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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재회
작성일 : 17-12-02 12:05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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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재회

 

 

 

 

 

 “저기요.”

 “...”

 “저기요.”

 

 혼란스러운 정신에 누가 나를 부르는지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난 가던 길을 계속 빠져나가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

 “..맞지? 너. 진나봄.”

 

 좋지 않은 일은 꼭 한꺼번에 들이닥친다던데, 딱 그 꼴이었다. 내 눈앞에 서있는 그녀가, 그녀 앞에 서있는 내가 이 공간이 모두 꿈이길 바랐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끔찍한 악몽이기를. 꿈에서 깬다면 난 일어나자마자 식은땀을 흘리며 우울증 약을 먹겠지.

 

 “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 나 기억하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어떻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을까. 널 만나고부터 내 인생은 송두리째 아픔으로 가득했는데. 과거에도 아팠고, 지금도 아프고 있고, 앞으로도 앞을 것인데 말이다. 어찌 너를 모를 수가 있을까. 자다가도 네 얼굴이 꿈에서 나오기라도 하면 그 날은 하루 종일 병든 닭 마냥 시들해져있고, 문득 생각이라도 나면 우울증 약 없이는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나인데...

 

 “여기는 웬일이야? 설마 여기 다니는 거야? 진짜 세상 좁다. 나 여기 내년 잡지 메인모델로 이번에 계약하는데. 반갑다, 정말. 여기서 이렇게 만나고.”

 

 머릿속이 그녀의 음성으로 웅웅 울리고 있었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어지러움이 급격하게 심해졌고, 속도 울렁거렸다. 뻔뻔하게 잘도 말을 걸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었다. 소름끼치는 표정과 말투, 손짓 하나하나가 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구토가 쏠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그녀는 내가 꼭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흔한 동창처럼 대하는 그녀가 가증스러워 보였다. 나에게 갖은 폭언과 욕설 그리고 폭행. 그녀 때문에 아직 난 몸도 마음도 정상인이 아닌 그냥 정신병자가 되었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화려하고 단정한 드레스에 여유 있는 모습이 누가 봐도 연예인임을 직감하게 했다. 나는 이렇게 한없이 초라한 모습인데, 그녀는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모델이 되어있었다. 지금 그녀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사람들은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시선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그녀는 그랬으니까.

 

 “...”

 “넌 근데 사람 말하는데, 대꾸가 없니? 나 정말 기억 못하는 거야? 나잖아. 천지연.”

 

 내가 기억하는 순간은 여기까지다. 난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어지러웠던 머리가 펑 하고 터져버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져있던 줄이 끊어지듯 그때의 난 기억이 나질 않고, 눈을 뜬 지금은 병실 안이었다.

 내가 누워있는 오른쪽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였다. 밝은 햇살은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릴 만큼의 따듯한 기운을 오롯이 전해주고 있었다. 사실 지금 내가 맞는 아침이 현실인지도 아직 구별이 가지 않았다.

 정말로 그녀는 나의 악몽이었을까. 내가 방금 전까지 그 속에 있었던 것만 같은데, 모조리 내가 꾼 악몽이었던 걸까. 제발. 제발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왼쪽 손목에 따끔한 기운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주사바늘이 꽂혀있었고, 그 선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대롱대롱 걸려있는 링거가 보였다. 영양제인지 포도당인지 알 수 없는 약을 받으며 나는 언제부터 여기 누워있었던 것일까.

 

 “일어났어요?”

 

 병실 커튼을 걷으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다소 뜬금없는 사람이었다.

 

 “그쪽이 왜..”

 “끝까지 의사선생님이라고 안 해주죠? 맨날 그쪽이래.”

 

  오랜만에 만나는 돌팔이 의사, 그러고 보니 여긴 돌팔이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이기도 했다. 흰 가운을 입은 모습이 그때보단 조금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흰 가운 주머니에 양손을 꽂아놓은 모습이 영락없는 돌팔이 같았다.

 

 “저 누가 여기로 데려왔어요?”

 “구급대원들이 데려다주던데요? 근데 이렇게 추운 때 그렇게 짧게 입고 다니시나.”

 “...저 앰뷸런스에 실려 온 거예요, 그럼?”

 “그렇겠죠? 난 응급실에 내 환자가 있다 길래, 내려가 본 거에요. 그게 나봄 씨 인줄은 모르고.”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입었던 짧은 옷, 아니 원피스는 머리맡에 곱게 접어져 있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혀진 내 모습은 영락없는 환자였다. 원피스를 입었다는 것을 보면, 정말 악몽은 아니었나보다. 제발 악몽이길 바랬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요? 나 아직 나봄 씨 주치의인데.”

 “...”

 “황 박사님한테 여쭤보니까 아직 주치의 못 구하셨다면서요.”

 “..필요 없었어요. 그런 거.”

 “필요 없‘었’다라.. 그럼 지금은 필요하다는 거네요?”

 “...”

 “나 이래봬도 실력 괜찮은데, 다시 받아주지 않을래요?”

 

 환자 꼬시는 돌팔이 주제에. 중얼거림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때, 황 박사님일 때문에 만나서 보자고 한 때 말이에요... 그땐 정말 미안했어요. 다시 한 번 사과할게요.”

 

 그는 잊고 있던 지나간 일을 사과했다. 마음약해지게. 또 이럴 때 보면 정말 나쁘지 않은 사람 같은데 말이야.

 

 “그건 괜찮아요. 저도 좀 오바했었어요.”

 “오, 다행이다. 그럼 일단 좀 쉬고 내 진료실로 내려와요. 어딘지 알죠?”

 “...”

 “그럼 전 갈게요... 아 참, 그 남잔 누구에요.”

 “..남자요?”

 “응급실에 웬 남자 한 명이 나봄 씨 빤히 바라보고 가던데.”

 

 이야기를 듣자마자 떠오른 한 사람. 그가 여기까지 왔었다고? 설마 내 우울증까지 알게 된 건 아닐까.

 

 “그 사람 혹시..”

 “자세한 건 제 진료실 오면 알려줄게요. 그러니까 꼭 와요.”

 

 그는 그대로 병실 안을 나갔다. 바람처럼 사라진 그를 붙잡을 순 없었고, 난 다시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링거액이 다 떨어질 때까지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배터리가 다 되어 이미 꺼져있는 휴대폰을 볼 수도 없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복도에 울리고, 네, 들어오세요. 라는 그의 말이 문 뒤에서 들렸다. 문을 열자, 그는 내가 오는 지를 미리 알았다는 듯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난 다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했던 곳이라 쭈뼛거리며 그의 앞에 살짝 앉았다. 빙그르르 움직이는 동그란 회전의자가 오늘따라 더 낯설게 느껴졌다.

 

 “나 때문에 온 거에요, 아님 그 남자 때문에 온 거에요.”

 

 다짜고짜 다가오는 그의 엉뚱한 질문. 말해 무엇 하랴. 그는 이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보고 있었다. 짓궂은 그의 장난은 꼭 초등학생 남자아이 수준이었다. 난 입을 꼭 다문 채 그의 시선을 피했다.

 

 “대답 안 하는 거보니까, 나 때문은 아닌가보네. 진짜 그 남자 누군데요.”

 “그건 제가 말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주치의로서 알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한마디도 안지는 이 사람. 역시 정신과 전문의들 말빨 하나는 끝내준다. 말로 이겨낼 재간이 없는 것을 이미 황 박사님으로부터도 겪었지.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그냥 아는 사람이 그렇게 사람 다 죽어간다는 표정으로 나봄 씨 쳐다봐요?”

 “..그 사람이 그랬어요?”

 

 팀장님을 그에게 알리고 싶진 않았다. 내 직장상사에요. 라고 말하면, 직장상사가 왜 여기까지 와요? 직장상사랑 무슨 사이에요? 라는 부가적인 질문이 따라올 게 뻔하기에 귀찮은 걸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또 좋아하는.. 아니 좋아했던 사람이에요.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새 팀장님은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좋아‘했던’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다 팀장님, 그리고 편집장님의 대화가 또다시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숨어서 얘기를 듣는 쥐새끼마냥 한없이 초라했을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슬퍼지기도 했다. 고백해야겠다는 생애 첫 결심을 한 때, 그들은 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난 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나봄 씨 병실로 옮길 때까지 침대 옆에서 꼭 붙어있던데. 남자친구 아니에요?”

 “..아니에요. 남자친구.”

 

 어제 그곳에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남자친구가 되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은 무슨 장난을 나에게 치고 싶은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짜여진 각본대로 내 인생을 설계했다고 치면, 이건 너무 가혹하다. 고소를 해도 할 말이 없는 인생이었다.

 

 “그럼 다행이고.”

 “..네?”

 “아니에요. 나 오늘 진료예약 오전에 다 끝났어요.”

 “그래서요..?”

 “시간이 흘러넘친다는 이야기죠.”

 “...”

 “그럼 나봄 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나에게 말해줄래요?”

 “...”

 “어떤 것이든 좋아요. 이야기라는 건. 바깥으로 내보내기만 하더라도 달라질 수 있거든요. 운동을 하면 땀이 나오잖아요. 노폐물과 같이. 마음속에도 마찬가지로 노폐물이 쌓여요. 그걸 이야기와 함께 내보내는 거죠.”

 

 나의 마음속엔 얼마나 많은 노폐물들이 쌓여있을까. 이걸 다 내보낼 수는 있을까.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희한하게 기분이 홀가분해져요. 그러니 희한한 마법을 한 번 믿어보는 게 어때요?”

 

 황 박사님과 친한 정신과 의사 아니랄까봐 그의 모습에서 꼭 10년 전 만났던 황 박사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나봄아,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의 기분을 달라지게 할 수 있어, 신기하지 않니?”

 

 황 박사님은 꽉꽉 막혀 어둠으로 가득 찬 내 인생에서 한 줄기 빛을 내려준 사람이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도 황 박사님처럼 내 인생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난 쓸데없는 기대감을 한 번 믿어보자 생각했다. 이젠 내 인생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기댈 곳도 없어보였으니까.

 

 

 

 

 
작가의 말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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