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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를 채우는 나무
작가 : The매드해터
작품등록일 : 2017.11.26

온갖 이야기와 꿈, 기억들이 뒤섞인 특별한 세계.
당신은 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 세계의 주민이 된 이야기들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일곱번째 이야기 - 시간과 꿈, 그리고 운명(1)
작성일 : 17-12-07 15:36     조회 : 310     추천 : 1     분량 : 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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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에, 아무것도 없던 세상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세 명의 친구들이 살기 시작하며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 친구에게 세상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아닌 세상을 찾아나섰습니다.

 마침내 다다른,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아닌 세상.

 세 친구에겐 너무나 특별해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서 살아가고팠던 친구들은, 그 세상의 힘이 되어, 그 세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꿈'

 

 언제나 공정하지만 실수도 하는 '운명'

 

 세상의 일부가 된 친구들은, 아름다운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당신은 아주 빠른 속도로 물 속을 유영하는 느낌을 받을것이다. 신부가 당신의 가슴 속에 채워둔 꿈의 힘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며 동쪽의 섬광을 향해 날아간다. 마치 바다 깊은 곳에 잠긴 것 같지만 당신은 숨도 쉴 수 있고 수압이나 냉기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당신은 그저 별빛이 가득한 우주를 여행하는 혜성이 된 것 뿐이다.

 별들을 지나, 이 세계에 가득한 물건들을 지나, 이 세계를 살아가는 여러 존재들을 지나, 당신은 나아간다. 동쪽을 향해. 동쪽 끝의 섬광을 향해.

 당신은 노란 고래 한 마리를 지나친다. 당신을 본 고래는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섬광에 가까워졌다. 당신은 저 먼발치에서 보던 섬광의 근원을 알 수 있을것이다. 수백만개의 형형색색 유리들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이루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유리 창문들은 거대한 구를 이루어 마치 하나의 별처럼 보였다. 면적과 지름이 어마어마하게 큰 아름다운 황금별은 그 자체로 밝은 빛을 내며 섬광을 만들었던 것이다.

 당신은 멈추지 않고 황금별로 들어간다. 당신을 감싼채 목적지로 향하는 꿈의 힘은 별의 표면(유리)을 깨트리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땅 위에 착지했을때야 꿈의 힘은 멈추었다. 불꽃이 사그라들듯, 당신의 가슴에 채워져있던 꿈의 힘은 사라져 버렸다.

 당신의 눈 앞엔 또다시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바닥은 온통 대리석으로 만든 체스판이었고, 하늘은 당신이 깨트린 틈으로 보이는 우주를 제외하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온통 분홍색이었다. 곳곳엔 촛불대야와 기둥, 가구, 그리고 장미 덩쿨과 숲이 있었다. 숲은 바람 한 점 없는데도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잎을 술렁거리고 있었다.

 "저기야, 바로 저기야!"

 그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생물체가 틈을 향해 말했다. 수학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기하학적인 선으로 이루어진 기괴한 생물체가 움직이는 망치 문양들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망치들은 당신이 깨트린 틈을 뚝딱뚝딱 고쳤다.

 "호오, 주인님을 뵈로 온거냐?"

 그건 당신을 향한 물음이었다. 부드러운 천사의 날개를 가진 하얀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여자의 목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묻는다.

 "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대답을 바란건 아니니까. 자, 문제 하나 내볼까? 넌 그 바보같은 부부가 이리로 보낸거지, 안 그러냐?"

 그녀는 당신의 면전 앞으로 날아와 빙글빙글 돌았다. 표정이 마치 웃고 있는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냐? 네 몸에 흐르는 기운이 그것들의 것과 똑같으니까... 그렇냐? 내가 맞냐? 자,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하고 안내를 해야겠군... 물어볼 필요는 없지만 난 예의를 중시하는 고양이니까, 따라올거냐?"

 당신이 자신을 반드시 따라올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당신이 딛고 있는 바닥이 에스컬레이터나 러닝 머신처럼 움직이며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고양이는 당신 곁을 날아다니며 앞으로 나아간다.

 "오, 다른 존재다... 다른 존재! 그분께서 다른 존재를 불러들였어!"

 "아아, 느껴져... 그게 곁에 있어... 나를 지나가고 있어..."

 "배가 고파... 배가 고파..."

 당신이 숲속으로 들어오자 주변에서 비통에 찬 음울한 목소리들이 들어온다. 숲이 마구 흔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숲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쟤들은 무시해라. 사실 여기 있는 모두를 무시하는게 좋을거다. 다들 미쳤으니까. 그래보이냐?"

 온갖 소리가 뒤엉킨다. 흐느끼는 소리, 깔깔거리는 소리, 음헌한 계획을 꾸미는 소리, 제발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 숲은 그런 소리들로 섞여있었다.

 "어머나 클라렛! 그건 뭔가요?"

 한참을 움직이다 땅에 피어진 황금꽃이 봉우리를 트더니 금가루로 잔뜩 떨어지는 나비 날개를 가진 여자 형체의 가시덩쿨이 나타났다. 둥둥 떠다니는 커다란 루비 두 개는 눈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꽃가루 공작부인! 이 자는 주인님을 찾아온 손님이다. 어때보이냐?"

 "아주... 아주..."

 꽃가루 공작부인은 당신에게로 기어온다. 그녀는 가시가 가득한 손으로 당신의 뺨을 어루만진다.

 "맛있어보여... 나의 구역을 채울... 새로운 양식...!"

 공작부인의 몸에서 금색의 장미가 피어났다. 부인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더니 몸을 이룬 가시덩쿨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내꺼야! 내꺼야! 내꺼야! 내꺼야! 내꺼야! 내꺼야!"

 클라렛이 발톱을 휘두르자 공작부인은 풍선처럼 찢겨버렸다. 금가루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공작 부인의 꽃봉우리가 급격히 시들더니 검은색이 숲 전체로 퍼졌다. "안 돼!! 안 돼!!!"

 "이 잔인한 괴물!"

 "싫어, 안 돼, 살려줘, 싫어, 살려줘, 제발."

 "복수할거야... 복수...,"

 나무들이 클라렛을 향해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매말라갔다. 초목을 이루었던 숲은 순식간에 황폐한 계곡이 되었다. 공작부인이 만졌던 당신의 뺨은 가시에 긁힌 상처 탓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미안하다. 용서할거냐?"

 클라렛이 물었다. 물론 이번에도 굳이 대답을 바란건 아니고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 클라렛은 원래는 강이었던 길을 따라갔다. 당신은, 당신을 이끄는 길은 그녀를 따라갔다. 그때 갑자기 나무줄기가 당신의 발목을 잡았다.

 "복... 수...,"

 그것은 곧 힘없이 풀어지며 매말라버렸다. 클라렛은 원래는 폭포였던 절벽을 따라 내려갔다. 당신은 그녀를 따라 내려간다. 그 밑엔 부엌이 있었다. 고층빌딩만한 주방 기구들이 가득한 부엌이 있었다.

 모든것이 거대했다. 부엌칼, 주전자, 냄비, 프라이팬같은 물건들부터 싱크대와 냉장고같은 것들, 달걀과 고기, 옥수수, 케이크, 술통같은 음식들까지 모든 것이 거대했다. 잔칫상이 잔뜩 차려진 테이블이 수백개는 넘게 배열되 있기도 했다. 맛있는 냄새가 풍겼지만 아무리 먹어도 끝이 없을것 같았다.

 "누구야? 누가 온거야?"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두도 살아있고 말을 했다. 주방 기구들과 음식들이 당신을 보더니 나무들처럼 끊임없이 속삭거렸다. 이번에 클라렛은 무시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했기 때문이다.

 "조용! 조용히 하지 못해? 이 망할 것들이 안 그래도 할 일이 태산인데 주제를 모르는구나! 먼저 요리되고 싶은게 누구냐? 먼저 먹히고 싶은건? 먼저 버려지고 싶은건? 그걸 바라는 놈들이 있다면 계속 지껄여라!"

 도마 끝자락에서 액체 덩어리같은 무엇인가가 소리쳤다.

 "히익! 후추 백작이야! 악덕 주방장! 못된 놈!"

 테이블에 있던 구운 칠면조가 소리쳤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액체가 아니라 콧수염이 달리고 실크햇과 외알 안경, 나비 넥타이를 장비한 후추 덩어리였다. 후추 백작은 본보기로 칠면조를 처형시켰다.

 "싫어! 싫어!"

 어둠 속에서 거대한 손이 나오더니 칠면조를 덥석 짚곤 다시 들어가버렸다. 음식 씹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주방에 있는 모두는 조용해질 수 있었다.

 "클라렛! 그건 뭔가?"

 후추 백작이 클라렛에게 물었다. 그녀는 꽃가루 공작부인에게 했던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전해주었다.

 "아, 그런거라면 지나가게나! 난 주인님께 목이 날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후추 백작은 두려움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과 클라렛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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