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오데란드 전기 - 성왕전쟁 편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8.12.10

시오데란드 전기의 첫 시리즈.
15국으로 나뉜 시오데란드 세계.
민주주의, 유목민, 신성국, 마도국 등 다양한 이상과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제4왕자 클레이브와 그의 친구 시엔 스탈리스는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꿈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시엔과 베리알 후작 (8)
작성일 : 18-12-18 11:44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119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옭옭!”

 “크옭!”

 

 그리고 시엔 하나로도 혼란을 겪던 멀록 족에게 사가기사단의 이 공세 전환은 그야말로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멀록 족은 추풍낙엽처럼 쓸려갔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들의 수는 삼십 명 수준으로 줄어 있었다. 반면 사가기사단의 피해는 경상자 7명이 전부였다. 훈련된 자들의 잘 짜여진 진형과 중구난방의 오합지졸의 차이는 이만큼 컸다. 거기에다 시엔이라는 압도적인 무가 더해지니 이런 결과가 나올 법도 하였다.

 

 “옭옭... 이럴 수가...”

 

 멀록 족장은 궁지에 몰리면서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리고 그런 멀록 족장을 향해 시엔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압박감을 주었다.

 

 이에 멀록 족장은 땅에 엎드리며 빌었다. 상황을 파악한 빠른 움직임이었다.

 

 “옭옭... 항복하겠다... 제발 나와 동족들의 목숨만은 살려다옭...”

 

 멀록 족장의 이 행동에 다가서던 시엔은 순간 멈칫하였다. 그리고는 눈빛에 이채를 띠며 그를 바라보았다.

 

 “항복이라... 훌륭한 선택이다.”

 

 시엔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멀록 족장의 앞에 섰다. 그러자 멀록 족장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런 그를 시엔은 차가운 눈빛으로 목을 날려 버렸다.

 

 “옭옭! 무슨 짓이냐옭!”

 “항복한 자를 베다니옭!”

 

 뒤에 있던 멀록 전사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외쳤다. 이에 시엔은 그들에게 냉소를 흘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2백 명의 적은 병력으로 이 섬을 장악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어서 말이야. 항복한 포로들을 관리하는 데에 인력을 투여할 여유는 없지. 그렇다고 너희를 믿고 무작정 방치했다가 뒤통수를 맞는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고. 그냥 너희는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우리에게 최선이다.”

 “뭐라옭! 이런 악마 같은!”

 

 멀록 전사들은 분개하며 단창을 세우고 시엔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제 삼십 명 단위에 지나지 않는 그들은 시엔 하나를 상대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스악 서걱 수아악’

 

 시엔은 냉혹한 눈빛에 엷은 미소를 띠며 다가오는 멀록 족 모두를 난도해갔고 그런 시엔의 압도적인 무력과 피에 범벅이 된 모습은 뒤에서 지켜보는 사가기사단원들까지 떨게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왜 시엔의 별명이 ‘전장의 귀신’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자... 이제 다음 위치로 이동한다.”

 “네, 넵!”

 

 마지막 멀록 족의 심장에 칼을 꽂은 시엔은 조금의 감상도 없이 무표정하게 말하였고 이에 사가기사단원들은 정신이 번쩍 들며 바로 움직였다.

 

 ‘척 척 척’

 

 그들은 시엔을 따라 신속하게 인라트 섬의 중심부로 이동했고 그곳에는 어느 덧 1천여 명의 수적들이 방어 태세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멀록 족 전령의 요청을 받고 섬의 전 병력이 집결한 듯 했다.

 

 “뭐야... 겨우 이 규모로 이 섬을 노리려고 한 건가? 쳇.”

 “이럴 줄 알았으면 서쪽 방벽에서 해전 구경이나 더 하고 오는 건데...”

 

 수적들의 선장 급 되는 이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엔 군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시엔 군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던 멀록 족, 어떻게 보면 이 섬 최후의 멀록 족인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옭옭... 족장님은... 우리 멀록 전사들은 다 어떻게 되었느냐?”

 

 그의 외침에 수적들은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난 듯 의아해하며 시엔 군을 바라보았다. 분명 5백 명 정도의 멀록 족이 있었던 것이 생각난 것이었다.

 

 이에 시엔은 히죽 웃으면서 자신의 옷에 묻은 피를 가리켰다. 그러자 멀록 족과 수적들의 눈이 커졌다. 그들은 시엔의 옷과 사가기사단의 방패에 묻은 다량의 피를 보며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설마... 그들 모두를 죽이고 온 것이냐?”

 “멀록 족 전사의 완력은 우리들보다 위에 있는데...”

 “그들 500명이 모두 당했단 말인가...”

 

 처음 적의 규모만 보고 얕잡아 보았던 수적들의 표정이 심각해져갈 때 시엔은 더는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타앗’

 

 가볍게 땅을 박차고 홀로 달려오는 시엔의 모습에 수적들은 기겁을 하며 외쳤다.

 

 “궁병! 어서 저 놈을 쏴라!”

 

 그 명령에 백여 명 정도 되는 활을 든 수적들이 화살을 서둘러 메겼고 간신히 발사를 했다. 그러나 그런 수준의 궁술로 맞추기에는 시엔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다. 그렇게 시엔은 화살 비를 뚫고 수적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의 검은 검기가 실린 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상대의 검이 빛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고 있는 수적은 입에 문 담배를 떨어트리며 욕설을 뱉었고 그의 목은 곧 몸과 분리되게 되었다.

 

 ‘스가가각 수억 서걱’

 

 그것을 시작으로 시엔의 검은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며 적을 난자하였고 이에 수적의 중앙은 한순간에 뚫렸다. 적의 중심부로 파고 든 시엔에게 수적들은 욕설을 하며 사방에서 달려들었으나 그들의 검은 시엔의 눈에 그야말로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댕겅 서걱 스악’

 

 수적들의 무기는 두부처럼 썰려갔고 가끔 그들의 팔 째로 동강이 나기도 하였다. 사방에서 욕설과 비명 소리가 난무했고 수적들의 여유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고 사가기사단의 추행진이 그들의 정면을 급습했다. 그 압도적인 맹공에 수적들은 파도에 쓸리는 모래처럼 밀려났다.

 

 “으악!”

 “살려...”

 “어서 피해야... 윽!”

 

 잘 훈련되지 못한 군대는 기세를 잃는 것도 빠른 법이었다. 그들은 처음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여유를 모두 잃은 채 도망칠 궁리만 하며 등을 보였고 그렇게 전투의 판세는 매우 빠르게 결정이 나버렸다.

 

 “크옭!”

 

 이 섬의 마지막 멀록 족의 머리에 검을 박으며 시엔은 주변을 살폈다. 개전 후 몇 십 분 만에 수적들은 궤멸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이에 시엔은 눈을 예리하게 뜨며 살아 도망치려 하는 수적들을 찾았고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려 잔당 처리를 하여갔다.

 

 그렇게 십여 분 후 인라트 섬의 장악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하며 종결되었다. 동쪽 방벽과 서쪽 방벽, 그리고 중앙 기지가 모두 사가기사단에게 장악되었다. 그러면서 사가기사단의 피해는 매우 경미하였다.

 

 “좋아! 그럼 이제 노라드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넵!”

 ‘피유우웅’

 

 시엔의 명령에 병사는 준비한 폭죽에 불을 붙였고 이는 하늘로 아름답게 피어올라가 폭발하였다. 이 신호는 멀리 떨어져 있던 스톰윈드 함대와 수적 함대에 모두 관측되었다.

 

 “뭐, 뭐지... 저런 것이 우리에게 있었수까?”

 

 부두목 오티즈는 자신들의 섬에서 솟아난 폭죽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리고 이 의문을 듣고 있는 레스텅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말도 안 돼... 적의 함대가 수가 조금 적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경미한 병력은 어제와 같이 기습 부대 정도로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우리의 본진을 장악하려 했다니... 게다가 저 폭죽을 보면 그것이 성공했다는 것인데...’

 

 레스텅이 이렇게 전 함대를 이끌고 자신 있게 적을 쫓을 수 있는 것은 설령 해전에서 패전하더라도 그들에게 인라트 섬의 방벽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급자족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섬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약탈과 어업을 통해 쌓인 식량이 족히 4달은 버틸 만 했기에 함대가 궤멸되는 최악의 경우에도 그곳에서 수비를 하며 버틴다면 된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상황은 최악 그 이상이었다. 그 강력한 방벽의 인라트 섬이 이제 그들을 막아선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두, 두목! 적들이 대응을 바꿨습니다!”

 

 선수에 있던 수적이 기겁을 하며 외쳤다. 이에 레스텅은 눈을 부릅뜨며 앞을 보았고 그의 시야에는 도망을 치다가 갑자기 다시 일자진으로 섬진을 하는 스톰윈드 함대의 모습이 보였다.

 

 “서, 설마... 포탄이 더 남아 있었단 말인가...”

 

 포신을 천천히 자신들을 향해 조준하는 모습을 보며 레스텅은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제발 아니어라하고 외치는 그의 바람을 무시하며 스톰윈드 함대의 포신은 연신 불을 뿜었다.

 

 ‘콰콰쾅’

 “으악!”

 “아아악!”

 

 그 포격에 네 척의 수적 함선들이 조각이 나며 수장되었고 이에 수적들의 기세는 한순간에 꺾였다. 또한 그들의 레스텅을 바라보는 믿음마저 이것 한 방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수적 함대가 조직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된 것이었다.

 

 “후후. 이것이 마지막 남은 포탄들이긴 했는데... 아낌없이 쓴 효과는 보고 있는 듯 하군요. 좋아. 모두들 진격하십시오. 저들이 그토록 바라던 근접전을 한 번 해주도록 합시다.”

 “우오옷!”

 

 노라드의 지휘에 병사들을 힘을 내며 다시 배를 돌린 후 수적 함대를 향해 진격하였다. 그 속도는 함선의 크기 탓에 아주 빠르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마비되다시피 한 수적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보였다.

 

 “다들 정신 차려라! 적들이 다가오고 있다. 다들 무기를 들고 근접전을 준비해라!”

 

 레스텅은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그러나 수적 들 중 이 말을 듣고 있는 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배를 돌려라. 인라트 섬으로 돌아갈 것이다!”

 “남쪽 나에미 자작의 영지로 가서 도망쳐야 한다. 다들 서둘러라!”

 

 본래 레스텅은 무인도 아니었고 목소리가 좌중을 압도할 정도로 그리 큰 인물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수적 함대는 아무런 대열도, 대책도 맞추지 못한 채 스톰윈드 함대의 돌진을 받게 되고 말았다.

 

 ‘콰지직’

 ‘콰콰쾅’

 

 곳곳에서 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충돌로 인해 열 척의 수적 함선들이 둘로 쪼개지며 좌초되었다. 애당초 함선의 규모에서 차이가 큰데다가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는 스톰윈드 함선과 달리 대부분의 수적 함선들은 자세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했기에 이런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고 만 것이었다.

 

 결국 승부는 이렇게 너무나 싱겁게 결정이 나고 말았다. 오티즈 등 몇몇 수적 선장들은 제법 수적들을 컨트롤 하며 맞섰으나 미켈의 압도적인 무 앞에 머리가 쪼개지며 죽어갔고 이는 다른 쪽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수적들은 근접전을 할 경우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보았으나 사실 사가기사단은 수상 위의 근접전에도 매우 능숙한 자들이었다.

 

 “으으으...”

 

 수적의 두목 레스텅은 사방에서 칼이 겨누어진 채 분노의 신음을 흘리며 노라드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렇게 며칠간의 긴 전투는 끝이 났다.

 시엔은 인라트 섬에 100명의 수비 병을 배치한 채 섬을 나와 노라드 군과 합류하였고 포획한 레스텅과 일부 수적 간부들을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웨이니 호수의 서부에 있는 로브론 자작의 영지로 함대를 이동시켰다.

 

 그렇게 뭍 근처로 가니 그곳에는 수백 규모의 인파가 나와서 그들을 마중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로브론 자작이 있었다.

 

 “헤헷! 며칠 전에는 그렇게 차갑게 우리를 쫓아냈던 자가 지금은 제법 눈치가 있는 것 같군요.”

 

 조르쥬가 히죽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말을 미켈이 호탕하게 웃으며 받았다.

 

 “크하하하. 그게 어디 눈치겠느냐. 그나마 말이 통하는 웨이드 자작이 통보를 해준 덕분이겠지. 아무튼 저 자는 웨이드 자작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내가 저 놈의 머리를 쪼개버렸을 테니 말이야...”

 

 미켈은 웃으면서도 경멸어린 눈으로 로브론 자작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이에 시엔과 노라드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의 앞에 섰고 뭍에 도달하자 천천히 함선 아래로 내려갔다.

 

 “어, 어서 오십시오. 스탈리스 백작.”

 

 로브론 자작은 비굴한 미소를 띠며 시엔의 앞에 서서 고개를 조아렸다. 이에 사가기사단의 부대장들은 모두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그를 깔아보았다. 그러나 가장 앞에 선 시엔과 노라드는 환한 미소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하였다.

 

 “하하. 이렇게 환대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자. 어서 같이 가시지요.”

 “아, 그리고 저번의 무례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모르고...”

 “아아! 그것은 지난 일. 이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가?”

 “하하. 물론이지요. 로브론 자작님. 아무쪼록 걱정 마시길... 시엔 님은 뒤끝이 없는 분이시랍니다.”

 

 시엔의 말을 노라드가 잘 받으며 말했고 이에 두려움이 가득하던 로브론 자작의 얼굴도 조금 밝아졌다. 그렇게 그들은 로브론 자작의 성으로 향하였고 그곳에 도착하자 어느새 와 있던 웨이니 호수의 네 자작들인 웨이드 자작, 토로노 자작, 나에미 자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요. 스탈리스 백작...”

 

 시엔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그들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은 귀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사가기사단 대부분의 단원들에게 묘한 통쾌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런 자리가 익숙한 시엔은 손을 들어 화답을 했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자자. 오래 서 계셨던 듯 한데 어서 올라갑시다. 아! 그리고 내 병사들에게 충분한 술과 음식을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이 승리는 저들의 공이니까 말입니다.”

 “허허. 그것은 걱정 마십시오. 웨이니 호수의 영웅들을 위한 대접 준비는 확실히 해두었답니다.”

 

 시엔과 사가기사단을 웨이니 호수로 인도했던 웨이드 자작은 마치 자신이 공을 세운 것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답하였다.

 

 그렇게 로브론 자작의 성 내는 사가기사단 병사들로 가득 찼고 그들은 충분한 양의 술과 고기를 먹으며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시엔과 노라드, 네 자작들은 성의 중앙 접대용 방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된 코스의 요리를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허. 웨이니 호수의 수적과 멀록 족의 처리 문제는 우리들의 오랜 골칫거리였습니다. 그것들을 이렇게 한 번에 해결해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모르겠군요.”

 

 네 자작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나에미 자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려 4천의 병력이 동원된 전투였고 이것을 용병단의 급여로 환산하면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네 자작의 가산을 탕진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네 자작의 표정에 담긴 속내를 간파하며 시엔은 여유롭게 답했다.

 

 “하하. 은혜라 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디스카이온 남부의 귀족 분들과 백성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존재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가기사단이고 그 신념에 맞게 행동했을 뿐입니다.

 이번 토벌 전에 대한 대가는 일절 받지 않을 것이니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시엔의 통 큰 대답에 자작들의 표정은 충격으로 바뀌었고 곧 그들의 얼굴은 급속도로 밝아졌다. 엄청난 돈을 굳으면서 문제를 해결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자작들을 바라보며 시엔은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이곳에 오면서 좋지 않은 정보를 하나 들은 것이 있답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네? 그것이 무엇인지요? 허허.”

 

 나에미 자작은 후덕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이에 노라드가 눈을 빛내며 대신 입을 열었다.

 

 “우리 사가기사단은 디스카이온 남부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존재는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고 있지요. 이는 그것에 대한 설명이니 주의 깊게 들으시길 바랍니다.”

 

 노라드는 그 말과 함께 시엔에게 바통을 넘겼고 웃음기가 가득하던 자작들은 나름 긴장을 하며 시엔에게 시선을 모았다. 그렇게 분위기를 조성한 시엔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을 시작했다.

 

 “저는 클레이브 왕자님을 대신하여 디스카이온 남부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북방의 검은 사자 ‘제이시커’ 왕자님이 이 남부의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첩보를 듣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를 제지하기 위해 나선 결과 이 남부의 귀족들 중 일부가 제이시커 왕자에게 동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쿵’

 

 시엔의 말에 네 자작은 모두가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 모두는 그것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시엔이 자신들에게 이 말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우리를 단죄하러 온 것인가...’

 ‘성 밖에는 4천의 사가기사단이 있다... 이 자가 마음만 먹으면 우리들 모두를 도모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제압해야 하는데... 로스카.11.의 기사를 우리들의 힘으로 당해내는 것은...’

 

 방금 전까지 행복한 미소로 가득했던 그들은 순간적으로 사형대 앞에 선 죄수의 심정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런 필사적인 두뇌 회전에도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할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사, 살려...”

 “제가 이 자리에 온 것은 그 때문입니다. 웨이니 호수는 디스카이온 남부의 중앙을 담당하고 있는 요지 중의 요지. 이 네 분께서는 디스카이온 남부에 대한 정보가 밝으실 것입니다. 그러니 향후 그런 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지체 없이 저에게 통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실 경우 그 보상은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하하.”

 

 당장 오체투지를 하여 용서를 빌려 했던 자작들은 시엔의 말에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 상황과 시엔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시엔은 다시 물었다.

 

 “음? 무슨 걸리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제 제안이 과한 요구인가요?”

 “아, 아니외다. 그 정도라면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허허.”

 “이 로브론... 클레이브 왕자님과 시엔 스탈리스 경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것입니다. 맡겨주십시오.”

 

 시엔에게 자작들 모두는 마치 충성의 맹세라도 하듯 포즈를 취하며 답했다. 이에 시엔은 자리에서 일어서 그들 모두의 손을 잡아주며 한 마디씩 해주었다.

 

 “이 시엔은 과거를 따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이지요. 여기 네 분께서는 이제 디스카이온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싸워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넵! 믿어주십시요!”

 

 시엔의 말에 하늘을 보며 힘껏 외치는 자작들의 모습은 마치 왕과 신하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 장면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노라드는 와인을 들이켰다.

 

 그렇게 연회는 끝이 났고 시엔과 노라드는 망토를 휘날리며 방을 벗어나 사가기사단이 묵고 있는 야영지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런 사가기사단의 야영지를 바라보며 네 자작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나누었다.

 

 “정말 심장이 쪼개질 뻔 했습니다. 시엔 이 자가... 아니, 이 분이 정말 우리의 모의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요?”

 

 로브론 자작은 아직도 심장이 덜컹이는지 계속 가슴을 만지며 말하였다. 이에 노회한 나에미 자작이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답했다.

 

 “이런 생각 없는 작자 같으니... 그 말의 의미를 보면 모르겠는가. 시엔은 이미 다 알고 온 것이네. 사실 일개 자작인 우리들의 첩보력이 무에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에게 그런 것을 부탁한 것이라던가, 과거보다 현재-미래가 중요하다고 한 것이던가... 모두가 우리에게 경고를 한 내용이었네.”

 “아아.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에미 자작의 말에 웨이드 자작도 수긍을 하며 동조했다. 그러자 토로노 자작과 로브론 자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겠습니까? 이미 제임스 후작으로부터 언질을 받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한 상태에서 이것을 뒤집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으음...”

 

 토로노 자작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은 이들의 좌장 격인 나에미 자작에게 모아졌다. 이에 나에미 자작은 잠시 고심을 한 후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자고로 멀리 있는 검보다 무서운 것은 가까이 있는 주먹이라고 하였지. 제이시커 왕자의 군세가 아무리 강하다하나 그들은 우리와 떨어져 있고 이곳까지 오려면 아이사드 왕자, 드라이언 왕자의 영지를 뚫고 와야 하네.

 반면 클레이브 왕자와 시엔의 군세는 우리와 바로 인접하여 있지. 단지 제이시커 왕자의 힘이 강하다 하여 그쪽에 붙는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제거되는 신세가 될 것이네.

 물론 제임스 후작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그에게 동조를 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사가기사단의 무력을 경험하게 되니 그 생각이 조금 달라지는군.”

 “음? 어찌 달라지셨다는...”

 “어쩌면... 사가기사단의 힘이 제임스 후작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서고 있단 말일세.”

 “네에? 설마요... 하하.”

 

 로브론 자작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그러나 나에미 자작의 눈초리는 매우 확고했고 그런 로브론 자작을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아니, 내 계산은 쉽게 내린 것이 아닐세. 또한 베리알 후작 역시 클레이브 왕자 파에 속하고 있지. 그 자와 사가기사단의 힘이라면 지금의 남부에 있는 반 클레이브 파 세력을 누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야.”

 “그렇다면... 나에미 경의 뜻은...”

 “음. 나는 시엔의 뜻대로 클레이브 왕자를 지지하도록 하겠네.”

 “네? 그럼 제임스 후작이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어중간한 태도로는 어디에서도 살아남지 못할 것. 우리는 뜻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네. 그리고 내가 보기에 활로는 시엔 스탈리스 쪽에 있는 듯하군. 자네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동안 주장과 설명만 해온 나에미 후작이 미소를 띠며 다른 세 자작에게 물었다. 이에 토로노 자작은 잠시 고민을 한 후 바로 답하였다.

 

 “하하. 우리 힘없는 자작들이 서로 뜻을 달리하면 결코 살아남지 못하겠지요. 저는 나에미 경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저의 생각도 같습니다. 사실 거드름 피우며 우리를 무시하는 듯한 제임스 후작보다는 예의를 잘 차려주는 시엔이란 자가 훨씬 더 따르고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하하.”

 

 웨이드 자작도 간단히 동조를 하였고 그러자 로브론 자작도 어쩔 수 없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웨이니 호수의 네 자작은 반 클레이브 파를 버리고 시엔에게로 뜻을 모으기로 하였다.

 

 

 

 다음날 시엔은 인라트 섬의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대신에 웨이드 자작의 사병들이 그 섬으로 가서 요충지를 장악하였다. 그렇게 인수인계 작업을 끝낸 후 사가기사단은 지체 없이 떠나기로 하였다.

 

 이에 네 자작들은 아쉬운 표정 연기를 하며 시엔의 앞에 나란히 섰고 시엔은 따스한 미소로 그런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였다.

 

 “다들 자작으로서 이 나라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정권이 바뀐다 하여 모든 것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에게로 정권이 바뀌느냐 겠지요. 클레이브 왕자님은 그것을 해낼 그릇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클레이브 왕자님과 저를 믿고 지원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우리는 왕자님께 충성을 다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엔의 말에 자작들 모두는 마치 시엔이 왕자라도 되는 양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였고 이에 시엔은 멋쩍게 웃으며 로브론 영지의 서문을 통해 나갔다. 네 자작들은 그런 사가기사단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겨우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

 

 “후후. 웨이니 호수의 자작들 회유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난 듯 하군요.”

 

 노라드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하였다. 이에 미켈이 껄껄 웃으며 답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우리의 힘을 단단히 보여줬으니 오금이 저렸을 것입니다.”

 “클레이브 왕자님이 없더라도 시엔 님께서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들이 알게 되었다면 결코 배신을 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에즈가 그의 가느다란 눈을 예리하게 뜨며 말을 이었다. 이에 시엔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게 정리되어서 기쁘긴 하군. 물론 아무 보수도 받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야. 하하.”

 “후후. 그것이라면 걱정 마시길... 수적들이 저장해두었던 식량이나 보물들을 모두 털어왔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멀록 족의 이 비늘... 이것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답니다.”

 “음? 그 징그러운 족속들의 비늘이 무슨 의미가...”

 

 조르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에 노라드는 재물을 탐하는 자의 눈빛으로 답했다.

 

 “멀록 족의 비늘은 특수한 기운이 서려 있어서 물 위에 저절로 뜨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으로 방패나 갑옷을 만들 경우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병사들도 깊은 물 위를 횡단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때문에 이것들을 잘만 활용하면 막대한 자금을 모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사가기사단이 착용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 비늘의 가치만 해도 우리 병사들의 보수 이상은 해줄 수 있습니다.”

 

 노라드의 설명을 듣자 사가기사단의 부대장들과 시엔의 표정은 더더욱 밝아졌다.

 

 “와하하. 이것 참... 노라드 님은 대체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것입니까?”

 “진정 천재이십니다. 우리라면 그냥 버리고 왔을 텐데 말입니다.”

 

 그들은 노라드의 이런 면을 감탄하며 말하였고 시엔 역시도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노라드를 바라보았다.

 

 “뭐, 그것까지 따지면 이번 원정은 대 성공이로군. 그럼 이제 다음 목표를 위해 움직여 볼까나...”

 

 시엔의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노라드와 부대장도 미소를 띠며 그의 등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사가기사단은 임무를 마치고 스탈리스 영지를 향해 귀환하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레트라 토벌작전 (3) 2018 / 12 / 20 23 0 5190   
17 레트라 토벌작전 (2) 2018 / 12 / 20 22 0 5183   
16 레트라 토벌작전 (1) 2018 / 12 / 20 21 0 6485   
15 시엔과 베리알 후작 (8) 2018 / 12 / 18 25 0 11954   
14 시엔과 베리알 후작 (7) 2018 / 12 / 18 26 0 9203   
13 시엔과 베리알 후작 (6) 2018 / 12 / 18 24 0 6501   
12 시엔과 베리알 후작 (5) 2018 / 12 / 18 25 0 5383   
11 시엔과 베리알 후작 (4) 2018 / 12 / 18 24 0 6248   
10 시엔과 베리알 후작 (3) 2018 / 12 / 16 26 0 5150   
9 시엔과 베리알 후작 (2) 2018 / 12 / 16 29 0 11119   
8 시엔과 베리알 후작 (1) 2018 / 12 / 16 23 0 7041   
7 클레이브 왕자, 세상에 발을 딛다 (5) 2018 / 12 / 16 25 0 5156   
6 클레이브 왕자, 세상에 발을 딛다 (4) 2018 / 12 / 16 26 0 6100   
5 클레이브 왕자, 세상에 발을 딛다 (3) 2018 / 12 / 13 31 0 5129   
4 클레이브 왕자, 세상에 발을 딛다 (2) 2018 / 12 / 13 34 0 5761   
3 클레이브 왕자, 세상에 발을 딛다 (1) 2018 / 12 / 13 39 0 5277   
2 프롤로그 (2) 2018 / 12 / 11 55 1 8901   
1 프롤로그 (1) 2018 / 12 / 10 337 1 7137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시오데란드 전기
듀얼won
패배에서 얻어지
듀얼won
일인지하만인지
듀얼won
프로듀스의 방
듀얼won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