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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6. 항현귀환전 6.순리(다리)
작성일 : 17-12-25 18:46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9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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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아아아아------!”

 

  창룡파미세, 장창의 수평으로 겨누고 빠르게 회전시키며 전진하는 장창의 기법이 준모를 덮쳤다.

 준모는 긴 장창의, 눈을 어지럽히는 창끝의 회오리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종희는 빠르게 창을 끌어 당겨 창날 바로 밑 부분을 잡더니 창날을 땅에 꽂았다.

 

 “삭풍피해 잠든 푸른 땅에 푸른 뱀

  봄바람에 일어나 검은 흙을 파헤친다

  머물면 주인이오 바람일면 나그네라

  외로운 님의 눈물은 검은 마음의 독이니

  지중사파랑(地中蛇波浪)-!”

 

 땅속에서 뭔가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빠르게 준모를 향해 나는 듯이 다가왔다.

 준모는 그것이 거의 발끝에 닿았을 때 다시 뒤로 뛰어 피했다.

 

 “푸~쉬이잌-!”

 

 검푸른 안개가 뿜여지듯 위로 쏘아졌다.

 준모는 정면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 냄새만으로도 그것이 강한 독기운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시 뒤로 물러나자 준모는 종희와 거리가 제법 떨어졌다.

 

 “피에 젖어 한에 젖어

  산마다 골마다 짐승뿐이네

  맑은 하늘이 먹장구름불러

  자신의 눈을 가리니

  구름속 뇌룡의 번갯불이

  더러운 악을 태워멸하노라

  악멸뇌룡참-!”

 

  준모가 주문을 외워 사진도를 가로로 긋자 불과 번개의 결합이 종희를 향해 날아갔다.

 종희는 땅에 박았던 사모를 뽑아 자신의 정중선과 평행이 되도록 세우고는 주문을 외웠다.

 

 “핏빛 하늘을 날으는 시작의 뱀이여

  구름 섞어 독을 끊이며 달디 단 복수를 꿈꾼다

  분출을 기다리며 먹구름같은 분노를 애무하노니

  검게 깊은 물속에서 익사하는 입을 벌려 삼키라

  비천사탄령(飛天蛇嚃靈)-!”

 

 종희의 머리위에 검은 구름이 생기고 그 속에서 날개가 달린 거대한 뱀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준모가 쏘아 보낸 불과 번개를 향해 큰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불을 받아 내더니 그대로 삼켜버렸다.

 

 “크어어어얼~꺽~!”

 

 준모가 그 모습을 보고 긴장하며 차분해졌다.

 

 ‘삼켜? 부름주? 아닌가? 그저 방어주?’

 

 상대의 처음보는 주문에 조심스러워진 준모를 보고 종희는 살짝 비웃었다.

 

 “그냥 갈 걸 그랬죠? 후회되시면 가세요. 안 쫓을 테니......”

 “그럴 수가 있나? 이리 귀한 인연인데 철저히 즐겨야지......”

 

  준모가 싱긋 웃어 허세를 보이고는 종희의 비웃음을 받아쳤다.

 사진도를 신월상천세(월도를 어깨에 올리고 칼을 상대를 향하게 하는 자세)로 자세를 고쳐 잡은 후 발을 정교하게 놀려 앞으로 전진해 들어갔다.

 종희 또한 사모를 태공조어세(낚시대처럼 창대를 낮추고 창날을 올리는 자세)로 창끝을 준모의 얼굴에 겨누고 천천히 전진했다.

 종희의 사모는 준모의 대도보다 얼추 두 배는 길었다.

 준모는 지난 번 흑암지옥의 싸움에서 건암이 자신의 사진도 간격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자신이 사진도의 간격에서 건암을 공격하던 싸움이 생각났다.

 

 ‘그때 싸움의 반대구만.’

 

 이번에는 종희의 긴 간격을 준모가 돌파해 들어가는 싸움이었다.

 준모는 함부로 돌진은 못하고 창끝을 사진도로 쳐내며 전진하여 창대의 중간 지점까지만 전진할 수 있다면 나머지 간격은 단숨에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아앗-!”

 

  준모는 신월상천세에서 지조염익세(자루를 어깨에 두고 날을 뒤로 돌림, 신월상천세에서 손을 바꾸어 돌린 자세)로 사진도를 회전시키면서 종희의 창끝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종희는 창을 당겼다가 내밀며 복호세(범이 엎드리듯 창끝을 아래로 뒤의 창대를 위로 올림)와 기룡세(창끝을 위로 창대를 아래로 내림)를 연달아 시전하여 준모의 접근을 막았다.

 준모가 어떻게든 사진도의 간격내로 종희를 포착하고자 전진했지만 종희는 사모를 요령있게 움직여 준모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러나 준모는 포기가 없었다.

 계속 사진도로 사모의 끝을 걷어내 앞으로 밀고 들어갔다.

 종희는 기술보다 기세에 밀려버렸다.

 

 ‘이 남자, 끈질긴 걸.....?’

 

 긴 창이 그 길이의 중간까지 간격을 허용하자 더 이상은 창으로 공,수 무엇도 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준모도 그것을 노리고 파고든 간격이었으니 봐줄 이유가 없었다.

 종희의 위기, 그 순간 종희는 사모를 준모의 뒤로 던졌다. 그리고 준모의 사진도를 쥔 손목과 멱살을 한 손씩 거머쥐고 박치기를 날렸다.

 

 “펔-!”

 “엌-!”

 

  짧은 탁음과 짧은 비명이 나고는 종희는 준모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반대쪽으로 던져 버렸다.

 

 “부웅~ 퍼덕~!”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준모가 땅바닥에 입 맞추는 소리가 연속해서 울렸다.

 준모는 당하고 난 후에 적멸암 지하에서 자기가 놀린 혁춘의 투덜거리던 소리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여자라고 방심하다가...... 당했어.....”

 

 ‘젠장~ 당할 만 하네...... 힘이 장난 아니잖아.....’

 

  박치기를 당해서 그런지 어찔어찔했다.

 겨우 일어나 뒤에 보이는 벽에 기대자 종희가 성큼성큼 걸어가서 자신이 던진 사모를 줍는 것을 보였다.

 사모를 주운 종희가 뒤로 돌아 준모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명색이 조정의 무관인데 아이를 어찌하진 않겠죠?!”

 

  종희의 외침에 준모가 어지러운 머리를 돌려 옆을 봤다.

 옆에는 해운이 준모가 인상을 쓰고 있는 얼굴을 보고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아저씨~ 우리 언니 참 쎄죠~ 히~!!!”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에 준모는 아직 띵한 머리에도 싱긋 웃어주며 말을 해 주었다.

 

 “오빠! 아저씨가 아니고 오빠! 저기~ 너희 언니야 말로 옷 벗겨보면 큰 꼬추가 달린 아저씨 아니니? 무슨 힘이 그렇게 세냐?”

 “우응~ 아닌데~ 목욕같이 하는 데 꼬추 없어요. 젖도 크고~”

 “......으응.......”

 

 해운의 말을 쓸데없이 주의 깊게 듣는 준모의 얼굴에 다시 사모를 겨누며 종희가 외쳤다.

 

 “싸움에 집중하시죠!”

 “얼굴 붉히기는..... 아직 처녀구만~ ”

 

  정말 얼굴을 붉히는 종희를 준모가 능청스럽게 놀렸다.

 준모는 아직 현기증이 나는 사정 상, 싸움을 바로 시작하기 보다는 야한 농담으로 종희를 대충 놀리며 시간을 끄려고 했다. 그리고 종희는 그 꾀에 그만 말려들었다.

 

 “무슨 헛소리를!”

 “그럼 처녀가 아닌가? 큰 꼬추를 덜렁거리는 서방님이라도 있어?”

 “남자가 있든지 없든지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

 

  종희가 알맹이 없는 준모의 얼굴 붉어질 농담에 빼액~ 대꾸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준모는 가만히 머리를 고정시키고 몸을 추스렸다.

 

 “상관이야 없지만 상관(相貫)한 여자인지 아닌지 늘 궁금해 하는 것이 남자지상정(男子之常情) 아닌가?”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 따위 소리나 하다니 인간 말종 같으니 당신 같은 건 남자도 아니야~!”

 “........”

 “아기씨가 옆에서 듣는데 때와 장소도 못 가리다니! 못 돼먹은 발정난......”

 “........”

 “........”

 

  약이 올라 이런 저런 말(쌍욕)을 내뱉다가 준모의 행동을 냉정하게 보면서 그제야 준모가 단전에 힘을 모으고 빠르게 들이쉬고 느리게 내쉬며 몸을 추스린다는 것을 알아봤다.

 

 “......시간을 끄시는 군......”

 

  준모가 눈을 살짝 찡그리며 민망하게 웃음을 지었다.

 조금만 더 성을 내며 시간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예상외로 빨리 들통이 난 것이 민망했다. 물론 상스런 농담을 처음보는 여인에게 마구 던진 것도 같이......

  종희가 눈높이로 창을 들고는 기합을 넣었다.

 

 “히압-! 숨을 끊어서 그 더러운 입을 핏물에 씻게 해드리죠!”

 “쯧~! 조금만 더 쉬었으면 좋겠지만.....서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종희가 이번에는 창끝으로 원을 그리며 빠르게 전진해왔다.

 준모는 사진도를 들어 이번에는 칼의 면으로 종희의 사모를 막았다.

 칼을 방패처럼 쓰는 외도법에 종희가 복호세로 다리를 노리자 그제서야 준모는 날을 세워 사모를 쳐냈다.

 그 동작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종희의 복호세에서 시작되는 하단 공격을 검법의 내략을 응용한 사진도의 가로베기로 막았고 상단으로 공격이 들어올 때는 사진도의 넓은 면을 방패처럼 쓰며 막았다. 그러면서 방어 위주로 종희의 공격을 차단해가자 종희가 점점 초조해져 갔다.

 다시 하단, 상단, 하단의 순서로 공격이 단순해져 갈 때 준모가 자신의 숨김 수를 시전했다.

 사진도로 사모를 위에서 밑으로 찍었다.

 사모가 낮은 하단을 노린데다가 사진도의 내려찍는 공격에 창끝이 땅속으로 처박혔다.

 그 순간 준모가 사진도를 종희에게 던졌다.

 머리나 정중선의 급소를 노리고 던졌다면 무사로서의 감이 뛰어난 종희에게 막혔겠지만 준모가 노린 것은 사모를 잡고 있는 손이었다.

 

 “팤-!”

 “아야-!”

 

  날에 베이지는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크기의 쇳덩어리인 대도, 사진도의 칼 등에 손목을 부딪혔다.

 동시에 준모가 땅에 처박힌 사모의 창날 뒷대를 발로 밟았다.

 힘 빠진 손에서 사모가 너무 쉽게 떨어져 나왔다.

 바로 이어서 준모가 종희에게 육탄으로 돌격했다.

 종희도 준모의 육탄 돌격을 맞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태껸, 두 사람의 주먹과 발이 빙글빙글 어우러졌다.

 종희는 여자답지 않은 힘의 소유자였고 확실히 빠르고 좋은 박자 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준모는 군인이었다.

 조금 전의 박치기는 의외의 기습이었기 때문에 먹힐 수가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맨손 격투를 준모가 먼저 시작한 상황이었다.

 군정법이 확실하게 종희의 공격을 막고 그 시선을 제압하여 박자를 흩트리고 있었다. 이윽고 종희가 몸통에 빈틈이 보이자 준모는 방어가 되어있는 안면에 장못질의 허수를 던졌다.

 준모의 유인에 종희의 양팔이 방어로 올라간 그때, 준모가 바로 몸통을 1회전하며 뒤돌려차기로 종희의 명치에 날렸다.

 

 “퍼어엌------!”

 “우읔------!”

 

 바로 종희의 몸이 앞으로 구부러졌다.

 준모가 종희의 아문혈(두개골과 목뼈가 연결되는 부위에 있는 혈.)을 보고 주먹으로 내리치려는 순간,

 

 “안돼-!”

 “으헉----!”

 

 전음이 온몸을 격동시켰다.

 준모는 두 무릎이 꺾이고 아직 뇌진동이 남아있는 머리가 빠개지듯 아팠다.

 준모는 옆을 바라보았다.

 방금 사이좋게 웃으며 얘기하던 그 아이, 그 아이가 화난 얼굴로 자기를 노려보았다.

 이 거대한 전음의 사용자가 작은 아이였다.

 피끝마을에서 당해봤던 그 전음!

 

 ‘그 때 그 아이구나!!!’

 

 준모가 다리에 힘을 주어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안돼-!!!” “안돼-!!!” “안돼-!!!”

 “우왘-!”

 

 세 번, 연달아 전음이 준모에게 전달되자 준모는 말 그대로 초죽음이 되었다.

 땅에 엎어져 부들부들 온몸을 떨었다.

 종희가 가슴을 움켜쥐고 사사비영모를 쥐고는 서둘러 해운에게 달려가 아이를 끌어안았다.

 종희는 뒤로 돌아보며 땅에 엎드려 떨고 있는 준모를 보았다.

 

 ‘죽이고 갈까?’

 

 그 때 공중에서 그림자가 하나 뛰어내렸다. 태광조였다.

 

 “준모 선배-!”

 

 종희는 선택을 간단하게 했다.

 지금 자신도 준모에게 어느 정도 당한 상태이니 더는 싸울 수가 없었다.

 저쪽도 땅에 붙어서 부들부들 떠는 준모를 두고 자신과 해운을 쫓지는 않을 것이다.

 

 “게 섯거라-! 역적놈들-! 어디로 가느냐-!”

 

 광조가 대충 한 번 내질러봤지만 종희는 해운을 안고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광조는 준모를 두고 쫓아 갈 수가 없어서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 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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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포도대장 윤금룡과 좌포도대장 성길원은 여러 패로 나뉘어져 있던 각 포도청 군사를 창경궁으로 집결시키는 명을 각 지점으로 발했다.

 각 패의 군사들이 크게든 작게든 모두 상한 곳이 있어서 총 오백여 명에서 숫자에서 많이 모자란 삼백 팔십여 명밖에는 모이질 않았다.

 

 “그래도 사백여 명이 모인 것만 해도 다행이네. 창경궁은 이걸로 지킬 수가 있으니. 금군이 이백여 가 있고......”

 “일백이나 상했다는 얘기입니다. 다행이라니오.”

 

 나이가 많은 윤금룡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얘기하자 성길원이 볼멘소리로 퉁을 놓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윤금룡은 자신보다 어린 성길원을 달랬다.

 

 “낙관적으로 보세나. 이제 도성 밖으로 전령을 띄우면 오위도총부의 정예병을 부를 수가 있고 그러면 대략 이만여 병이 들어 올 테니 그 쯤 되면 일은 마무리되고 우리는 주상전하를 지킨 공신의 반열에 오를 것일세. 허허허~”

 “뭐....... 그렇기는 하지만, 이 비는 대체...... 나 원......”

 

  성길원은 굳이 자기에게도 좋은 윤금룡의 의견에 토를 달지는 않았지만 바로 같이 낄낄거리기에는 면이 안 서는 지 애꿎은 비에 대고 투덜거렸다.

  성길원도 방금 전까지 오십여 명의 군사로 적의 규모에 대해서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백여 명 군사가 북적거리니 일단 든든하긴 하였다.

 

 ‘그저 도성에 부호 집이나 몇 개 털고 끝났으면....... 재물을 탐하는 자들이면 좋겠군......’

 

  성길원은 홍화문(창경궁 정문)에 이백여 군졸을 배치했고 궁궐의 주변 담에 이백여명을 나누어 배치해 경계를 세웠다.

 

 “일단 궐은 조용하구만.”

 “그럼요. 어느 미친놈이 이 나라의 지존을 범하겠습니까? 아마 재물을 탐내는 도적일테니 대충 도성 내에 도적질이나 하다가 물러 갈 겁니다. 그러면 추적조를 편성하여 쫓아가 잡으면 되겠지요.”

 

  긴장하던 성길원이 풀어지자 원래 낙관적이던 윤금룡은 더욱 더 풀어졌다.

 홍화문의 문루에 올라 창경궁 앞의 병사들은 아랑곳 않으며 홀로 비를 피했다.

 초봄의 날씨에 내리는 비바람이 경계를 서고 있던 군졸들의 고생을 더했다. 그러나 임금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덜덜 떨면서도 주변을 이리저리 잘 살피고 있었다.

 그런 경계병의 눈에 홍화문 대로의 서쪽에서 일군의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

 

  깊은 동굴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같기도 하고 오래된 폐가의 대들보들이 서로 비틀리며 삐그덕대는 소리같기도 한 음산한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서라-! 이곳은 임금이 계신 궁궐이니라-! 모두 그 자리에 정지하라-!”

 “끄으으으워어어어어.........”

 

  말탄 장교하나가 대로로 나아가 그 일군을 정지시키려 호령을 냈다. 그러나 그 무리는 전혀 멈출 기색이 없었다.

 불길하고 수상한 마음에 장교는 활을 꺼내어 앞선 사람의 팔에 쏘아 맞췄다.

 

 “퍼어엌----!”

 “그으으으으르르르르르........”

 

 화살을 맞은 사람은 화살을 팔에 꽂은 그대로 조금도 아픔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걸어왔다.

 

 “히이이이잌~! 저..... 저거다...... 저거야....... 인간도 아니고 뭔가 괴상한....... 히이이이이잌~!”

 

 몇몇 패들은 이미 겪은 귀갱시들을 알아보고는 혼비백산하여 허둥지둥거렸다.

 

 “침착하라! 적을 맞아 싸워야 하느니! 전원 대형을 갖추라!”

 

 성길원이 말에 올라 군졸들을 지휘하여 줄을 세웠다.

 일, 이열이 창군들로 앞을 막았고 기마를 탄 기병이 그 양쪽에 도열했다.

 궁수들이 그 뒤에서 앞서 오는 자들을 조준 사격했다.

 

 “겨눠~! 쏴~!”

 

  성길원이 궁수들에게 구령을 넣어 일제사격을 넣었다.

 보기 좋게 모든 화살이 목표했던 사람들을 맞추었다. 그러나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제 2사~! 겨눠~! 쏴~!”

 

  두 번째 궁수들의 일제사격, 그러나 상황은 똑같았다.

 아무도 쓰러지는 자가 없이 그저 천천히 밀고 들어올 뿐이었다.

 

 “히이잌~! 귀신이다~!” “저 놈들은 죽질 않는다~!”

 “감히 어느 놈이 령을 어지럽히느냐~!”

 

  몇몇 군사들이 벌벌 떨며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자 대오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성길원이 어쩔 수 없이 본보기삼아 찍어 놓은 한 명의 목을 베었다.

 

 “이놈~!”

 “캑!”

 

  차돌이 물살에 밀리듯 잘린 머리가 빗속을 굴러갔다.

 덧없는 죽음이 남은 사람들의 공포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우리의 등 뒤에는 상감마마가 계시다. 죽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는다~! 저들을 무조건 싸워 쫓아라-!”

 

  목이 베인 병사의 몸에서 피가 계속 쏟아졌다.

 붉은 선지피가 세차게 내리는 빗물을 타고 넓게, 넓게 퍼져갔다.

 피비린내가 홍화문 앞에 퍼지자 귀갱시들이 갑자기 소리가 커졌다.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본능이 자극된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빠르진 않았지만 움직임이 한층 거칠어진 귀갱시들이 홍화문 앞 병졸들을 향해 덮쳐갔다.

 성길원의 지휘와 문루의 궁수들이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병사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자신들의 당파창을 그들에게 찔렀고 열린 배에서 창자가 쏟아져 나오는 데도 그들은 계속 덮쳐왔다.

 죽음의 불안도 고통의 공포도 없는 괴물이란 것을 찔러 보고야 알았다.

 

 “으아아아앜-!”

 “이...... 이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야~!”

 “크워어어어어어~!”

 

  홍화문 앞, 대로의 서쪽 끝에서 계속 귀갱시들이 걸어가는 가운데 세 사람만이 움직이질 않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해명의 사람들이었다.

 

 “비합거사님, 이게 지금 가고 있는 것이 전부 다입니까?”

 “아니지요~. 일부는 남기어 한양의 백성들을 공격하게 했습니다. 그들에게 당한 자들은 또 우리의 병사가 될 테니까요. 흐흐흐흐......”

 

 해명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건암님, 해운과 종희 누나는요?”

 “해운 아기씨가 한양을 구경하고 싶다시어 지금 최단거리로 오질 않고 도성을 이리저리 누비며 오시느라 늦으십니다.”

 “나 참~! 고 계집애, 그렇게 말했는데......쯧쯧쯧”

 

  해명이 쓴 웃음을 지으며 홍화문 앞 피바다를 조용히 쳐다보기만 했다.

 귀갱시와 관군의 싸움은 거의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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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현은 수빈이 젖은 옷을 완전히 벗고 있다는 것과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발가벗고 맨살을 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추운 날씨에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속마음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부러운 자식들......’

 

  양반의 체면과 윤리를 어기지 않는 항현은 속마음을 안 들키도록 감추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상황이 흘러갔고 해명은 무엇을 노리는 지, 어쩌다 수빈이 이렇게 되었는지......

 

 “저희도 잘은 몰라요. 병졸아저씨들이 뭐라고 하니까 갑자기 아까 그 아저씨가 막..... 다...... 아이고 무서워!”

 “수빈언니가 막 성을 내고 저희는 무서워서 방으로 도망쳤어요.”

 

  항현은 아까 자신이 본 하늘로 올라가던 불새가 생각났다. 그리고 주변의 시체들로 볼 때 상황이 대충은 짐작이 되었다.

 

 ‘한양 경군이 쌍철극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다니는 놈을 가만둘 리가 없고 검문, 체포를 하려고 하니 한바탕 날뛴 거다. 사람이 상하자 수빈 아가씨가 화가 나서 덤볐고 내공력을 다 소진하도록 싸운 후, 쓰러졌지만 해명은 죽이질 않았다. 그 놈은 수빈 아가씨를 탐을 내는 거다. 과거에 나처럼...... 난힘자를...... 상황은 알 수 있었지만 해명의 앞으로 갈 곳은? 아이들은 모른다고 했지만 한양에 온 이상 갈 곳은 뻔하다. 임금님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다.’

 

 생각을 대충이나마 정리한 항현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주상전하가 위험한데...... 그렇다고 여기에 이렇게 발가벗은 수빈 아가씨와 아이들을 놓고 갈 수도 없고......’

 

  일단 이불을 잔뜩 덮었다고는 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서로 달라붙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항현은 방안에서 작은 화로를 찾아 부엌 아궁이 옆에서 숯도 찾아내어 아궁이 불씨로 불을 붙여 화로에 담아주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것도 잠시,

 

 “어흥~!” “산 사람들이 밉다~~~~ 다 죽일테다~~~~~~”

 “엄마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앙~~~!”

 

  놀란 아이들을 두고선 항현이 마당으로 뛰어나와 지붕을 쳐다보니 자주 봤던 창귀호가 또 한 마리 올라와 있었다.

 

 “자주 보니 정이 드는 구만....... 계속 봤던 놈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다 밉다~~~~ 다 죽일......”

 “꿔오오오오오오~~~~~~”

 

 사인검의 자루에 손을 갖다 댔을 때. 효시처럼 긴 닭 울음소리를 길게 뿌리며 구리빛 화살하나가 어디선가 날아와서 창귀호의 앞 가슴을 뚫었다.

 

 “어흥~~~~~!”

 “!”

 

 불편한 울음을 한번 지르고는 창귀호가 지붕에서 굴러 떨어졌다.

 항현이 떨어지는 창귀호의 머리를 사인검을 뽑으며 한 참에 베어냈다.

 창귀호가 상당한 요력의 요괴인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화살에 그만 너무 당황해 버렸다. 지붕에서 균형도 잡질 못하고 미끄러져 떨어지며 항현에게 자기를 헌상하고 말았다.

 창귀호의 붙어 있던 귀신이 빗속에 뭐라 흐느끼며 사라졌지만 항현은 그것에 신경쓰질 못했다.

 너무 급작스런 상황 변화에 놀란 항현이 뒤를 돌아보자 도롱이와 삿갓을 쓴 사람이 셋 서있었다.

 곧 따라오마고 약속했던 혁춘과 사유궁의 주인 검지, 그리고 지난 날, 움막에서 통성명을 한 검지의 오빠인 엄지였다.

 엄지의 허리에는 주향선표가 붉은 광택을 내며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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