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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할 말 많은 고백
작성일 : 17-11-25 23:17     조회 : 242     추천 : 3     분량 : 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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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할 말 많은 고백

 

 

 

 

 

 “아침 먹고 가요.”

 

 엉겁결에 하룻밤을 여기서 지낸 것도 당황스러워 죽겠는데, 아침까지 먹고 가라니.. 단칼에 거절하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어딘가 애처롭고 불쌍해 보이는 저 표정을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징 – 징 –

 

 내가 망설일 무렵, 누군가의 전화기에서 진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두리번거렸고, 앞에 있던 그는 내게 턱으로 내 휴대폰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난 점퍼 주머니에서 울려대는 휴대폰을 꺼냈다.

 

 「김 팀장님」

 

 무심결에 전화를 받을 뻔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왜 안 받아요?”

 “아침은 됐구요. 전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요.”

 

 그의 얼굴을 보면 또 마음이 약해질까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의 집을 나섰다.

 

 “네, 팀장님. 전화하셨어요?”

 “네. 나봄 씨.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 아니요. 일어.. 나있었어요. 하하.”

 

 밖으로 나서며 못 받은 팀장님의 전화에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친절히 건네 오는 안부에도 난 뜻밖의 외박 때문인지 조금 어색하게 답변을 했다.

 

 “다행이네요. 어제 그렇게 가서 정말 미안했어요.”

 “네..? 아니에요. 일 때문에 그러신 건데요, 뭘.”

 

 팀장님과의 통화는 편안했다. 그는 어제 늦게까지 야근을 한 후, 다시 출근길에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어느 순간 급속도로 가까워진 그와 나는 아주 오래된 사이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불안해져만 갔다. 이 감정이 단순히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의 유대관계인건지, 아니면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그런 감정인 건지 헷갈렸다.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문제는 쉬운 감정과 문제가 아니었기에 언제나 신중하다. 3년 전 연애는 어떻게 했는지도 조차 기억이 안날 정도로 감각이 없었다. 멋대로 동면에 들어간 연애세포를 깨우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더 이상 이런 감정들을 얽매어 둘 생각은 없어졌다.

 

 “몸은 좀 어때?”

 “나쁘지 않아. 삼두박근이 좀 뻐근하긴 해도.”

 “농담하는 거 보니까 이젠 좀 살만하나 보네.”

 

 오랜만에 유희를 만났다. 그 때 그 카페에서. 그녀가 불러낸 장소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원래 우리가 자주 찾던 단골 카페였으니 불평은 하지 않았다.

 

 “그럼 황 박사님이 다른 의사 소개시켜준 거야?”

 “음.. 아니.”

 “엥? 너 그러면.. 어떻게..”

 “약은 계속 먹고 있는데, 딱히 진료나 상담 같은 건 안 하고 있어.”

 “그래도 괜찮은 거야?”

 “..음.. 버틸만 하더라. 의외로.”

 

 정말로 그랬다. 다른 의사를 찾지 않아도 딱히 심각하게 우울한 증세는 없었다. 단지 불쑥불쑥 차오르는 기억 때문에 새벽에 종종 잠은 깬 적은 있었다. 그리고 불면증이 심한 날에는 새벽 감성을 남들보다 조금 많이 젖는 정도였다.

 

 “너... 남자 생겼지? 진나봄.”

 “..뭐? 아, 아냐. 남자는 무슨.”

 “이야, 드디어 3년 동안 썩힌 너의 연애세포들이 광합성 좀 하냐?”

 

 그녀의 말재간을 이겨낼 자 누구인가, 아직 남자.. 라고 하기엔 확신이 들지 않는 김 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 꼬리가 휘어지도록 눈부시게 웃는 그의 얼굴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듯하다.

 

 “이년 표정 봐라, 진짜 남자 생겼나 본데? 누구냐, 누군데 나한테도 안 알려줘?”

 

 집요하게 물어오는 그녀 때문에 나는 결국 실토하고 말았다.

 

 “김지철 팀장이라...”

 “뭐야. 뒷조사라도 하게?”

 “그러엄. 진나봄 인생에서 얼마 만에 등장하는 남잔데.”

 “아우. 하지마. 나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거 일수도 있다니까?”

 “이봐. 연애세포 싹 다 말려서 고춧가루보다 더 곱게 갈린 것 봐. 야, 단순히 직장 상사면 자기 월차인 날 뜬금없이 널 불러내겠냐? 일도 안 시키면서? 그리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너 아름답다고 했다며.”

 “그건 립 서비스지. 뭐.”

 “야 이런 댕청아. 그 팀장이 사람들 앞에서 진짜로 널 아름답고 했다고 말고의 진실 여부를 따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거짓말이든 진심이든 그 얘기를 너 앞에서 했다는 게 중요한 거라구.”

 

 오늘도 이렇게 한 수 배워가는 나였다. 난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어느새 입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또다시 흔들렸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한껏 들떠놓는 썸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던데... 이론상 배운 썸의 법칙이 생각났지만 난 애써 부정했다. 김 팀장님은 뭔가 다르게 느껴지니까.. 한없이 자상하고 따듯한 사람처럼 느껴진 사람이었다.

 

 “너 그렇게 잘 챙겨주고 심지어 하드웨어 훈훈하다며. 그럼 사귀면 되는 거지. 뭐가 문제야.”

 “나 계속 일해야 하는데.. 직장에서 사람만나는 게..”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그 사람마저 보내면 너 어디서 연애할래?”

 “...”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때가 보이면 네가 먼저 고백해. 남자는 벌써 티낼 거 다냈구만.”

 

 유희는 끝으로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하는 거라며 눈물 나는 명대사를 남기곤 떠났다. 내가 과연 이 남자를 놓치면 후회할까? 난 이 남자가 떠나면 또 몇 년을 솔로로 지내야 할까? 그녀가 떠나고 나서도 난 한참을 거리에서 배회했다.

 그러다 문득 마감일이 벌써 내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편집본을 마무리 지었다. 어느새 팀장님과 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적인 이야기들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내일은 그가 마감일 기념으로 영화를 보자며 내게 제안을 해 온 날이다. 매주 돌고 돌아오는 마감일이었지만, 내일은 어느 마감일보다 다르게 느껴지는 날이다.

 

 “메일 잘 받았어요. 너무 춥죠?”

 “조금요. 이제 확인 전화도 안 해주시네요. 팀장님.”

 “어차피 이렇게 만날 건데요, 뭐. 앞으로 매주 마감일은 직접 만나서 확인해요. 우리.”

 

 크게 웃음이 터지려는 걸 얼른 고개를 숙여 수줍은 미소로 탈바꿈했다. 결국 그의 말은 매주 만나자는 말이니까 말이다. 여태 동선에 남자라는 이정표가 보이질 않았었는데, 이렇게 가까운데서 이런 훌륭한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한 번 유희의 말이 떠올라 나 혼자 몰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영화관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12월은 참 행사가 많은 날이다.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모든 사람들이 들떠있다. 난 여태 겨울이 싫었던 것이 이런 행사들 때문인 것들도 있었다. 난 추워 죽겠는데, 사람들은 옹기종기 다정하게 붙어있었다. 12월은 내가 우울하든 슬프든 모든 것이 축제였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내가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을 것만 같았다. 지금 내 옆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이 나의 눈에 담기니, 어느 온천보다 따듯하랴.

 영화관에서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나는 영화관에 오면 넓은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로부터 뽕을 뽑자라는 주의였다. 그래서 꼭 블록버스터나 액션영화를 선호하는데, 그는 로맨틱코미디를 선뜻 내게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영화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클레멘타인 같은 영화라도 그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볼 것이라 난 손쉽게 이 영화를 승낙했다.

 

 “영화 괜찮았죠?”

 

 영화가 끝난 후 카라멜 팝콘처럼 달큰하게 그가 물어왔다. 나는 수줍게 그렇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다시 살며시 웃음을 보였다.

 

 “나봄 씨.”

 

 그러다 그는 방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 술 한 잔 할래요?”

 

 밥도 아닌 술이라니. 종교도 없는 난 속으로 할렐루야를 외쳤다. 생각보다 늦은 밤이 되어버려서 집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팀장님은 텅 빈 내 맘속에 불을 지피셨다.

 

 “안된다고 하지 마요. 나 오늘 꼭 할 말 있으니까.”

 

 그때부터 내 마음속은 캠프파이어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김칫국을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이건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멘트였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많이 하는 터라, 마음 속 빈방이 많은 나에게 그는 입주를 하겠다며 계약서를 찍는 꼴처럼 설레게 만들었다.

 저 멘트에 나 따위가 어찌 거절할 수 있으리. 난 표정관리를 못한 채 헤벌쭉 웃으며 그의 물음에 좋다고 대답했다. 철없을 적 해왔던 밀당 따위는 내게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유희가 나에게 해준 조언을 되새겼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때가 보이면 고백하라는 말. 그가 오늘 내게 할 말이 꼭 내가 기대하는 말이 아니어도, 난 그에게 오늘 고백할 것이다.

 어떤 표정으로, 또 어떤 멘트로, 어떤 분위기에서 그에게 마음을 전해야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그와 함께 내려간 지하주차장에서도, 겨우 탄 그의 차 안에서도 난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나봄 씨?”

 “...”

 “나봄 씨??”

 “아, 네. 네?”

 “나봄 씨 전화 오는 것 같은데요.”

 

 인생은 각본대로 되지 않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난 동선부터 멘트까지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내 휴대폰에선 진동이 울리고 있었고, 난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진동의 근원지를 꺼냈다.

 

 「돌팔이」

 

 이 타이밍에 난데없는 돌팔이 의사의 전화였다. 지금은 받을 수 없다는 다이얼을 속마음으로 읊으며 휴대폰을 덮어두었다.

 

 “전화 안 받아요?”

 

 진동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친절한 팀장님이 신경이 쓰이셨나보다. 그를 불편하게 할 수는 없으니, 난 징그럽게도 징징대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어디에요.”

 

 휴대폰에서 새어나오는 남자목소리에 한손으로 볼륨키패드를 사정없이 줄여댔다. 밀폐된 차 안에서 돌팔이 의사의 음성을 팀장님은 들으셨을 것만 같아 조마조마했다.

 

 “밖이에요.”

 “이 시간에요? 어딘데요.”

 “무슨 일인데요. 용건만 말해요.”

 

 목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말하곤 있었지만, 워낙 밀폐된 차 안이라 팀장님은 운전을 하는 도중에도 힐끔대며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얼른 통화를 빨리 끝내려 하는데도 돌팔이 의사는 답답하게만 굴었다.

 

 “누구랑 있는데요. 새로운 의사? 아님 썸남?”

 “아 진짜. 용건 없으면 끊습니다.”

 “잠깐만, 잠깐만요. 급히 할 말이 있어요.”

 “할 말이 뭔데요. 지금 해요.”

 “만나서 할 얘기에요.”

 

 왜 꼭 이 타이밍인가. 난 그의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작가의 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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