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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킹즈세븐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6.30

대영웅 레아가 처형당한지도 어언 7년.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의 눈앞에서, 레아를 닮은 수수께끼의 여인이 모험을 시작한다.

 
1막 1장 : 아보레오의 고아 3
작성일 : 17-07-03 19:30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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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 위에 사는 부유한 주민들이 애용하는 푸줏간이 샘의 푸줏간이라면, 언덕 아래 가난한 주민들이 애용하는 푸줏간은 외발이네 푸줏간이다. 비록 샘은 외발이네를 푸줏간이라 부르는 것은 자신의 가게에 대한 모욕이라며 노발대발하곤 하지만, 언덕 아래 주민들은 오늘도 여전히 푸줏간하면 외발이네를 떠올린다.

  “아우덴! 오늘은 어떤 고기가 들어왔으려나?”

  바구니 짜는 앤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외발이 아우덴의 푸줏간은 방 한 칸을 개조해서 해체용 식탁과 진열 및 계산용 탁자를 배치해둔 것이 전부인, 단촐한 가게다. 아우덴은 마침 덴이 레아에게 받아온 짐승들을 손질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아는 체를 한다.

  “어머, 여우가 꽤나 튼실하네? 기다릴 테니까 손질하면 바로 넘겨줘! 가격은... 20다라에 여기 이 바구니. 어때?”

  앤 아주머니는 작정하고 가져온 듯한 바구니 하나를 계산대 역할을 하는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아우덴의 해체 장면을 보고 있던 덴이 쪼르르 걸어와 바구니를 살펴본다. 바구니라기보다는 상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투박하고 튼튼한 바구니다. 마침 해체를 끝내고 남은 내장을 쓸어 넣는 내장통 역할의 상자가 바닥이 삭아가고 있던 참이다. 아마 앤 아주머니도 그걸 알고 일부러 이런 바구니를 가져온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의 흥정조차 없다면 외발이네 푸줏간의 총무라 할 수 없다.

  “이 바구니에... 50다라요.”

  “어머, 덴. 농담이 늘었구나. 너 이 바구니가 얼마짜리인지 알고 하는 말이니?”

  “앤 아주머니야말로 이 여우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 아실 필요가 있겠네요. 이 여우로 말할 것 같으면 루드비히 숲의 계피나무 아래에 굴을 파고 살던 여우라구요. 이미 그 고기에 계피향이 배어있다는 거죠.”

  계피나무라는 말에 앤 아주머니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것을 좋은 신호로 삼고 덴은 더욱 흥정에 박차를 가한다.

  “상상해 보세요. 아주머니가 근사한 스튜를 끓였을 때 아무 향신료도 넣지 않았는데 은은한 계피향이 나는 모습을요. 이 고기를 사면 아주머니는 향신료 값을 아끼시는 거에요. 저기 광장에 상인들이 향신료를 좀 비싸게 팔아요? 물론 아주머니의 바구니야 늘 훌륭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안 좋았다는 사실. 자그마치 계피향 여우고기라구요!”

  이번엔 이겼다고 덴은 확신한다. 그 동안 앤 아주머니한테 흥정에서 져서 뜯긴 돈이 얼마였던가! 덴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계피향이라... 향긋하고 고급스럽지. 사람의 마음을 간질인달까.”

  “그럼요! 역시 앤 아주머니는 뭘 아신다니까요!”

  “계피향이 난다면야 웃돈을 줘도 아깝지 않지. 안 그러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맞는 말입니다! 웃돈을 줘도 아깝지 않죠!”

  그래서일까. 덴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기분이 고양되서 상대의 꿍꿍이를 채 파악하지 못 한 것이다.

  “그러니 그 계피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지속된다면 더욱 좋겠지?”

  “그야... 물론 그렇죠?”

  덴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하지만 앤 아주머니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가져온 바구니를 두드린다.

  “너 이 바구니가 무슨 나무로 만들어진 건지 아니?”

  “...설마.”

  “계피나무란다.”

  ...그럴 리 없다. 그 비싼 나무로 바구니를 만들어서 굳이 우리 가게에 가져왔다고?

  “냄새라도 한 번 맡아보지 그련?”

  덴은 재빨리 바구니를 들어 곳곳에 코를 박고 킁킁댄다. ...분명 난다. 아주 희미하지만 그래도 계피향이 분명 코를 간질인다.

  “이렇게 좋은 계피향을, 웃돈을 줘도 아깝지 않은 계피향을, 설마 그렇게 싼 값에 후려치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

  스스로도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알 정도로 덴은 말을 더듬는다.

  “상상해 보렴! 누군가 이 푸줏간에 들어왔는데 어디선가 나는 은은한 계피향에 코를 기울이는 모습을. 이 바구니를 사면 너는 향수 값을 아끼는 거란다. 저 광장에 상인들이 향수를 좀 비싸게 파니? 물론 푸줏간에 왠 향수겠느냐만은 비릿한 피 냄새를 조금이라도 향긋한 냄새가 대체해준다면 손님들의 지갑도 술술 열리지 않겠니? 물론 덴이 사냥하고 아우덴이 해체한 고기야 언제나 훌륭하지.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자그마치 계피나무 바구니인걸! 웃돈을 주고서도 아깝지 않잖니?”

  앤 아주머니는 덴의 손에서 바구니를 낚아챈 뒤 소리 나게 탁자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지갑에서 재빨리 20다라를 꺼내 그 옆에 역시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20다라도 많이 주는 것 같지만, 굳이 돈을 덜지는 않으마, 덴. 고맙단 말은 필요 없단다, 단골이잖니!”

  ...졌다. 덴은 반쯤 울먹이는 표정으로 간신히 감사하다는 말을 꺼내고 돈과 바구니를 주섬주섬 챙긴다. 앤 아주머니는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덴의 한쪽 볼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 꾸욱 늘린다.

  “요놈, 요놈. 이 앤 아줌마를 이기려 하다니 아직 이십년은 멀었어, 욘석아.”

  그리고는 해체하다말고 두 사람의 흥정대결을 지켜보던 아우덴에게 고개를 돌린다.

  “좀 있다가 다시 올게. 내가 사놓은 거니까 절대 남에게 주지 말구.”

  앤 아주머니는 그렇게 바구니와 20다라를 남기고 외발이네를 떠난다. 덴이 아픈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올려보니 아우덴이 히죽 웃으며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웃지 마시죠, 아버지. 지금 뜯긴 돈은 제 돈이 아니고 우리 돈이거든요?”

  아우덴은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이며 한 쪽 눈썹을 올린다. 푸줏간 개도 삼년이면 해체를 하는 법. 말 못 하는 아우덴과 칠 년이나 산 경험으로 덴은 표정만으로도 아우덴이 하려는 말을 안다.

  “교훈을 얻은 값으로는 싸다, 그런 말을 하시려는 거죠? 하아, 앤 아주머니한테만 벌써 흥정 교습비로 얼마를 낸 건지 모르겠네요.”

  아우덴은 덴의 등을 툭툭 두드려준 후 다시 해체 작업에 몰입한다. 덴도 기운을 차리고 다시 해체 과정을 참관하려는 차에, 또다른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광장의 상인 부란도다.

  이거 또 강적이 왔구만, 덴은 침을 삼킨다. 부란도는 언제나 해체하고 남은 가죽을 사가는 상인으로, 앤 아주머니는 부란도에 비하면 아주 양심적인 상식인이다.

  “어서 오세요. 아저씨. 혹시 오늘 해체하는 여우 가죽 중에 계피 향이 나는 가죽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신 건가요?”

  더 이상의 손해를 막기 위해 덴은 고군분투한다. 그의 발치에 쓸쓸히 엎어져 있는 바구니가 사실 계피나무로 짠 바구니의 옆에서 향만을 머금은 오동나무 바구니라는 사실을 덴이 알게 되는 일은 없었다.

 

 

  다음 날, 루드비히 숲.

  “라울. 우리 언제까지 여기 쪼그리고 있어야 하는 거야?”

  파비앙이 지친 목소리로 투덜댄다.

  “아까 까뮤 갈 때 그냥 같이 갈 걸 그랬나...”

  마에즈도 덩달아 툴툴거린다.

  “갈 거면 꺼져, 이 새끼들아.”

  하지만 라울의 한 마디에 둘은 언제 불평했느냐는 듯 조용히 입을 다문다.

  “누가 같이 와달랬냐? 짜증나게 할 거면 얼렁 꺼져.”

  같이 가자고 끌고 왔으면서, 파비앙은 속으로만 불만을 썩이며 애꿎은 풀만 뜯는다.

  “풀 그만 뜯어. 소리 때문에 들킬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파비앙을 라울은 보지 못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라울의 말에 파비앙은 쪼그려 앉은 몸을 더욱 작게 쪼그린다.

  “저기 온다. 고아새끼.”

  어제와 같은 동선으로 덴은 숲을 오른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큰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라울들은 아니마로 최대한 발걸음과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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