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일반/역사
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소설입니다.

 
47화 등산 사고
작성일 : 19-11-07 13:41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1246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7 등산 사고

 

  일요일이었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10시에 북한산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유진 재수, 희연, 민이는 10시가 되기 전 이미 북한 산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인 10시가 되자 준석이 여자친구인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야, 니 여자친구는 왜 데리고 와? 이건 우리 풍물패 7기 모임이라고.”

  민이가 한소리 했다.

  “마리씨, 이 깡패 얘기는 신경쓸 거 없어요. 저는 대환영이니까요. 카메라 가져왔으니까 제가 이따 사진도 이쁘게 찍어 드릴게요.”

  “하여튼 이쁜 여자라면 환장을 하지.”

  “다 왔으니까 가자.”

 희연이 말했다.

  여섯명의 학생은 천천히 등산로 쪽으로 걸어갔다.

  “깡패, 너 근데 길은 제대로 알고 있는 거냐?”

 재수가 또 민이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럼, 내가 이 산에 한 두 번 와 본 줄 아냐?”

  “그렇다쳐도 어디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혹시 우리 길 잃어버리는 거 아닌지도 몰라.”

  “걱정마라. 쉬운 코스로 잡았으니까 길 잃어버린다 해도 별일은 없을 거다.”

  “그거 좀 의외다. 니가 쉬운 코스로 잡고 말야. 험한 코스를 택할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희연이 생각해서 쉬운 코스로 잡은 거야. 희연이 몸 약하잖아.”

  “그럼 나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 거잖아. 나 오지 말 걸 그랬나?”

 희연이가 장난스런 웃음을 띠며 물어 보았다.

  “그건 안 되지. 절대로.”

 민이가 힘주어 말했다.

  “왜?”

 재수가 물었다.

  “우리가 산만 올라갔다 와서 바로 집으로 갈 건 아니잖아? 술 마셔야지. 그럴려면 물주가 필요하다고.”

  “하여튼 생각하는 거 하고는. 넌 정말 이 다음에 뭐가 될려고 그러냐?”

 재수가 한심해 하며 물었다.

  “대통령. 저 번에도 저 저번에도 말했는데 넌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냐? 난 남북 통일국가 초대대통령이 될 거라고.”

  “너 아직도 정신병원에 안 가 봤냐? 내가 데려다 줄까?”

  “둘이 이런 커플이었구나. 나 이런 커플 많이 봤어.”

  마리가 눈치챘다는 듯이 말했다.

  “야, 우린 커플이 아니야. 내가 미쳤나? 이런 머저리랑 사귀게.”

  “저기, 마리씨가 뭔가 오해한 거 같은데 우린 진짜 커플 아니에요. 저는 저런 깡패는 트럭으로 갖다줘도 싫다고요.”

  “커플 아닌가? 커플 같은데...... 정말 아니야?”

 마리가 희연이한테 고개를 돌리며 확인차 물었다.

 희연은 아무런 대답 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야, 아니라고 했잖아? 하여튼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니까. 이쁜 여자는 하나 같이 멍청해.”

  “그 말은 나도 동의해. 나 원래 좀 멍청하거든.”

 마리의 말에 민이는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이런 애가 우리 학교 홍보 동영상을 찍은 거야? 넌 대체 이런 애랑 왜 사귀냐?”

 민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준석이한테 물었다.

  “이쁘니까.”

  “하여튼 남자들이란...... 하나같이 구제불능이라니까.”

  “내 생각엔 니가 더 구제불능인 거 같다.”

 재수가 또 민이의 화를 돋궜다.

  “넌 그 입 좀 다물어라.”

 민이가 재수의 발을 밟았다.

  “아얏! 야, 너 정말 깡패야? 왜 사람 발을 밟고 그래?”

  “힘들어?”

 유진이 옆에서 걷고 있는 희연이한테 물었다.

  “조금. 등산 같은 거 해 본 적 없어서.”

  “그럼 쉬었다 가야지. 우리 물주께서 힘드시다는데. 저기 바위 있으니까 저기 가서 쉬자.”

 민이가 말했다.

  여섯 명의 학생은 민이가 가리킨 곳으로 가서 큰 바위에 걸터 앉았다.

  북한산의 나무들은 서서히 색깔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단풍을 갖춘 나무들도 있었고 아직 색이 변하지 않은 나무들도 있었다. 여섯 사람이 오르는 등산로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그 물은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고 있었다.

  유진과 재수가 계곡으로 내려갔다. 어느 새 산 중턱까지 오른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갈 거야?”

 희연이가 옆에 앉은 민이한테 물었다.

  “당연하지. 그럴려고 온 건데. 왜 힘들어?”

  “조금. 산을 오른 적이 없어서.”

 희연이의 얼굴은 조금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역시 어려운 코스보다 이 코스를 택하길 잘 했지. 니가 힘들어 할 것 같았어. 하긴 그래서 조금은 재미 없어졌지만 말이야.”

  “계속 그렇게 무안 줄거야? 너 그러다 나한테 혼난다.”

  “니가? 어디 한 번 혼나보고 싶다. 너처럼 착한 애가 누굴 혼내냐?”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희연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야, 너희도 이리 내서 와서 씻지 그래? 물이 정말 시원해.”

 유진이가 바위에 앉아 있는 네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유진이의 말에 네 명의 학생이 계곡으로 내려와 계곡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었다.

  “어때? 시원하지?”

 유진이가 물었다.

  “응, 정말 시원한데. 이제 씻고 그랬으니까 다시 올라가야지.”

 민이가 말했다.

  “벌써?”

 재수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서둘러야 돼. 그래야 해지기 전까지 정상까지 올라갔다고 내려올 수 있으니까.”

  “그래. 그만 가자. 그만하면 많이 쉬었잖아.”

 유진이가 민이의 말에 동의했다.

  “하여튼 도움이 안 되는 인간들이야. 푹 좀 쉬어 볼려고 했건만.”

 재수가 말했다.

  여섯 명의 학생은 다시 등산로로 올라와 걸어갔다.

  “희연아. 가다가 힘들면 말 해. 너 하나 업고 갈 힘은 충분히 있으니까.”

 민이가 말했다.

  “넌 어째 여자가 힘자랑 뿐이냐? 그렇게 힘 자랑 하고 싶으면 나나 좀 업고 가라.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재수가 또 시비를 걸며 말했다.

  “넌 사내 자식이 아까부터 무슨 엄살을 그렇게 피우냐? 정 그렇게 힘들면 우리 올라갔다 내려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미쳤나? 나 혼자 여기서 뭐하냐? 끝까지 따라 올라가야지.”

  “왜? 나 안 보고 좋을텐데.”

  “그거야 그렇다만 마리씨랑 희연이를 안 볼 수는 없지.”

  “어이구, 하여튼 그 꼴에 여자는 되게 밝혀요. 도대체 어느쪽이야? 희연이야? 혜진이야? 아님 저 인형이야?”

 유진은 혜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순간 뜨끔했다.

  그거야 물론 셋 다지.”

  “뭐?”

  “난 일부다처제 주의자다. 세상에 한 여자만 사랑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여자는 넘쳐나는데 어떻게 한 여자만을 사랑할 수가 있냐?”

 재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민이가 주먹으로 재수의 배를 때렸다.

  “야, 왜 자꾸 사람을 때려?”

 재수가 소리를 질렀다.

  “너같은 놈은 맞아도 싸. 아주 비오는 날 개패듯이 맞아야 한다니까.”

  “내가 아무리 일부다처제 주의자지만 절대로 너랑은 안 산다.”

  “역시 이런 커플이었어. 정말 재밌어.”

 마리가 말했다.

  “야, 커플이 아니라고 했잖아? 하여튼 이쁜 여자들은 하나같이 멍청하다니까. 정말 멍청해.”

 민이가 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여섯 명의 학생은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올랐다. 희연이 가방에서 친구들을 위해 싸 가지고 온 김밥을 꺼내 같이 먹었다. 모두가 희연이가 만들어 가지고 온 김밥 맛에 감탄했다. 친구들과 김밥을 다 먹은 후 이번에는 희연이 가방에서 사과와 과도를 꺼내서 사과를 깎기 시작했는데 사과껍질이 전혀 끊어지지 않았다.

  “희연이, 넌 어쩜 그렇게 사과도 이쁘게 깎냐?”

 재수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하며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사과를 이쁘게 깎아야 나중에 시집을 잘 간다고 했거든.”

 희연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넌 정말 생각하는 게 왜 그 모양이냐? 인생 최대 목표가 결혼인 것처럼.”

  민이가 답답하다는 투로 말했다.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남편 내조하는 게 뭐가 어때서?”

 희연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런 것 보단 니 꿈을 키우란 말야! 그렇게 조선시대 여자같이 말하지 말고.”

  “조선시대가 어때서? 꼭 조선시대 여자는 다 불행했던 것처럼 말하네.”

  “뭐?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래도 너처럼 남북통일국가 초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헛된 망상을 하는 것 보단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재수가 또 민이를 걸고 넘어가며 희연을 변호해 주었다.

  “넌 그 입 좀 닥쳐라.”

 민이가 재수의 뒷통수를 쳤다.

  “야,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 넌 좀 희연이 반에 반만이라도 닮을 수 없냐?”

  재수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 조금도 없다.”

 사과를 다 깍은 희연이 사과를 예쁘게 잘라서 아이들한테 나눠 주었다. 여섯 명의 학생은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

  “우리 사진이나 다 같이 찍을까?”

 재수가 말했다.

  “좋지.”

 민이가 동의를 하며 말했다.

  재수는 산에 오른 다른 청년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며 카메라를 빌려주었다. 여섯 명의 학생은 뒤에 서 있는 커다란 바위를 배경삼아 앞에 나란히 함께 서 있었다.

  청년은 사진을 찍고 재수에게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유진아, 나랑 사진 한 번 더 찍지 않을래?”

  “응.”

 유진은 사진 찍는 것에 별 흥미를 못 느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라서 희연이의 제안에 응했다.

  유진과 희연이는 방금 전 다 같이 함께 찍은 사진과는 뒷배경을 달리하고 섰다.

  “자, 그럼 찍는다.”

 재수가 셔터를 눌렀다. 그들은 거기서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그 사진 언제나 나와?”

 희연이가 재수에게 물었다.

  “3일후에는 다 현상될 거야.”

  “그럼 그 사진 나한테도 다 한 장씩 줘. 내가 찾는 사진값은 낼테니까.”

  “친구한테 무슨 돈을 받아? 당연히 그냥 줘야지.”

  “야, 너 아까 나한테는 내가 찾는 사진값 내라고 했잖아?”

 민이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거야 너하고 희연이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그렇지.”

  “뭐야? 뭐가 어떻게 다른데?”

  “넌 웬수고 희연이는 친구잖아.”

  “그럼 어디 웬수한테 한 번 맞아봐라.”

 민이는 주먹으로 재수의 배를 때렸다. 재수는 약한 비명을 내며 반사적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야, 너 정말 깡패야? 왜 툭하면 사람을 치고 그래?”

 재수가 화를 내며 말했다.

  “니가 맞을 짓을 하잖아?”

  “어휴, 그래도 여자라서 때릴 수도 없고.”

  “봐주는 척 하지 말고 덤벼보라니까.”

  “관두자. 내가 너랑 싸워서 뭐하냐? 그래봤자 남자 체면만 안 서지.”

  “슬슬 꽁무니를 빼는구만.”

  “우리도 사진찍자.”

 마리가 준석이한테 말했다.

  “응.”

 준석과 마리도 사진을 찍을 포즈를 취했고 재수가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우리 사진도 그냥 줄 거지?”

  “물론. 난 저 깡패한테만 돈 받으면 돼. 유진이 너한테도 한 장씩 줄게.”

  “난 필요 없어.”

  “왜? 나중에 추억도 되고 좋을 텐데.”

  “됐어. 사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햇빛이 점점 수그러들면서 기온도 떨어지고 바람도 점점 심하게 불었다.

  “점점 추워지는 것 같은데 우리 그만 내려가자. 해지기 전에 내려가야 하잖아?”

  희연이 말했다.

 민이는 희연이의 말에 손목시계를 들여보았다. 여섯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서둘러 내려가야 겠는 걸.”

  여섯 명의 학생은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산로를 내려오다 보니 등산로 옆으로 난 길이 있었고 그 길 앞에는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있었다.

  “우리, 이리로 한 번 내려가 보는 게 어때? 시간도 늦어서 이리로 내려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은데.”

 민이가 호기심을 보이며 말했다.

  “여긴 출입금지 구역이잖아. 위험할 텐데 그냥 왔던 길로 내려가자.”

 희연이가 만류를 했다.

  “위험하긴? 별로 가파른 것 같지도 않은데.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는 게 좋잖아. 술 마시러 가야지.”

 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섰다. 뒤따라서 다섯 명의 학생도 그 곳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발걸음을 떼어 놓으려던 유진은 발을 잘 못 디디는 바람에 미끄러지면서 굴러 떨어졌다. 한참을 굴러가던 유진은 굵은 느티나무에 등을 부딪히며 멈췄다. 다섯 명의 학생은 갑작스런 사고에 너무나 놀랐다. 하지만 희연은 곧 냉정을 되찾고 유진이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뒤 이어 네 학생도 내려왔다. 유진은 너무 아파서 고통스런 얼굴을 하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른쪽 무릎 아래 다리가 엄청나게 부어 있었다. 희연이 구조를 요청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나 통화가 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겠어. 니가 업어야 될 거 같은데.”

 민이가 재수를 보며 재촉을 했다.

  “여긴 내가 있을게. 너흰 이거 가지고 통화되는 지역으로 가서 구조 요청해 줘.”

 희연이 핸드폰을 재수한테 건네주었다. 재수가 핸드폰을 받았다.

  “희연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돼. 날이 어두워지고 있잖아?”

 민이는 희연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희연이 말대로 하자. 이럴 땐 희연의 말대로 하는 게 최선이야.”

 마리가 말했다.

  “응?”

 민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마리를 보았으나 두 학생의 뜻대로 희연이만을 남겨놓고 아이들과 함께 다시 산을 올라와 핸드폰 통화가 되는 지역을 찾았다.

  유진의 오른쪽 다리는 점점 더 심하게 부어 오르고 있었다. 희연은 가방에서 과도를 꺼내 유진이의 바지를 찢었다. 맨살을 드러낸 유진이의 오른쪽 다리는 검붉은 빛을 띤 채 점점 더 부어오르고 있었다. 희연은 이대로 놔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유진이에게 주며 말했다.

  “유진아, 아무래도 피를 빼야 될 거 같아. 이거 꽉 물고 있어.”

 유진은 희연이의 말대로 수건을 입에 꽉 물었다.

  희연이 과도로 유진이의 다리를 찌르더니 그어 내렸다.

 유진은 극심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칼로 찢긴 유진이 오른쪽 다리에서는 쉴 새 없이 검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다리 안에 고여 있던 검붉은 피가 어느 정도 흘러 나오자 희연은 지혈을 한 후 유진이 입에 물고 있던 수건을 꺼내 옆에 있던 나무로 부목을 대곤 유진이의 오른쪽 무릎을 묶었다. 이제 유진이의 생명은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희연은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금십자가 목걸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하나님한테 기도를 했다.

 

  날은 저물어 희연과 유진이 있는 곳은 어두워져 있었다. 유진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였고 희연은 하나님한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네 명의 학생이 119대원들을 데리고 두 학생이 있는 곳으로 왔다. 대원들은 재빨리 유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유진이를 들 것에 싣고 신속하게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온 후 대원들은 유진이를 구급차에 태웠다. 다섯 명의 학생도 함께 구급차에 올라탔다. 희연은 차에 올라탄 후에도 계속해서 눈을 감고 금십자가 목걸이를 꼭 쥔 채 하나님한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괜찮을까요?”

 재수는 걱정을 하며 옆에 앉아 있는 대원한테 물었다. 그가 제일 선임인 것처럼 보였다.

  “현재로서는 뭐라 말할 수가 없어요. 다행히 학생들이 의대생이라 응급처치를 잘 해 놔서. 안 그랬다면 지금처럼 살아있기도 힘들었을 거에요.”

  “우린 의대생 아닌데요.”

  “예? 그럼 누가 이렇게......”

  재수는 눈을 감고 금십자가 목걸이를 꼭 쥔 채 기도를 하고 있는 희연이를 가리켰다. 재수의 옆에 앉은 대원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희연이를 보았다. 의대생도 아닌 학생이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응급처치를 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민이 또한 놀란 눈으로 희연을 보았다. 희연이의 판단은 정확했다. 민이는 그런 희연이한테서 왠지 모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저기 자애병원으로 가 주세요.”

 희연은 눈을 뜨며 구급대원에게 말했다.

  “예? 자애 병원은 여기서 꽤 걸리는데. 중앙 병원이 여기서 가까우니 그리로 가는게......”

  “자애병원으로 가 주셨으면 해요.”

 희연이 다시 한 번 말했다.

 구급대원은 저도 모르게 희연이한테 홀렸다. 그는 운전수한테 자애병원으로 가 달라고 했다.

 

  구급차는 자애병원에 도착했고, 유진이는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졌다. 차에서 내린 희연은 3층에 있는 원장실로 뛰어 올라갔다. 희연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큰아버지, 유진이를 살려주세요.”

  “무슨 말이야? 그게? 유진이를 살려달라니?”

 한 원장은 갑작스럽게 들어닥친 희연이의 행동과 말에 너무 당황을 하며 물었다.

  “유진이가 많이 다쳤어요. 지금 수술실에 있어요.”

 한 원장은 희연이의 말에 놀라며 수술실로 달려갔다. 희연이도 일어나서 한 원장의 뒤를 따라서 원장실을 나왔다. 희연은 유진이 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찾다가 재수한테 핸드폰을 돌려받지 않았다는 것이 기억났다. 네 명의 학생이 있을 수술실 복도로 가던 희연은 복도에 공중전화가 있는 것을 보고는 공중전화로 강 여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가 꺼져 있어서 유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유진이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가정부인 소민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아주머니, 저 희연이에요. 어머님 좀 바꿔 주세요.”

  “사모님은 지금 회장님과 외식하러 간다고 방금 나갔는데요.”

  “그럼 어머님 들어오시면 꼭 전해 주세요. 여기 자애병원인데 유진이가 많이 다쳤다구요.”

  “유진 도련님이요?”

 소민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예. 아주머니. 꼭 좀 전해주세요.”

  “들어오는 대로 전해줄게요.”

  “그럼 끊을게요.”

  희연은 통화를 마치고는 민이와 유진이 있을 수술실 문 앞으로 갔다. 희연이 예상대로 그 곳에선 네 명의 학생이 유진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민이가 물었다.

  “유진이네 집에 전화 하러.”

  “전화? 전화는 니 핸드폰으로 하면 되잖아?”

  “아, 참. 내 정신 좀 봐. 깜빡하고 안 돌려줬네. 미안해.”

 재수가 바지 주머니에서 희연이의 핸드폰을 꺼내 희연이한테 건네주었다.

  “아냐. 괜찮아.”

 희연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한 원장이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을 집도하고 있던 외과의는 한 원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원장님이 어떻게?”

  “어떤가? 그 아이는?”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입니다. 응급처치를 완벽하게 해 놨어요. 안 그랬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내가 집도하지.”

  “예? 예.”

 집도를 하고 있던 의사가 자리를 비켜 주었다.

 

 세 시간 후 수술이 끝났다. 한 원장이 수술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유진인 이제 괜찮을 거다.”

 한 원장이 희연을 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희연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하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한 원장은 손을 씻은 후 원장실로 돌아왔다. 유진은 그 위급한 상황에서 희연이 완벽하게 응급처치를 해서 살아난 거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그 동안 희연이한테 느끼고 있던 감정이 틀리지 않는 것 같았다. 희연인 역시 사람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원장은 희연이 유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에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냉정을 찾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게 정상이었다. 한 원장한테도 그런 경험은 있었다. 한 원장의 부인인 채진은 도현이 다섯 살 되는 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외과의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한 원장은 자신이 아내를 살려낼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 수술을 강행하기로 했다. 남은 생을 남편과 조용히 함께 하고 싶었던 채진은 결국 남편의 뜻에 따라 마음을 바꾸고 수술을 하는 데에 동의했다. 한 원장은 반드시 아내를 살리겠다고 다짐을 하며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수술이 시작되자 한 원장은 좀처럼 하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그는 동맥을 끊어 버렸고 엄청나게 흘러 나오는 피를 지혈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채진은 출혈 과다로 수술실에서 숨을 거두었다. 한 원장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아내와 함께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가 있었다. 자신이 아내한테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빼앗아 버렸다는 생각에 참을 수가 없어서 점점 폭음을 했다. 그렇게 점점 망가져 가던 어느 날, 그 날도 한 원장은 술집에서 혼자서 안주도 없이 폭음을 하고 있었는데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장 간호사가 들어와 한 원장한테로 와서 앉았다.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내 잘못이 아니라니? 난 냉정하지 못했어. 조금만 더 냉정했다면 그런 무모한 수술은 하지 않았을거야.”

  “그런 상황에서 냉정해 질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에요. 천사가 아니면 악마죠. 이거 만약에 수술이 잘못되면 사모님이 선생님한테 전해 달라고 한 편지에요.”

 장 간호사는 편지를 한 원장한테 건네주었다. 한 원장은 편지를 받아 읽어 보았다. 그 편지에는 수술이 실패해도 채진은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고 그러니까 당신도 더 이상 자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적혀 있었다. 한 원장은 그렇게 냉정을 잃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을 더 빨리 저 세상으로 보내고 말았다. 그런데 희연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도 놀라울 정도의 냉정함을 유지하며 응급처치를 완벽하게 해서 유진이를 살려냈다. 한 원장은 희연이 너무나 무서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는 이제 가 봐. 늦었잖아.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여긴 내가 있을게.”

 희연은 유진이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았다.

  “응.”

 네 학생이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친구들이 떠나자 희연은 다시 목에 건 금십자가 목걸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유진을 살려달라고 하나님한테 기도를 했다.

 

  네 학생은 병원을 나왔다. 준석과 마리는 버스를 타고 떠났고 재수와 민이는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괜찮겠지. 유진이?”

  재수가 민이한테 물었다.

  “괜찮겠지. 근데 희연이 좀 이상하지 않니?”

  “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돼.”

  “무슨 소리야?”

  “그 앤 조금도 당황하질 않았어. 유진이가 그렇게 다쳤는데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는데.”

  “그래도 희연이가 침착했던 바람에 다 잘 됐잖아.”

  “그렇기야 하지만...... 난 정말 모르겠어. 왠지 무섭다는 느낌이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죽을 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다쳤는데도 당황하지 않는다는 건 도무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것 같아.”

  민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래전에 태열이 오빠가 죽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민이는 태열 오빠가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눈앞이 캄캄했었다.

  “니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야.”

  “그런 걸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지하철역 출입구에 도착한 둘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유진의 사고 소식을 들은 강 여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강 여사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다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강 여사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희연은 사죄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희연이, 네가 그런 거야? 니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강 여사는 크게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희연은 강 여사를 볼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 때 한 원장이 병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떤가요? 괜찮나요?”

 강 여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진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다 희연이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희연이가 없었으면 아마 유진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강 여사는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희연이한테 화를 낸 것을 후회했다.

  “미안하다. 희연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너한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강 여사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아니에요. 어머님. 제 잘못인 걸요. 제가 유진이 말렸어야 하는 거였는데 말리지 못했어요.”

 희연은 진심으로 미안해 하며 말했다.

 

  밤이 깊어 있었다. 유진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으며 강 여사와 희연이 유진이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희연아, 늦었는데 그만 자지 그러냐?”

  “전 괜찮아요. 어머님.”

  “집에 연락은 했니?”

  “예.”

 

  사흘이 지난 밤이었다. 강 여사는 희연이를 데리고 저녁을 먹으러 가려 했지만 희연이가 한사코 병실에 남아 있겠다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 어젯밤도 희연이는 간호를 하느라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기 때문에 희연은 깜빡 잠이 들었다.

  3일 동안이나 의식을 잃고 있던 유진이는 눈을 떴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희연이가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유진은 손에 힘을 주어서 천천히 희연이의 손을 꼭 쥐었다. 깜빡 잠이 들었던 희연은 누군가 자신의 손을 쥐는 느낌에 눈을 떴다. 유진이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연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걱정해야 할 일은 없을 거 같았다.

  “또 니가 내 옆에 있구나.”

 고 2때 유진이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희연은 매일 같이 병원을 찾아와서 그 날의 수업내용을 유진한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유진은 퇴원을 한 후에 수업 진도를 따라 갈 수 있었고 휴학하는 일 없이 곧바로 3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잔 거지?”

  “3일.”

  “3일? 그렇게나 오래?”

  저녁을 먹으러 갔던 강 여사가 돌아왔다.

  “어머님, 유진이가 깨어났어요.”

  “뭐?”

 강 여사는 놀란 얼굴로 말하며 유진이가 누워있는 침대 옆으로 왔다.

  “괜찮니? 유진아.”

  “예. 어머니.”

 유진이는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큰아버지 불러올게요.”

 희연이는 한 원장을 부르러 원장실로 갔다.

  한 원장과 희연이 병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원장이 유진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어떤가요?”

 강 여사가 물었다.

  “위기는 이제 넘긴 것 같군요.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유진이는 그렇게 살아났다. 희연이는 두 손으로 십자가를 꼭 쥔 채 하나님한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5 55화 저물어 가는 해 2019 / 11 / 25 294 0 763   
54 54화 수능시험이 끝나고 2019 / 11 / 25 285 0 809   
53 53화 종강 파티 2019 / 11 / 25 291 0 3611   
52 52화 퇴원하는 유진 2019 / 11 / 14 247 0 1378   
51 51화 훈의 1심 재판 2019 / 11 / 14 289 0 1283   
50 50화 회복하는 유진 2019 / 11 / 7 266 0 3117   
49 49화 알게 된 진실 2019 / 11 / 7 270 0 1145   
48 48화 수능시험 2주 전 2019 / 11 / 7 283 0 1522   
47 47화 등산 사고 2019 / 11 / 7 271 0 12466   
46 46화 불길한 예감 2019 / 11 / 6 276 0 3168   
45 45화 사고뭉치 한나연 2019 / 11 / 1 268 0 7984   
44 44화 무너진 다리 2019 / 11 / 1 271 0 3875   
43 43화 지쳐가는 재수 2019 / 11 / 1 273 0 1251   
42 42 면회를 온 희연 2019 / 11 / 1 716 0 5588   
41 41화 희연이의 마음 2019 / 11 / 1 270 0 4258   
40 40화 인질로 잡힌 희연 2019 / 11 / 1 287 0 3339   
39 39화 개강 일주일 전 2019 / 10 / 22 263 0 3155   
38 38화 풍물패 강화훈련 2 2019 / 10 / 22 272 0 3340   
37 37화 풍물패 강화훈련 1 2019 / 10 / 22 284 0 2376   
36 36화 마리의 하루 2019 / 10 / 22 268 0 4023   
35 35화 내기 커플 2019 / 10 / 18 277 0 2879   
34 34화 풍물연습 2019 / 10 / 18 276 0 4421   
33 33화 유진의 속마음 2019 / 10 / 18 248 0 4112   
32 32화 태화 고등학교 살인 사건 2019 / 10 / 18 272 0 1948   
31 31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2019 / 10 / 18 271 0 1648   
30 30화 시험은 끝나고 2019 / 10 / 10 266 0 4838   
29 29화 시험 전 주 2019 / 10 / 10 266 0 2821   
28 28화 상욱의 생신 2019 / 10 / 10 267 0 2707   
27 27 소희한테 찾아온 희망 2019 / 10 / 10 254 0 1994   
26 26화 별 2019 / 10 / 10 260 0 1415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상처의 노래 2부(
소피스트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