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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2. 불사자
작성일 : 18-09-19 23:30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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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후

 

 “아멜! 뭐하고 있니?”

 

 “임무 나가고 있어요.”

 

 분명 무엇인가를 시키거나 자신의 잡담을 들어달라는 것이 뻔했다. 일전에 이상한 옷이나 입혀두고 그림을 그리지 않나, 간단한 잡무를 맡기지 않나. 아멜을 여간 귀찮게 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도 열심히 그를 피해 다니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가 가는 곳 어디든 정확하게 찾아오곤 했었다.

 

 “그래? 그럼 하나만 좀 부탁해도 되겠니?”

 

 아델은 또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그의 말과 행동은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데요?”

 

 “음, 일단 이 도시락 좀 받아줄래?”

 

 가방 한가득 채워져 있는 도시락들. 아멜은 그 도시락들을 보며,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도시락들, 서포터들이랑 도움을 요청한 주민들한테 좀 나눠줬으면 해.”

 

 최근 들어 알 포트 메인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많이 시키는 것 같았었다. 원래 아델 혼자서 하고는 했었는데, 조금씩 아멜에게도 시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둘이 같이하는 수준이었다. 그녀도 신기하게 군말 없이 그의 말을 따르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 알 포트 메인 외곽 방목지 -

 

 “이상한 아저씨가 상관이라는 것도 짜증나는 데, 왜 괴수까지 날뛰고 난리야!”

 

 아멜은 스트레스를 괴수에 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희생양인 괴수는 그녀의 검에 한방 찢겨 반으로 쪼개졌었다. 마지막 괴수를 처리하고 그녀는 자신의 무기인 검을 닦고 있었다.

 

 “여어! 그쪽은 다 끝났어?”

 

 금발머리 소년과 뿔 달린 소녀가 아멜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금발 머리의 소년은 의기 양양 하게 두 손을 뻗어 자랑하고 있었지만, 옆의 귀무족 소녀는 툴툴거리고 있었다.

 

 “흐음, 스티네아는 가만히 있었구나.”

 

 아멜은 스티네아를 보며 피식 거리며 말을 했다. 스티네아는 아멜의 말에 발끈하며 말을 했다.

 

 “야! 그래도 방패로 세 놈은 골로 보냈다구! 이렇게 방패로 밀고! 그 다음에 방패로 찍어 누르고!”

 

 스피넬의 붉은 머리칼과 같은 밝은 눈동자가 소년을 쏘아보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는 듯이.

 

 “내가 눕혀 놓은 걸 마무리 했을 뿐이잖아.”

 

 “마무리라니!! 그렇게 말하면 너도 내가 밀쳐낸 것들 마무리 한 거잖아!”

 

 결국 스피넬과 스티네아는 서로 각자의 주장만 펼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한번 싸우면 말리기 힘든 그들이기에 아멜은 그들이 실컷 말하며 지치길 기다렸다.

 

 최근 들어 갑자기 괴수들이 날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떤 개척지는 괴수들에 의해 파괴되기도 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왔었다. 각지의 군단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부대를 이끌고 괴수들을 막고 있었지만, 그들을 상대할 사람은 모 자르고, 그들을 잡아먹을 괴수들은 넘쳐났었다.

 

 평소에 3마리이상 보기 힘든 괴수들을 10마리나 넘게 잡았으니 말을 다 할 수밖에. 그럼 오늘 스피넬조와 함께 20~30마리 정도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스티네아, 스피넬. 그만하고 철수 하자. 서포터 분들도 기다리시잖아.”

 

 그들의 싸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결국 아멜이 땅에 검을 세게 꽂으며 말을 했다. 스티네아와 스피넬은 푸른 머리칼이 휘날리는 소녀의 모습에 순간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그녀의 모습을 봐왔던 그들이지만 아직도 저 모습에서 나오는 위압감을 떨쳐내는 것은 힘들었다. 말싸움이 멈추자, 소녀는 말없이 검을 뽑아들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스티네아와 스피넬 역시 짐을 챙기고 푸른 머리 소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대 괴수 토벌 부대 관리관실 -

 

 

 “후아아. 언제까지고 계속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델은 작은 봉투를 내려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봉투에는 수도 사령부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그는 툴툴대며 봉투를 한쪽 서랍 속에 놓아두었다. 그리고는 앞에 펼쳐진 보고서들을 하나둘 정리하며 훑어보았다.

 

 ‘마력과 더불어 강한 반동이 있음. 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나, 실행에 옮기기에는 마나 사용자가 부족, 레프레아들은 무구가 부서지지 않게 현상 유지만........’

 

 아델은 리즌이 전해준 옛 보고서들을 훑으며 무구들에 대한 정보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가 꾸준히 모아온 자료들은 2년이라는 시간동안 책장하나를 뒤덮을 정도로 많이 쌓여있었다. 그 덕분에 아델은 무구에 대한 조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그는 마지막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것을 끝으로 그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첫째는 흑막이라는 녀석들도 무구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않는다는 점과, 둘째는 그들이 마력을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결론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무식하게 쓰게 만들었는데?!”

 

 그는 보고서를 옆으로 치워두고 하나씩 생각해보기로 했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던 것들과는 다른 것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 어디서부터 가닥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분명 내가 기억하는 것들과는 다른데........’

 

 일단 창의 계보에 나온 무구 적합자들의 보고서에 관한 것들을 떠올렸다. 거대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자신을 주체 못하고 폭주해서 주변을 통째로 삼켜버리고 자신의 목숨마저 먹어버린다. 하지만 폭주 후에는 창만 그 자리에 떨어지기에 ‘생명을 먹는 창’, ‘죽음의 인도자’라고 불렸다. 그래서 대개 ‘시한부 인생’이나 ‘죄인’에게서 무구 적합자를 찾았다고.

 

 ‘그 죄인이라는 자들에게 걸어놓은 술식만 알면 풀 수 있겠지만, 아직은 내 마력이 부족하니 안 될 것 같고.’

 

 최근 몸이 다시 좋아져서 간단한 것 몇 개 정도는 써볼 수 있지만, 복잡하거나 큰 규모의 마법을 써보려면 몸이 견디질 못했었다. 안쪽에서 피가 역류해 입에 쏟아졌었던 적도 있었다.

 

 다른 보고서들을 훑어보다가 봤었던 방패에 대한 내용은 사실 그렇게 까지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단지 무구 적합자가 되었다고 앞에서 나서서 싸우다 죽는 경우가 많았었다.

 

 ‘방패는........ 대개 무구 적합자들이 무리를 해서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까.’

 

 마치 고기방패처럼, 심지어 노예한테까지 쥐어주기도 했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방패의 무구를 쓰는 방법을 모르니 그렇다고 하지만, 그저 방패를 들수 있기만 하면 무구 적합자라 칭하고 맡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스티네아는 멀쩡하잖아.”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번대의 무구 적합자로 나타난 아이는 다른 이들에 비해 꽤 오래 살아남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무구 적합자가 되기 전부터 매번 전투에서 살아남았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구를 받고 나서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남는 다.’라. 역시 그 녀석이랑 같네.”

 

 아델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토벌에 나가기에 앞서서, 간단한 면담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고 싶기도 하고.

 

 

 

 - 토벌부대 연무장 -

 

 

 오늘도 수십 명의 아이들이 검을 휘두르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물론 무구 적합자가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훈련을 할 수 있지만, 그가 시켜 놓은 일들 때문에 그들은 열심히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레프레아 둘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참, 관리관님도 대단해. 어차피 무구 적합자가 되지 못하면 그냥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데.”

 

 “에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잘하면 서포터가 되지 않고, 일반부대로 보내질 수도 있잖아?”

 

 아델이 들어오고 난 후 2년. 자신이 스스로 서포터가 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서포터는 레프레아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레프레아의 생존율이 높기도 하고, 대부분 임무에 지쳐서 금방 관두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요번 기수는 하만들이 너무 많은데? 몇 명이나 될 수 있을 런지. 끌끌…….”

 

 “참, 나이도 어리면서 노인네처럼 혀를 차냐?”

 

 “뭐, 한 번 쯤 해보고 싶었거든.”

 

 “근데, 난 분명 서포터들도 훈련하라고 지시 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둘은 뒤를 돌아보며 누구냐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순간 그들 앞에 있는 인물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참, 요즘 들어 몇 몇이 참 마음에 안 든다고 그녀가 말을 했었는데. 특별히 부탁 좀 해야겠네.”

 

 “아…… 아닙니다! 가자!”

 

 “어…… 어! 알았어. 빨리 가자!”

 

 아델은 급하게 뛰어가는 둘을 보며, 골려 주려다가 못하게 되어서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분명 변장은 완벽했던 것 같은데. 아, 얼굴을 안 바꿨구나.’

 

 그는 고개를 돌려 아이들이 열심히 훈련 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분명 그때도 이런 연무장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 용사가 되려고......’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주인공만이 살아남았지.”

 

 뭐, 제국이 사라지고 이제는 고대인으로 불리는 시대에 있으니 구전동화나 같은 얘기일 뿐이었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을 힘들게 훈련시키는 것은 전투에서 살아남게 하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마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구는 대부분 ‘하이앤더’(고대인)의 체질에 맞춰져 있다. 다른 종족들의 체질과는 상극인 그들은 특히 마력 운용을 할 수 있는 것에 차이가 있었다. 마력은 본디 생명에 기반을 두는 것이기에, 사실 마력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력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무구를 제대로 발동 시키려면 막대한 마력을 체내에서 꺼내야겠지.”

 

 하지만 무리하게 마력을 꺼내려고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생명력이 한 번에 밖으로 나가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몸에서 생명력을 잡으려는 거대한 반발력이 생기고, 그로 인해 폭주를 하는 단계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방패의 무구처럼 오히려 몸 안으로 묶어두어서 생명력이 넘쳐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 ‘하이앤더’들은 그 마력과 생명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미리 통로가 뚫려있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아.’

 

 녀석들도 그것을 아는지, 무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이상하게 가르쳐주고 있었던 것 같았다. 또 그것만으로 불안했는지 이중 삼중으로 마력의 통로를 봉인 시켜두기도 했었다. 다행이 리즌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손을 써 두기는 했지만, 그 역시 무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니, 그 이상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날 찾으러 다닌 거였나......’

 

 그는 천천히 훈련장을 바라보았다. 훈련장에서는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었다.

 

 ‘힘을 들이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는 거다.’

 

 그가 가르쳐준 검술은 굉장히 이상한 것이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여서, 몇 개의 동작만을 똑같이 해야 하는 반복 훈련.

 

 “후아, 언제까지 이 동작만 해야 되는 걸까?”

 

 이 방법은 예전에 마력을 잘 다루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고안된 특별한 훈련법이었다. 마력을 잘 다루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동작 하나 하나에 마력을 꺼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방법을 넣어두는 방식으로, 대개 마법을 못 쓰는 ‘하이앤더’병사들이 받던 훈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은 못쓰더라도 마력을 운용할 줄 알면 신체를 강화하거나, 검에 특별한 힘을 부여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맞아, 이 동작이 도대체 검을 휘두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거야?”

 

 물론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검술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이상한 동작이나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었다. 그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대놓고 불평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훈련이 끝나고, 3시가 넘어갈 때 쯤 아이들과 서포터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텅빈 연무장에서 홀로 남게 된 그는 잠시 연습용 검을 집어 들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연습용 검을 들지 않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었다. 단지 ‘날이 무딘 검’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날 뿐이었다.

 

 끼이이익.

 

 갑자기 연무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안녕! 임무는 잘 끝났니?”

 

 아델은 푸른 머리칼을 휘날리며 천천히 들어오는 소녀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지나치고는 연습장에 놓인 검들 중 한 자루를 집어 들고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왜! 또 여기 있는 거야!’

 

 매번 훈련할 시간에 그가 있다거나, 순찰이 끝나면 기다리거나.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그와 마주치는 것이 이제는 진절머리가 났었다. 그리고 제일 짜증나는 순간은 바로 이것이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었다. 아멜은 검을 상단에서 하단으로 그은 후에 곧바로 허리 쪽을 돌려 베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흐음. 그 부분에서는 흘려 베기보다는 찌르기가 좋을 텐데.”

 

 매번 훈련장에서 만날 때 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훈수를 두며 지켜보곤 했었다. 그 때마다 잠시 검을 고쳐 잡고 가만히 서 있었다가 검을 휘둘렀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집중이 안됐었다.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이 훈수를 두고 있었다.

 

 “어! 그렇게 하면 무게 중심을 잃는다고. 하단에서 상단을 갈 때는 동작이 커지는 것도 유의해야하고.”

 

 아멜은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다시 검을 고쳐 잡고 다시 휘둘렀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의 훈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잠깐. 그 검은 그렇게 잡는 게......”

 

 “시끄러워요.”

 

 아멜은 짜증을 내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안 그래도 계속 마주칠 때마다 사사건건 시비만 걸고 있으니, 신경을 끄고 싶어도 끌 수가 없었다.

 

 “아....... 아니 난 그저…….”

 

 “왜 이리 참견 하시는 거예요? 아저씨가 이 검에 대해 뭘 아신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왜 매일 해오던 일도 방해 하는 거냐고요!”

 

 아멜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멜의 말이 맞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아멜을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검은 무작정 쓰는 검이 아니니까. 마력은 효율적으로 써야 하니까. 그리고 네 몸 상태가 아주 최악이라서 말이지 그렇게 무식하게 휘두르면 안 된다고.”

 

 “마력의 효율이고 뭐고, 제 기준에서는 이게 가장 최고고, 가장 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위한 것이거든요? 적어도 괴물을 베어 넘기려면 말이죠.”

 

 “호오, 최대? 그럼 그 최대를 한 번 받아볼까?”

 

 갑자기 말을 꺼낸 그의 도발에 깜짝 놀랐었다. 일어서서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아멜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지금 무구 적합자한테 덤비시는 건가요? 기사단장이나 금장급 용병이 아니면 일합도 못 받으실 텐데요?”

 

 “흐음, 그래도 난 명색에 검은 날개 기사단장이라고.”

 

 괴수와 일대일로 붙어서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 10명의 검사와 싸워도 지지 않는 힘을 가진 자들이 기사단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검은 날개는.

 

 “검은 날개는 그저 정보기관일 뿐이잖아요.”

 

 힘과 실력이 아닌, 첩보나 정보수집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대개 기사 낙제생들이 많이 갔었기 때문에, 그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들도 많았다.

 

 “내 모습이 너무 말라서 그런감? 근육 좀 길러 둘 걸 그랬네. 그건 됐고, 너는 연습용 검 말고 다른 거 쓰는 게 좋을 걸?”

 

 아델은 웃으면서,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그녀의 검을 꺼냈다. 분명 임무를 끝 마치고 반납을 했었을 텐데,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멜에게, 그는 검을 휘둘러 보며 말을 했다.

 

 “참, 그건 그렇고 그냥 하면 심심하잖아. 소원 하나씩 들어주는 걸로 할래?”

 

 “하지만 이 검은 일반인을 상대로는 쓰면 안 되는데요?”

 

 아멜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반면 아델은 별 상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했다.

 

 “적어도 난 일반인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아니면 그냥 내 소원 들어주든가.”

 

 아멜은 그의 말에 마지못해 검을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아델은 그녀를 보며 검을 몇 번 겨눈 뒤, 검을 검 집 안에 집어넣었다. 아멜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어떤 모를 압력을 느꼈었다.

 

 “대신 지면 두 말하기 없는 거예요!”

 

 소녀는 검을 고쳐 잡고 자세를 취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와 동시에 그도 자세를 잡고 그녀의 칼끝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붉은 저녁노을만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들어와도 돼. 세 번까지는 막기만 할 거니까.”

 

 아델의 말에 자존심이 살짝 구겨지는 것 같았다. 아멜은 짧게 숨을 들이 쉰 뒤, 순간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웬만해서는 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쫓기 힘들 정도였고, 어느새 그의 턱 밑에 검을 밀어 넣고 있었다.

 

 아델은 너무 손쉽게 자신의 앞을 내주고 있었다. 아멜의 검이 자신의 턱을 노리고 있음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흥, 제가 이겼......?!!!”

 

 단숨에 들어온 공격에 대처를 못할 것이라 판단했었던 그녀의 눈에는, 마치 뒤집혀져 있는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검이 턱을 향해 들어가던 검이 어느새 그의 발밑에 놓여있었다.

 

 “택도 없는 걸?”

 

 그는 웃으며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멜은 당황했었지만,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는 그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옆의 틈새를 파고들었는데!’

 

 분명 그녀는 실력자들 사이에 두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리고 하만(인간)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눈을 깜빡하는 것보다 빠른, 다른 차원의 무언가와 같았다.

 

 “이제 한번만 남았다.”

 

 두 번째 공격도 사각에서 찌르는 공격이었다. 가만히 방어자세만 취하고 있기에, 심지어 두 번 베는 척하면서 발차기를 날려 중심을 잃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두 번을 베기도 전에, 그녀의 검을 힘으로 누르며 그는 자리를 지켰다. 아멜은 그의 검과 그의 완력에 막혀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오히려 밀려서 튕겨져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설마 고작 그게 다는 아닌 거지? 너무 싱거운 데?”

 

 검지를 세워 그녀를 도발하는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아델을 보고, 아멜은 검을 고쳐 잡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의 눈빛이 바뀌자 주변의 공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으! 이건 못 받을 걸요?!”

 

 푸른 머리의 소녀가 든 검에 붉은 색 일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붉은 색 일렁임이 일자, 주변의 공기가 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면에서는 흙먼지가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흐아압!”

 

 아멜은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녀가 내딛은 곳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지만, 바닥이 갈라지는 것보다 빠르게, 아멜의 움직임은 사라지다 못해 잔영이 일어날 정도로 빨랐다. 마치 눈을 깜빡이는 것보다 더 빠를 정도로 말이다.

 

 “움직임은 좋은데,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은데?”

 

 아델의 눈이 살짝 감기고 있었다. 그의 천천히 내려오는 눈꺼풀보다 빠르게, 아멜의 검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믿기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우와아악!”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날아가는 아멜. 그는 가볍게 몸을 살짝 비튼 후, 아멜의 검을 흘려보낸 것과 동시에 아멜을 반대편으로 보내 버린 것이었다.

 

 “흠, 마지막 기회도 이렇게 날아가 버리다니.”

 

 아멜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이미 닿기 직전인 검을 순수한 움직임만으로 쳐낸다고? 그건 미친 짓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맞을 것이었다.

 

 아델은 팔을 한 바퀴 돌리며 뭉친 근육이라도 푸는 양 서있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을 했다.

 

 “설마 그게 전력이라고는 말 하지는 않겠지?”

 

 어떻게 보면 도발이고,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었다. 아멜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저 정도까지 끌어 올리다니.’

 

 붉은 색 일렁임이 검을 감싸는 것을 넘어서서 소녀의 주변을 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주변에 강력한 파동을 내뿜으며 거대한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전신을 파고드는 거대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녀가 밟고 있는 지면에서 모래 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검신에 울림이 느껴졌다.

 

 아델은 그 검을 침착하게 바라보더니, 아까와는 다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멜도 그 모습에 살짝 당황하기는 했지만 ‘막기만 하는 것은 3번까지다.’라는 말은, 반대로 3번 이후에 공격을 들어오겠다는 말이기에 그녀도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들어갈 때를 기다렸다.

 

 하나. 둘. 셋.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발을 지면에서 뗐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검을 맞대고 있었다. 거대한 파열음이 울리고, 사방으로 강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콰광하고 거대한 충격음이 울리고, 연무장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일어났다.

 

 갑자기 생긴 폭음은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자수를 하던 사람은 자수를 꽂다가 놓치고, 낮잠을 자던 이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고, 산책하던 이는 깜짝 놀라 바닥에 자빠졌었다. 그리고 어느 한 쪽의 집무실에는 아주 큰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모래 폭풍이 걷히자, 상반된 표정의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정확하게 맞대고 있는 검과 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쪽 검을 감싸고 있는 작은 손을 잡고 있는 커다란 손.

 

 “마력을 유지하고 쓰는 모습은 칭찬하마. 하지만 그건 몸을 혹사 시키는 것에 불과 하단다.”

 

 분명 이 일격은 괴수보다 강력한 괴물을 두동각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저 청동으로 만들어진 연습용 검을 자르질 못했다. 거기다 검을 빼려고 해도, 그의 손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소녀는 낑낑거리며 검과 손을 몸 쪽으로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잡아당기자 끌려 올 수밖에 없었다.

 

 “아야!”

 

 “왕을 잡았네?”

 

 아멜은 이마를 문지르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델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웃으며 말을 했다.

 

 “묻고 싶은 게 많을 것 같은데, 일단 너한테 먼저 할 말이 있단다.”

 

 “또....... 참견인 건가요?”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그녀에게, 아델은 손으로 아픈 이마를 문질러 주며 말을 했다.

 

 “그래....... 참견이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그가 이마에 손을 얹자 갑자기 몸에 걸린 피로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식하게 힘을 써대니, 몸이 남아나질 않지. 다음부터는 조심하렴.”

 

 그가 하는 말. 전부터 계속 해오던 말이긴 한데, 지금 그녀에게는 예전부터 짓누르던 무엇인가가 사라진 상태였다. 무식하게 힘을 쓴다는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참, 그건 그렇고 내기에서 졌잖아?”

 

 순간 소녀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하지만 이미 약속을 해버린 것을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그래요. 내기에서 졌어요.”

 

 “그래. 내기에서 이겼지.”

 

 일단 분하지만 진건 진거였다. 그의 알 수 없는 미소에 아멜의 머릿속은 점점 새카맣게 변해갔다.

 

 “그렇다면....... 그래! 한번만 웃........”

 

 그가 입을 떼려는 순간 갑자기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놀란 아멜은 그를 재빨리 붙잡아, 간신히 그의 코가 땅바닥에 쳐 박히지 않게 해주었다.

 

 “고....... 고맙다.... 그 그건 그렇고, 부축 좀 해줘.”

 

 그는 고개를 떨어뜨린 체, 힘없이 축 늘어져 버렸다. 그대로 그는 기절해버린 채 그녀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의 가는 숨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릴 뿐이었다.

 
작가의 말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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