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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를 채우는 나무
작가 : The매드해터
작품등록일 : 2017.11.26

온갖 이야기와 꿈, 기억들이 뒤섞인 특별한 세계.
당신은 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 세계의 주민이 된 이야기들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 가짜 거리의 결혼식(1)
작성일 : 17-12-02 21:01     조회 : 315     추천 : 1     분량 : 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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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꿈이다.

 존재하게 된 그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그들은 꿈이었다.

 누군가의 꿈 속 등장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꿈의 존재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나오는 꿈을 꾼 자가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다. 결혼을 갈망하던 여자가 약을 먹고 꾼 꿈일수도 있고, 실연의 상처를 어떻게든 잊어버리려고 발버둥치는 남자가 꾼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누가 꿈을 꾸었냐'는 전혀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두 사람이 존재했으며. 그들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하나는 여자였다. 기괴한 생김새였지만 분명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였다.

 다른 하나는 남자였다. 괴상한 생김새였지만 확실히 턱시도를 입은 남자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짧고, 흔하고, 의미없고, 특별하지도 않으며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야기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이야기다. 깨어나면 없던게 되버리는, 누군가가 꾼 한 순간의 꿈일 뿐이다.'

 

 

 

 "무수히 많은 별빛들이 은하수로 모여드는 꿈을 꾼다. 그들은 하나의 꿈일 뿐일지니, 별들은 은하수의 남자와 여자가 치르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축하해주리라. 어쩌면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은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생명일지도 모른다."

 샛별같이 빛나는 푸른 시인이 종이에 시를 쓰며 큰 소리로 읊는다. 딱히 당신이나 다른 하객들에게 자신의 문학적 감수성을 들어달라고 소리내어 자작시를 읽는 것은 아니다. 불가능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온 시인들은 넘치는 감수성과 소재에 미쳐버릴 지경이 되기 마련이니.

 당신과 여인은 다른 초대받은 하객들과 함께 은하수 모양을 한 별들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듯,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 별빛들이 올라옴에 따라 그들이 사실 별이 아니라 결혼식장을 향해 나아가는 초대받은 하객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당신은 소용돌이 모양을 이룬 수백개의 별빛무리 하나하나가 하객이요, 오롯한 색으로 빛나는 예식장의 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닥 없이 둥둥 뜬 빛나는 의자들은 가끔 이상한 하객, 덩치 큰 하객, 난폭한 하객 때문에 산산조각나버리기도 하지만 의자는 무한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예식장의 정중앙에는 하얗게 빛나는 커다란 웨딩홀이 있다. 천장 없는 그 땅덩어리는 우주를 떠다니는 의자에 읹은 상태로도 신랑과 신부가 걷는 양탄잣길과 그 옆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된 대리석 기둥, 하얀 꽃이 피어난 청록빛 초목 화분이 가득한걸 볼 수 있다. 아무리 멀리 있는 의자에 앉아서라도 그 멋진 웨딩홀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것부터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례사의 자리 뒤론 커다란 종탑이 세워져 있다. 종지기는 없다. 이 결혼식엔 축의금을 받는 직원이나 난동을 부리는 자들을 막는 경비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신랑과 신부, 그리고 주례사와 신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파랑새들만이 있을 뿐이다. 예식장을 관리하는 인원 따윈 아무도 없지만 식탁, 초대장 발급과 같은 모든 준비는 저절로 다 이루어진다.

 "어떻게 그런게 가능해요?"

 당신의 근처에 있던 말하는 물병이 파란 돌고래 영감에게 묻는다.

 "저 사람들은 꿈이란다. 꿈속에선 상식이 통하지 않아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저기 웨딩홀에 있는 케이크 보이니? 저거 탐내는 놈들이 바로 덮치지 않는 것도, 웨딩홀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도 다 꿈의 힘이란다."

 "그럼 저희도 뭐든 할 수 있나요?"

 "얘야, 우리는 꿈이 아니라 동화라고 이 할애비가 말했잖니."

 돌고래 영감이 껄껄 웃으며 물병에게 대답한다.

 수백, 수천이 넘는 하객들이 예식장으로 몰려든다. 그들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도 자리가 부족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식장은 스스로 넓어지기라도 하는 것 같다.

 "잠깐, 저거 혹시 식탁인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용 한 마리가 하얀색으로 빛나는 길다란 식탁을 발견하곤 모두에게 말한다. 스테이크, 케이크, 파이, 스프, 서양식 음식이 잔뜩 놓여진 식탁이었다. 분명 방금까진 없던 것이지만 먹을걸 먹고 싶었던 하객들은 그따위건 신경쓰지 않고 음식을 향해 달려든다. 예식장의 크기가 끝이 없듯, 식탁 역시 끝없이 줄지어 있었다.

 바닥도 천장도 없이 우주 한복판에 둥실둥실 떠있는 예식장은 아무리 엄청난 소란이 피워져도 예식장의 크기에 비하면 개미만도 못한 같잖은 일거리였다. 그래서 하객들은 결혼식이 평화롭다고 느낀다.

 "앗, 여기서 뵙게 되네요?"

 당신과 여인에게 누군가 날아온다. 만화의 낙원에서 만난 카메라 보이였다.

 "오랜만이에요 관찰자님! 예식장에 초대되셨나요? 히힛, 저는 할로윈 테마의 영감을 줄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아, 가두기 사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진이니까 오해하진 마세요!"

 "당신들도 초대장을 받고 오셨나요?"

 여인이 카메라 보이에게 물었다. 카메라 보이는 깜짝 놀랐닺 여인이 선 자리와 그녀의 밤하늘 망토가 비슷해서 그녀를 못 봤기 때문이었다.

 "그렇긴한데, 저희는 특별한 초대장이었어요! 결혼식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진이었는데 아시다시피 다들 바쁘셔서 저만 온거에요! 조금 있으면 결혼식이 시작될텐데, 두 분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전 이만 신부님 사진을 찍어야해서~"

 카메라 보이는 웨딩홀을 향해 파닥파닥 날아갔다.

 그러나 카메라 보이가 말한 '잠시 후'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예식장의 하객들은 멈출 줄 모르고 몰려와서 당신은 모든 하객들이 입장한 후에야 식을 울리는건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초대장은 꿈의 힘으로 이 세계 전체에 뿌려진 것이기에 무한에 가까운 그들이 이곳에 오는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에 지루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는 존재들은 아름다운 결혼식을 잠깐 동안의 유흥거리로 생각하고 먹을게 목적인 존재들은 아무리 먹어치워도 줄어들지 않는 음식들에 질릴 수가 없다. 애초에 시간 따윈 무의미한 이 세계에서 기다림을 증오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났을때야, 당신과 여인에게 파랑새 두 마리가 다가온다.

 "카메라 보이가 말한 그 사람!"

 "당신이 관찰자님이시죠?"

 파랑새는 다짜고짜 당신에게 신원을 묻는다.

 "관찰자님 관찰자님! 저희는 들러리들이에요! 신부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저희를 따라 빨리 와주세요!"

 파랑새들은 부리로 당신의 옷깃을 물어 잡아당긴다. 작은 새들이지만 힘이 엄청나서 당신은 파랑새들의 부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웨딩 홀까지 날아간다.

 아직까지 신체적, 정신적 해를 끼치진 않아서 밤하늘 망토의 여인은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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