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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망치는 영웅
작가 : time stop
작품등록일 : 2017.6.2

겁쟁이, 비겁자, 도망자라고 불렸던 용사의 동료인 카인. 그는 마지막, 마왕과의 싸움에서 용사 로엘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죽음을 직감하고 지면에 머리를 처박은 후, 눈을 떠보니……살아 있었다.
마왕 퇴치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세계에서. 카인은, 로엘을 찾는다.

 
계속 괜찮았다면 좋았을 텐데.
작성일 : 17-06-06 21:48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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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 당신네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저 의지하고 싶은 거다. 로엘이라는 존재에게. 못하니까, 자신들은 못하니까. 그런 핑계를 대면서 부탁한다.

  이건, 이 상황은, 행동은.

  ‘……나잖아 나.’

  로엘의 행동이, 호의가 권리인 줄 알았던. 당연한 것인 줄로만 알았던 나. 아주 예전의 내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사실상 내가 로엘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만 나는 로엘을 만나야만 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안 됩니다.”

  이런 쪽에서는 나보다 더 심하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의 수락에 빠른 해결을 요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 된다.

  나나 로엘이나, 아직 서로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내 쪽이 더.

  무슨 말을 건네야 하지? 사과를 해? 잘 지냈냐고 인사를 건네?

  “어, 어째서?”

  “로엘을, 만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으니까요.”

  머리가 혼란스럽다. 내 뇌는 아직 확고한 결정을, 정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너무나도 복잡한 머릿속, 로엘을 만난다면. 또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도망을 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준비한다. 확실한 답을, 나라는 인간이 도망치지 않을. 그러면서 로엘에게 내가 왔다는,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릴만한 답변을.

  “그래도 최대한 빨리 하는 게…….”

  “……로엘의 입장도 생각해 주시지요. 그리 간단히 해결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계실 텐데요.”

  신전에서 며칠을, 몇 달을 처박혀 있다고 했다. 아미 정신이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

  그런 로엘에게 내가 짠, 하고 나타나봐라. 당황스럽고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할 거다.

  “일단 최대한 빨리, 로엘을 정신 차리게 해야 하겠죠. 그런데…….”

  아니, 아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녀, 레르헨이 막아설 거다. 그런 그녀를 설득해야만 한다, 내가 로엘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들어서.

  그런데 나는 대체, 왜 로엘을 만나야 하는 거지?

  ‘의지하기 위해서? 그저 생각나는 게 로엘뿐이어서?’

  “그럼, 부탁……드립니다.”

  어찌되었든 로엘을 만나야 한다. 그 사실은 내 머릿속 깊은 곳에 박혀있던 것이었다.

 

 

 

 

  “하아…….”

  한숨, 그리고 또 한숨.

  미치겠다. 로엘을 만날 수 있지만, 저 가까이에 있지만 그에게 갈 수가 없다.

 

  ‘그날, 넌 로엘을. 우리들을 버렸어.’

 

  그래 버렸다, 그리고 원망 받았다. 내가 잘못 한 거다.

 

  ‘형씨한테는 그 배짱이 없는 거지 없는 거야. 아, 배짱 같은 거 없어도 세상 사는데 문제는 없으니까 걱정마슈!’

 

  아니야, 용기가 없던 거야. 그저 무서웠던 거야, 평범한 사람들처럼.

 

  ‘구해야지! 로엘은……네 동료잖아!’

 

  그래, 동료를 구하지 않은 내가 나쁜 거야.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친 내가, 쓰레기 인거야.

 

  ‘카인, 난 네가……도망쳐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도망가자, 로엘도 저렇게 말 했으니까. 도망쳐도 상관이 없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로엘의 다른 말, 그 뒤로 이어진 말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그와 동시에, 한 손을 들어 내 머리통을 세게 후려쳤다.

 

  ‘하지만……날 혼자 두지는 말아줘.’

 

  “아, 하하하…….”

  아프다, 젠장. 더럽게 아프다고. 내 손도, 머리도, 정신도.

  “말 해야지, 사과를…….”

  미안해, 그 한마디로 먼저 말을 시작해야겠지. 그리고 놀라는 로엘을 바라보며, 조금 쉬었다가. 말을 이을 거다. 미안해 로엘, 잘못했어. 널 혼자 두어서, 널 버려서.

  말을 잇지 못하겠지, 아직도 놀란 상태겠지.

  그렇다면 말 한다, ‘나’라는 인간은 표현할 수 없다고. 인간 그 자체의 본질은 사전에 있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어, 난 도망자, 비겁자, 겁쟁이. 하지만 나는.

  바뀌고 싶어도 바뀔 수 없어, 카인은. 나는 도망치는 사람이니까. 그게 본질, 근본이니까. 그래서 나는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도망치며, 비겁하게 한 마디를 건넬 수밖에 없어. 다른 이들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나조차도 이럴 수밖에 없지만. 너에게 이 한 마디를.

  「미안해」

  라는 말로 용서를, 속죄를. 도망친 것에 대한 대신을.

  질문을 할지도 몰라, 하지만 답해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야. 너에게서도, 너의 그 질문에게서도 나는 도망치게 될 테니까.

  「미안해」

  라는 말을 번복하면서, 도망칠 거야. 아마도. 나는, 그런 인간이니까.

 

  ‘미안해……미안해 로엘……나는, 나는……약하니까,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러니까……!’

 

  투욱,

  그대로 넘어가, 푹신한 침대 시트의 위에 몸을 맡겼다.

  “……미안해 로엘.”

  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에 취해간다.

 

 

 

 

  그날은 무척이나 화창한 날이었다. 어딘가에 드러누워서 하루를 만끽하기 좋다고 할 만한 그런 날씨.

  “와아, 그럼 로엘은 영웅이 되는 거야?”

  덜그럭 거리며, 작은 돌멩이를 밟으며 울퉁불퉁한 흙길을 지나는 마차의 안에서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는 로엘에게 바짝 붙어 앉아있었다.

  “아니……딱히 영웅은 아니고. 글쎄, 그냥……사람들을 지키려고 하는 것뿐이지.”

  “로엘은 착하네.”

  “……그게 심각한 병이지 병.”

  그런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나는 로엘의 착함을 ‘병’이라는 단어로 내뱉었다.

  “병……이라니. 카인 너무하잖아.”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부정하는 로엘. 하지만 로엘 너는 착한 게 병이야 병. 지나칠 정도로 심한 병.

  “로엘이 그렇게 착해?”

  소녀, 레르헨의 말에 나는 양팔을 벌려보였다. 조금 과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모두 사실. 한 치의 거짓도 없다.

  “당연하지. 곤경에 빠진 사람 좀 돕겠다고 길 좀 돌아가겠다고 했었지……그런데. 길 좀 돌아가는 게 아니라 완전 반대 방향으로 다시 돌아갔었다니까?”

  “카인, 그건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곤경에 빠진 사람들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이 녀석은.

  “오히려 길 잃고 아무것도 못 먹은 채로 숲을 방황하던 게 누구였었냐!”

  “아니, 그건 뭐……할 말이 없지만.”

  그 말에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돌리는 로엘.

  오히려 숲에서 길을 잃고 이틀 정도 아무것도 못 먹었던 게 우리였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남을 돕기는 뭘 도와? 우리가 도와져야 할 상황인데.

  “그건……조금 병이네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흰 장갑을 매만지는 남성. 흑발의 그, 아키르나였다.

  “그렇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엄청 많다고요. 다 말하려면 아마……하루로는 안 될 걸요?”

  “으음……로엘 착한 거 맞아?”

  착하다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나한테는 아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착하게 보이겠지만……나한테는 절대 아니야. 나까지 고생한다고.”

  “자아, 그래서 목적지가 어디였죠?”

  “……로엘 말 돌리지 마.”

  할 말 없으니까 말 돌리는 구나. 로엘, 제발 너 때문에 나는 죽어나갈 것 같단 말이야.

  “아, 하하……라이너스 령에 있는 라덴이란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로엘하고 카인씨는 어디를?”

  “저흰 딱히 정해진 목적지는 없어요. 마침 로엘의 무기가 필요해서 구하러 가는 중이거든요.”

  로엘의 말을 빌리자면 ‘조금’ 이가 나간 수준이라고 하던데 그건 검술이나 검에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꽤나 심각해 보였었다.

  이가 나가서 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끝도 조금 부러져 있는데다가 강도도 약해서 손톱 끝으로 강하게 누르면 옅지만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이런 걸로 잘도 싸워왔었구나 넌.

  “으음, 저희가 무기를 취급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아뇨……! 태워다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그럴 필요까지는……카인 너도 그렇지?”

  착한 것도 병이고, 거기서 나온 이 마다하는 것도 병이다.

  “그렇기야 한데……그러고 보니 아키르나씨의 상단에서는 뭘 파는 거죠?”

  “저희 상단은 주로 소도구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역도 시작하려고 하는데……소규모 상단은 입지가 좁아서요. 꽤나 힘들어요.”

  무역이라는 것은 꽤나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기에. 시간과 돈, 그리고 사람이 매우 많이 필요한 것 중 하나였다. 물론 제대로 성공만 시킨다면 꽤 큰 수익이 들어오지만, 밑 자금 부터가 적은 소규모 상단은 꿈도 꾸지 못할 일.

  “아, 로엘님 무기는 없겠지만…….”

  아키르나, 그는 뒤를 돌아 짐 가방을 몇 번 뒤적이더니, 이내 새카만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카인님께는, 이게 호신용으로 괜찮을 것 같아서요.”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띠고 있는 검은 나이프였다. 딱히 화려해 보이지도 않는, 그런 단조로운 모습이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가운데에 작은 고양이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는 점. 그 이외에는 딱히 특별하다고 할 만 한 건 없었다.

  “이건……?”

  “저희 상단의 상표가 들어간 나이프죠. 일단은 시제품이지만요.”

  그가 건넨 나이프를 받아 한 바퀴를 빙글 돌려보았다. 별로 무겁지도 않고 단순하게 생긴 게, 썩 나쁘지 만은 않았다.

  “그런데……전투는 로엘이 하는 편이라. 제게 이런 건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만.”

  “호신용이죠 호신용. 위험한 순간 한 번쯤은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가요…….”

  확실히. 위험이라는 것은 예고 같은 걸 해 주고 찾아오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런 위험들에 대비해서 하나 가지고 있는 게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그런데, 이거 진짜 그냥 받아도 되는 건가?

  “태워다 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이런 것까지 주신다면…….”

  아무리 이용해 먹는 건 다 이용해 먹는 나란 인간이지만 이런 건 조금 양심에 찔린다고 해야 할까. 왜인지 좀 받기 꺼려진다.

  “아키르나씨, 저도 저런 거. 주세요!”

  “아, 그으, 그게 사실은 저런 것 이외의 것……스태프 같은 걸 만들지는 않아서…….”

  “그럼 이제부터 만드세요, 스태프 만들어주세요.”

  “아하하하……차라리 마도구 대장간 같은 곳에 가서 주문 제작을 하시는 게 나을 거에요.”

  “치잇, 너무해.”

  잔뜩 볼을 부풀린 채로 고개를 돌리는 레르헨. 이런 어린 아이가 대 마법사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몇 번을 들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뭐어, 그래도 이번 계약만 제대로 성사시킨다면……스태프를 하나 장만 해 드리죠. 싸구려겠지만요.”

  “상관없어요! 그냥 받고 싶은 거니까!”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마부석 쪽에서.

  “하하, 아키르나씨. 이 꼬마 아가씨를 위해서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네?”

  “열심히 돈 벌어야죠. 언젠가는 이 상단을 크게 만들 계획이니까요.”

  “오호,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 월급도 좀 올라가겠지?”

  그의 말에 아키르나는 검지를 들어 빙글 돌려보았다.

  “글쎄요, 사고만 안 치신다면?”

  “어이구, 이거 조심해야겠네. 안 그래?”

  그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용병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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