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모양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모니터들을 바라보는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한숨을 얕게 쉬며 그것에 그럴 줄 알았다는 뜻을 절반, 성공하길 바랐다는 뜻을 절반 섞었다. 모니터는 하늘에서부터 촬영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곳은 울타리 없는 동물원 같았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한데에 어우러져 있고 그 가운데에 사람 한 명이 죽어있었으며 다른 한 명이 주저앉아있다.

　 “계획대로 진행할까요.”

　 “그래야겠지.”

　 죽어있는 자를 보며 혀를 가볍게 차고 모니터들의 아래에 있는 머리가 긴 여자가 스위치에 손가락을 올렸다.

　 “안타깝게 되었어. 약속된 보상만 해도 꽤나 많았는데 말이야.”

　 “보상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그는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뭐... 이젠 전부 쓸모없는 이야기지.”

　 손가락으로 누르자 모니터들 중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모니터에 붉은색의 문구가 떠올랐다. ‘실행하시겠습니까?’ 라는 문구를 한참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들의 눈에는 문구가 비추어져 있지만 그 문구를 통해 바라보는 너머의 세상이 무엇일지는 그들 자신만이 알 것이다. 실행할 것이라면 붉은색 버튼을, 취소할 것이라면 초록색 버튼을 누르라는 문구가 연이어 떴고 처음으로 버튼을 누른 사람이 망설임 없이 붉은색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후회는 없으십니까.”

　 “후회? 그런 건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좋아.”

　 “이 일에 대해 분명 많은 말들이 나올 것이고 진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나올 것입니다.”

　 “그건 예전에도 그래왔었어. 하지만 난 여기에 있지. 무엇을 뜻하는 줄 아나?”

　 말을 잠시 멈추고 그 사람은 같이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모니터 빛을 통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에 있는 단발머리의 그녀. 어디인지 모르게 반대되어 보여지는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을 받는 쪽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시작했다.

　 “모르겠습니다, 의원님.”

　 “이번에도 그들은 진실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지.”

　 그녀의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손가락은 내려가 스위치를 눌러버렸다. 곧이어 승인이 되었다는 기계음이 들리고 모니터에 비춰지고 있던 동물원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화면 송신이 중단되었다. 순식간에 찾아온 암흑 속에서 스위치를 누른 그녀는 점점 크게 목소리를 높여가며 웃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와 한 공간에 머물러있는 다른 한 쪽은 어두운 공간에서 그것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녹음기를 꽉 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