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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엘리트어태커1
작성일 : 17-12-16 23:57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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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예요?”

 

 견우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봉투 안에는 A4용지 한 장이 전부였다. 기대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결과였다.

 

 “그래. 네가 알아봐 달라고 하길래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어.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야. 능력도 평범하고 배경도 평범해. 특이점이라고 해봐야 스펙이 조금 좋은 정도? 그렇다고 천재라고 불릴 정도는 또 아니야. 평범한 수재. 딱 그 정도야.”

 “대인관계나 주변평판은요?”

 “아예 취조를 해달라고 하지 그러냐. 조용히 알아보는 수준은 거기까지가 한계야.”

 

 이 이상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는 얘기였지만 견우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너 그건 왜 그러냐? 다쳤냐?"

 

 성주임이 턱으로 견우의 오른팔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최대한 티 안 내려고 신경 썼는데. 하여간 눈치 하난 빠르다.

 

 "별 거 아닙니다. 조금 금 갔었는데 거의 나았어요."

 

 견우는 오른팔을 슬쩍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근육맨과 싸우다 부러진 게 불과 며칠 전이지만 지금은 상당히 호전됐다. 3레벨의 치유력이란 그런 거였다.

 그렇다고 하니 성주임도 더 이상은 파고들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주제를 꺼냈다.

 

 “아, 그리고 나형석의원이 너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하더라. 자기가 경황이 없어서 말을 좀 심하게 했다면서 기회만 된다면 식사나 한 끼 하면서 회포나 풀자고...”

 

 탁!

 

 견우의 주먹이 테이블 위에 떨어지며 말을 끊었다. 아직 전할 말이 남아있었지만 성주임은 할 수 없었다. 남의 말 몇 마디 전하자고 목숨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견우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선배님. 아니, 형님. 일어나기 전에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드르륵

 

 견우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그리고 출구를 향해 터벅 터벅 걸어가다 성주임 옆에서 멈췄다.

 

 "그 양반 내 눈에 한 번이라도 띄는 날엔 그땐 정말 가만 안둡니다. 이거 진심입니다."

 

 견우는 커피숍을 떠났다. 혼자 남은 성주임은 견우를 내보내고 제자리를 되찾아가는 자동문을 보면서 말했다.

 

 “정말이지 요새 애들은 무서워 죽겠다니까.”

 

 ※

 

 띠리리!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해제되고 문이 열렸다. 견우네 집은 박쥐를 키운다는 농담도 진담으로 들릴 만큼 어두웠다. 구름 한 점 없는 오후도 모든 창문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암막커튼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나 왔어.”

 

 견우가 평소보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인사가 옆길로 새기라도 했는지 시간이 지나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희야?”

 

 견우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졌다. 그의 여동생 한가희는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일찍 왔네.”

 

 푸석푸석한 산발을 한 그녀는 오뉴월인데도 불구하고 노출이 일절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긴팔에 긴바지를 입은 정도가 아니다. 장갑을 시작으로 목도리에 마스크까지. 몸에 안 걸치고 있는 방한용품이 없었다. 그야말로 완전무장이었다. 노출을 혐오하는 노출포비아가 있다면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

 

 “다시 나갈 지도 몰라. 밥은 먹었어?”

 

 가희는 고개만 끄덕였다.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견우는 쉬라는 말을 남기고 씁쓸한 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되고도 2주가 지났지만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옛날의 밝은 가희가 그리울 때면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올해 고3인 가희는 집안의 늦둥이였다. 견우와는 무려 8살이나 터울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랐다. 응석쟁이지만 그만큼 애교도 많았던 가희. 퇴근하고 돌아올 때면 냅다 품에 안기기부터 했던 가희. 그때의 가희는 이젠 없었다.

 나의원 그 자식만 아니었다면...!

 분노도 해보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자책으로 끝났다.

 내가 조금만 더 빠르게 결단을 내렸더라면...

 불을 켠 견우는 착잡한 심정을 이끌고 책상으로 갔다. 책상에 놓인 노트북을 켠 다음, 봉투 안에 든 종이를 꺼냈다. 연하의 신상에 관한 자료였다.

 쭉 훑어봤지만 성주임의 말대로 특별한 점은 없었다.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 SNS를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송연하 명의로 개설된 계정은 존재하지가 않았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역시 만나봐야겠어.”

 

 ※

 

 다음 날 만난 수호는 덥수룩했던 머리를 보기 좋게 정리한 상태였다. 한 가지 독특한 건 앞머리 절반을 넘겨 분홍색 머리핀으로 고정시켰다는 점이었다.

 분홍머리핀을 단 남자. 안 어울리는 단어끼리의 조합이었지만 수호가 워낙 미소년이다 보니 제법 어울렸다. 안색도 좋아졌다. 모든 게 희망이 가져다준 변화였다.

 연하는 달라진 수호를 집에 데려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수호는 집이 좋다며 작게 감탄했다. 집들이에 빠지지 않는 대사지만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수호는 모델하우스라도 온 것처럼 집을 구경했다. 그 사이 연하는 방에 있던 란은 데려왔다.

 

 “우와앗!”

 

 수호는 란을 보더니 기겁하고 달아났다. 연하가 뒤따라갔을 때 수호는 현관문에 바짝 붙어서 주저앉아있었다. 도어락이 그의 집이랑 다른 게 천만다행이었다. 만약에 같았더라면 술래잡기를 하는데 하루를 허비했을 수도 있었다.

 알고 봤더니 수호는 스테이지에서 만났던 악마를 천사로 오해하고 있었다. 천사와 악마는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바로 피부와 눈동자였다. 피부가 창백하고 눈동자가 붉은 쪽이 악마였다.

 하나하나 설명해줬지만 수호는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때 일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모양이었다. 결국 수갑은 한참이 지나서야 풀 수 있었다.

 

 짤그락!

 

 마침내 란에게 들러붙어 삶을 좀먹던 족쇄가 땅에 떨어졌다. 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제는 허전해진 손목을 연신 번갈아봤다.

 자유. 감히 입에 담을 수 없었던 그 단어가 눈을 통해 흘러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연하는 눈치만 살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그녀가 말했다. 연하는 씁쓸한 미소로 대답했다. 지금 보고 있는 감격의 원인이 인간의 탐욕이라는 걸 알기에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란은 한동안 눈물을 보이고 나서야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추한 꼴을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상황을 수습하려했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사과할 거 없어요. 인간적이고 보기 좋은데요, 뭐.”

 

 아차, 인간적이라는 말은 덕담이 아닌가.

 말실수가 있긴 했어도 보기 좋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표정다운 표정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갈 곳은 있어요?”

 

 연하가 물었다. 갈 곳이라고 하니 머릿속에 떠오른 곳은 한 곳 있었다. 원래 살던 산골 마을. 집이라고 해봤자 오두막 몇 채가 전부인 이름 없는 마을. 갈 곳 없는 천사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마을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6개월 전, 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동시에 그곳은 사라졌다.

 란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대답으로 치부하기에 충분했다.

 

 “갈 곳이 생길 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요. 아, 오해는 하지 마요. 여기서 살라는 말이 아니라 확실한 계획을 세운 뒤에 나가라는 뜻이니까.”

 

 란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나가봐야 다시 붙잡힐 게 뻔하다. 마음 같아서는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많은 도움을 준 연하에게 또 신세를 지기가 미안했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고, 한동안 여기 있어요. 나가자마자 붙잡히면 도와준 보람이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연하는 자리를 비웠다. 단지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런 거지만 알았다는 말 한마디가 어려웠던 란에게는 최고의 배려였다. 아주 조금, 란이 인간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

 

 노을이 지는 시간. 수호와 연하가 아파트를 나왔다. 수호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 나왔고, 연하는 첫날이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줄 생각으로 나왔다. 문제가 생겨서 수호의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황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연하는 나란히 걷다 말고 수호를 먼저 보냈다.

 

 “한 블록 지나서 우회전하면 바로 역이니까, 딴데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

 “알았어요. 내일 봐요, 형.”

 

 연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호는 씨익 웃더니 걸음을 옮겼다.

 

 타박! 타박! 뚜벅! 뚜벅!

 

 수호의 발소리에 낯선 발소리가 끼어들었다. 두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한 지점에서 만났다. 수호의 발소리는 시냇물처럼 계속해서 흘러갔다. 하지만 낯선 발소리는 수도꼭지를 잠근 것 마냥 뚝 그쳤다.

 우뚝 선 그가 멀어지는 수호의 뒷모습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더니 연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애도 맡아 키우나?"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절대 잊혀 지지 않는 얼굴. 남자의 정체는 한견우였다.

 연하는 적잖게 당황했다. 이제는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그가 집까지 찾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뭐지? 그것도 하필 해가 저무는 시간에.

 목적을 모르니 더 불안했다. 하지만 내색해서는 안됐다. 겁먹은 쥐만큼 쉬운 사냥감은 없다. 연하는 불안 대신 불만을 얼굴에 깔고 말했다.

 

 “뭐야? 난 널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

 

 연하는 조금 강하게 나갔다. 그에게 찾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죽일 명분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연하의 능력은 빼앗고 싶을 만큼 대단한 능력이 아닐 뿐더러, 탐났더라면 게임 중에 죽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귀환하면서 쌍욕을 퍼붓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얘기 좀 하지.”

 

 견우는 연하를 지나쳐 단지에 마련된 놀이터로 향했다. 연하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랐다. 보이진 않지만 연하의 목에는 목줄이 걸려있었다. 불가항력이라는 이름의 목줄.

 앞서간 견우가 벤치에 털썩 자리 잡았다. 연하가 앉을 자리를 옆에 두고 빳빳이 서있자, 스윽 올려다보더니 고개로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

 "그냥 말해. 우리가 사이좋게 앉아서 얘기 나눌 사이는 아니잖아."

 

 연하를 지그시 바라보던 견우는 눈을 길게 깜빡인 뒤 입을 열었다.

 

 "네 뒷조사를 좀 해봤다. 깨끗하더군."

 "일생을 문제집만 붙잡고 살았는데 먼지가 있으면 억울하지."

 

 당연하다는 식의 대답에 견우는 가볍게 웃은 뒤 말했다.

 

 "난 엘리트어태커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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