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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제의 마음을 훔친 소녀
작가 : 맛있는코코아
작품등록일 : 2019.9.12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소국에서 인질로 잡혀온 공주 리안나. 리안나의 지상 최대 목표는 심기를 거스르는 자는 가차없이 베어 버리는 잔혹한 황제의 궁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 나아가 궁을 탈출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그런데 온갖 멸시와 모욕을 건뎌내며 무사히 탈출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리안나에게 청천벽력같은 황제의 명령이 떨어진다. “발크 국의 왕녀를 황비로 맞겠다.”는. “대체 왜...?”
벗어나려 할수록 황제 카이엘은 리안나를 집요하게 감시하는 한편, 리안나를 유혹하려 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평온했던 제국은 마물의 침략으로 혼란에 빠진다.
“나...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황비이길 거부하는 공주 리안나와 폭군 황제의 아찔한 황궁 로맨스가 지금 펼쳐진다.

 
4. 까마귀 무리에서는 백로가 숨을 곳이 없으니
작성일 : 19-09-13 21:08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6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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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연회에서의 엽기적인 유혈사건 이후에도,
 황궁에서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이본느 공녀의 죽음과 아틸리안 공작령의 식민지화.



 

 이본느 공녀는 황제의 첫 후궁이 되는 기쁨을 제대로 누려보기도 전에 ‘살해’ 당했다.

 

 황궁에 퍼져 있는 소문에 따르면, 황제가 이 곳에 온 왕녀들 사이에서 황후를 간택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감히 황제에게 대들어 황제의 분노를 산 게 죽음의 이유였다.


 미친 황제가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가슴을 내리쳤다고도 하고, 공녀를 감금만 했을 뿐인데 충격 받은 그녀가 자결을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둘 다 사실이 아닐 것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죽였겠어? 아틸리안을 점령할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겠지.”


 “역시 그렇겠죠. 황제는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공녀가 불충하다고 트집잡아 아틸리안 영지를 점령했어요. 셀저 왕국으로 가는 길목을 트려면 아틸리안 지역을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원래 아틸리안 영지는 셀저 왕국에 속해 있었다. 황제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셀저 왕국을 통째로 점령해버리는 편이 나았을 건데, 눈치 빠른 아틸리안 공작이 넙죽 자신의 영지를 바치며 자치권을 인정해 달라고 약게 굴었으니 속이 좀 쓰리긴 했을 것이다.


 

 거기다 그 이후에는 황제의 요구를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하는 한편, 어느 틈에 제피리움의 중앙 귀족들을 포섭해 자신의 딸을 후궁으로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으니 황제로서는 성가실 만도 했다.



 

 “딸을 후궁으로 넣어 안심시킨 다음, 순식간에 영지 점령.. 쓸모가 없어진 그 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렸겠죠. 인간들도 참.. 잔인하다니까.”

이안은 그렇게 말하며 차를 홀짝였다. 내 눈이 가늘어졌다.

 

 

“눈 깜짝 안하고 수백 명을 죽이는 너 따위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별 말씀을...”


 

 “칭찬 아니거든?”

 

 할 수만 있다면 저 반반한 낯짝을 흙바닥에 보기좋게 메다꽂아 줄 텐데...

 

 “그나저나.. 대체 무슨 생각일까? 제피리움 황족은 순혈주의라 황족끼리만 혼인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황제가 버러지처럼 여기는 인질 중 하나를 정비로 맞겠다니. 황제의 연한 금발과 흰 피부, 그리고 황금색 눈도 그가 ‘순혈’이라는 증거인데.


 

 황제의 모습을 떠올리다 보니 연회에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의 눈이 생각났다. 이상하게 그의 시선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이상야릇한 기분에 몸이 살짝 떨려와 나도 모르게 이안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 이안은 찻잔에만 시선을 둔 채 혼자 떠들고 있었다.

 

 
“제피리움 황가는 그 근친혼 때문에 오래 전에 완전히 망가졌어요. 선황인 유누스 2세도 살기야 오래 살았지만 인생의 태반을 병석에 누워 살았죠. 그 뿐인가요, 황제의 두 정비를 비롯해 많은 후궁들과 그 자녀들이 미쳐 죽어갔어요. 테오 3세는 운 좋게 오염된 피의 저주를 피해갔지만, 그 폐해를 가장 가까이서 체험했겠죠.”

 
“흐음... 그래도 타국 출신의 황비라니. 내부에서 반발이 심할텐데?”

 
“지금의 황제에게요?”



 이안이 웃었다.

 나는 무안해져 입을 다물었다.
하기야, 개국공신의 손주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이 잘렸는데 그 누구도 황제를 비난하지 못했지. 이런 마당에...



 

 우리가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때, 알레인 황자가 피부가 까만 여인과 함께 우리가 쉬고 있는 그늘로 왔다.



 “두 분은 말을 안 타십니까?”

 

 

그들 뒤에 있는 기사들이 말 두 필을 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승마 모임에 와 있었지.

 

 

“아, 저는 몸이 허약해서 몸 쓰는 일을 즐겨 하지 않는답니다.”
이안이 손을 내저었다. 알레인이 이번에는 나를 쳐다보았다.

 “왕녀께서는요?”

 
“저도 딱히...”



 

 내 말에 옆에 있던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화창한 날씨에 두분 다 무슨 말씀이에요? 자, 그러지 말고 이리 오세요. 모처럼 우리 가문에서 우리의 친목을 위해 가장 좋은 말들도 골라 보내왔는데.. 어서요.”



 

 이 여자가 이타국에서 온 공주로군.

 

 명마 생산지로 유명한 이타국의 국왕은 황제가 인질로 온 왕녀 중에서 황후감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재빨리 이 귀한 말들을 골라서 보냈다.



 이 여자 역시 황제의 면전에서 ‘너도 내 아내가 될 수 있으므로 딴 남자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 는 말을 들은 나를 질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실 내가 황제에게 그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온 황궁에 퍼졌고, 그 이후로부터 다른 나라 출신 공주들이 나를 괴롭히는 정도는 더 심해졌다.

 

 

‘나랑 말도 안 하고 지내던 여자가 예의도 잊고 싫다는 나를 이렇게 억지로 말에 앉히다니… 이런 속보이는.’

 

 하필 그녀가 골라준 말은 내 몸집에는 당치도 않은 커다란 흑마였다.
아직 어려서 길이 잘 들어 있지도 않고, 유순한 성격이 아니라 군마로 쓰기에 적합하지, 이런 곳에서 귀부인들이 탈 만한 것은 아니어 보였다.

 

 ‘내가 말을 타지 못해 망신당하게 하려는 건가?’

  

 그런 작전이라면 적극 동참해 줄 용의도 있다. 마침 저기 황제도 있고, 난 절대 저 자의 맘에 들어서 이 나라 황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아샨티 왕녀. 그 말은 리안나 왕녀가 타기에는 좀 거칠어 보이는데...”



 

 알레인 황자가 걱정스레 말하자 아샨티는 손을 내저었다.

 

 

“모르시는 말씀. 여기 이 말들은 모두 우리 이타국 최고의 조련사들에게 완벽히 훈련된 말인걸요. 왕녀께서 빨리 말을 모실 리도 없고.. 여기서 천천히 걷기만 할 텐데 위험할 게 뭐 있겠어요?”

 

 

말끝에 아샨티는 날 우습다는 듯 흘깃 보았다.

 

 

‘자기는 이타 국 출신이라 말을 잘 탄다 이거지.’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피의 전쟁>에서 우리 군사들과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던 나다. 말 다루는거야 내게는 숨 쉬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긴 하지만.

 

 
‘눈에 띄어 좋을 리 없으니.’



 

 “아샨티 왕녀 말이 맞아요. 저는 여기서 다른 분들과 천천히 걸어보기만 할거에요.”

 

 
“...네. 위험할 수 있으니 말 고삐를 급히 움직이지 마십시오.”



 

 말을 마치고도 알레인 황자는 걱정이 되는지 한참이나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그 어떤 끔찍한 명령도 눈 하나 깜박 안하고 내리는 황제와 달리, 저 황자는 천성이 온화하고 착해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심성이 여린 황자가 황제의 광기를 고분고분 따르는 걸까?



 

 조신한 숙녀들과 섞여 말 위에 올라타 황제의 사냥터를 빙빙 돌다 보니 금방 지루해졌다.

 

 슬슬 그만둘까 하는 참에 아샨티 공주가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들렸다.

 

 

“그냥 이렇게 있으니 너무 지루하군요. 말들도 좀 몸을 풀게 할 필요가 있으니 실력 좋은 자들끼리 한번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좋지요.”

 
“어디 한번 실력을 겨뤄 볼까요?”



 

 활달한 성격의 왕자들이 흔쾌히 동의했다. 알레인 황자를 비롯한 기사들도 몸이 근질거렸는지 앞으로 말을 몰아갔다.

 

 

“샤카이! 네가 앞장서.”



 

 아샨티가 자신의 호위기사를 불렀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말을 몰아 나를 지나쳐 갔는데, 잠깐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씩 웃는데… 뭔가 기분이 쌔- 했다. 



 

 ‘뭐지...?’

 

 
“자, 모두 준비 됐지요?”



 

 활달한 그녀의 목소리에 맞춰 출발선에 선 말들이 발굽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



 

 갑자기 내가 탄 말이 몸을 푸르르 떨었다. 나는 경주를 시작하려는 무리들과 등을 진 채 시종이 발판을 가져다 주기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자, 준비!”


 

 뒤편에서 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내 말도 그에 맞춰 발을 굴렀다.



 

 “꺄악, 리안나 왕녀님의 말이-!”


 

 “위험해, 말이 흥분했어!”


 

 “물러나!”



 

 내가 탄 흑마가 대가리를 젖히며 몸을 흔들어대자 시종들은 겁을 집어먹고 물러났다. 이미 말에서 내린 다른 왕녀들도 낮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차분히 고삐를 느슨하게 하고 말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역시 너무 어려.’



 

 나를 태운 어린 말은 몸을 돌려 출발선에 선 한 무리의 말들로 다가갔다.


 

 말은 원래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이다.

 이 어린 말은 자기 고향에서 온 말들의 무리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개를 숙여 오른손바닥을 가만히 말의 목 부분에 대 보았다. 목의 힘줄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달리고 싶어 하는구나.’



 

 “어머나? 리안나 왕녀님도 함께 하시려구요? 위험할 텐데.”

 

 
아샨티가 뒤를 돌아보고는 깔보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눈짓으로 슬쩍 그녀의 옆, 샤카이가 탄 말을 가리켰다.

 

 “......”



 

 말은 무리 중 가장 뛰어난 암말을 따른다. 아무래도 이타 국에서 함께 온 서른 필들의 말 중.. 우두머리는 샤카이가 지금 타고 있는 말인 모양이다.



 

 이대로 샤카이가 저 앞으로 달려나가면, 필시 내가 타고 있는 말도 따라 달리기 시작할 것이다. 너무 어려 경험이 없으니, 자신의 능력도 위에 타고 있는 기수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서야 아샨티 공주의 앙큼한 계략을 눈치챌 수 있었다.

 

 
‘..황제 앞에서 낙마시켜 버릴 생각이로군.’

 

 
저쪽에서 황제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멀어서 보이지 않아도 그가 여기를 주시하고 것쯤은 알 수 있다. 특유의 그 나른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고 있겠지.



 

 ‘하지만 내가 말에서 떨어져 다치면, 이 말도 목이 잘릴 텐데?’

 

 

“...! 잠시만요. 리안나 왕녀를 내려주고 가야 합니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알레인 황자가 다급히 말했지만 샤카이는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샨티는 벌써 입이 귀까지 찢어졌고.



 

 나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뻗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탁 트인 들판. 중간중간 세워놓은 허들과 저 멀리 보이는 시내..

내 허벅다리 아래쪽에서 달리고 싶어하는 말의 세찬 심장고동이 느껴졌다.

 

 덩달아 내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아, 나도- 달리고 싶다. 오랜만에.



 

 

 “리안나 왕녀는 괜히 욕심부리지 말고 여기 남으세요. 자칫하면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진다구요.”
아샨티는 마치 내가 원해서 함께 달리려고 하는 것처럼 짐짓 큰소리로 말했다.

  

 “아샨티 왕녀, 기다려요. 저 말은 아직 어려요. 우리가 뛰면 따라 뛸 테니 매어두고 가야 합니..”

 

 
“자, 가요!!”



 

 알레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샨티는 자기 말이 아닌- 사카이가 탄 말의 궁둥이를 내려쳤다.



 

 히이잉!
 샤카이의 말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자, 내가 탄 흑마도 튕기듯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

 

 젊은 남녀가 한가롭게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황제는 측근들과 그늘에 앉아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앉아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황제는 그의 최측근인 제라드로부터 끊임없이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최근 괴상한 생명체가 출몰하는 지역이 두 곳 더 늘었습니다. 한 곳은 다르핀 강 하구의 트로인 지역이고, 한 곳은 리어 제피로스입니다.”

  

 “점점 수도와 가까워지는군.”

  

 황제의 말에 제라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 그리고 점점 그 수가 많아져 각 영지의 군사로는 감당이 어려운 듯 합니다. 여기저기서 중앙군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면 아무리 군사를 늘린 들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백색사단은 아직인가...?”

  

 백색사단이란 황제의 밀명으로 중앙 귀족 몇 명이 막대한 돈을 들여 양성하고 있는 비밀 부대였다. 하지만 그 목적이 이미 오래 전에 제국이 잃어버린 마법의 힘을 찾는 데 있다 보니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송구합니다. 아직은 군사력에 보탬이 될 만한 성과는... 하지만 고대 기록을 연구하던 이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괴물들이 예전에 이 땅에 있었던 ‘마물’인 것 같다고 보고 했습니다.”

  

 “마물...? 어릴 적 유모가 얘기해주던...?”

  

 황제의 냉소에 제라드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마법사가 남아 있듯 마물도 다 없어졌으리라는 보장은....”

 “잠깐만.”

  

 의자에 거의 누워있던 황제가 몸을 일으켰다. 저 멀리 엄청난 속도로 말을 달려가고 있는 두 인영이 보였다.

  

 다른 자들은 멀찌감치 뒤쳐지거나 저 끝의 개울에 다가가기 전에 모두 멈춰섰는데도 불구하고 선두의 둘 만은 대담하게도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달려나가 너른 개울을 훌쩍 건너뛰었다.

  

 “어느 집안의 공자지? 말을 꽤 잘 타는군.”

  

 한 명은 이타 국에서 온 기사인 게 분명한데 뒤의 몸집이 작은 자는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저..공자가 아니라 왕녀라는군요.”

  

 시종에게 확인한 제라드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카이엘의 눈이 커졌다.

  

 “왕녀라고?”

 “네. 왜... 있지 않습니까, 그 전혀 공주같지 않다는 ...”

 “아하, 그 발크 국 꼬마?”

  

 황제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그는 아예 일어서서 말머리를 돌리는 리안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날씬한 몸매 덕에 그녀의 몸짓은 한층 더 민첩해 보였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카이엘의 미소였다.

  

 “...아름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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