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무리한 부탁을 의원님이 연구소에서 여기까지 돌아오면서 하셨는데 그 내용은 동물들이 터놓은 길을 따라가서 끝까지 가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가서 그들을 만나 협상을 하자는 말씀이신 것이다. 난 차량 안에서 의원님을 향해 극구반대의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의원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드시면서 내 입장을 뭉개고 말씀하셨다.
“그 정책이 만약 원인이라면 그 동물 무리 중에는 길고양이가 있을 거야. 그래서 그 정도 사이즈의 제품을 얻어온 거고.”
“지금... 동물이랑 협상을 하시겠다는 소리세요?”
“그렇지.”
“사람들끼리도 힘든 게 협상이에요! 근데 그걸 동물이랑 하시겠다는 말씀이세요?!”
“사람이 아니기에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대화가 끊어졌다가 도망친 도심지로 돌아왔을 때, 난 의원님을 돌아보며 여쭸다.
“안 하시면 안 될까요?”
“이제 와서 그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자네는 여기서 내려서 피해도 돼. 운전은 내가 하지.”
의원님의 그 말씀을 듣고 약 1분 정도의 생각을 거쳤고 결국 모시기로 했다면 끝까지 가자는 생각을 가졌다. 그를 돌아보며 “한 번 가보죠.” 라고 하자 의원님은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조심스레 몰아 딱 봐도 동물들이 부수고 지나간 흔적이 넘쳐흐르는 길을 따라 운전했다. 길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의 시체들과 그 잔해들에서 애써 시선을 피하며 몰기 시작한지 시간이 꽤나 지나자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의원님이 차 문고리를 잡고 열려고 하자 내가 다급하게 제지했다.
“동물들이 저희 말을 알아들을까요?”
“말로 안 되면 몸짓이나 억양으로 해결해야지.”
“그건 너무 도박... 아니 의원님 잠깐만요!!”
의원님의 생각을 거부하려고 하는데 의원님이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여시며 밖으로 나가셨다. 의원님이 조수석 창문에 대고 큰소리로 “자네는 여기에 있어!” 라고 소리치셨다. 그러면서 확성기를 드시고 동물들을 향해 말을 하시기 시작하셨다.
“내 말이 들리나?!”
그러자 길고양이 세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건물 안에서 나왔고 목적은 모르겠으나 분주하게 움직이던 건물 밖에 있던 동물들이 앞에 있는 네 마리와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걸 끼면 우리와 소통이 가능하다.”
말과 함께 손짓으로 제품과 고양이, 스스로를 차례대로 가리키시며 손으로 입모양을 만들어 말하는 시늉을 하셨다. 평소였다면 안 하셨을 행동이지만 상황이 상황이기도 하고 보는 사람은 나뿐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하셨다. 고양이들과 호랑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 울음소리가 불만만을 표현하기 보단 의견을 그저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쓰이나 보다. 어렸을 적에 개가 짖는다고 온갖 욕을 골라잡아 하시던 옆 집 아저씨가 생각이 나 기분이 복잡해지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한 발 앞으로 나와 의원님을 바라봤다. 동의의 표시일까? 의원님이 조심스럽게 제품을 들이밀자 고양이는 가볍게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좋아... 됐어.”
고양이의 목에 걸린 제품의 중앙에 붉은 빛이 들어왔고 시간이 몇 초 지나자 초록색으로 색이 바뀌었다. 의원님은 그것을 확인하곤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자, 이제 말해봐. 네 이름은 뭐지?”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미친놈으로 볼 말을 의원님은 밖으로 내뱉었고 고양이는 그런 의원님의 눈을 똑바로 보며 울 때처럼 입을 벌렸다. 하지만 늘 들어오던 ‘냐옹.’ 하는 울음소리가 아닌 감정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제 이름은 제우입니다.”
난 아직 상식선이 따라가지 못 해 황당함을 느끼는 채로 있었고 의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