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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