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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2화] 이상한 재회
작성일 : 18-11-05 11:40     조회 : 67     추천 : 1     분량 : 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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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내가 절대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진실 말이야.”

 

 기동이는 소년 탐정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다소 어색한 액션을 취하며 반 아이들의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런 거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학급비의 행방. 잘못하면 집에 손을 벌려야 할 판이다.

 

 “그럼 너 말고 또 누가 있는데? 그래,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치자. 너 교실 왜 안 지켰어?”

 “화장실도 못가냐? 그리고…… 처음부터 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내가 알게 뭐야. 그럴 거면 차라리 나한테 맡기지 그랬어. 안 그래?”

 

 그럴걸 그랬다.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쪼그려 앉아서 한심하게 울고 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의자에서 일어난 기동이가 “에이. 귀찮아.”하며 내 자리로 가서는 책상 안이며 책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왜 남의 가방을 뒤지는데?”

 “일단은 좀 살펴 봐야할 거 아니야. 어디다 놔뒀는데?”

 “……책상 안 수학 참고서 사이에.”

 “도대체 뭔 배짱인지…….”

 

 기동이가 참고서를 다시 한 번 휘리릭 넘겨보기 시작했다. 책등을 잡고 탈탈 털어보기도 한다. 역시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교실을 비운 시간이 체육시간 끝나기 5분전쯤인데 과연 누가 그 시간을 정확히 캐치할 수 있었을까. 어디선가 엿보지 않은 이상 그건 힘들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그런 장소는 없어.”

 “왜? 복도 모퉁이 같은데서 기다렸을 수도 있잖아.”

 “장난해? 내가 자리를 비울지 안 비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어. 그것도 수업시간 50분 가까이…, 그러다 선생님들한테 걸릴 수도 있는데?”

 “그럼 역시, 기동이 네가…….”

 “뭐냐, 너.”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토록 한심하다는 시선을 받아본 건 그때 말고는 없었다. 그때 의미 없는 동작으로 책장을 반복해서 넘겨보던 기동이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헛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 안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거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어젯밤 분명히 거기에 끼워 넣었다니까.”

 “역시……, 오늘은 확인 안 해봤다는 소리네?”

 “그야 그렇지만……, 야! 돈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잖아.”

 

 따지고 드는 나에게 기동이는 참고서 맨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있는 이름을 보여주었다. 두 살 터울로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은 재수 중인 언니의 이름이 크고 작은 빛바랜 형광색의 하트를 날리며 또렷이 적혀있었다.

 

 “이게 확실해? 이거 맞냐고. 암만 봐도 책을 물려받을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어? 우리 언니 책이 왜 여기에 있어? 그럼 내 책은…”

 “보면 모르냐? 당연히 언니한테 있겠지. 학급비까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있을 걸.”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저녁에 언니한테 따져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지금 중요한건 ‘이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마땅한가.’이다. 교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킥킥대는 웃음소리에 나는 미안함 보다는 창피한 마음에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안해하는 나를 배려라도 하듯이 기동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새로 산 청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서 뽐내고 있는 언니를 볼 수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기동이와 조금은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동이의 형이 갑작스런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나를 포함한 몇몇 학생들을 장례식장으로 향하게 했다.

 따로 가족은 없었던 걸까.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있는 눈으로 반쯤 넋이 나가있는 기동이가 상주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동이의 가족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하루 만에 몰라볼 정도로 초췌해진 기동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던 나는 그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기동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장례를 마치고 조용히 전학수속을 밟은 기동이는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사라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 의도치 않은 신비주의 전략은 나를 몹시도 괴롭혔다. 기동이에 대한 궁금증이 커갈수록 그리움도 더해갔다.

 ·

 ·

 ·

 구치소로 향하는 서유림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겨있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흰 구름과 푸르른 가을 하늘이 멋진 색채대비를 연출하고 있다. 10월의 막바지를 준비하려는 듯 온갖 나무들도 단풍으로 물들일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많고 많은 변호사들 중에 왜 하필 내가 걸린 거야. 만약에라도 그 엄기동이면 어떡하지? 아, 이런 식으로 만나긴 싫은데…….’

 

 서유림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반면, 시원하게 자동차 액셀을 밟으며 운전 중인 선배 변호사는 마치 드라이브라도 나온 것처럼 진한 선글라스를 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음정으로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혹시 첫사랑 엄기동?”

 “응……. 응? 뭔 쓸데없는 소리래? 선배도 참… 말도 안 돼. 그런 거 아니라니깐.”

 

 갑작스런 질문에 서유림은 정색을 하며 얼버무렸다.

 

 “뭐지. 이 반응은? 무방비 상태에서 정곡을 찔린 범인 같군. 안 그래?”

 “전혀…….”

 

 곁눈질로 서유림의 반응을 살피던 선배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면 어떡할 거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구치소 안에서 변호사가 피의자를 얼싸 안고 반길 수는 없잖아. 그냥 내 할 일만 하는 거지…… 그리고 지나온 세월이 얼만데 날 기억이나 하겠어? 같이 지내던 시간도 얼마 안 되니까 그럴 확률이 높아. 더군다나……”

 “…….”

 “그때는 이렇게 예쁘지 않았어.”

 

 선배 변호사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무시하자는 심산이었다.

 

 “정말이라니까! 그때는 치아교정기 때문에 지금이랑은 이미지가 많이 달랐단 말이야. 안경알도 훨씬 두꺼웠고.”

 “뭐 일단 그렇다 치고……. 거의 다 도착했네. 마음의 준비나 하셔.”

 

 이거 봐, 전혀 믿지를 않잖아.

 구치소 앞에 도착한 변호사들은 이제 각자 정해진 접견실로 향해야 했다. 제 집처럼 드나들던 구치소였지만 이렇게 긴장된 기분은 신입시절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제발 동명이인이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접견실이 가까워질수록 숨을 쉬어도 숨을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잘해보라는 뜻으로 던진 선배 변호사의 윙크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접견실 문 앞에 홀로 남겨진 서유림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쉰 다음 비장한 각오라도 한 듯 천천히 문을 열었다.

 

 네 명 정도 앉기에 적당한 크기의 실내는 불이 켜져 있음에도 그리 밝지 못했다. 깍지 낀 양손을 테이블위에 얹어놓고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남자가 보였다. 눈을 반쯤가린 풍성한 곱슬머리가 마치 삽살개 한 마리를 연상시키는 이 남자를 서유림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자세히 관찰했다. 누가 봐도 첫 대면의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결례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판가름 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서유림이 기억하는 엄기동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시선이 불쾌했는지 남자는 “성격 참 특이하시네.”라며 서유림을 삐뚜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유림.

 

 “아. 죄송해요. 혹시 아는 사람인가 해서요. 실례했습니다.”

 “변호사씩이나 되는 분이 어디 가서 나 같은 놈 안다고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안 돼지.”

 

 걱정을 해주는 건지 빈정거리는 건지, 묘하게 뒤틀어서 말하는 모양새가 썩 보기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흉악범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건 없었다. 좌석에 앉은 서유림이 가방에서 꺼낸 서류들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엄기동 씨 변호를 맡은 서유림 변호사입니다.”

 

 서유림의 사무적인 인사에 남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까지도 “국선변호사? 그 인간들이 무슨 변호사야. 그냥 때 되면 돈 받는 월급쟁이지.”라며 불신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 남자도 분명 그 중 한명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같은 편’이라는 일종의 유대관계를 인식시켜주는 것이 필요했다.

 

 “자. 이제부터는 저한테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셔야 됩니다. 그래야 제가 엄기동 씨를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저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저한테 거짓말할 필요도 없어요. 엄기동 씨와 저와의 신뢰. 그게 중요한 거니까요.”

 

 서유림의 말이 끝나자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던 남자가 씨익-하고 입가를 올린다.

 

 “신뢰요? 신뢰 좋지요. 그럼 당신은 나를 믿을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네?”

 “무, 물론이지요.”

 

 이렇게 되물어 오는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던 터라 서유림은 몹시 당황했다.

 

 “흥신소 운영하신다구요?”

 “흥신소요? 사람을 뭐로 보고……. 흥신소 아니고 민간 조사원입니다. 민간 조사원! 흥신소랑은 엄연히 다르죠.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 민간조사…….”

 

 민간 조사원이란 전문 자격을 취득한, 소위 말하는 탐정이다.

 자격조건도 까다롭고, 의뢰받은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한다는데 있어서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여타 해결사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법률지식은 물론이요, 전반적인 사회과학분야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아직 사설탐정의 제도가 법적으로 도입이 된 건 아니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추진이 계속 진행 중에 있다……라는 소식을 서유림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가 있었다.

 

 “그럼 라이센스 취득도 하셨겠네요?”

 “물론이죠. 그만큼 자부심도 있고 그만큼 정직하게 일해요, 우리.”

 “어쩐지 전과가 깨끗하더라니……, 제가 오해했네요. 그럼 그 전에 하셨던 일은?”

 “……사건 얘기 안합니까?”

 

 쓸데없는 말 좀 그만하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저 남자에게 형편없는 변호사로 몰릴 가능성이 컸다. 울컥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빠른 전개로 맥을 짚어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좋아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금 사건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엄기동 씨께선 정황상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에요. 알고 계시죠?”

 “…….”

 “도대체 그 시간에 거기서 뭘 하셨던 거죠? 아무도 없는 야심한 밤에, 그것도 하필이면 피해자가 쓰러져있던 그 장소에서 말이에요. 혹시 이수아 씨, 그러니까 피해자랑은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였나요?”

 “……”

 “엄기동 씨?”

 “……”

 “아까도 말했지만 저한테는 사실대로 말씀해주셔야 돼요. 그래야 제가 감형이라도 받을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풍성한 모발이 얼굴의 반을 덮고 있으니 이 남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질문에 뜸을 들이는 건지, 아니면 머릿속으로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건지, 남자는 비웃기만 할뿐 아무런 대꾸가 없다. 보고 있는 사람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한참을 밀었으니 이제는 당겨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남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날 범인이라고 단정 짓는 그 말투. 조금 전 하신 말씀이랑 너무 다르군요. 신뢰, 믿음, 이런 건 다 어디다 갖다 팔았어요. 이 상황에서 제 진술이 제대로 먹히기나 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렇게 들렸나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사건정황을 토대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것도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으니.”

 “맞는 말입니다. 정황상 나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남자는 늘어뜨린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선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그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요. 제가 범인이 아니라는 진실 말입니다.”

 

 남자의 얼굴이 뚜렷해졌다. 존재감 없던 코는 오뚝한 날을 세웠고, 사이코패스처럼 비웃던 입은 어느새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시간이 지났어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기동이었다. 맙소사!

 
작가의 말
 

 좋은 하루 되세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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