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소희한테 찾아온 희망
일요일이었다. 은경은 오후에 자취를 하고 있는 승훈의 집을 찾아왔다. 승훈은 연락도 없이 찾아온 은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
“오늘 제 생일이에요. 맛있는 거 사 줘요.”
“아차, 미안. 깜빡했어.”
“됐으니까 맛있는 거 사 줘요. 뭐 사 줄 거에요?”
“뭐 먹고 싶은데? 말만 해. 오늘은 다 사 줄 테니까.”
“오늘은 전적으로 오빠한테 맡길게요.”
두 사람은 집을 나와 승훈이 주차창에 주차해 놓은 차에 올라탔다.
승훈은 시동을 걸었다.
“그 아이는 좀 어때요?”
“누구?”
“오빠가 구한 그 아이요.”
“아, 내일 모레면 퇴원인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아무 얘기도 하질 않으니까. 부모가 누군지 집이 어딘지 아직까지 알아 낸 게 하나도 없어.”
“제가 한 번 만나볼까요?”
“응?”
“혹시 모르잖아요? 같은 여자인 저한테는 얘기할지도. 점심 먹고 같이 가 봐요.”
“그래.”
승훈은 은경의 제안에 동의했다.
희연은 강 여사가 경영하는 빈 레스토랑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희연은 가끔 시간이 있을 때 자발적으로 레스토랑에 와서 강 여사의 일을 거들어 주었다. 오후에 수업이 있어서 희연은 일을 마치고 데스크를 보고 있는 강 여사한테로 갔다.
“어머님, 저 그만 가 볼게요.”
“그래, 너한텐 정말 미안하고 고맙구나.”
“아니에요. 어머님.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저 그럼 가 볼게요.”
희연은 공손히 인사를 한 후 레스토랑을 나왔다.
희연이 레스토랑을 나온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승훈과 은경이 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은경은 처음 들른 고급 레스토랑의 휘황찬란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 너무 비싸지 않아요?”
“비싸긴 하지.”
“우리 다른 데 가요. 저 이렇게 비싼 데 필요 없어요.”
“오늘은 전적으로 나한테 맡긴다며. 저기 빈자리로 가서 앉자.”
두 사람은 중앙에 놓여있는 비어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오빤, 여기 자주 와 봤어요?”
“아니. 나도 저 번에 아버지가 한 번 데리고 와서 알게 됐어. 음식 맛이 아주 괜찮더라고.”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승훈은 코스 A를 주문했다. 조금 후 주문한 음식이 차례대로 나왔다. 은경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언젠가 어머니를 한 번 데리고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 괜찮아?”
“예. 정말 맛있어요.”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 아이한테 갈 거야?”
“예. 제가 한 번 얘기 해 볼 게요.”
두 사람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를 타려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소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일 모레면 퇴원이었다. 병원비는 자신을 구해 준 그 남자가 내 주었지만 막상 퇴원을 하게 되면 갈 곳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기만 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소희는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구해 준 남자가 또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모르는 여자와 함께였다.
“누구에요?”
소희는 승훈한테 물었다.
“널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
“오빤 잠깐 나가 있어요. 제가 얘기해 볼 테니까.”
“응.”
승훈은 병실을 나왔다.
은경은 침대에 누워 있는 소희한테로 가까이 갔다.
“오빠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어. 누가 너한테 그런 몹쓸 짓을 한 거니?”
“.......”
“모레 퇴원 이라는데 어디 갈 데는 있어?”
“.......”
은경은 병실을 나왔다.
“무슨 얘기 좀 해?”
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승훈이 물었다.
“아니요. 그것보단 퇴원해도 갈 데가 없는 거 같아요.”
“갈 데가 없다니?”
“당분간 오빠 집에 있게 하는 게 어때요?”
“우리 집에?”
“왜요? 안 되나요?”
“아니, 안 될 건 없는데.”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해요. 제가 자주 찾아갈게요.”
두 사람은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퇴원해도 갈 데 없으면 이 오빠 집에 가지 않을래?”
“예?”
소희는 깜짝 놀라 두 사람을 보았다.
“정말 그래도 돼요?”
소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응.”
승훈이 대답했다.
“고마워요.”
소희는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