저리 휘날리는 걸 보니 제법 다급했나 보다. 윅은 책의 반응에 피식 웃고는 다음 장으로 넘겼다.

 

  [돌발 퀘스트(완료) : 산의 최고 전사를 진정시켜보자.]

  [보상 : 최고 전사의 신뢰]

 

  역시 산의 최고 전사는 산, 그녀였다. 그리고 신뢰라는 보상이 제법 의외였다.

 

  '그래서 연과는 다르게 호의적이었나.'

 

  확실히 연이 윅에게 대하던 것과는 다르게 산은 그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었다.

  만약 그때 규가 없었다면... 아마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겠지. 아니면 극적으로 살아남아 도망쳤거나. 뭐 어찌 되든 간에 결코 좋지 못한 결과일 게 뻔했다.

 

  "응?"

 

  그리고 빠르게 문구가 생성되었다.

 

  [돌발 퀘스트 : 알 수 없는 세력들이 규를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호족 최고 전사가 막아서지만 홀로 막기는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입니다.

  [돌발 퀘스트(선택) : 규를 위험으로부터 지켜내세요!]

  [돌발 퀘스트(선택) : 규를 알 수 없는 세력에게 건네주세요.]

  [보상 (첫 번째 선택) : 알 수 없음.]

  [보상 (두 번째 선택) : 알 수 없음.]

  [퀘스트 실패 : 대충 짐작할 수 있으면서. 화이팅! 찡긋!]

 

  퀘스트가 나날이 발전하는듯한 기분은 착각일까. 그리고 퀘스트 실패 문구. 진짜 사명이고 나발이고 책을 버릴까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발생했으니 고민은 다음으로 미루자.

 

  윅은 퀘스트 내용을 읽다가 선택지를 보았다. 솔직히 그에게 있어서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윅은 생각할 것도 없이 책을 덮었고, 동시에 밖에서 들려오는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에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리고 덮고 자던 얇은 요를 펼쳐 산이 치료해주던 트롤의 약병들을 위에 올려두었다. 혹시나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을 올 것을 미에 예견한 것이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혹시라는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트롤의 약은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란 판단이었다.

 

  "규."

  "웅."

  "이리 와."

 

  규도 지금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는지 별다른 행동 없이 다가왔다.

 

  저벅.

 

  움막의 문 앞에 누군가의 발길이 닫은 소리가 들렸다. 대강 소리의 크기를 보아 상대의 몸이 무겁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 말은 산의 발걸음이 아니란 말이었다. 윅은 규에게 약병들을 싼 요 옆에 앉혀두며 말했다.

 

  "규. 잠시만 가만히 있을 수 있지?"

  "웅? 응!"

  "그래. 착하지. 만약 규가 가만히 있어 주면 비행기랑 옛날 이야기해 줄게."

  "정말?"

  "물론이지. 약속할게."

 

  해맑게 웃는 규를 보자 이 아이가 앞으로 봐야 할 피바람에 마음이 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키려면 감수해야 했다.

 

  스윽.

 

  컴벳 나이프가 칼집에서 천천히 뽑혀 나왔다. 거무튀튀한 칼날이 영혼이 깃든 것처럼 살아있었다. 저번에 산이 한창 나이프에 흥미를 느끼고 있을 때 그때 날을 갈아준 거 같았다.

 

  끼이익.

 

  그리고 오래된 문 특유의 경첩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윅의 검은 눈동자는 그의 칼날처럼 시리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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