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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4화. 또 한명의 마술사의 제자 <5>
작성일 : 17-07-23 14:58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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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리엔트는 그날도 술에 쩔어 쓰러져 있었다. 불한당들에게 당한 상처는 전신을 낭자하고 있었고 고풍스런 복장은 찢겨져 있었다.

 그날, 자신은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목적을 찾아 뛰어나가는 소녀에게 무슨 짓을 했던 것인가. 그녀의 눈에 보이는 희망을 지우려 마술을 행했다. 감히 그녀의 눈을 멀게 할 검은 욕망이 심장을 감싸기 시작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그녀를 보며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고 이제 빛을 잃을 그녀를 품에 안고 인형마냥 흔들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하염없이 쓰다듬을 생각에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녀의 고통과 함께 심장은 찢어지기 시작했으며 한차례 잃었던 이성과 자애가 황급히 그를 지책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서 그만두었다. 그러나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그날 그녀의 눈에서 빛을 빼앗지는 않았을지언정 결국 빼앗은 것은 바뀌지 않았다. 총명하던 눈동자는 다시는 글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글도, 한 줄의 편지도 그녀에겐 닿지 않겠지.

 평생토록 자신의 생각을 글이 아닌 오로지 언어로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글을 잃었다. 익힌다 한들 도저히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빼앗았다. 누구보다 사랑하던 그녀로부터 더 이상 무언가도 할 수 없도록 냉혹하고 잔인하게 빼앗아 버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않았다. 그리고 포리엔트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텅 비어있는 방, 그러나 글을 잃은 그녀가 남긴 편지는 어디에도 존재치 않았다.

 그녀의 부모조차 그녀의 행적을 알 수 없었으며 남겨진 것은 이제는 존재치 않는 그녀의 온기와 그윽한 향기뿐. 포리엔트는 주저앉아 그저 눈물을 흘렸다. 용서를 빌고 그녀를 위하여 다시 한 번 힘을 빌려주고 싶었다.

  주변 마술사들의 헛된 위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망을 쏟아 키워낸 제자는 자신의 곁을 떠나갔다. 그 사실만이 포리엔트의 입에 술을 들이부었다. 몽롱한 감각에 취해 잠에 빠져들고 다시금 취해 정신을 잃지 않으면 도저히 서있을 수 없었다.

 그날도 술에 취해 쓰러진 몸을 일으켜 그저 걸었다. 보이는 것은 암흑, 빛을 잃은 골목에는 싸늘함이 감돌았다.

 그는 신경질 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를 주워들고 팽 하고 코를 풀었다. 단숨에 코피가 터져 나와 양피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포리엔트는 헛된 웃음과 함께 양피지를 집어 던지려 했다.

 그러나 양피지에 새겨진 단 하나의 이름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잔다르크’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증오와 분노와 절망과 사랑과 행복과 희망을 쏟아부었던 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아직 몽롱한 정신이 만들어낸 환상이라 생각했다. 고개를 흔들어 애써 내버리려 했다. 꿈이라 치부하려 했다.

 떨려오는 손을 펼쳐 구겨진 양피지를 반듯이 펼쳐 보였다. 질이 낮은 종이는 피를 머금어 글자를 상실하고 있었다. 번져나간 잉크는 그 형태를 잃어 포리엔트에게 후회를 반복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마술사이기에. 빌어 처먹을 마술사이기에 그는 물을 불러내어 양피지를 돌려내었다. 형태를 잃었던 잉크는 다시금 모여들었고 반듯하게, 그리고 윤기를 빛내며 피를 뱉어내고 그 의미를 전달해주었다.

 ‘잔다르크 휘하 병사들이 오를레앙을 탈환했다.’

 심장이 들끓었다. 눈의 혈관이 폭발하여 피를 뿜어낼 지경이었다. 눈을 감고 양피지에 얼굴을 박았다. 그날 잃은 줄 알았던 아름다웠던 소녀의 소식에 양피지가 젖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녀를 버리고 저주했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사랑스럽고 또 총명한 소녀는 이토록 빛을 뿜어내며 프랑스의 시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뒤에 후술된 샤를의 현재 상황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자랑스럽고 또 그녀를 내친 자신을 용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또 다시 후회를 반복하여 술에 빠지기엔 그녀의 스승이었던 자로써, 그녀에게 희망과 소망을 담았던 자로써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기에 포리엔트는 다시 덧없는 희망을 더듬었다.

 

 포리엔트가 마술사로써 복귀했다는 사실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이미 유렵 전역의 국가들은 전부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4세기를 넘어 15세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들 이 긴 전쟁의 승자는 잉글랜드라 의심하지 않았다.

 미쳐버린 국왕, 불안한 정세와 4명의 왕자의 죽음. 고립된 하나의 왕자. 이 모든 점들은 프랑스를 뒤흔들기 충분했고 잉글랜드는 실로 적절한 시기에 전쟁의 막을 다시금 끌어올렸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만 한다면 힘을 잃은 다 죽어가는 하나의 역사는 저물어 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듯. 얼마 남지 않은 프랑스의 영토는 보란 듯이 반격을 시작했다. 누구도 행하지 못한 영지의 탈환을 이루어 내었고 파격적인 쾌진격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소문이며 우연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소문이고 그저 기우이며 단순한 우연이라면 대체 그 공포란 무엇이란 말인가. 패주가 드리웠던 전장에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말도 되지 않는 사기와 투기는 대체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하단 말인가?

 역사는 아름답다. 끝과 시작을 짐작할 수 없으며 감히 멸망과 개국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올릴 수 없다. 그렇기에 마술사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이치에 벗어난 힘으로 이 아름다움을 깨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미 기적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광경에 모든 마술사들은 그저 끝을 알 수 없는 이 전쟁에 일제히 ‘마술사 개입 금지’ 라는 하나의 규율을 만들어 내었고 그 어떤 마술사도 그 전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전해들은 포리엔트는 그저 당혹스러웠다. 그 어떤 마술사의 개입도 존재치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지금 저 전장을 이끌며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잔다르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미 마음속에서 내려진 답은 존재했다 그러나 더욱이 그 사실이 심장을 옳아 매었다. 그녀는 마술사. 기적을 행하는 존재 나아가 역사에 몇 없을 재능을 뿜어내는 마술사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어찌하여 마술을 사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또한 마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글을 볼 수 없는 여자의 신분으로 어떻게 모두를 통솔하고 있다. 마술은 필요치 않았으며 오로지 그녀의 지식만으로 군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그의 마술의 스승이었던 포리엔트는 애써 고개를 흔들었다.

  마술은 배척받는다. 시시각각으로 마녀재판이라는 명목하에 길거리의 집시들의 목이 잘려나가며 미망인들의 몸이 능욕당하는 시대다. 그러니 그저 들키지 않았을 뿐이라며 가까스로 자신을 잃지 않았다.

 

 ***

 

 “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침실. 샤를 7세는 테이블에 앉아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성공이었다. 꿈도 꿀 수 없는 기적이 도래했으며 지금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단두대의 처형장이 아닌 테이블이란 사실조차 꿈과 같은 감각이었다.

 잔의 군대는 파격적으로 전진했다. 무려 반년도 지나지 않아 랭스를 탈환하기 직전이었으며 아직 어린 헨리6세가 대관식을 치를 가능성은 전무 했기에 랭스를 탈환하여 대관식까지 치룬다면 세력은 돌아올 것이고 위기를 벗어나 승기를 잡을 것은 분명했다.

 오를레앙의 성녀. 잔다르크는 더욱 높은 칭송을 받으며 모든 시민들을 매료시켰다. 아직 3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도 침대에서 오를레앙의 성녀 이야기를 들으면 배시시 웃었으며 울던 아이도 단숨에 울음을 그치고 방실거리고 웃을 정도였다.

 과연 지금의 상황에서 샤를과 잔다르크의 이름 중 더 높은 칭송을 받는 것은 누구란 말인가. 대관식을 치루어 프랑스의 왕이 된다 한들 그 왕관을 스스로 쓰지 못한 자신을 따를 자가 존재는 할 것인가.

 처음부터 전제 자체가 틀려먹은 이야기였다. 미쳐버린 나머지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하지 못했다. 대관식에 참여할 것은 교황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자신이지만 교황은 신성 그 자체이며 신성을 인정 할 수 있는 것은 교황뿐이었다.

 이미 황권은 교황권에 집어삼켜진지 오래이며 전 시민들의 생활의 일부분은 신성에 젖어들어 있었다.

 이런 때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 주장하는 잔을 인정한다면 필시 교황은 분노할 것이다. 감히 신의 이름을 거치지 않고 멋대로 왕위를 정한 잔에 대한 교황의 분노는 이전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잔이 신의 이름을 휘감아 날뛰기 시작한다면 과연 시민들이 추앙할 것은 누구인가. 이전부터 신의 대리자를 택한 교황인가, 아니라면 스스로 힘을 보여주며 신성을 떨친 잔이란 말인가. 예측할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신을 버렸고 더 이상 신성은 존재치 않았기에.

 포리엔트는 잔을 내던지고 병을 집어 들어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짜릿함과 달콤함이 공존하며 불같은 뜨거움이 몸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따지고 보면 대관식 자체도 반 강제로 나누어진 이야기다. 아직 랭스를 탈환 한 것도 아닌데 잔은 그 위험한 전쟁터에 자신을 밀어 넣고 있었다.

 랭스로 가는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길목은 전부 잉글랜드 군이 점령하고 있으며 단 한차례라도 패주를 허용한다면 자신의 안위는 보장할 수 없었다. 고개를 흔들자 잔은 신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대관식을 밀어붙였다.

 만일, 아주 만일 그녀가 왕권을 차지하려 한다면 이만큼 좋은 이야기가 있을까? 프랑스의 혈통인 샤를 7세가 전쟁터에서 사망했으며 자신이 그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허울 좋은 개소리를 내뱉는다면 과연 그것을 믿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자신을 향하여 그 반짝이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칼을 들이미는 잔의 모습이 도저히 어색하지 않았다. 구역질이 튀어나왔다. 검이 닿은 머리는 잘려져 바닥을 뒹굴 것이며 땅에 쳐 박혀 어떠한 변명도 고통도 쏟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샤를은 다시금 포도주를 집어 들이부었다.

 시작부터 정신 나간 선택, 어차피 한차례 정신을 놓았다면 또 다시 정신 나간 선택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니 한 순간의 취기를 변명삼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더러운 짓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샤를은 총명했다. 꿈을 꾸는 왕이고 야망을 품은 남자이기도하다. 그렇기에 그가 빠져든 절망과 그 안에 담긴 어둠 역시 깊고 추악한 색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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