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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윤수호5
작성일 : 17-12-16 02:52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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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수호는 대항하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가장 믿었던 사람, 함께 살아남고 싶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했다. 그런 그에게는 더 이상 삶의 미련 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수호는 눈을 감았다. 눈가를 적시고 있던 눈물이 방울이 돼서 흘러내렸다.

 좋아하는 아니, 좋아했던 사람의 손에 죽는다.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다. 적어도 그녀는 살 수 있으니.

 

 “미안해... 미안해... 흐흑...”

 

 마침내 그녀가 완전히 다가왔다. 그리고 커터 칼로 배를 찔렀다.

 

 푸욱

 

 살과 내장을 파고드는 감촉. 그것은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수호의 손이었다.

 감았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손에서 맴돌고 있는 끔찍한 감촉이 각오하고 있던 결말의 반전을 암시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손이 유나의 커터 칼을 쥐고 있었다. 너무 당황해서 어서빨리 커터 칼을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은 의지와 상관없이 더욱 깊숙한 곳에 칼심을 박아 넣었다. 그것은 유나의 의지였다.

 

 “우욱...! 커헉!”

 

 품안의 유나가 피를 토하고 고꾸라졌다. 배에서 나오는 피는 체육복을 붉게 물들였다.

 수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유나의 육신을 받쳤다. 그녀의 분홍색 머리핀이 벗겨지며 바닥에 버려졌다.

 

 “어... 어째서...”

 “미안해... 미안해 수호야... 이런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해...”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야... 평소엔 피해 다니기 바쁘면서...”

 “그야 내가... 네 앞길을 막는 거 같으니까...”

 

 수호는 재능 있는 게이머였다. 프로게임단에서 데뷔시켜주겠다는 제의가 빗발쳤지만 계속 미뤘다. 유나와 같이 졸업하고 싶어서.

 사실을 안 수호는 더 절망했다.

 

 “안돼... 유나야... 죽지 마... 네가 죽으면 난 어쩌라는 거야...”

 “울지 마... 난 괜찮으니까...”

 

 안색이 하얘진 유나는 마른 미소를 지으며 수호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러다 떨어진 머리핀을 발견했다.

 

 “네가 준 머리핀...”

 “알고 있었어?”

 “사실... 네가 샵에서 사가는 걸 봤어...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네... 고마워...”

 

 눈물을 닦아주던 그녀의 손길이 힘을 잃고 서서히 내려왔다. 수호는 머리핀을 주워 그녀한테 쥐어주고 손을 꼭 잡았다.

 

 “제발 이러지마... 제발...”

 

 유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지막 목소리를 남겼다.

 

 “좋아해... 수호야...”

 

 그녀의 숨이 멎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녀였던 것이 이제는 그것이 됐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여기에 없었다.

 슬펐다.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슬펐다. 너무나도 벅찬 슬픔이라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를 몰랐다. 그렇게 슬픔은 표현되지 못하고 가슴을 짓눌렀다.

 휴대폰은 그의 속도 모르고 경쾌한 알림음을 내뱉었다. 곧이어 수호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수호는 그때서야 통곡했다. 한계를 넘은 슬픔이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 통곡은 다용도실을 가득 메웠고 바깥으로까지 퍼져갔다.

 그는 계속해서 통곡했다. 그 소리를 듣고 선생들이 뛰어왔다. 선생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그저 목 놓아 울어댈 뿐이었다.

 손 쥐어져 있는 것은 분홍색 머리핀 하나. 그날 수호는 모든 것을 잃었다.

 

 ※

 

 “경도변환은 유나 능력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제 2능력으로 정한 거예요. 능력 자체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아직 써보지도 않았어요.”

 "..."

 

 이야기는 끝났지만 반응이 없었다. 수호는 이상해서 연하의 눈치를 봤다. 위로를 하는 게 보통 아닌가?

 

 "왜, 위로라도 해줘?"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당당하게 물으니 오히려 수호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 성격이 개판이라 주위에 사람도 없고 위로 같은 것도 별로 안 해봤어. 내 위로는 받아도 도움 안 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소중한 것을 잃은 슬픔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돕고 싶지만 재주가 없었다.

 

 “뭐, 꼭 필요하다면 고민은 해볼게.”

 “그런 거라면 이쪽에서 사양이에요.”

 

 수호는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위로 하나 받는데 부탁까지 해야 한다니. 상식 밖의 반응이었지만 덕분에 꿀꿀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형 말대로 털어놓고 나니 한결 편해졌어요.”

 "그럼 내 차롄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던가요? 얘기 해봐요. 저도 들어는 줄게요."

 "확답을 듣기 전엔 곤란해. 함부로 떠벌리고 다닐 얘기가 아니거든. 다만, 위험한 일이 아니라는 건 말해줄 수 있어."

 "제 얘기 다 들어놓고 그러기에요?"

 

 불만이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거절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알았어요. 도와줄게요.”

 

 확답을 들었지만 연하의 표정은 뾰로통했다. 수호의 태도가 못마땅한 것이었다.

 

 "너 바보야?"

 "네?"

 "네가 착해빠진 녀석이라는 건 잘 알겠어. 그런데 땅 파서 사는 건 아니잖아. 수락을 하더라도 대가 정도는 물어봐야지."

 "까짓 것 해주면 되지, 대가는 무슨 대가예요."

 "어떤 재수없는 놈이 그러더라. 호의는 힘 있는 사람의 권한이라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해. 가진 걸 이용해서 악착같이 뜯어내. 안 그러면 이용만 당하다가 죽을 거야."

 

 수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연하는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너. 살 생각 없지?"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수호는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누가 심리전공 아니랄까봐 귀신 같이 맞추네요. 형 말대로예요. 사는 건 저한테 아무 의미 없어요."

 "네 친구들이 없으니까?"

 "네."

 "그럼 되살려."

 "... 네?"

 

 수호는 말귀를 알아들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에 실패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연하는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되살리라고. 최후의 1000명이 되서 네 친구들을 되살리면 되잖아."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지. 명색이 신의 소원인데."

 

 헛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진실도 아니었다. 사람을 되살릴 수 있을지의 여부는 인류가 멸망에 다다랐을 쯤에야 알 수 있다. 그때가 돼야 소원을 빌 수 있을 테니까.

 연하가 확신하며 얘기한 건 살아갈 이유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효과가 있는지 수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약하지만 눈도 이채를 띠었다. 하지만 변화는 삼일천하에 지나지 않았다. 이상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현실을 절감한 탓이었다. 수호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 줄곧 방에만 틀어박혀있어서 엔드게임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요.”

 “불가능하지. 이대로라면 넌 다음 게임에서 죽어.”

 

 직설적인 발언에 놀라는 수호에게 연하가 말했다.

 

 “그러니까 날 이용해.”

 “네?”

 “넌 나한테 필요한 능력을 지녔어. 그걸 빌미로 너도 필요한 걸 뜯어내라는 소리야.”

 “딱히 필요한 건 없는데...”

 

 연하는 일부러 미성년자를 찾았다. 그 편이 다루기 쉬우니까. 그런데 수호는 너무 순진해서 문제였다. 이대로 두면 분명 토사구팽 당한다. 그는 현실에 물들여질 필요가 있었다.

 

 “하루에 네 시간씩, 일주일을 너한테 투자할게. 그동안 내게서 생존기술이나 방법을 배워.”

 

 연하가 제안하자 수호의 얼굴에서 고마움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그 모습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연하는 몸을 옆으로 틀었다.

 돕는 게 아니다. 대가를 지불하는 거다. 연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야했다.

 

 ※

 

 찰랑!

 

 괜스레 빨대를 휘저어보지만 기대했던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제는 물이 된 얼음한테는 유리잔을 두드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온 지 40분이 넘었으나 만나기로 한 사람은 여전히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하아."

 

 견우는 한숨을 뱉었다.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아쉬운 사람은 그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커피숍에 온지 한 시간이 되갈 무렵, 회색 재킷을 풀어헤친 남자가 들어왔다. 까슬까슬한 턱수염에 약간 긴 두상, 거기다 온갖 고생이 묻어있는 얼굴. 견우가 기다리던 A.A 특수능력조사계 소속 성상열주임이었다.

 견우를 발견한 성주임이 환하게 웃으며 한 걸음에 달려왔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견우야, 그동안 잘 지냈냐?”

 

 성주임은 아무렇지 않게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얼굴에는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견우는 그렇지 않았다.

 

 “선배님, 부탁드린 입장에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너무 늦은 거 아닙니까. 저도 바쁩니다.”

 “하하, 미안 미안. 업무 때문에 그런 거니 좀 봐줘.”

 "선배님은 조사계 아닙니까? 거긴 없어지지 않은 게 다행인 걸로 압니다만."

 "누가 그래. 우리가 얼마나 바쁜데. 안 그래도 큰 건 하나 들어와서 아주 죽을 지경이라고. 이거 봐라. 다크서클 보이지? 우리가 잠 안 자고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너희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거야."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던 성주임이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견우야. 네 친구들 몇 명만 소개시켜주면 안되냐? 적당히 쓸 만한 놈들로다가."

 

 같이 일했던 동료를 소개시켜달라는 말이었다. 제 한 몸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적 서너 명쯤은 너끈히 제압할 수 있는 녀석으로.

 견우가 몸담았던 특수능력진압계에는 그런 녀석이 발에 치일만큼 많지만, 그렇다고 소개해주기에는 거쳐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녀석들 바쁜 건 선배님이 더 잘 아실 텐데요."

 "쩝, 역시 무리겠지?"

 

 성주임은 입맛을 다시며 다시 등을 기댔다. 아쉽지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에 포기하기는 쉬웠다.

 

 “부탁드린 건요?”

 “어어. 이거 필요하다고 했지? 여기 있다, 집에 가서 봐.”

 

 성주임이 들고 온 갈색 서류봉투를 전달했다. 입구가 밀봉이 되지 않은 상태라 견우는 슬쩍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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