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9-28 13:49
[스토리테마파크] 온화한 겨울날의 신행(新行), 신부가 가마타고 오고, 손님들은 즐거움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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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스토리야
조회 : 2,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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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SE_1129 [512] |
1621년 1월 28일, 김령은 눈보라로 돌아올 수가 없어 하룻밤을 머문 지인의 집에서 아침부터 술잔을 또 기울였다. 그리고는 지인의 집을 나섰는데,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지인 이실의 집에 들렀다. 다음날이 신행(新行) 날이었으므로, 여러 도구들을 준비하느라 꽤 요란스러웠다.
1월 29일,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느즈막이 신행이 이르렀다. 정시형(鄭時亨) 외 여러 사람이 신부를 이끌고 왔다. 김령은 주인과 함께 손님을 맞았다. 그 다음날, 손님들이 간 뒤에는 마을의 여러 친족들이 이실의 집에 가서 안팎의 청에 자리를 마련하여 모였다. 날씨가 온화하고 따뜻하여 매우 조용하였다. 사람들은 밤이 깊도록 번갈아 술을 돌리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인의 정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신부의 신행 모습
신부가 혼례식을 마치고 신방(新房)을 치른 뒤 신랑집으로 가는 의식으로, 우귀(于歸)라고도 한다.
초행(醮行)과 재행(再行)은 신랑이 신부집에 오는 것인 데 반하여 신행은 신부가 신랑집으로 가는 것이다.
혼례식을 올리면 신랑이 신방을 치른 뒤 신부를 친정에 두고 혼자 집에 간다.
그 뒤 몇 차례의 재행 걸음을 한 뒤 신부가 신행을 간다. 혼례식을 올린 뒤 달을 묵혀 신행을 하면 ‘달묵이’라 하고, 해를 묵혀 신행을 하면 ‘해묵이’라 한다. 해묵이를 하게 되면 자녀를 출산하여 자녀와 같이 시가(媤家)에 가는 경우도 있게 된다.
신행을 하는 날은 따로 길일(吉日)을 택하여 한다.
택일(擇日)은 신랑집에서 정하여 신부집에 보내기도 하고, 신부집에서 정하고 신랑집에 양해를 얻기도 한다. 신부의 신행에는 신부·상객(上客)·가마꾼·하님·수모(手母)·짐꾼 등 많은 사람이 따른다. 신부는 가마를 타며 가마 위에 호피(虎皮)를 얹어 액이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가마에는 숯과 목화씨를 깔고 그 위에 방석을 깔고 앉는다.
가마 한구석에는 요강을 놓고 앞쪽에는 종이를 꼬아 묶은 종이조각을 몇 개 가지고 가다가 강을 건널 때나 서낭당을 지날 때 한 조각씩 던지면서 잡귀가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상객은 말을 타고 짐꾼들은 짐을 지거나 마차에 짐을 싣고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신부의 신행이 신랑집에 다다르면 문 앞 양편에 짚불을 피워놓고 이것을 넘게 하거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콩·목화씨·팥 등을 가마 위에 던져 잡귀가 근접하지 못하게 한다.
신부의 가마가 집안에 도착하면 마루 앞에 세우고 신랑이 가마문을 연다. 그러면 신부는 깔았던 방석을 들고 나와 지붕에 얹게 한다. 방석이 지붕에 올려지면 신부가 시가에 도착하였다는 표시가 되는 것이다. 시가에 들어온 신부가 새로이 단장해 놓은 방에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곧 요기상이 들어오고 그 뒤 신부와 상객은 신랑집에서 준비한 큰상을 받는다.
이때 큰상은 별로 손대지 않고 물리면 이를 빠짐없이 광주리에 담아 신부집으로 보내고, 신부집에서는 이 음식을 친척 및 마을사람들과 나누어 맛본다. 신부는 큰상을 물린 다음 시가댁 어른들에게 첫 인사를 올린다. 이것을 흔히 폐백(幣帛)이라고 한다.
조부모님이 계셔도 폐백은 시부모에게 먼저 올린다. 시부모·시조부모·백숙부모·고모·이모의 순으로 인사를 하고 같은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절을 한다.
이것을 현구고례(見舅姑禮)라고도 한다. 이때 친정에서 준비해온 밤·대추·육포·닭·술 등을 올린다. 가문에 따라서 사당참례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폐백을 하기도 하고, 이와 반대의 순서로 하기도 한다. 그 다음날 아침 신부는 일찍 일어나 몸단장을 하고 시부모에게 문안을 올린다. 저녁에도 시부모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인사를 올린다. 문안인사의 방법과 기간은 지역과 가문에 따라서 다르다. 신부는 시집온 지 사흘만에 부엌 출입을 하며 밥을 지어 올리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시집살이가 시작된다.
그 뒤에 최초로 신랑과 신부가 친정에 다녀오는 것을 근친(覲親)이라고 한다.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일주일 이내 하는 곳도 있으나, 원래의 근친은 신부가 시가에 와서 첫농사를 끝내고 난 뒤 그 결실물로 떡과 술을 만들어 친정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출전 : 계암일록(溪巖日錄)
저자 : 김령(金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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