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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3화] 또 다른 용의자
작성일 : 18-11-07 12:28     조회 : 64     추천 : 1     분량 : 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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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님. 어디 아프세요?”

 

 놀란 눈을 치켜뜨며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던 서유림이 엄기동의 걱정스런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엄기동이 눈에 들어왔다.

 

 “네? 아. 죄송해요.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아, 딴 생각……. 그런 건 잠들기 전에나 하셔야지. 여기가 무슨 자기 집 안방인 줄 아시나.”

 

 심드렁하게 말하는 꼴이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서유림은 가까스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토록 궁금해 하고 그리워하던 사람이 버젓이 눈앞에 있는데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말이다. 그러면서도 15년 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런 추억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어차피 날 못 알아보잖아.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있을 필요 없어. 지금은 변호사로서의 직무만 다 하면 그만이라고…….’

 

 서유림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였다.

 

 “가만, 우리 어디서 한 번 본적이 있나요? 이상하게 낯이 익네.”

 “그, 그럴 리가요.”

 “아니야, 아니야. 아까 변호사님도 그러셨잖아. 아는 사람인가 했다고…….”

 

 이번에는 엄기동이 이리저리 한참을 뜯어보기 시작하자 몹시 당황했는지 서유림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흔한 얼굴이라서 그런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엄기동을 향해 그녀는 서둘러 화제를 전환시킨다.

 

 “쓰,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 하기로 하고. 자, 그럼 사건 당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아니! 제가 어딜 봐서 흔한 얼굴이라는 거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서유림이 재미있다는 듯, 엄기동은 입가를 올리며 마주보고 있다. 그리고는 오른팔을 여유롭게 의자 뒤로 넘기더니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진술하기 시작한다.

 .

 .

 .

 사건발생 당일, 자정을 향해가는 시간.

 엄기동은 지금 멋진 야경을 감상하며 뻥 뚫린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불빛과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선율은 지칠 대로 지친 그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며, 혹시 내가 뉴욕 맨해튼에 와있는 게 아닐까, 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물론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엄기동이다.

 

 그것 말고도 그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건 따로 있었으니……. 세련된 디자인에 조용한 엔진, 가벼운 만큼이나 빠른 속도감, 무엇보다도 최첨단 시스템을 자랑하는 이 멋진 중형세단이야말로 그 핵심적인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언제 퍼질지 모르는 고물차를 아슬아슬하게 운전해오던 엄기동으로서는 그야말로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나를 불쌍히 쳐다보는 의뢰인은 단 한명도 없을 거야, 라는 생각에 지난날의 설움을 곱씹어보기도 한다.

 

 엄기동은 성능도 시험할 겸, 설렁설렁 시간이나 때우…… 아니, 중요한 의뢰인과의 은밀한 접선을 마친 뒤 연북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설마 했던 그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건물 1층 외부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이미 반듯한 대열로 주차되어있는 차량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페인트도 안 마른 주제에 감히 어딜 넘봐?’라며 텃세라도 부리 듯 말이다.

 

 할 수 없이 이 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져있는 공용주차장을 향해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왔던 골목을 다시 지나 2차선 도로로 빠져나오자 저 멀리 교차로에 공용주차장을 알리는 푯말이 보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향하던 그때였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은 또 다른 차량이 요란한 굉음을 울리는가 싶더니 무서운 속도를 내며 주차장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만다.

 분하다. 저런 고물차한테 선두를 빼앗기다니……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불길한 예감이 또 한 번 그를 감싸고돈다.

 

 만약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말 아주 만약에…… 주차공간이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떡하지?

 

 조금 전 엄기동을 앞질렀던 차량은 이미 주차를 마친 상태였다. 얄미웠다. 하지만 전조등도 끄지 않은 채 저렇게 황급히 어딘가로 향하는 걸 보면 분명 무슨 급박한 용무가 있으리라, 그렇게 너그럽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면서 주차장안을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마지막으로 한 바퀴 더…… 젠장, 여기는 이미 틀린 것 같군. 시간을 너무 빼앗겼어.

 

 “잠깐만요.”

 .

 .

 .

 실시간 라이브 중계처럼 생생하게 펼쳐지는 엄기동의 진술에 서유림이 찬물을 끼얹었다.

 

 “도대체 사건 상황은 언제 나오는 거죠? 자세한 것도 좋지만요. 핵심이 안 나오고 있잖아요. 핵심이.”

 

 틀림없이 이 부분에서 사건이 전개될 거야, 라고 생각할 때마다 아무 일 없이 넘어가기를 수차례. 성미가 급한 서유림은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이제는 그리움이고 뭐고, 마음에 안 들면 역정부터 내기 시작한다. 전의를 상실한 듯 엄기동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에이~, 김빠지게 진짜. 아니, 지금 한창 감정이입에 빠져있는데 여기서 맥을 끊어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쪽 감정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저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거니까요. 아시겠어요?”

 

 ‘이건 연극이 아니란 말이야!’라는 말을 덧붙이려다 속으로 삼키는 서유림. 그녀의 표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엄기동은 잠시 고민에 빠진 눈치다. 잠시 후,

 

 “알겠습니다. 직접 겪은 일을 말씀드리는 거라 저의 감정을 배제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뭐, 노력해보도록 하지요. 어디까지 말씀 드렸더라?”

 .

 .

 .

 주차장을 빠져나온 엄기동은 그리 낙담한 표정이 아니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얼굴이었다. 혹시 도로변에 불법주차라도 하려는 걸까? 다시 골목 안으로 진입하는 걸로 봐서 새로 뽑은 차를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지는 않을 모양이다. 깜박거리는 가로등들을 지나 조심스럽게 오르막길을 오른다. 조바심이 날 법도 하지만 어째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무래도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장소가 따로 있는 듯하다.

 

 유난히 어두우면서 운 좋게 중형차 한 대 정도를 간신히 주차시킬 수 있는, 그래서 웬만한 베테랑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때문에 주민들 대다수가 꺼려할 수밖에 없는 암흑 공간. 지금 엄기동이 향하는 곳이다. 주변에 CCTV가 없어서 누가 차를 긁고 가더라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깊숙이만 박아두면 그럴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릴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하려면 사이드밀러를 접은 채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야 돼. 남들한테는 고난도 기술이겠지만 여태껏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지. 성공하더라도 아무나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아니야. 살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분명히 비어있을 거야. 틀림없어. 이런, 또 감정이입을 하고 말았군. 뭐, 어쨌든.’

 

 마지막 희망을 품고 도착한 곳은 엄기동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텅 비어있었다.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면서 엄기동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감사하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혹시라도 생길 스크래치 걱정에 엄기동은 침을 한번 꿀꺽-삼키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방향을 틀어 앞으로 전진, 그리고 핸들을 반대로 꺾어 천천히 후진하며 탐스러운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들이밀 때였다.

 

 아이쿠, 저게 뭐야?!! 엄기동은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남자. 후진해서 들어오는 엄기동의 차량을 겁먹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스크와 캡 모자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차량 트렁크에 의해 도주로가 막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의 뒤로 고개를 숙인 채 벽에 기대어 쓰러져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둘 다 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 안 좋은 상황임을 직감한 엄기동이 차에서 내렸다. 주머니에서 꺼내든 소형 플래시로 얼굴을 비추자 남자의 놀란 눈이 더욱 커졌다.

 

 “뭐야, 당신? 뒤에 그 여자는 또 뭐고?”

 

 그때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지 당황한 남자가 엉거주춤 차량 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 지붕, 보닛, 하여튼 윗면이란 윗면은 있는 대로 찌그러뜨리며 밟아오기 시작한다. 엄기동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어? 뭐, 뭐야. 안 돼. 그러지 마.”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멋지게 비상, 그리고 착지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극도로 흥분한 엄기동이 “물어내!!” 라고 소리치며 덤벼봤지만, 휘익-하고 뿌리치는 남자의 팔에 그만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움푹 파인 차량과 달아나는 남자를 번갈아 보며 우왕좌왕 하던 것도 잠시, 엄기동은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를 잠시 까먹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쓰러져있는 여자, 그 여자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 저 새끼 저거, 잡아야 되는데……. 아, 미치겠네, 진짜.”

 

 이렇게 의미 없는 한탄을 하며 엄기동은 달아난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차량을 밟고 여자 쪽으로 향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이미 찌그러진 차, 에라 모르겠다……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자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가방에서 쏟아진 소지품들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다. 여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머리가 터졌는지 얼굴 전체가 피범벅이었고,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피는 여자의 하얀 블라우스를 붉게 적시고 있었다. 뜯겨진 옷소매사이로 보이는 연약한 팔뚝, 그리고 훤히 드러나 있는 가슴골……. 저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던 거였어?

 아직 숨은 붙어있는 것 같았다. 119에 신고부터 해야 했다.

 

 “휴대폰……. 아, 차에 있지.”

 

 서둘러 차로 향한 엄기동이 운전석 문을 막 열었을 때였다. 순찰 중이던 경찰차 한 대가 엄기동 앞에 멈춰 서더니 두 명의 제복경찰이 차에서 내렸다. 뭔가 수상쩍은 남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 경찰들은 한쪽 구석에 쓰러져있는 여자를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다급하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테이져건을 뽑아 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헤드라이트에 비춰진, 군데군데 피로 얼룩진 채 당황하는 엄기동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범인이었다.

 .

 .

 .

 엄기동이 이야기를 마치자 접견실 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엄기동을 응시하는 서유림.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었다. 말 한 대로라면 엄기동은 그저 범행현장을 목격한 최초의 목격자일 뿐이다. 진술의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하는지 엄기동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생각해보세요. 범인은 왜 그 자리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을까? 쓸데없이 말이죠. 금품을 노렸다면 가방만 갖고 바로 튀었을 텐데…….”

 

 잠시 생각에 잠긴 서유림이 상황을 토대로 추론해봤다.

 

 “뭔가를 찾고 있었다. 뭐, 그런 얘긴가요?”

 “맞아요. 똑똑하시네. 반드시 찾아야 하는, 피해자가 반드시 갖고 있을 거라고 믿는…. 그런데 못 찾겠는 거야. 그렇게 시간 잡아먹다가 나한테 딱 걸린 거지.”

 “그럼 엄기동씨의 말은 범인이 면식범이거나 아니면.”

 

 서유림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엄기동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누군가의 사주로 범행을 저질렀다……, 여기까지가 제 짧은 소견입니다.”

 

 
작가의 말
 

 좋은 하루 되세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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