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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4화] 승산은 충분해
작성일 : 18-11-09 11:51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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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사주로 범행을 저질렀다……, 여기까지가 제 짧은 소견입니다.”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앞뒤가 잘 들어맞는, 아주 그럴싸한 진술임은 분명했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서유림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

 

 “혹시 블랙박스는요? 범인의 윤곽은 안 잡혔어도 당시 상황은 찍혔을 거 아니에요”

 “아니……, 그게 새 차라니까요. 인터넷으로 주문만 해놨지. 직접 다는 게 싸게 먹히니까.”

 

 아아, 이런 알뜰한 놈을 봤나. 명색이 탐정이라면서 준비성은 더럽게 없었다.

 

 “CCTV도 없어. 블랙박스도 없어. 그럼 그 누군가의 사주를 엄기동 씨가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그렇게 되나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럼 이거는 어떨까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엄기동이 말을 이었다.

 

 “범인이 이용했던 차! 주차장 CCTV에는 찍혔을 거 아닙니까. 당연히 출입기록도 남아있을 테고 말이죠.”

 “차요? 범인의 차를 봤다는 말이에요?”

 “말씀 안 드렸나요? 이상하다. 저를 앞질러서 주차장에 먼저 들어간 그 수상한 차, 분명히 얘기한 것 같은데…….”

 

 아니, 확실히 그런 진술은 있었다. 그게 수상한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냥 쓸모없는 얘기 아니었나요?”

 “뭐, 뭐가 쓸모없다는 겁니까? 나 참, 기가 막혀서……. 사람 말을 막 잘라 드실 때부터 알아봤어요, 내가.”

 

 엄기동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서유림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날의 상황설명을 보충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 차, 라이트를 켠 채로 시동을 꺼뜨렸어요. 계속 그렇게 놔뒀다간 차가 언제 방전될지 모르는 일이라고요. 할 수 없이 그쪽으로 갔죠. 보통 운전석 앞에 연락처정도는 남겨놓잖아요. 그런데 없었어요, 그 차에는…….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창문이 열려있는 게 보이더군요. 겨울이 코앞에 닥친 이런 날씨에 말이죠.”

 “그게 뭐 어쨌다고요. 운전 중에 졸음이 왔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아니에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달려갔다니까요. 한가하게 졸음이 올 상황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남자, 상당히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사람이 긴장을 하면 막 답답하고,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안 그래요?”

 

 조금 전, 서유림이 이 접견실로 향했을 때의 그 두근거리는 기분을 말하는 건가? 엄기동이 그런 사실까지는 알 리 없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창문을 열고 운전을 한 겁니다. 뭔가 큰일을 앞두고 있었으니 막 두근두근 했겠죠. 사람을 헤치는 일이라면 특히나……. 당시에 범인은 라이트를 켰는지 껐는지, 그런 거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그 사람 얼굴을 봤나요?”

 “아니요.”

 

 서유림은 또 한 번 맥이 풀리고 말았다. 컴컴한 밤에, 그것도 백미러를 통해서 본 범인의 윤곽을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엄기동의 설명이다.

 

 “그래서……. 고작 창문 열고, 라이트 하나 안 껐다고 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거라고요? 이것 보세요, 엄기동 씨.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저랑 장난해요?”

 “냄새.”

 “아, 냄새……. 무슨 냄새요?”

 

 테이블까지 쾅쾅 쳐가며 흥분하던 서유림이 엄기동의 나직한 읊조림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인다.

 

 “열린 창문 사이로 냄새가 났어요. 눅눅하고 꿉꿉한 곰팡이 냄새. 거기다 담배 찌든 냄새까지……. 그 남자한테서도 똑같은 냄새가 풍겼거든요.”

 “언제요? 혹시 도망치려던 범인이 엄기동 씨를 세차게 뿌리쳤을 때를 말하는 건가요? 그 때문에 엄기동 씨가 팔을 휘적거리면서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중심을 잡았다면서요.”

 

 우스꽝스럽다는 표현은 단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는 엄기동이었다.

 

 “그, 그렇습니다. 그때 범인의 팔이 제 얼굴을 스쳤으니까.”

 “곰팡이와 담배 찌든 냄새라……. 글쎄요, 그렇게 특별한 단서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드네요. 습한 곳에서 생활하는 애연가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에요.”

 

 고개를 저으며 반론을 제기하는 서유림을 향해 엄기동은 알 수 없는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는,

 

 “맞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섞여 있었다면요? 예를 들어…… 복숭아 향이랄까?”

 “복숭아? 뜬금없이 복숭아라니……. 아, 방향제!”

 

 서유림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고 말았다. 그녀에게 감탄이라도 한 듯 엄기동은 손가락까지 튕기며 “빙고! 이렇게 단번에 알아맞히시다니.” 라며 서유림을 부추기고 있다.

 

 “아니, 그 짧은 위기의 순간에 방향제 향까지 느꼈다고요? 무슨 개도 아니고.”

 “흠, 흠…….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증거능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에요.”

 “상관없습니다. 저는 지금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용의선상에 올릴만한 이유로는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나는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나 경찰이 아니야. 그냥 변호사란 말이야. 서유림의 이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엄기동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어쨌든 그 차의 출입기록을 보면 분명 범행시간과 겹쳐있을 겁니다. 제가 말한 세 가지 단서……. 차번호만 조회해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대포차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거야말로 그자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걸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단서일 테니까요.”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엄기동을 보며 서유림은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무지막지한 사람이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면서 공용주차장에 차를 댔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런 주택가 골목은요, 거의가 주거지 주차구역이에요. ‘어, 비어있네?’ 생각하고 주차했다가는 금방 차 빼달라는 전화를 여러 통 받게 될 겁니다. 주민들한테 목격당해서 곤란한 처지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요. 확실히 치밀한 계획아래 범행 장소를 물색했던 게 틀림없어요. 뭐, 면식범인지 아닌지는 피해자만 깨어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피해자가 깨어나면요?”

 

 서유림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수아 씨가 범인을 봤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기절한 상태에서?”

 “글쎄요. 봤다고는 장담 못하지만 처음부터 기절한 건 아닐 겁니다. 피해자 몸에 남아있는 상처. 아마도 범인과 몸싸움을 했다는 증거겠죠.”

 

 곧바로 사진을 확인하는 서유림. 엄기동이 말한 대로였다.

 

 “정말이네요. 꽤나 격렬하게 반항했던 것…… 어머!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재끼며 우람하진 않지만 비교적 탄탄한 몸매를 훤히 드러내는 엄기동. 깜짝 놀란 서유림이 양손으로 재빨리 눈을 가렸다. 가릴 거면 제대로나 가릴 것이지, 벌어진 손가락 틈으로 볼 건 다 보는 서유림을 향해 엄기동이 자신 있게 얘기한다.

 

 “만약 제가 범인이라면 제 몸에도 피해자가 남긴 흔적이 있어야합니다. 바로 상처의 흔적이…… 아, 이건 맹장 수술 자국이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 새로 난 상처가 없다, 이 말입니다. 뭐라고요? 아니, 굳이 바지까지 벗을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언제?!!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핏대를 세운 서유림이 다시 한 번 사진을 응시한다. 사진 속 이수아의 손톱은 몇 개가 깨지고 구부러져 있는 반면, 엄기동의 맨살에는 공격당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엄기동은 얕은 지식을 뽐내며 전문가처럼 말했다.

 

 “사람을 쳐서 한 번에 기절시키는 게, 이게 상당히 어려워요. ‘죽어도 그만이다’라는 잔혹함이 있어야 되거든요. 놈은 분명 프로가 아닙니다. 뭐, 피해자의 머리가 의외로 단단하다면 또 모를까.”

 

 빈틈이 없다. 아니, 무척이나 논리 정연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매끄럽게 진행된 엄기동의 ‘추리쇼’는 서유림의 감탄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까지 엄기동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한방에 거두고 만다.

 접견을 마치고 나오는 서유림. 그녀의 엷은 미소가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승산은 충분해……라고.

 .

 .

 .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꾸물꾸물한 하늘.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들과 쌀쌀한 찬 공기는 가을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려주고 있다.

 검찰로 재소환된 엄기동은 결국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고 풀려나게 되었다. 검찰청을 나온 서유림. 엄기동의 모습을 다시 볼 일이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 와서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는, 그런 볼썽사나운 짓거리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제 짧은 인사를 끝으로 첫사랑(?)과의 재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경치 좋네. 이래서 사람이 죄짓고 살면 안 되나봐. 감옥 갔으면 이런 풍경 못 봤을 거 아냐. 안 그래요?”

 

 엄기동은 마치 이렇게 될 거라 짐작이라도 한 듯 가을의 경치를 태연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이 모습이 엄기동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될 것이다. 마치 사랑의 아픔을 혼자서 끌어 앉고 가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서유림은 엄기동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며 작별을 고한다.

 

 “고생 많았어요. 그럼…….”

 “잠깐만요. 그래도 여기서 이렇게 헤어지면 좀 아쉽지. 언제 한번 사무실에 들러요. 내가 밥 한번 대접하게. 내가 그쪽으로 가도 되고. 나 때문에 고생하셨잖아.”

 

 서유림은 가벼운 목례로 대답을 대신하고 자리를 피했다.

 잘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했고 그렇게 다시 추억으로 묻어둬야만 한다. 이제는 서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을 할 때였다.

 

 “고맙다. ……반장.”

 

 서유림은 뒤통수라도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당혹감과 놀라움이 교차되면서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몰랐다. 뒤를 돌아봤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엄기동을 보면서도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이 녀석.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던 거였어?

 

 

 그런 엄기동을 한참동안 주시하는 또 한명의 남자가 있었다. 멀리서 엄기동을 지켜보던 남자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흔들며 휴대전화기를 꺼내들었다.

 

 “네. 지금 나왔습니다. 아, 저도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 엄기동이라는 놈 말입니다…… 꼭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입니다.”

 

 통화를 마친 남자는 서둘러 검찰청 밖을 빠져나갔다. 미리 예고라도 한 것처럼 먹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은 세찬 비를 뿌리며 맹수가 포효하듯 한참을 으르렁대고 있었다.

 
작가의 말
 

 좋은 하루 되세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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