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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뜻밖의 외박
작성일 : 17-11-22 01:17     조회 : 249     추천 : 3     분량 : 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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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뜻밖의 외박

 

 

 

 

 

 

 “내가.. 그렇게 싫어요?”

 

 풀린 눈과 손짓으로 자신을 툭툭 처가면서 말을 해대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슬퍼보였다. 술주정이 동정심사기인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나보다도 불쌍한 사람 같았다. 이 사람, 정말 나한테 상처 받은 걸까..?

 

 “저기 이설호 씨.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이제 댁으로 가시죠.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왜 계속.. 저 보내요? 진짜 싫구나.. 내가..”

 

 내가 시킨 우동도 포기하고 데려다준다는데, 이 남자는 끝까지 불쌍한 척을 해댄다. 또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나오면 약해지기 마련인데. 나도 헤어진 남녀사이도 아닌데, 이렇게나 차갑게 끝낸 관계가 왠지 미안해졌나보다.

 

 “안 싫어요. 이설호 씨. 좋은 의사에요.”

 “..진짜요? 근데 왜 다른 의사 찾아요.”

 

 난 내가 좋은 의사라고 했지, 좋은 사람이라고는 안했잖아요. 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술에 취한 사람에게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상처주기는 싫었다.

 

 “다음에 얘기하구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그럼 여긴 왜 왔어요... 어라? 술? 나봄 씨 술 마셔요?!?”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초록빛 병을 들고는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다시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모션을 취했다.

 

 “쫌! 조용히 좀 해요.”

 “환자는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우울증 환자는 특히.. 술 마시면 알콜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술을 마시게 되면..”

 “저기요! 쫌!”

 

 이러다가는 내가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우리 동네 주민들이 다 알 것 같아 그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이러다 내일 반상회부터 마을회관까지 ‘진나봄 우울증 극복 방안’에 대해 토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팔이 의사는 포장마차 밖으로 나와서도 비틀대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저기요, 정신 좀 차려 봐요. 이설호 씨. 이설호 씨.”

 “우울증 환자가 그렇게.. 소리 지르시면 안돼요.. 아셨죠..?”

 

 여기가 길바닥인지 진료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의 직업정신은 투철했다. 어떤 행동만 하면 우울증과 연관시키는 돌팔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대놓고 째려보았다.

 

 “어..? 봐봐. 나봄 씨는 나 싫어해. 이렇게 막 무섭게 어? 막 희번득하게 날 째려보고 있잖아요. 아, 무숴워.”

 “그 쪽이 더 무섭거든요? 진짜 길에서 객사하던지 말든지 그냥 버리고 갑니다??”

 

 나의 협박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골목길 담벼락에 기대 앉아있었다. 순간 정말 길에다 버리고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상도덕이 있는 사람인지라 한숨을 크게 쉬고 그를 다시 깨웠다.

 

 “이설호 씨. 저기요. 의사양반. 어이. 돌팔이.”

 

 나의 언어가 다소 거칠어질 쯤에 거센 찬바람이 골목길 안으로 들어왔다. 쌩 – 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오금을 저리게 하였고, 추위가 미치도록 싫었던 나는 그를 다시 격렬하게 깨워보았다. 하지만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 그 때문에 결국 난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누군가 멀리서 나의 모습을 본다면, 아리랑치기의 현행범으로 보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의 주머니를 뒤지니 꺼진 휴대폰과 지갑이 나왔다. 지갑 속엔 다행히도 그가 살고 있는 신축 빌라의 카드키가 알맞게 꽂혀있었다.

 

 “진짜 이제 좀 일어나요!!!”

 

 그의 한쪽 팔을 어깨에 짊어지고 허리를 부축하며 걷는 나의 포효소리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드키에는 집 호수가 적혀있어 그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넓은 신축빌라가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넓은 공간을 왜 그렇게 활용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 지저분하고 난장판인 그의 집이었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오기 싫어하는 강아지의 목줄을 당기듯 그를 잡아끌어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벌써 시간은 밤 11시 30분을 넘기고 있었고, 그렇다면 난 저 돌팔이를 옮기는데 약 한 시간 정도를 썼다는 말이 된다. 집 앞 포장마차에서 여기까지 한 시간이라니... 저 돌팔이 의사는 나에게 더 우울증을 앓게 해주는 존재다. 분노감이 차오를 쯤 집안을 둘러보니 더더욱 분노가 차올랐다. 아니, 이렇게 좋은 집을 왜 이렇게 쓰는 거야?

 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끝냈기에 그의 집을 나서려고 했지만, 지저분한 꼬라지가 눈에 밟히고 말았다. 이것도 정신병의 일종인지, 직업병의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저분한 모습을 보면 자기 전까지 그 잔상이 맴돌았다. 결벽증..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흐트러진 광경을 보기가 싫었었다.

 

 “뭐하는 거지..”

 

 어느 순간 난 그의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문득 이게 더 치료가 시급한 정신병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의 거실은 옷가지와 의학 서적들이 서로 뒤섞여 널브러져있었고,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옷은 옷대로 걸어두고, 의학서적들은 작은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한결 나아진 거실 모습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다.

 

 “이것도 치료의 일종인가..”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서기 전에 그의 침실을 들여다보았다. 옷도 벗지 못한 채 아까 내가 던져놓은 그대로 그는 누워있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나 되셔가지고 동네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다니, 이기지도 못할 술을 뭐가 저렇게 힘들어서 마셨을까...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여태 느끼지 못했던 동질감? 안쓰러움?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팔짱을 끼고 뻗어있는 그를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그 때 마침 침대 옆 창문에서 무엇가가 내리고 있었다.

 

 “어? 눈이다.”

 

 첫눈이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첫눈이었지만, 이렇게 엉뚱한 장소, 엉뚱한 시간에서 맞은 첫눈은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난 집 밖을 나서려는 발걸음도 돌린 채, 그의 집의 널따란 거실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추운 건 미치도록 싫은데, 또 눈은 하염없이 좋아서 바보같이 입을 벌리고 서있었다. 매년 첫눈은 그랬다. 그림같이 펑펑 온 적이 없고, 진눈깨비처럼 오는 듯 마는 듯 그리도 싱거웠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첫눈은 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존재였으니까.

 창문 앞에 무릎을 양팔로 모으고 첫눈이 오는 걸 감상했다. 우리 집 쪽 창문에서 보이는 눈은 옛날 흑백 TV로 보는 것처럼 흐릿한데, 여기는 선명한 UHD 화질을 자랑하는 대형 TV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난 그렇게 눈에 취해, 먹지도 않은 술에 취해, 거실을 청소한 노곤함에 취해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저기요..?”

 “...끼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내가 외친 비명소리에 따라 외치는 그의 비명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우리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우리 집엔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당장 나가요!!”

 “무슨 소리에요. 여기 우리 집이에요. 나봄 씨가 여기 왜 있는 거예요.”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집이 아니었다. 아 맞다.. 어제 저 사람을 침대에 던지고.. 난 여기 청소를 하다가.. 눈이 와서.. 창가에 앉아 있다가.. 결국 이렇게 해가 뜰 때까지 여기서 잔거야..?! 이 사람 집에서?!

 

 “괜찮아요?”

 

 시시각각 변하는 내 표정을 보았는지, 그가 물었다.

 

 “나봄 씨, 몽유병도 있어요..? 어떻게 여긴 알고 들어오셨지..? 분명 비번 걸려있을 텐데..”

 

 누가 정신과 의사 아니랄까봐, 뭐든 이렇게 병으로 몰고 간다.

 

 “저기요, 어제 진짜 기억 안나요?”

 “..저요? 저 어제 요 앞에서 우동 먹고 집에 들어와서 잤는데..?”

 

 무섭게 왜 이러실까, 이 사람이야 말로 나랑 같이 정신과를 가야한다. 이런 사람이 의사라니, 난 따듯했던 몸에 소름이 돋아 양팔을 손으로 비벼댔다.

 

 “우..동이요? 의사 선생님들은 소주를 우동이라고 부르나 보죠..?”

 “..아. 맞다. 어제 술도 조금 마셨지..”

 

 그는 머쓱한지 머리 한쪽을 긁으며 말했다.

 

 “조금이요?”

 “음.. 혹시 절 포장마차에서 보셨나요..?”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아니고, 정신과 의사가 알콜성 치매라니. 그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그는 헛기침을 해대며 다시 입을 열었다.

 

 “흠흠. 이제 좀 기억이 나는 것 같네요.. 나봄 씨가 제 앞으로 와서 인사를 하시고는..”

 “기억 안 나시죠.”

 “아, 아니에요. 어제..”

 “어제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으세요?”

 

 나의 물음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곤 고개를 이내 끄덕였다. 내가 입을 여는 족족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처음엔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가 우울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그렇게 그가 표정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 그럼... 이 거실은 왜 깨끗해져있는 거죠..?”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어젯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도 그와 함께 깨끗해져있는 거실을 둘러보았다. 대충 치운 거지만, 전과는 확실히 다른 깔끔함이었나 보다. 하지만 선뜻 시키지도 않은 남의 집 거실청소를 했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돌팔이 의사에게 결벽증이라는 증상을 하나 더 공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음... 아... 아니. 그것도 기억안나세요?!”

 “네..?”

 “그 쪽. 그 쪽이 여기 거실 청소하라고 저보고 시켰잖아요!!”

 

 나의 쪽팔림에 튀어나온 거짓말이었다. 나름 내 자신은 임기응변에 뛰어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못알고 있었나보다.

 

 “제..가요?”

 “네, 네. 저보고 막 시켰어요. 여기 막 청소하라구.”

 “아까는 저 침대에 눕히셨다고..”

 “아.. 아니. 그랬었는데, 막 그 쪽이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 청소하라고 막 청소하기 전에는 못나간다고 그랬다니까요?!”

 “...”

 “지금 제 말 못 믿으시는 거예요? 그럼 그 쪽이 그렇게 기억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셨는데, 이 거실을 다 청소했겠어요?!”

 

 도대체 왜 내가 청소해주고 이걸 생색을 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금의 거짓말 소스를 가미했지만, 적어도 내가 한 청소는 맞으니까 난 오히려 세게 나갔다.

 

 “아.. 그렇긴 하죠. 근데 제가 왜 그랬을까요.. 그닥 깔끔한 성격은 아닌데..”

 “그, 그야 모르죠. 암튼 저 이만 가볼게요.”

 

 어젯밤 일을 반성이라도 하는 건지, 시선을 내리는 그를 앞에 두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작스러운 외박에 난 정신이 없었고 헐레벌떡 일어나기 바빴다.

 

 “잠깐만요.”

 

 일어나는 날 붙잡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또 내가 말해주어야 할 것이 있나, 거실 청소에 이렇게 집착할 일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쯤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침 먹고 가요.”

 

 

 

 

 

 

 

 

 

 
작가의 말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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