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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를 채우는 나무
작가 : The매드해터
작품등록일 : 2017.11.26

온갖 이야기와 꿈, 기억들이 뒤섞인 특별한 세계.
당신은 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 세계의 주민이 된 이야기들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 가짜 거리의 결혼식(4)
작성일 : 17-12-04 13:59     조회 : 260     추천 : 1     분량 : 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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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꿈의 끝이 가까워졌던 어느 날이었다.

 

 꿈의 신부는 눈에 띄게 우울해졌다. 춤을 출 때도 동작이 꼬이기 일수였고, 이따금 혼자서 가만히 앉아 멍때리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더는 외면할 수 없으니까.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끝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자신들은 영원을 살아가는게 아니라는것을.

 

 절대 풀리지 않을 것처럼 아무리 단단하게 묶여진 매듭이 풀려버리듯, 착각과 오해는 풀어지기 마련이다. 일부러 만들어낸 것일 수록 더더욱...

 꿈의 신랑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속이는건 안 된다는걸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임을 위해 숨겨와야만 했다.

 꿈의 신랑은 그녀에게,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물론 그 비는 꿈의 신랑이 내린 것이었다. 꿈의 신부는 언덕 위에서 홀로 자신들의 세계를 바라보며 우수에 젖어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1분 1초라도, 소중히 활용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만 년이라 할지라도 끝이란것이 있는 이상, 시간은 짧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홀로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꿈의 신랑은 신부에게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대도 드디어 외면하지 않는군요. 우리가 무한을 살아가는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꿈의 신부는 사랑하는 임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말, 그리고 따뜻한 말로 자신을 위로해주기를 바랐다.

 "이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우리는 끝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나 꿈의 신랑은 그런 따듯한 말 따윈 하지 않았다. 신부는 실망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임에게 처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느꼈다. 신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랑에게 화를 냈다.

 "당신은 처음과 변한게 하나도 없군요! 당신은 저희가 사라지는걸 원하나요? 끝이란게 다가오길 바라나요? 저는 저희의 행복한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데 당신은 항상 '받아들여야 한다' '포기해야 한다' 타령이었어요!!! 제가 바라는건 다 괜찮다는 따뜻한 한 마디 뿐이었는데 당신은 또 그런 말을 하는군요!"

 신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사랑하는 임에게 그녀가 안식을 편안하게 받아들일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을뿐, 그런 점은 간과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는 오히려 신부의 화를 더욱 돋구었다.

 "당신은 저를 사랑하는게 아니었나요? 지금까지 저에게 잘 해줬던 이유는 그저 저를 동정하기 때문이었나요? 됬어요! 저는 혼자 있을거에요! 끝이 다가올 그때까지! 혼자 있을거라고요!"

 신부의 분노는 꿈 속에 눈을 내렸다. 눈은 너무나 차갑고 무거워서, 꿈 속을 두 갈래로 나누는 벽으로 쌓였다. 신부는 벽 뒤에 스스로를 가두어, 아주 오랜 시간동안 나오지 않았다.'

 

 

 당신이 문고리에 손을 대고 꿈의 힘을 사용하자 은색 유리문을 감쌌던 장미 문양의 봉인 마법진이 깨져버렸다. 이제 유리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들어와주게..."

 목소리가 부탁한다. 정확히는 당신을 조종하는 명령이지만 그 목소리는 되도록이면 정중한 표현을 사용한다.

 푸르게 빛나는 기이한 방이다. 바다 가장 깊은 곳처럼, 검푸른 빛이 가득한 끝없는 공간. 그 중간에 찬란한 정원의 방에서 봤던 기묘한 장미들이 잔뜩 피어져 있었고, 장미 덩쿨에 묶인 누군가가 있었다.

 검은 중절모와 검은 양복을 입고 하얀 장갑과 나비 넥타이를 낀 남자였다. 물론 결혼식의 신부처럼 생물의 형상은 아니었다. 얼굴 부분이 빛으로 된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는 형상이었다.

 "반갑네, 이래뵈도 나는 이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네."

 목소리가 다시 말을 건다. 이번엔 당신의 귓가가 아닌 당신의 바로 앞에 있는 신랑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를 묶고있는 이 장미들을 없애주지 않겠나?"

 신랑이 또 정중한 말투로 당신을 조종한다. 당신은 두 손에서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불꽃을 만들어내어 장미를 태운다. 불꽃은 기묘한 장미를 태우지만 결코 신랑을 태우진 않는다. 당신이 '신랑을 피하면서 장미를 태워라'라고 주문을 걸었기 때문이다. 장미가 모두 소멸되자 신랑은 불타는 장미들을 모두 떨쳐버리며 차분히 내려온다. 주변으로 불타는 장미들이 흩날리며 당당하게 선 그의 모습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정말 고맙네. 하지만..."

 신랑은 당신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사과한다.

 "진심으로 미안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종을 풀 수 없다네. 그녀를 막으려면 자네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야."

 신랑은 얼굴 역할을 하는 나비 날개를 파닥거린다.

 "우선 나에게 나의 임께서 자네에게 무슨 일을 시켰는지, 아니 결혼식에 초대된 순간부터 지금까지에 대해 최대한 간추려서 말해줄수 있겠나?"

 당신은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말한다. 파랑새가 뿌린 초대장을 받고 결혼식에 왔고 카메라 보이를 따라와 종탑에 들어오고, 함께 있던 도우미가 신부의 억지로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으며 자신이 찬란한 정원의 방에서 신부와 했던 대화, 그리고 신랑의 앞에 서게 된 지금까지를 말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이해해달라고 하는건가... 아아, 임이여."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신랑이 혼잣말을 한다. 신랑은 손을 휘저어 불처럼 타오르는 거울을 소환한다. 거울은 신랑과 당신이 아닌 다른 것을 비추고 있다. 그건 밤하늘 망토의 여인이다. 그녀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눈덮인 어느 곳에서 무언가들을 잔뜩 끌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망토자락으로 종탑에나 달릴법한 커다란 하얀 종과 웨딩홀에서 봤던 백합, 그리고 웨딩 케이크를 들고있었다.

 "모아야 할 물건들이 몇 개 안 남았군. 그대의 친구가 완벽의 세계에서 찾아야할 것들을 모두 찾기 전에 그녀를 막아야 하네. 나의 사랑하는 임을 말일세."

 신랑이 비장하게 말하다 다시 거울을 보더니 그것을 톡톡 두드린다.

 "자네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시간을 더 벌여야 한다네. 그 옛날 우리가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을 영원에 가깝게 늘였던 것처럼 말일세."

 그러자 눈 속에서 기괴하게 생긴 나비 모양의 빛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밤하늘 망토의 여인은 완벽의 세계에서 처음 보는 광경에 잠시 멈춰섰지만 이내 다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갔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눈송이들이 회오리를 만들더니 거대한 눈 거인들이 만들어졌다. 밤하늘 망토의 여인은 열심히 그것들과 싸웠다.

 "죽지는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게나. 잠시 그녀를 막으라고 한것일세."

 신랑이 거울을 거두기 전 당신이 본 것은 여인에게 무참히 썰리는 거인들이었다.

 "나의 임은 이 세계에 존재하게 되기 전에도 소멸을 두려워했다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그녀를 안심시켰고, 함께 운명을 받아들일수 있었지... 우리가 그들 그 자체인지 단순한 흉내인지는 모르겠다네. 그러나 그 당시의 기억을 가진채 허락된 시간이 늘어나자, 그녀는 더더욱 영원에 집착하게 되었지. 이곳은 꿈이 아니고, 더 많은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꾸미는 일은 터무니없는 학살이나 다름없다네."

 신랑은 유리문 너머 복도를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자네는 알고 있나? 세계수가 만들었다는 이 세계에서도 끝은 존재한다네. 이 세계에서의 끝은, 꿈에서 깨어나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라, 꿈이며 기억이고 이야기일 뿐이니까. 시간도 가능성도 무의미한 세계이지만 결국 우리는 사라지게될 운명이고 그걸 막을 수는 없어. 그게 그녀가 미쳐버린 이유라네. 똑같은 운명을 두 번이나 타고났으니까. 두려움에 미쳐버린거지, 미쳐버린게야..."

 신랑은 당신을 어딘가로 데려간다. 은색과 금색이 섞인 유리문이었다. 그것을 열자, 톱니바퀴가 가득 달린 기괴한 모양의 황금 기계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벽면에는 엄청난 분량의 복잡한 설계도가 붙어있는데, 꿈의 언어로 적혀져 있기에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꿈의 힘은 신비하지. 자기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계속 앉아서 먹고 기다리기만해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정도로."

 그는 손으로 기계장치를 톡톡 건드린다. 금으로 된 기계장치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나의 임은 결혼식으로 하객들을 초대하고 이 기계장치를 통해 그들 모두를 흡수해서 우리의 힘을 강하게 만들 생각이라네. 그들을 희생시켜서 우리의 시간을 늘릴 계획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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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잭톰2 17-12-04 16:54
 
저 세상 존재들은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네요.
본능인지 그걸 원래 인지하고 있는 것들만 옮겨온건지.
후자라면 세계수는 순수한 어린애나 다름없네요. 잔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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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매드해터 17-12-04 19:14
 
후자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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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잭톰2 17-12-04 23:20
 
작가님은 여인보다 더 친절한 안내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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