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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윤수호1
작성일 : 17-12-11 23:48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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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돌아왔다. 국자를 잃어버렸으나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행색이 조금 섬뜩하기는 했다. 피투성이의 손에 군용나이프를 들고 흙투성이의 신발로 실내에 서있으니 집에 침입한 살인범이 따로 없었다.

 낮에 데려온 천사가 아직까지 세상모르고 골아 떨어져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이 모습을 봤더라면 어떤 말로 회유해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식탁을 보니 아까 차린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비롯한 잔 반찬 몇 개가 그대로 있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차림... 이었지만 이제는 전부 식어 정성도 느낄 수 없었다.

 

 “망할.”

 

 저녁을 준비할 할 때까지만 해도 허기가 졌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식욕이 없다. 게임에서 살아 돌아오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셋이나. 담담한 성격의 연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얘기다. 세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히고도 담담할 수는 없었다.

 게임 중일 때는 크게 의식되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지려고할 때마다 생존본능이 강력하게 변호해줬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갖다 붙이면 어떤 짓이든 저지를 수 있었다. 그런데 생존본능이 무뎌지고 이성이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 방법이 먹히지 않게 됐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괴물이 될 것인가. 연하는 그 전환점에 섰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환점을 지나쳤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자들이었다.

 한동안 고민해봤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연하는 내일의 자신에게 난제를 떠넘기기로 했다. 그가 보다 나은 사람이길 바라면서.

 

 ※

 

 스르르 눈이 떠졌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것은 한 거실이었다. 꿈의 세계에 발을 살짝 걸치고있던 그녀는 발을 완전히 빼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낯선 소파, 낯선 TV, 낯선, 벽지, 낯선 베란다. 하나 같이 낯선 광경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있는 이유를 곰곰히 떠올렸다.

 저택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곧바로 추격대가 따라붙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느니 죽겠다는 각오로 몇날며칠을 도망쳤지만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역한 냄새를 참아가며 쓰레기더미에 숨었지만 한 남자한테 발각됐다. 그리고...

 

 '날 구해줬지...'

 

 처음 보는 남자는 집까지 데려와서 씻게 해주고, 옷을 빌려줬다. 그리고 거실에서 쉬고 있으라고 해서 거실로 갔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한심한 나머지 얼굴을 쓸어내렸다.

 잠 조금 못자고 조금 피로하다고 해서 뻗어버리다니.

 어쨌거나 그는 인간이다.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종족. 해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덜컥 믿은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탁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 보통은 무시하고 넘어갈 법도 한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작은 소리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움직였다. 소리가 난 곳은 부엌이었다. 부엌에서는 연하가 완성된 요리를 식탁에 올리고 있었다.

 

 "어, 일어났어요?"

 

 거실에서 나온 그녀를 보고 연하가 말했다.

 

 "앉으세요. 아, 근데 천사도 밥은 먹죠?"

 

 천사는 성인이 되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점과 신체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몇 가지 신체적 특징을 제외하면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연하도 알고 있었다. 질문은 경계심을 완화시키기 위한 실없는 소리일 뿐이었다. 연하는 대답과 상관없이 밥을 덜어 식탁에 놓았다.

 천사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믿지 못하는 것이다. 연하도 그녀가 쉽게 경계를 풀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가지 수를 준비해뒀다.

 

 “그 수갑, 많이 불편하죠? 식사 끝나는 대로 풀어드릴 테니 일단 밥부터 먹어요.”

 

 라고 얘기하자 망설임 끝에 그녀가 착석했다. 연하는 젓가락을 집으면서 말했다.

 

 "나흘째에요."

 "...?"

 "그쪽이 우리 집에 온지 사흘째라고요."

 

 천사의 눈이 토끼 눈이 됐다. 그녀는 진정될 기미를 안 보였다. 여태까지 반나절쯤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제라도 일어났으니 다행이에요. 제가 시체까지 처리할 자신은 없었거든요."

 

 위로라고 한 말이었지만 생전 위로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많이 어설펐다. 당연히 말을 안 한 것만 못했고, 그녀가 진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식사는 조용히 시작됐다가 조용히 끝났다. 연하는 빈 그릇들을 켜켜이 쌓아서 들었다. 그러면서 넌지시 물었다.

 

 “이름정도는 물어 봐도 되죠?”

 

 대답을 기다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연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포기하고 그릇들을 싱크대로 가져갔다.

 

 “... 페리아...”

 

 작고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연하가 주춤했다.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소천사 란페리아. 란이라고 하면 돼.”

 “좋아요, 란. 난 송연하라고 해요. 편하게 연하라고 불러요.”

 

 연하가 웃으며 말했다. 소천사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었다. 하지만 ‘소’니까 그리 대단한 천사는 아닐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넘어갔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지금으로썬 시간을 주는 게 최선이었다. 그녀에겐 상처가 있다. 가만히 두면 아물 수도 있고, 곪을 수도 있지만, 계속 자극을 주면 무조건 덧난다.

 

 “잠깐 쉬고 있어요, 란. 수갑은 설거지만 끝내고 바로 풀어드릴게요.”

 

 연하는 곧장 싱크대로 향했다. 오늘은 바쁜 날이었다. 설거지는 두 배로 늘었고 학교도 가야한다. 학교 가기 전엔 관리실에서 절단기도 빌려와야한다. 움직임이 자연스레 빨라졌다.

 

 ※

 

 게임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학교를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동안은 주말이라서 갈 필요가 없었다.

 일과는 이전과 다름 없이 평범했다. 2레벨이 됐지만 여전히 강의는 지루했고, 친한 척 말을 걸어오는 동기도 있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속에 있으니 게임에서 있었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교수님의 결근으로 휴강합니다]

 

 갑자기 도착한 문자메시지가 쳇바퀴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근으로 쓰지만 행방불명으로 읽는다. 엔드게임이 있는 한, 일상은 이런 식으로 서서히 좁아질 것이다. 연하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가벼워지는 생명이라는 단어처럼.

 예정보다 일찍 돌아가게 된 연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그 사람은 재욱은 아니었다.

 재욱과는 당분간 만날 일 없었다. 그에게는 몸이 안 좋으니까 당분간 찾지 말라고 일러뒀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아도 재욱 만큼은 보기가 껄끄러웠다. 그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주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서 싸돌아다니도록 두는 건 근심거리지만 2레벨이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다.

 

 '여기서 내리면 되나...'

 

 연하는 원래 활동구역에서 꽤 떨어진 낯선 역에서 내렸다. 이 모든 수고는 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침에 수갑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절단기를 빌려와서 끊는 계획까지는 좋았지만 수갑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튼튼했다. 2레벨이 된 연하의 초인적인 힘으로도 사슬에 절단기자국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떠오른 게 수갑을 약화시킬 수 있는 능력자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었다.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인맥이 시궁창인 연하 주위에 그런 능력자가 있을 리 만무해서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

 오른손 중지에 새겨진 반지문신을 만지면 나타나는 시스템. 거기에 내장된 편의기능 중에 플레이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으로 찾아낸 사람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위험한 행동임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갑을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하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상을 색출했다. 그렇게 해서 결정한 게 윤수호라는 고등학생이었다. 1레벨에 어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그로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검색기능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이름, 능력, 등급, 레벨, 프로필 사진정도. 사람을 만나려면 그렇게 찾은 정보를 토대로 SNS를 뒤지는 수고를 해야 한다. 윤수호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었다. 그의 프로필에는 한 가지가 더 나와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다니는 학교였다.

 프로필 사진 속 그가 입은 진노랑 교복. 디자인이 좋기로 유명한 교복이라 수고 없이도 학교를 알 수 있었다. 연하는 그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길 좀 물을게요.”

 

 약도도 보고 검색도 해봤지만 초행이라 길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지나가던 남자를 붙잡고 물었다.

 

 “쓸데없이 돌아다닐 시간 있으면 집에서 잠이나 퍼자슈.”

 

 처음 남자한테는 호의도, 적개심도 없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니 대뜸 가버렸다. 연하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 뭐지?

 길 알려줄 생각 없으면 조용히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멈추긴 왜 멈춰.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반전이 아침드라마수준이었다.

 연하는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불러 세웠다. 그런데 결과는 비슷했다. 혹시나 해서 또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하나 같이 학교이름만 꺼내면 표정이 굳으면서 자리를 피했다.

 결국 연하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한참을 헤매다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는 조용하다 못해 스산했다. 운동장은 텅 비어있었고 수업이 한창이어야 할 교실에서는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꼭 폐교된 학교 같았다.

 낯선 상황이었다. 등교거부를 하는 학생이 많아지긴 했지만 휴교를 한 학교는 없다.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위화감이 조성될 거라는 이유로 정부에서 휴교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학교 안은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떤 교실은 유령의 수업시간처럼 책상 위에 책만 덩그러니 펴져 있고, 어떤 교실은 패싸움이라도 벌인 듯 아수라장이 돼있었다.

 학교 얘기만 나오면 싸늘해지는 주민들, 버려진 학교.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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