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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Fake투성이들
작가 : 신준동
작품등록일 : 2017.11.2

사랑을 잃은 남자.
사랑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 여자.
사랑을 우정으로 가려버린 여자.
그리고 사랑을 잃은 또 다른 여자.....
이들의 거짓된(Fake) 감정들 속에서 깊어지는 사랑의 스토리

 
[10. 자신을 포기하던 그녀의 본심]
작성일 : 17-11-18 20:13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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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자신을 포기하던 그녀의 본심]

 "아무튼 좀 답답하긴 하다. 여자가 고백을 했는데 저렇게 받아들이는 남자라니....."

 "그러게 말이다."

 

 아직까지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주희누나도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있고.....

 

 "무, 무슨 말이라도 해 봐!!"

 "어, 어?!"

 "네가 지금 이렇게 일을 자초해놓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비겁하잖아!!"

 

 주희누나는 선배의 명치를 지며 눈물고인 얼굴로 살며시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배, 귀까지 전부 다 빨개졌어요.

 

 "이, 이러면 되는 건가?"

 "뭐야, 말하라고 했더니....."

 

 오, 저 연애고자가 무슨 일로!! 오늘만 두 번째다!

 명치를 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주희누나와의 거리를 이용해 한 번에 자신의 품으로 안아버리는 선배. 평상시에 저렇게 했으면 바로 얻어맞을 각이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감정이 최고로 고조된 상황이다. 즉 저런 스킨십도 그냥 가능하다는 얘기. 괜히 드라마나 애니에서 고백한 다음 바로 키스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시, 싫다면.....바로 놓겠다."

 "생각보다 별로지만, 싫진 않네."

 

 그래, 두 사람은 두 사람의 시간을 보내라고 하고.....난 슬슬 가야겠다.

 

 "최지아, 일어나, 가자."

 "저거 조금만 더 보고!!"

 

 방금까지 답답하다는 소리를 하던 최지아는 어느새 눈까지 반짝이며 초집중하고 있다.

 

 "그냥 가자....고!!"

 "어, 어?! 꺄아악!!"

 

 벽을 잡고 안 떨어지려는 최지아를 억지로 잡아당기는데 최지아가 그만 벽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나는 최지아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고 동시에 달콤하던 둘의 사이를 방해하고 말았다.

 

 "누, 누가 있는데?!"

 "갔다와보지."

 "야, 최지아. 일어나!! 저 두 사람,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지, 지금 도망가도 늦어!!"

 

 우리가 지금 숨어있는 공간은 일직선 통로로 걸어서 20초는 가야한다.

 지금 뛰어간다고 해도 거의 마지막에 걸리고 말 것이다.

 

 "어, 어떻게 해야.....!!"

 "유지현, 한 번 했으니까 그냥 눈치 것 있어."

 "어?! 뭘 했다고.....!!"

 

 야.....핑계거리는 좋은데.....꼭 이거야 했었냐.

 

 "거기 누구......지현?"

 

 나는 말을 할 수 없자 모퉁이를 돌아서 날 쳐다보는 선배에게 손을 휘적거리며 저리로 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 아아....알겠다. 조, 좋은 시간....보내라."

 "뭐야? 무슨 일인데? 너, 너희 둘....."

 "주희, 가자."

 "아, 알았어....."

 

 지금 저 둘이 당황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말을 할 수 없는 이유.

 최지아는 지금 넘어진 내 위에 올라탄 채 내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연애는 책으로밖에 배우지 못했다는 그 최지아가......

 

 "읍, 읍읍!!"

 "........푸하!"

 

 최지아는 내가 자신의 등을 손으로 몇 번 치자 내게서 입을 때어냈다.

 그리고 숨이 차다는 듯이 가파르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너, 지금 이걸 키스라고 한 거냐?"

 "하지만 어떻게 하는 지도 몰랐고, 상황이 급해서."

 "그냥 확 해버렸다?"

 "응. 문제 있어?"

 "그거 범죄다?"

 

 키스가 끝나자 표정을 다시 바꾸더니 평상시의 대담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들은 키스 따위 아무 감흥도 없잖아. 솔직히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서 프렌치키스라면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 것도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냐?"

 

 양심도 없다......

 빼앗긴 내 입술과 혀는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준비는 상당히 끝난 것 같으니까 본격적으로 윤혜인과의 관계회복에 들어가자."

 "준비가 끝나다니.....평상시랑 다른 게 없는 것 같은데."

 "내 미연시를 플레이 한 인간은 역시 달라도 달라."

 "그거 그냥 아무나라도 깰 수 있는 거고 현실의 연애와는 전혀 상관도 없거든요......?"

 "그래도 전부 클리어 했잖아."

 "그렇긴 한데.......잠깐, 내가 전부 클리어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

 "슬슬 돌아갈까? 작전도 세워야 하고."

 

 .........갑자기 부잣집 아가씨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저번의 신상을 털었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였을 지도.....

 

 

 

 그렇게 방과후........

 우리는 약속대로 윤혜인의 반성문을 도와주기 위해 학교에 남았다.

 

 "지현아, 물 마시러 가자."

 "아니, 난 딱히.......아악!!"

 "가자고......"

 "안 간다고 사람을 그렇게 때리....악!!"

 "오라고."

 "가, 가겠습니다......"

 

 최지아는 나를 붙잡고 정수기가 있는 곳이 아닌 학교의 뒷마당으로 나를 끌고 갔다.

 

 "여기까지 끌고 와서 하려는 말이 뭐야?"

 "너랑 윤혜인을 화해시키기 위한 작전회의 때문에."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뭐 어떻게 하게?"

 "너랑 윤혜인이 싸우는 이유가 뭘까?"

 "........허락 없이 스킨십을 해서."

 "틀렸어, 그게 아니야."

 

 최지아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얘기하였다.

 

 "네가 윤혜인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해서야."

 "............"

 "윤혜인은 너를 좋아한다고."

 "알아, 그래서 더 문제라는 거야."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쯤은.

 나는 그런 그녀의 감정을 이용하여 스킨십을 요구하였고 최지아의 말대로 정말 가지고 놀았던 것일 수도 있다.

 

 "문제가 될 게 뭐가 있지?"

 

 최지아는 양 손으로 팔짱을 끼며 내게 물었다.

 

 "윤혜인은 너를 좋아하고 너도 윤혜인에 대한 조금의 감정은 있으니 괜찮은 거 아니야?"

 "나보고 지금 윤혜인과 사귀라는 얘기야?"

 "그래, 네가 했던 스킨십을 정당한 것으로 바꿔버리면 되는 거야."

 

 문제는 스킨십 따위가 아니다.

 '앞으로는 미리 말해줘, 키스든 뭐든 전부 해줄 테니까.'

 

 그 말이.......아직도 귓가에 정확히 남아있다.

 

 "윤혜인이 자신을 포기했다는 게 문제지."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녀석, 내가 자신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할 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야."

 "그에 반해 너는?"

 "잘.....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정답이겠지."

 

 윤혜인을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받아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또 다시 무슨 몹쓸 짓을 할지 모르겠다.

 만약 또 다시 권소아와 겹쳐 보이는 짓을 한다면 난......

 

 "일단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겠네."

 "...........어?"

 "약속 잡아줄 테니까 알아서 해봐."

 "뭐!? 그렇게 갑자기......."

 "다음 주 일요일에 늦지 않게 나와."

 

 최지아는 휴대폰을 몇 번 조작하더니 벌써 약속을 다 잡은 듯하였다.

 

 "아니, 나는 그렇다 치고 윤혜인은?!"

 "방금 문자 왔는데 일요일에 시간 비어있다는데?"

 ".............그래서 지금 둘이 놀러갔다 오라고?"

 "아니, 가는 건 4명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4명의 인물이 아니겠지......?

 

 

 

 "여기 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그러게 말이야."

 "티켓은 잘 받았지?"

 "하.....귀찮다."

 

 역시 그 4명이 맞았다.

 차례대로 정소희, 윤혜인, 최지아, 그리고 나.

 그날 바로 핸드폰을 이용하여 이 놀이공원의 티켓을 4장 끊어놓고 남은 티켓이라며 오묘하게 우리를 속여 지금 우리는 단체로 이 놀이공원에 공짜로 놀러오게 된 것이다.

 

 "오늘은 신나게 놀아보자!!"

 "가, 같이 가. 소희야."

 

 뛰쳐나가는 정소희와 그런 정소희를 따라가는 윤혜인.

 결국 떨어져 나간 건 걷고 있는 나와 최지아 뿐이었다.

 

 "너, 이번 일 끝나면 두고 봐."

 "칭찬하고 싶어서 난리가 날걸?"

 

 저 영문 모를 자신감에 어이가 없어지려고 한다.

 대체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지아야! 지현아! 둘 다 빨리 와!!"

 "알았어, 지금 간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1시간 뒤.

 

 "헥......헥.......나 더 이상은 못해....."

 "어헛! 어디서 벌써 쉰다는 말을?! 다음은 저거다!!"

 

 ‘다음은 저거다!!’는 개뿔!!

 벌써 같은 거만 3번째 타고 있잖아, 롤러코스터 좀 그만 타자......

 

 "남자가 그거 가지고 헐떡이다니, 실망이네."

 "그래......실망해. 상관 없어........"

 "그럼 지아랑 소희, 둘이서 타고 와. 나랑 지현이는 조금 쉬고 있을게."

 "뭐, 그럼 어쩔 수 없지.........나중에 다시 만나자!!"

 

 최지아와 정소희는 롤러코스터를 한 번 더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윤혜인은 내가 앉은 벤치의 옆에 앉으며 기지개를 폈다.

 

 "정말 저 둘은 금세 친해졌네."

 "소희야 뭐, 누구와도 잘 친해지니까."

 "그러게. 사이좋아서 다행이야."

 

 윤혜인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지금이 아마 기회일 것이다.

 나중이 되면 다시 최지아와 정소희가 와서 말할 타이밍이 없을 테니까......

 

 "저기, 혜인아."

 "응? 왜 불러?"

 "..........관람차, 타러 갈래?"

 

 하.....뭐라냐.

 정말 나라는 인간은 긴장하면 잘하는 것도 못하는 스타일 같다.

 

 "응.......타러 가자."

 "그, 그래......"

 

 어색해 죽겠네.

 아직 늦은 시간이 아니라 관람차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관람차를 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높긴 높네."

 

 관람차가 최고 높이에 왔을 때 겨우 꺼낸 한 마디.

 하.....부질없다.

 

 "정말.......예전에도 왔을 땐, 바쁘게 노느라 관람차는 못 타봤는데......"

 "뭔가 아파트에서 보는 거랑은 색다르지?"

 "그러게.......한 번 와볼걸. 느리게 돌아가서 별로 볼 거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이 평범한 얘기까지 오는 데는 성공하였다.

 아마 높은 위치에 있는 상공에서 들뜬 기분으로 얘기한 덕분에 빨리 긴장이 수그러든 것 같다.

 

 "자, 이제 내리실 시간입니다."

 "일어서자, 지현아."

 "잠시만."

 

 나는 일어서려는 윤혜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일어나던 도중 내게 손목이 잡힌 윤혜인은 중심을 잃고 내 무릎 위에 앉게 되어버렸고 그 자세로 관람차의 문이 열리고 말았다.

 

 "저기.....손님?"

 "죄송한데 한 번 더 탈게요."

 "좋은 시간 되십시오."

 

 굿, 직원이 센스가 좋네.

 

 "왜? 애들 기다리겠다."

 "너, 무슨 할 말 없어?"

 "아......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괜히 너랑 오래 지낸 게 아니니까."

 "사실 할 말이 있긴 했어."

 

 윤혜인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잠시 침묵을 하였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녀 나름대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나는 잠자코 기다리며 이 자세로는 불편할 것 같아 그녀를 내 무릎에서 일으키려 하였다.

 

 "이대로 있으면 안 돼?"

 "괜찮은데......불편할까봐."

 "으응, 아니야. 이게 더 안정되는 거 같아."

 

 윤혜인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 때,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예전부터 많이 맡아왔던 윤혜인의 샴푸냄새.

 이런 걸 보면 그다지 변한 건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현아, 나 너 좋아해."

 "알아."

 "그래서 그때 그런 말을 했었던 거야. 내가 널 좋아하지만 너는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대체품이라도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혜인아......."

 "솔직히 그거 말하고 너무 후회됐었어. 네 성격을......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윤혜인은 내 무릎에 앉은 자세 그대로 양 손으로 내 팔을 꽉 쥐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었다.

 

 "나 때문에 많이 고민했었지? 미안해.......괜히 그런 말을 해서."

 "네가 왜 사과하는 거야......"

 

 나는 윤혜인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최지아가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이 윤혜인의 얼굴을 억지로 웃는 표정으로 만들었다.

 

 "뭐하는 거야......"

 "웃는 게 낫잖아. 이런 상황이라도......"

 "그런.....가?"

 

 이번엔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윤혜인.

 그녀가 이렇게 웃어주니 뭔가 나도 말하기 편한 기분이 되었다.

 

 "혜인아,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감정을 잘 모르겠어. 내가 너를 좋아하는지, 너와 스킨십을 하면서 무엇을 느끼는지, 사랑이란 감정은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관람차는 똑같은 궤도를 회전하며 서서히 최고점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너한테 그런 짓을 해서 정말 미안해. 널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았어. 그건 확실해."

 "알아......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래도 지금은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네 고백은 받아줄 수 없어."

 "............."

 "그래도 만약, 만약에 말이야."

 

 나는 윤혜인의 양 손을 잡고 잡아당겨 나에게 안기도록 만들었다.

 아까보다 짙게 풍겨지는 그런 그녀의 향기에 나는 마음이 안정되었고 나 역시 그녀를 안기 시작하였다.

 

 "내 감정을 확실히 알게 된다면......그때는 답을 해 줄게."

 "응.....알았어, 고마워......지현아."

 

 아직 사귀겠다고 확실한 답을 내린 것이 아님에도 윤혜인은 아까보다 더 울기 시작하였다.

 그만큼 그녀는 이런 대답을 나에게 듣고 싶어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 때문에......나를 좋아하는 이 감정 때문에 자신까지 포기할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이 여자는 자신과 사귀지 않더라도 내가 감정을 되찾는 일을 더 신경써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이번에는 홀로 우는 것이 아닌 내게 안겨 울도록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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