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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망치는 영웅
작가 : time stop
작품등록일 : 2017.6.2

겁쟁이, 비겁자, 도망자라고 불렸던 용사의 동료인 카인. 그는 마지막, 마왕과의 싸움에서 용사 로엘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죽음을 직감하고 지면에 머리를 처박은 후, 눈을 떠보니……살아 있었다.
마왕 퇴치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세계에서. 카인은, 로엘을 찾는다.

 
미쳐버린 녀석을 피해서
작성일 : 17-07-29 00:0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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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 떨어졌……?”

  동굴의 천장에 단단히 매달려 있던 거대한 종유석이었다. 이런 거대한 게 지금 동굴의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건.

  쿠웅, 쿠우웅.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계속해서 떨어져나가는 천장의 종유석들. 젠장, 지금 이 동굴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벌써!

  “으아아아아!”

  역시나 난 겁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맞을 거다. 떨어지는 종유석들. 동굴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몸이 인지하자 자동적으로 굳어 있던 몸이 풀렸다. 아니, 풀리기 보다는 그냥 몸이 동굴의 바깥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쿠웅, 쿠우웅.

  연이어 들려오는 종유석 떨어지는 소리. 아니지, 종유석뿐만이 아니라 동굴의 벽면이나 천장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세이프으으으!”

  미끄러지듯이 동굴의 바깥에서 뛰쳐나왔다.

  카가가가가각.

  그대로 바닥을 강하게 긁으며 굴러가는 내 몸. 어째 상처가 낫기는커녕 새 상처들만 계속해서 늘어가는 기분이었다.

  “컥, 크흡……쿨럭쿨럭!”

  아까부터 쉬지 않고 흘러나오던 손의 피 때문인지. 점점 시야가 흐려져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여기서 눈을 감아버리면, 다시는 눈을 뜰 수가 없다고. 도망을 칠 수도 없다고.

  녹색의 기류가 내 앞에서 맴돌았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라우엔. 역시, 이 정도로 죽을 녀석은 아니었다.

  그는 경멸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를 멀쩡하게 보는 녀석이 있기는 했던가.

  “아직도 살아 있었나, 이 쓰레기 같은…….”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이 썩을 녀석아.”

  흑색의 나이프를 역수로 붙잡고 자세를 취했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라 조금 엉성한 감이 있었지만, 알 게 뭐냐.

  “용사나 당신이나 바퀴벌레 같이 혐오스럽고, 끔찍한 건 똑같군요.”

  “닥쳐 망할 녀석아.”

  차갑게 가라앉은 그 목소리에 바로 반문했다. 내가 도망자고, 비겁자인 것에 대해서는 몇 번을 들어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로엘에 대해서 뭘 아는데?”

  “그의 곁에서 도망만 치는 당신보다 더 많이.”

  피식.

  어째서 이렇게나 여유로울까. 로엘에 대해 나보다 더 안다고?

  이게 개소리라는 걸 알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진짜 맛이 가서 그런 것인지. 그 말에 내 한 쪽 입 꼬리는 자동적으로 올라갔다.

  “아, 맞아. 난 도망만 치지. 그런데 말이야.”

  나이프를 더 단단히 붙잡았다. 도망을 치기에, 기회를 엿보느라 주변을,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살피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그 누구보다 더.

  “로엘은 그런 나 같은 놈을 걱정해 주고, 나 같은 놈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착하고, 바보 같은 녀석이야. 망할 정의감? 그게 넘쳐서 문제지. 하지만 나와는 다르잖아.”

  스읍.

  손의 고통을 최대한 완화시키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간다.

  “누구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자신이 도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뿌리박혀있지. 그래, 나와는 다르게. 겁쟁이, 카인과는 다르게 말이야.”

  오른쪽 손과 팔은 아예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게 얼마나 쓰레기 같은 상황인지,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팔하고 손을 못 쓰는데, 전투가 가능하기나 하나?

  “내가 비겁해 보여? 쓰레기 같아 보여? 그럼 뭐라고 지껄여. 욕이든, 칭찬이든. 그렇지만 로엘에게는 하지 마. 로엘은, 그런 소릴 들을 녀석이 아니니까.”

  날 매번 구해줬으니까. 날 항상 도와주고, 날 지켜주고. 내가 그에게 의지를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힘들어하는, 싫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나는 로엘을 구할 거다. 로엘이 내게 해줬던 것처럼.”

  로엘이 내게 해 준 것에 비하면 이것은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인생에서 로엘에게 갚아야 할 빛은 산더미. 그렇다면 채무자로서 갚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

  “덤벼.”

  내게 전투능력 따위가 있을 리는 없었다. 애초에 상대는 마왕의 바로 밑에 있는 간부. 손짓 한 번이면 마을 하나는 통으로 날려먹는 녀석들이라는 거다. 이길 확률은 제로.

  녀석이랑 싸우면 죽는다, 도망쳐도 죽는다, 싸우지 않아도 죽는다. 오로지 죽는다는 선택지 밖에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역시 쓰레기.”

  라우엔은 허공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전개되는 붉은 빛의 마법진. 마법에 문외한인 내가 저런 게 뭔지 알 리가 없었지만, 멀쩡한 게 아닐 거라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꿰뚫어라.”

  그 말이 신호였는지, 붉은 마법진의 표면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붉은 화살들. 그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불길함은, 소름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 다음 전개는……뻔하잖아!”

  그 화살들이 어떻게 되던지 상관하지 않고 나는 뒤를 돌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법진에서 화살이 튀어나왔고, ‘꿰뚫어라’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결과는 당연히.

  쉬익!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온 화살이 바로 내 발 옆에 꽂혀 들었다. 운이 좋아서 피하긴 했다만, 날아오는 화살의 수가 하나는 아니었다.

  “으라얍!”

  이상한 괴성을 내며 나는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화살들,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최대한 늘려야 했다. 숲을 구성하고 있는 빽빽한 나무들, 그것들을 방패로 삼아서!

  파바바바박!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나무에 박혀드는 화살들. 어떻게 이것들을 잘 피해가는 것도 어찌 보면 기적이었다.

  “레르헨? 아키르나씨? 펜터씨? 로엘?”

  통신석을 차례대로 들고 그들의 이름을 마구 불러댔다. 제발 누가 나 좀 도와달라는 말이다.

  “아무나 대답 좀 해…….”

  콰아앙!

  바로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가 일순,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라우엔이 마법으로 나무를 없애버린 것.

  “……봐요.”

  말이 되나? 부순 것도, 자른 것도 아니고 그저 태워버렸다고? 그것도 순식간에 재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정도로?

  원래 괴물 같은 능력이 있는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 장난하냐 지금? 저거랑 싸워도 죽고, 안 싸워도 죽고?

  “아무도, 아무도 없냐고!”

  아무리 통신석에 대고 고함을 질러 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통신석이 고장난 것인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바쁘겠지.’

  아무리 수십 명이지만 그 인원을 혼자서 통솔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거기다 마을이 습격당하고 피난하는 피난민들. 혼란 속에서 이동하는 것이다 보니, 아마 별 일이 많을 게 분명했다.

  많이 힘들 거다, 피곤할 거다. 그런데 썩을, 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난 여기서 뒤져 나자빠지게 생겼는데!

  쿠우웅!

  붉은 화염의 기둥이 바로 내 옆에서 솟아올랐다. 그가 날리는 공격들의 위력은 모두 강했지만,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나를 제대로 가리고 있었기에 명중률은 그다지 높지 못했다. 하지만 명중률이 낮은 거지 제로가 아니다. 거기다 곧 있으면 이 숲의 끝, 날 가려줄 나무들도 곧 사라진다는 소리였다.

  “큭.”

  방법은 하나다. 피난 경로는 대강 꿰고 있고, 이곳의 위치를 어림잡아서 계산한 후, 그게 실행만 된다면. 살 수는 있다. 저 녀석도 어떻게든 처리는 할 수 있고.

  “운에 걸어야 하는 건가…….”

  문제는 내가 운이 더럽게 없는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이게 운이 없으면 망하는 작전이라는 거다.

  쿠웅, 쿵, 쿠우웅.

  연달아 들려오는 폭음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돌아가라 머리야.

  위치, 시간, 타이밍.

  어느 것 하나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곧바로 개죽음 직행이다. 그러니까 내 머리를, 내 이 망할 운을 믿어야만 했다.

  ‘간다, 간다, 간다!’

  내 앞을 가리는 수풀들을 헤치며 미친 듯이 달렸다. 만약 내 머리가 제대로 계산을 했더라면, 이 앞은 바로 숲의 끝. 그리고 동시에.

  탁.

  아마 이쯤! 지도상으로 보기만 해서 맞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내 감이다. 항상 빗겨나가는 것!

  파바바바박.

  “우, 우와아악!”

  그대로 수풀들을 헤치고 빠져나오는 내 몸. 됐다! 이제 그 사람만 있으면.

  “자, 잠깐. 너 뭐야?”

  있다! 역시나 있다. 다행히 내 운이 나쁘지도 않았고, 내 머리가 제대로 계산한 것인지, 어떻게든 가능하다.

  “레르헤에에엔!”

  수풀에서 빠져나오고, 레르헨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좋은데. 수풀과 길 사이의 거리가 꽤 있다. 그러니까, 조금 낮은 낭떠러지다.

  쿠웅!

  “카인? 너 괜찮아?”

  “끄으으윽…….”

  아픈데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겠냐.

  대체 오늘만 몇 번을 다치고 구르는 건지.

  “레, 레르헨. 쏴! 아무거나 좋으니까 화력가장 큰 걸로! 저 숲에다!”

  “뭐, 뭐?”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당황했는지 레르헨은 조금 주춤했다. 하지만 지금 쏘지 않으면 진짜로 다 죽는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어서!”

  내 재촉에 이기지 못하며, 그녀는 천천히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더럽게 큰일이네.”

  왼손을 이용해 레르헨의 마차에 겨우 오른 나는, 뒤를 돌아보며 속으로 마구 욕설을 내 뱉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레르헨에게 부탁하기는 했었다만, 마차의 뒤에 있는 늑대들의 수가 무척이나 많았다. 물론 거기에는 사람들이 한 명씩 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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