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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3화. 정령의 세계 <3>
작성일 : 17-07-23 14:52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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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어버린 손이란 단어에 베아트리체의 어깨가 튀어 올랐다. 그러나 크게 튀어 오른 신체가 다시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베아트리체는 영문도 모르고 엉덩방아를 찧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썩어가고 있었다. 앉아있던 의자는 흙이 되었으며 테이블은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단숨에 악취가 코를 찔러왔으며 저 멀리서 정령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자 그곳엔 자신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검게 녹아내린 흙더미와 나무들, 그리고 고통에 신음하는 정령들과 그들의 원한 섞인 눈동자.

 “으아악……!”

 끝내 참아왔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애처로운 목소리를 즐기는 듯 정령왕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소녀의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그때마다 정령들은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고 베아트리체의 고통이 가속되었다.

 신체의 아픔은 아니었다. 그 어느 곳도 아프다 말할 순 없었다. 그러나 더욱 깊숙한 곳, 피부의 아래 숨겨진 무언가가 쉴 새 없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손을 뻗어 가슴을 쥐어 감싸 신음을 내뱉었다. 고통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싱글거리던 얼굴에는 눈물이 자리했으며 형언할 수 없는 아픔에 베아트리체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잊고 살아갈 수 있다 생각했구나. 감히 스스로 마음을 지웠구나. 그들의 아픔은 아직도 남아 너의 사지를 찢어발겨 고통에 찬 네 비명을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감히 모른 채 즐거움을 누렸구나.”

 정령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잡아 뜯기 시작한다. 숨조차 쉴 수 없는 괴로움 속에서 그녀는 그날의 기억에 빠져들었다.

 눈은 원망을 담았다. 손은 증오를 행했고, 심장은 얼어붙어 냉기를 뿜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진 소녀는 복수에 집어삼켜져 괴물이 되어간다.

 괴물은 그 작은 손으로 모든 이들의 목을 졸랐다. 죄악의 덩어리는 질척한 검은 액체가 되어 대지를 적셔간다. 소녀의 미소에 이들은 경악을 내지르며 양 손을 휘저었다. 땅을 치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러나 괴물에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증오가 그녀를 좀먹었고 이미 집어삼켜진 그녀에게 그들의 비통의 목소리는 천사가 내뱉는 환희의 목소리며 그들이 짜내는 눈물은 하늘의 젖과 같았다.

 다시 한차례 땅은 배를 채워간다. 육즙이 가득한 고기는 날것 그대로의 신선함을 자랑하며 탐스럽게 내버려졌다.

 “네가 앗아간 행복이 보이느냐? 아이의 미소와 부모의 자애가 느껴지느냐?”

 베아트리체는 하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은 무너졌고 고개는 떨구어졌다.

 잊어내지 않으려 담아 두었던 상처가 곯아 터져버린 감정이 쏟아져 나와 베아트리체를 놓아주지 않았다. 눈물과 죄악에 곤죽이 된 얼굴을 정령왕은 손을 뻗어 들어올렸다.

 “누구도 널 반기지 않았다. 네가 좋아 달려든 것이 아니다. 모든 정령들은 너의 피부를 뜯어 사방에 피를 뿌릴 생각으로 너에게 안겨든 것이다.”

 친위대는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다. 그들은 죄악의 존재를 심판하기 위해 마련된 충실한 정령왕의 심복이며, 모두들 어떻게든 베아트리체의 피부를 곱씹어 더러워진 정령의 세상을 정화하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을 관심이며 사랑이라 생각하는 너의 얼굴은 어찌나 귀엽던지.”

 “어떻게… 어떻게 해야…….”

 비겁함은 알고 있다. 빼앗은 것은 목숨, 돌려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 대신 할 것은 없었다. 자신의 목숨 하나로 대신하기에 원한은 거대했고, 씻을 수 없는 죄악은 지금도 터져 나와 정령왕의 손을 더럽히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방법을 주마.”

 떨려오던 심장이 멎어온다. 아픔이 잦아들고 떨리던 손은 안정을 되찾는다. 정령왕은 나뭇잎을 거두어내고 그 매혹적인 눈동자를 마주하며 베아트리체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어라. 너의 죄를 내가 받아주겠다. 그윽한 사랑의 눈동자로 너를 쓰다듬어 평생토록 사라지지 않을 행복을 주겠다. 그러니 입을 내밀어 입을 맞추어라.”

 미칠 듯 매혹적인 정령왕의 눈과 입술이 시선에 머무른다. 그러나 고개를 흔들었다. 남아있는 것은 그림자, 떠나지 않고 곁에 함께할 그림자가 고개를 흔들게 만들었다.

 “하하하하!! 설마! 후스놈이 뭘 원하는지를 모르는 겐가?”

 정령왕은 미칠 듯이 웃으며 다른 한 손으로 베아트리체의 턱을 붙잡았다.

 “불쌍하구나! 고작 대신하는 삶을 살아가려 목숨을 바치다니!”

 

 그때 어둠이 모여들었다, 형체를 이루며 다시 한차례 그 강함을 증명하며 광소를 뚫고 그림자의 창이 정령왕을 꿰뚫는었다. 단숨에 절단된 나뭇잎은 일순간 조각이 되어 사라지나 다시 형체를 이루어 그 모습을 드러내어 위엄을 자아내었다. 그림자의 몸에선 열기가 들끓었고 맺힌 땀이 흘러내리며 정령의 세계에 스며들었다.

 “즐거운 날이구나. 이 무료한 곳에 후스가 찾아오다니.”

 “평소라면 손을 들어 경의를 표하겠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양피지를 내던진 후스는 곧바로 그림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정령왕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그를 향해 웃어 보이며 손을 뻗어왔다.

 “너의 선택으로 인해 파멸된 그녀를 돌리려 하는 어리석은 마술사가 할 말은 아닐 텐데.”

 “돌리려는 것이…”

 “하하하하핫!!!! 그것 참 재미있구나.”

 정령왕은 손을 휘둘렀다. 후스 역시 대항하여 손을 휘둘렀지만 그림자는 단숨에 힘을 잃었고 가득히 채워진 나뭇잎이 후스의 다리와 팔을 결박한다. 이를 가는 후스를 내버려 둔 채 정령왕은 고통에 신음하는 베아트리체를 안아들었다.

 “호박을 박아 타오르는 눈동자, 햇빛의 구애를 받는 피부, 밤이 시샘하는 아이가 이곳에 있다. 또 다시 이곳에 있단 말이다 후스.”

 후스는 분노를 표출하며 그림자를 끌어 모았지만 그것이 위협이 될 리는 없었다.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는 정령왕에게 마술이란 아이들의 소꿉장난 이었으며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도시를 쓸어버릴 힘이 그에게 있었기에 그런 발악조차 귀엽다는 듯 정령왕은 베아트리체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만일 내가 이곳에서 그녀의 입술을 빼앗는다면 자네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된다네. 분노에 이를 갈까, 아니라면 들켰다는 생각에 두려울까. 어디 어떤 쪽인지 직접 물어봐도 되겠나?”

 정령왕은 다시 한차례 베아트리체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림자에 찢겨나간 나뭇잎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도저히 눈을 땔 수 없는 사랑이 피어올랐다. 마주친 눈에선 불꽃이 튀었으며 그 입술은 빛을 머금고 사랑을 결정해 달라 울부짖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시선이 끈적하게 전신을 핥아 사랑을 갈구한다. 이미 간신히 붙잡고 있던 그림자는 나뭇잎에 가려 사라졌으며 언제나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후스는 전신을 결박당한 채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하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역시 설명하지 않았군. 그렇겠지 감히 자신의 입으로 말할 수 없었겠지. 평생을 두고 속죄하라 일렀거늘 그 선택조차 내리지 않은 미천하고 바보 같은 이야기를 말이야.”

 “그만… 오세르!”

 후스의 손을 묶어두었던 나뭇잎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강한 신념과 비열한 욕망은 마술의 위력을 높였고 자신의 마술을 꺠어낸 후스에게 정령왕 오세르는 한 손을 들어 심장을 가린 채 존경을 표했다.

 “그때에 비하면 조금 커졌구나. 필시 너라면 나의 구속에서 베아트리체를 다시금 데려 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될까? 피어오른 의심이란 두려운 감정이 감히 지워질 것이라 믿느냐?”

 그때 정령왕의 손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술은 형태를 만들어낸다. 피어오른 불꽃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우며 타들어가는 열기와 추악한 냄새는 사방을 휘감았다.

 마침내 불꽃을 다루는 마술사의 제자는 미칠 듯한 유혹을 밀어 내고 다시금 정령왕과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입을 열어.

 “당신의 부름이 아무리 달콤하더라도 이미 전 저 사람의 것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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