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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4화. 또 한명의 마술사의 제자 <1>
작성일 : 17-07-23 14:54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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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모여든 광장. 후스는 베아트리체의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조금 젖어들고 있었다. 베아트리체는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그저 그의 손을 붙잡고 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저곳에서 돌이 날아들고 있었다. 용서란 없이 힘이 가해진 돌들은 놓여 진 짚 더미위에 쌓이고 그중 몇 개는 두터운 소리를 내며 여인을 쉴 새 없이 가격하고 있었다. 푸른 멍이 자리한 여성은 그럼에도 입을 다문 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 위력적이며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시민들은 주워들었던 돌덩이를 손에 쥔 채 공포심에 몸을 떨었고 그를 이겨내려는 듯 다시 돌을 던지고 있었다.

 광기. 그래 이 모든 광경은 광기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웃으며 사람들과 정을 나누던 모든 이들은 악의를 품은 채 저마다 한마디씩 욕을 내뱉었다. 그 분위기는 열광적이었고 화염을 다루는 베아트리체조차 열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죄인은 악마와 내통한 더러운 마녀이다! 이에 우리 교회는 신의 이름아래 추악한 입과 웃음으로 사람을 홀린 마녀에게 철퇴를 내린다!”

 백색의 옷을 걸친 추기경의 말과 함께 사람들은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시민들과 대조되게 추기경의 곁에 있는 낯이 익은 대주교만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쥐고 떨고 있었다.

 “그것이 당신들의 뜻이라….”

 무언가 말을 하려던 나체의 여성에게 돌이 날아 들어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 또 다시 터져나간 얼굴에선 피가 새어나왔고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후스…….”

 베아트리체는 두려움에 잡고 있던 후스의 손에 힘을 주었지만 후스는 그 자리에 정지한 채 또렷이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묶인 채 옷이 벗겨지고 여자로써의 모든 치욕을 당한 여성은 후스와 눈을 마주했다.

 그 눈길은 자애로웠다. 또한 그윽했다. 마치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남기려는 듯 그녀는 입을 다문 채 후스와 대화를 하고 있는 듯 한시도 눈을 때지 않았다. 후스의 이빨 사이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베아트리체는 옷의 소매로 후스의 입을 닦아주었고 그제야 후스는 시선을 돌린 채 베아트리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소라면 따스해야 할 손길은 얼어붙은 것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짚에 불이 놓아졌다. 작은 불씨는 짚과 만나 거대한 화염이 되기 시작했으며 잔혹한 처형은 빠른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불길은 절대 그녀에게 닿지 않았으나 그 열기만큼은 쉴 새 없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살이 익어가며 타는 냄새가 광장에 진동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쉴 새 없이 들고 있는 긴 봉으로 묶여있는 여성의 몸을 두드리고 있었다. 능욕당하는 죽어가는 신체에 베아트리체는 드물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별 다를 것 없는 여성.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 그리고 그를 상징하듯 희롱하는 봉은 연신 가슴을 두드리고 다리를 가격했다. 몸에는 붉은 자국이 새겨지고 익어버린 발은 어느새 재에 범벅이 되어 까맣게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라 이스트라…….”

 베아트리체는 그녀를 구하려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동질감과 동정심이 그녀를 휘감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염의 마술사인 베아트리체가 그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치 않았다.

 어떠한 주문도 마술도 지금의 베아트리체로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런 무력감 사이로 타오르는 불길에 집어삼켜지던 그녀가 입을 움직였다.

 차마 고통에 목소리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입이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환한 미소와 함께 불길에 집어삼켜 졌으며 이제 그 눈동자는 더 이상 빛을 간직하지 못했다.

 

 ***

 

 식당의 테이블에는 루앙의 자랑스러운 특산물이라 불리는 고풍스런 요리가 놓여졌다. 잘 키운 새끼 돼지를 통으로 구워낸 고기는 비릿한 냄새와 함께 그을린 피부의 바삭함이 느껴졌고 곁에 배치된 갖가지 채소들이 갈색으로 구워진 피부를 더욱 드러내고 있었다.

 방금 보았던 광경 탓에 결국 베아트리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속을 게워냈다.

 “오늘만큼은 원망스러워요 후스.”

 아직도 뉘엇거리는 속을 간직한 채 베아트리체는 후스를 바라보았고 후스는 말없이 베아트리체의 손을 붙잡은 후 다시 한차례 힘을 주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 적어도 지금의 자신보다 더욱 힘들어하고 있는 후스가 느껴지기에 베아트리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후스를 향하여 술잔이 날아들었다.

 “개자식!!!”

 길거리에 즐비한 거렁뱅이보다 몇 배나 더러운 남성이 후스를 향하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이미 풀려버린 눈동자와 벌겋게 달아오른 볼이 그가 취한 것을 전력으로 알려주고 있다.

 “무슨 짓입니까!!”

 가게의 주인은 혼비백산하며 헝겊을 들고 와 후스의 얼굴을 닦으려 했으나 차마 공작이라는 지위가 함부로 그의 얼굴에 손을 댈 수 없게 만들었다.

 후스는 헝겊을 빼앗아 뚝뚝 떨어지는 술을 닦아내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대어 인사를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포리엔트. 소개하지 이쪽은 나의 제자 베아트리체다.”

 “좋아 보이는 얼굴이야 후스. 지금도 저 불길에서 타오른 나의 아이가 내질렀어야 할 비명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데 감히 나를 찾아와 너의 아이를 소개시키다니.”

 포리엔트라 불린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베아트리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손에 힘이 실렸고 또 다시 한차례 무언가를 집어 던지려 했다. 후스는 가게의 주인에게 금화 5냥을 던져주었고 가게주인이 놀라는 표정을 유지했을 때 가게를 비워주길 요청했다.

 주인은 금화에 놀라기도 잠시 곧바로 손님들을 내쫓고 후스에게 가게의 열쇄를 던져주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에도 포리엔트는 그저 힘이 실린 오른손을 들어 올린 채 그 자리에서 베아트리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굳어있었다.

 주인이 나감과 동시에 가게에 자리한 것은 베아트리체와 후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포리엔트 뿐이었다. 단숨에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가게를 둘러 감싸는 그림자는 거대했고 그 압도적인 광경에 베아트리체는 다리가 풀려 의자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치사한 자식…….”

 결국 포리엔트는 손에 모았던 힘을 푼 어느새 마련되어 있는 밀주를 들이켰다. 도저히 단숨에 들이킬 양이 아닐 텐데도 단숨에 비워낸 포리엔트는 취기를 유지한 채 베아트리체를 마주보고 털썩 주저앉았다.

 “제길 취해서 되질 않는군. 실라리온 라그라디움.”

 포리엔트의 곁에 단숨에 물이 모여들었고 이내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물기가 걷히자 포리엔트는 돌아온 눈동자로 베아트리체를 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이 이 망할 놈의 제자겠지.”

 “그렇습니다.”

 베아트리체는 아직도 풀린 다리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고 자신이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위하여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 광경을 본 포리엔트는 낮은 웃음과 함께 또 다시 술을 들이켰다.

 “마술사… 신가요?”

 “그래 마술사지. 기적을 이루어내는 마술사…….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마술사기도 하고.”

 베아트리체는 후스를 바라보았고 다행히 그곳에는 이전과 같이 옅은 미소를 짓는 후스가 있었다. 아득히 차오르는 그리움에 베아트리체는 손을 뻗어 후스에게 안겨들었고 후스는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얼굴로 베아트리체를 안아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베아트리체… 라고 했지?”

 “네.”

 베아트리체는 어느새 후스의 무릎에 앉아 조신하지 못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었고 포리엔트역시 사랑스러운 미소로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안에 섞인 그리움과 알 수 없는 절망이 베아트리체의 심장을 찔러왔고 그때마다 머리에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며 베아트리체는 안도감을 만끽했다.

 “그 손, 떨쳐내는 편이 좋아.”

 “싫습니다.”

 그 말투는 단호했고 차가웠으며 털어내듯 말한 포리엔트에게 잠시 싸늘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재능이 엿보이는 모습에 포리엔트는 후스를 바라보았고 후스는 좀 봐달라는 얼굴을 보여 오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놀려보겠다는 거야?”

 “놀리겠다는 의미도 조금은 있으려나.”

 두 사람은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서로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두둥실한 분위기는 둘의 관계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방금 전 까지 서로 죽일 듯 노려보던 광경과 지금의 모습이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은 베아트리체는 포리엔트를 향해 답을 요구했으나 포리엔트는 베아트리체를 볼 때 마다 차오르는 질척한 감정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거기 꼬마 나랑 내기 하나 하지 않을래?”

 “음… 먼저 내용이라도 들려주지 않으시겠어요?”

  장난이 피어오르는 모습에 포리엔트는 잠시 작게 웃음을 흘리곤 용기를 내어 베아트리체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열망과 믿음을 가진 그녀와 꼭 닮은 눈동자를.

 “내가 딱 하나 궁금한 게 생겼어. 분명히 거기 앉아있는 그림자 녀석도 모르는 내용이야. 다만 너라면 알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포리엔트는 후스에게 빈 잔을 건네 왔다.

 “이야기가 길어지겠군. 너도 포도주 한잔 정도는 어때?”

 “너와 마시는 술이라면 얼마든지.”

  그 말과 함께 포리엔트와 후스는 잔을 부딪쳤고 목을 축인 포리엔트는 털어내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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