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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망치는 영웅
작가 : time stop
작품등록일 : 2017.6.2

겁쟁이, 비겁자, 도망자라고 불렸던 용사의 동료인 카인. 그는 마지막, 마왕과의 싸움에서 용사 로엘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죽음을 직감하고 지면에 머리를 처박은 후, 눈을 떠보니……살아 있었다.
마왕 퇴치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세계에서. 카인은, 로엘을 찾는다.

 
혼자, 도망칠게
작성일 : 17-06-25 18:57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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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잠깐. 이거 뭐야?”

  쿠웅, 쿠우웅.

  연달아 울리는 강한 진동.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콰아아앙!

  공중으로 치솟는 흙더미들.

  “썩을……!”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먼 곳이지만 눈에 확실히 보였다.

  “젠장, 모두 마차에 타세요! 당장 출발합니다!”

  이것저것 계산하고 처리하고, 전달하느라 늦었었어. 이미 녀석들은 이 부근까지 다가온 거라고.

  “용병분들은 모두 방어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외치는 동시에 미리 준비해둔 소형 마차를 향해 달렸다. 이제 시간이 없다, 늦으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끝이야.

  “레르헨, 아키르나씨! 당장 출발합니다!”

  마차의 앞, 마부석에 앉자마자 사람들의 뒤를 따라 마차를 출발시켰다.

  “벌써 도착한 겁니까?”

  “네, 이것저것 계산하는 동안에……젠장 잊고 있었어요.”

  급하게 수정구를 집었다. 펜터와 연결 되어 있는 통신석, 아마 아직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펜터씨, 현 상황은?”

  [늑대 수십 마리가 쳐들어 왔고……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거대한 녀석들도 같이 있수다!]

  아까 레르헨이 정찰했을 때 말한 놈들이 분명했다. 그것보다, 늑대 수십 마리라니.

  “일단 늑대들 위주로 막아 주세요. 그 거대한 녀석들은…….”

  다그닥 거리는 마차 위는 꽤나 심하게 흔들린다. 수정구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진동 때문에 정신이 없어.

  “큭…….”

  팔을 겨우 뻗어서 수정구를 집어 들었다.

  아키르나와 레르헨은 여기에 있다. 펜터 역시 저기에 있다. 이 수정구는, 이 통신석은 그 사람들이 아닌 다른 이들.

  “로엘! 거대한 놈들 위주로 막아!”

  마지막 작전은 로엘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 작전은 위해서는 용병들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야만 했다.

  […….]

  대답이 아닌 침묵. 이윽고.

  [카인]

  로엘은, 내 이름을 불렀다.

  “그래 로엘.”

  그렇기에 나도 그의 이름을 불렀다. 덜컹 거리는 마차의 위,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세계가 느려진 듯한 착각과 느낌 속에서, 로엘은 느릿하게 말을 건넨다.

  [……도망칠 거지?]

  “아니 이 멍청아.”

  도망칠 건 맞아. 하지만, 한 단어가 빠졌잖아. 그게 제일 중요한, 핵심 단어인데 말이야.

  “같이 도망칠 거다.”

  [여전히……같이 싸워주지는 않나보네]

  “약해서 미안하네요.”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 이제는 조금 다를 거야. 카인이라는 인간이.

  다시 마차의 덜컹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대충 줄을 이리저리 당겨서 말을 몰아본다.

  “레르헨, 그리고 아키르나씨.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일단 이 작전, 실패하면 끝이고 실수해도 끝이고. 이상한 변수가 일어나도 끝이다.

  “조금만 더 가면, 이 앞에서 길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을 겁니다. 일단 촌장님께 부탁을 드려놨었으니 거기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갈라지죠.”

  “네, 각각 셋으로 나뉘어져서 이동할겁니다.”

  한꺼번에 이동하기에는 길의 폭이 너무 좁다. 최대한 빨라야 하니 길목도 적당하고, 인원수도 적당해야 한다.

  [형씨, 형씨! 일났수!]

  그때, 갑작스레 울리는 펜터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그와 연결된 수정구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펜터씨? 무슨 일입니까?”

  [늑대! 그 붉은 녀석들……몇 마리가 빠져나갔어!]

  썩을.

  속으로 욕설을 내 뱉은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늑대들의 수가 많은 거야 원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추격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벌써 뚫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벌써 뚫렸다, 말이 되기나 해? 지금 늑대들이 추격해 온다면……상황은 최악이다! 그야말로 끝장.

  [수백이야!]

  “예에?”

  [수십 마리가 아니라……수백 마리야! 지금 간신히 막고 있는 거……란젤! 뒤에 세 마리!……어쨌든 지금 겨우 막고 있다고!]

  젠장.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솔직히 많은 건 알았지만……몇 백? 말이 되냐?

  수적으로 불리하다. 아니, 그냥 진다. 지금 이렇게 그들이 방어하고 있는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일단 가속을……!”

  아직 마을에서 빠져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렇다는 건 늑대들이 금방 추격을…….

  아우우우우우!

  썩을, 아니다. 벌써 추격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늑대들이 바로 뒤에서!

  “레르헨, 아키르나씨! 뭐든 좋으니 붙잡아요!”

  말을 제대로 몰 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급히 고삐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말을 더욱 가속시켰다.

  “뭐, 뭐야 저 녀석들은!”

  “마을에서 빠져나온 녀석들!”

  아우우우우!

  울부짖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더 가까이에서 들린다. 조금씩 늑대들이 거리를 좁히고 있다는 것.

  “큭……마차 때문에……!”

  말이 두 마리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뒤에 딸린 마차 한 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세 명의 사람과 여러 짐들 때문에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오히려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가벼운 늑대가 훨씬 빠르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힌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아키르나에게 고삐를 넘겼다.

  “아키르나씨, 받아요!”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쩌시려고…….”

  “어떻게든요!”

  마차의 뒷부분, 짐들을 잔뜩 싫어 놓은 곳으로 향했다. 짐을 버리기라도 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그 정도로는 어느 정도 시간만 벌 수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하게!”

  “어떻게든 할 테니까! 레르헨, 뭐든 좋으니까 녀석들 좀 견제 해봐!”

  “으으……마차 날아가도 난 모른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태프를 쥐고 늑대들을 조준하는 레르헨. 어차피 늑대들한테 잡혀서 물려 죽거나, 레르헨의 마법에 자폭해도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황급히 나무로 된 상자의 안을 뒤졌다. 통신석 하나와 몇 개의 도구들, 그리고…….

  “……잘 부탁한다.”

  품속에서 흑색의 나이프를 꺼내들며 말했다. 예전에, 내가 이들과 함께 다녔을 적에 아키르네에게서 받았던. 검은 고양이 상단의 마크가 그려져 있는 나이프였다.

  콰아아앙!

  레르헨의 화염 마법이 지면을 강타한다. 하지만 꽤 날렵한 녀석들이다. 두 녀석 정도는 나가 떨어졌지만 나머지 녀석들은 여유롭게 마법을 회피했다. 그저 속도를 조금 더디게 해줄 뿐, 실질적으로 아무 효과는 없었다.

  “레르헨씨! 더, 더 강한 건 없습니까?”

  “더 강한 건 안 되요, 마차 째로 날아갑니다!”

  끽 해봐야 나무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마차. 강한 마법을 사용하면 마차가 그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게 분명했다.

  “레르헨, 내가 신호를 보내면 아까 날렸던 거 녀석들에게 한 번 더 날려줘. 이번에는 강하지 않아도 되니까 최대한 분산 되도록.”

  “알겠는데……진짜 뭘 하려는 거야!”

  참 끈질기게도 물어본다. 이렇게 물어보니, 한 번은 답해줘야겠지.

  “도망칠 거야.”

  “뭐?”

  놀라서 되묻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말했다.

  “나 혼자서 도망칠 거라고.”

  그 말과 동시에 앞에 있는 두 마리의 말 중 한 쪽 말 위에 앉는다. 꽤 흔들리는 게 탑승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내가 앉아 있는 말의 묶인 줄의 매듭을 풀었다. 이 줄은 마차와 말을 연결하는 이음 부분. 이걸 풀면 말은 마차와 떨어지게 된다.

  “그게 대체 무슨……그것보다 너 지금 대체 뭐하는 거야!”

  대체 오늘 하루 레르헨은 소리를 몇 번이나 지르는 걸까. 저러다 성대 결절 걸릴 텐데.

  “말 했잖아, 혼자서 도망.”

  “같이……같이 도망친다고 했었잖아…….”

  미안, 지금은……안 될 것 같아. 흑색의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의 날을 바라보았다.

  “그건…….”

  “아직, 가지고 있었죠. 호신용이니까요.”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카악.

  날이 약간 더디어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자르는 데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 특히 그게 사람 피부라면 더더욱.

  투욱.

  붉은 핏방울이 내 허벅지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런, 너무 많이 그어버렸는지 새어나오는 핏물의 양이 생각보다 많다.

  “자, 그럼……난 도망친다. 잘 있어라.”

  밧줄이 풀리며 말이 마차에서 떨어져나간다. 마차를 끄는 말의 수가 하나 줄어들었으니 마차의 속력이 줄어다는 것도 당연한 일. 이제 늑대들에게 잡힐 확률이 백 퍼센트였다. 하지만, 그 경우는.

  ‘놈들이 진짜 ’늑대‘일 때.’

  놈들은 일반적인 늑대가 아니었다. 생물의 피를 탐하는, 기본적으로 마수로 분류된 녀석들. 피 냄새에 환장한다는 건 기본이다.

  아우우……아우우우우!

  “이랴아아앗!”

  고삐를 붙잡고, 말의 진행 방향을 틀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내 뒤를 추격하는 수십 마리의 늑대들.

  “레르헨! 지금!”

  콰아아앙!

  화염마법이 다시 대지를 강타한다. 방향을 틀 때에는 속력이 줄어든다, 그걸 가만히 놔두면 늑대들에게 잡히니. 동시에 늑대들의 속력도 줄여버린다.

  “당장 사람들 대피시켜! 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앞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질주한다. 조금이라도 속력이 느려진다면……잡혀서 갈기갈기 찢긴다!

  다그닥 거리는 말 발굽소리가 연이어 울린다. 이게 대체 몇 박자야?

  “이대로 가면 좋을……리가 없지 이런 씨……!”

  속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직선으로 가는 게 가장 빠르다. 도망치는 입장에서는 속력이 줄어들면 아웃. 특히 추격하는 상대와 속력이 비슷하다면 더더욱!

  그런데 지금 내 앞으로 쭉 뻗어있는 길, 바로 몇 십 미터 앞은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서 있을 뿐이지 길은 없다. 길은 바로 그 옆에 ‘ㄱ’자로 나 있다는 게 문제다.

  “내 운이란 건 참…….”

  길이 비스듬히 나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꺾여있다. 속도를 줄이는 순간 잡히고. 아니, 애초에 이 속도로 방향을 틀수나 있나?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틀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 길로, 속력을 줄이는 길로 가지 않는다. 이 망할 운이지만, 이미 나락으로 던져져도 할 말 없을만한 내 운이지만 믿어본다.

  “간다!”

  꺾인 길이 아닌 정면으로. 나무들이 밀집해 있는 수풀 속으로 돌진한다. 여기서 중간에 말의 발에 나무뿌리라도 걸리면 끝장이다.

  “으와아아아악!”

  스파파파파파팍.

  얼굴, 어깨, 다리. 어디든지 놓치지 않고 나뭇가지들이 내 몸을 마구잡이로 강타한다. 그건 말 쪽도 마찬가지.

  “걸리면 끝장이라고!”

  프파팍!

  됐다! 안전히, 나무뿌리 같은 것에 발 한 번 안 걸리고 빠져나왔다!

  그런데…….

  “으, 으아아아!”

  드드드드드득.

  지면에 작치 할 때의 충격과, 전혀 닦여 있지 않은 길의 울퉁불퉁한 것 때문에 말 위가 심하게 흔들린다. 젠장, 이러다가 넘어지겠어!

  아우우우우!

  다시 들리는 늑대들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게 혀를 찾다.

  “저, 저 독한 것들……여기까지 따라와?”

  그래도 처음 때보다는 꽤 줄어 있는 수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은 건 많은 거다.

  “그나저나 이거 엄청 따갑다니까…….”

  피가 철철 흐르는 왼손을 바라본다. 실수로 너무 깊이 베어버렸다. 아직도 피가 응고 되지 않을 정도면.

  “피가 아직 안 굳었다면……미안하다.”

  말의 등 위에 내 피를 듬뿍 묻혔다. 어차피 먹이의 형태나 냄새, 소리 같은 특징이 아닌 피 냄새만으로 쫒아가는 녀석들.

  “일단은……나 살아야 되니까…….”

  말을 저 멀리 보이는 동굴 쪽으로 몬다. 피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놈들은 눈은 있다. 도망치는 먹이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않나.

  가방을 뒤져서 수정구, 통신석을 꺼내들었다. 이건 로엘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 너무 급하게 가져와서 그런지 이것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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