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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소설입니다.

 
53화 종강 파티
작성일 : 19-11-25 14:06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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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종강 파티

 

  어느 새 기말고사도 다 끝나고 ㄱ대는 겨울 방학을 했다. 희연은 풍물패 동아리 방에서 유진이한테 장구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유진은 희연이가 가르쳐 준 굿거리 장단을 연주하다 그만 박자를 틀리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거야.”

 희연은 유진이가 틀린 부분의 굿거리 장단을 다시 연주해 주었다. 유진은 이번에는 틀리지 않고 깔끔하게 연주해 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난 괜찮아. 다시 한 번 하자고.”

 유진이가 다시 처음부터 장단을 연주하였다.

  민이와 재수가 동아리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학생은 희연이가 유진이한테 굿거리 장단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진이 너도 참 대단하다. 또 강습이야?”

 민이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내년에 들어오는 후배들도 가르칠 거 아냐?”

 유진이가 대답을 했다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그만 해라. 우리 종강파티 하기로 했잖아?”

  “아, 참 그랬지. 그럼 오늘은 하는 수 없지.”

  “기장, 준석인 좀 늦는대.”

 희연이 말했다.

  “그 플레이보이는 그 얘길 왜 또 너한테 해? 기장인 나한테 얘길 안 하고.”

 민이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 희연, 재수, 민이는 학교 근처에 있는 목마르지라는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네 명의 학생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지 30분이 조금 지났을 때 준석이 호프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준석은 친구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와서 앉았다. 희연이 종업원을 불러 맥주 잔 한 잔을 더 갖다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맥주잔을 가지고 오자 재수는 준석이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야, 근데 넌 왜 일이 있을 때마다 나한테 얘기 안 하고 희연이한테 얘기를 해? 기장은 나야. 당연히 나한테 보고해야 될 거 아냐?”

  “희연인 핸드폰 있잖아? 니가 핸드폰 사면 너한테 얘기할게.”

  “넌 핸드폰이 얼만지 알아? 내가 그렇게 비싼 걸 어떻게 사?”

  “2, 3년 후엔 살 수 있을 거야.”

 희연이 말했다.

  “응?”

  민이가 옆에 앉은 희연이를 돌아봤다.

  “2, 3년 후엔 핸드폰 값 지금보다 훨씬 싸질 테니까.”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난 경영학도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흐름은 어느 정도 알아.”

  “역시 희연이 넌 대단해.”

 재수가 말했다.

  “넌 얘 말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희연이가 언제 틀린 말 한 적 있어? 근데 혜진씨는 언제 와?”

 유진은 혜진이가 온다는 말을 듣자 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그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희연이가 아니었다. 희연은 도대체 어떤 여학생이길래 유진이 그렇게 마음을 빼앗긴 건지 그 여학생을 정말 한 번 보고 싶었다.

  “혜진씨가 누구야?”

 준석이 물었다.

  “내가 초대한 특별 손님. 교직 수업 30분 후면 끝날 테니까 끝나자마자 올 거야.”

 민이가 대답했다.

 

  다섯 명의 학생이 술을 마신지 삼십분이 지났을 때였다. 희연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희연은 테이블에 놓아둔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언니, 나 좀 살려 줘.”

 나연이었다.

  “너 또 무슨 사고쳤어? 또 내 차 타고 훔쳐 나가서 경찰한테 무면허로 걸렸어?”

  “언니는 내가 미쳤어? 똑같은 사고를 두 번 치게.”

  “그럼 이번엔 뭔데?”

  “지갑이 나를 버렸어.”

  “뭔 소리야?”

  “그러니까 내가 도현 오빠한테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하고 도현 오빠 데리고 아주 근사한 인도 음식점에 왔거든. 근데 다 먹고 계산 하려고 하니까 아무리 찾아도 지갑이 없는 거 있지?”

  “그래도 도현 오빠 카드 있을 거 아냐?”

  “내가 사 준다고 해서 집에서 지갑 안 갖고 나왔대. 무슨 남자가 그래? 아무리 내가 사 준다고 했어도 지갑은 갖고 나왔어야지. 아무튼 우리 지금 10만원 어치 먹었는데 둘이 합쳐 달랑 100원 밖에 없어서 음식점에 갇혔거든. 그러니까 언니가 좀 구해 줘.”

 희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디야?”

  “마포.”

  “알았어. 지금 갈게.”

 희연은 통화를 마친 후 가방을 챙겨 가지고 일어났다.

  “가려고?”

 유진이 물었다.

  “나연이가 또 사고 쳐서 가 봐야 할 거 같애.”

  “너 가면 이건 누가 계산해?”

  민이가 물었다.

  “계산은 충분히 하고 갈게.”

 희연은 데스크로 가서 계산을 충분히 한 후 문을 열고 나갔다.

 

  희연이 자리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혜진이 목마르지 호프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 민이가 민이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혜진은 그 곳으로 갔다.

  “근데 왜 부른 거야?”

 혜진이 물었다.

  “그냥 우리랑 같이 종강 파티나 하자고.”

  “그냥 갈게. 아무래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애.”

  “그러지 말고 앉아. 넌 너무 낯을 가린다니까. 유진인 같은 과니까 너도 잘 알 거 아냐? 그러니까 유진이 옆에 앉아”

  “그래요. 거기 앉아요.”

 재수도 민이의 의견에 동조했다. 혜진은 하는 수 없이 방금 전까지 희연이 앉아있던 유진이 옆에 앉았다. 유진은 혜진이가 자신의 옆에 앉자 방금 전부터 뛰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혜진이 술을 못 마셔서 민이가 사이다 한 병을 주문했다.

  “유진이랑 같은 과인가 봐요?”

 준석이 물었다.

  “예.”

 혜진이 얌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했어?”

 민이가 물었다.

  “아니. 아직.”

 민이가 주문한 사이다가 나왔다. 혜진은 병마개로 사이다 병을 따서 유리컵에 사이다를 따랐다.

  “자, 특별 손님도 왔으니까 한 잔 하자고.”

 민이가 잔을 들었다. 다섯 명의 학생은 각자 앞에 놓인 잔을 들어 건배를 한 후 마셨다.

 

  1시간 후 희연은 마포에 도착해 도현과 나연이 갇혀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계산을 한 후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오빤 지갑 좀 가지고 오지 그랬어요?”

 희연이 도현을 나무랐다.

  “난 나연이가 사 준다고 해서 지갑 안 가지고 나온 거야.”

  “그래도 애 상태 어떤지 잘 알잖아요?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했어야죠.”

  “언니는 내 상태가 어떻다는 거야? 난 아주 멀쩡해.”

  “멀쩡하긴? 도대체 언제쯤이면 사고 안 치고 나 좀 편하게 해 줄래?”

  “차 주차장에 있으니까 집까지 데려다 줄게.”

 도현은 두 사촌 동생과 함께 빨간 스포츠카를 세워 놓은 주차장으로 왔다. 도현이 운전석에 나연이 조수석에 희연이 뒷좌석에 앉았다.

  “니 친구 마리씨는 잘 있어?”

 도현이 시동을 건 후 악셀레이터를 밟자 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예.”

  “오빠, 마리 언니는 남자친구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포기 못했어요?”

  “포기를 왜 해? 난 반드시 그 아가씨랑 결혼할 거야. 사랑은 빼앗는 거니까.”

  “어쩜 이렇게 심보가 못됐을까? 아무래도 언니가 마리 언니 지켜줘야 할 거 같애.”

  “내가 지켜주고 싶어도 무슨 수로 지키니? 내가 도현 오빠를 무슨 수로 이겨?”

  “하긴.”

 나연이 수긍을 했다. 하지만 도현은 희연이의 완벽한 가식에 몸서리쳐질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 도현은 철민이 자살을 했을 때의 일이 또 떠올랐다.

 

  같은 시간 목마르지라는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다섯 명의 학생도 술자리를 파하고 술집을 나왔다. 유진은 혜진과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 같은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올라탔다. 하지만 둘 사이엔 또 답답한 침묵만이 흘렀다. 지하철이 선릉역에 도착하자 3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유진은 희연이한테 짧게 인사를 한 후 지하철에서 내렸다. 유진은 또 사랑하는 여인한테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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