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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진짜 능력자1
작성일 : 17-12-05 20:46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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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또 이러네.”

 

 연하의 고질병이었다. 심미안은 간혹 발동이 불발되거나 도중에 꺼져버리곤 했다. 레벨이 올랐다고 문제가 고쳐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심미안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기가 생기고 레벨도 올라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능력이 돌아오고 한 남자가 포착됐다. 충만했던 자신감은 그를 본 순간 연하를 두고 달아났다.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인 남자였다. 껌을 씹고 있었고 양손은 주머니 안에 있었는데 무기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신발을 신은 걸 제외하면 게임이 막 시작됐을 때의 연하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를 본 순간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그를 감싸고 있는 위험한 기운 때문이었다.

 빨간 머리를 감싸고 있는 기운은 일반적인 파란색이 아니라 짙은 보라색이었다. 보라색 기운은 지옥에서 올라온 망령처럼 일렁였다. 아니, 처럼이 아니다. 망령이었다. 광기로 그린 그림처럼 끔찍한, 공허와 절망으로 채색된 망령. 닿기라도 하면 영혼을 빼앗아갈 듯 무시무시했다.

 도망쳐야한다. 빨간 머리는 끝판 보스였다. 지금은 어떤 수를 쓰고 어떤 변수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었다. 연하는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때였다.

 

 ‘날 봤어?’

 

 망령의 텅 빈 눈동자는 정확히 연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빨간 머리와 거리는 수백 미터가 넘고, 사이에는 수십 그루의 나무가 솟아있다. 거기다 안개까지 끼어있다. 연하가 그를 보고 있는 건 순전히 심미안 덕분이다.

 우연이겠지. 그래, 우연일 거야.

 연하는 스스로를 타일러 불길함을 떨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정직하게 떨어대는 다리를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행여나 넘어질 새라 연하는 뒷걸음질로 조심스레 물러났다. 그러면서 빨간 머리를 주시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턱

 

 뒤꿈치가 뭔가 걸렸다. 나무뿌리인 걸 확인하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 연하는 심장이 멎을 뻔했다.

 망령이 나무를 통과하며 공포스럽게 날아오고 있었다. 연하는 사고가 멈춘 상태에서 도망쳐야한다는 걸 가까스로 깨닫고 허겁지겁 달아났다.

 김한이 상대였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공포. 형체를 지닌 죽음의 먹잇감이 된 것 같았다.

 전력을 다해 도망쳤지만 망령은 힐끔 돌아볼 때마다 가까워졌다. 그때부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망령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느새 망령은 연하를 따라잡았다. 망령이 몸에 두른 허름한 천 밑에서 보라색사슬이 촤륵! 하고 튀어나왔다. 사슬은 살아있는 뱀처럼 달려들어 사지를 죄었다. 결국 연하는 달리다말고 앞으로 엎어졌다.

 3미터는 족히 날았지만 통증은 없었다. 도망치라는 명령어로 머릿속이 도배되고 있어 통증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명령어를 수행할 수는 없었다. 꿈자리가 사나운 애벌레마냥 뒤척이는 게 고작이었다.

 사슬에 묶인 채 시간은 한 없이 흘러갔다. 그러다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도중에 톡하고 터지는 풍선껌이 망령의 주인이라고 알려줬다.

 

 “멀리도 있었군.”

 

 목소리는 부쩍 커진 발소리만큼이나 가까웠다. 연하는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전신의 근육을 다그쳤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연하는 변태를 할 수 없는 애벌레였다.

 

 ‘제기라알!’

 

 적이 바로 뒤에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힘의 차이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무력감이 덮쳐왔다. 칼에 찔려 피를 토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러졌다. 정식 플레이어를 극적으로 쓰러뜨리고 살아남은 것치고는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상상이 현실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헬퍼는 없나보군.”

 

 주변을 둘러보던 빨간 머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쪼그려 앉았다.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순순히 대답해라. 이번이 몇 번째지?”

 “그게 무슨...”

 “몇 번째 게임이냔 말이야.”

 “두 번째다.”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주도권은 연하가 아니라 적에게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고문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싸이코패스가 아니길 소망하는 것뿐이었다.

 

 “이름은.”

 “... 송연하.”

 

 남자는 연하의 턱을 잡고서 이리저리 돌려본 뒤 허공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놀렸다. 그 역시 인체동기화를 한 모양이었다.

 

 “송연하 2레벨... C급치고는 높군. 두 번째라서 그런가? 설마 바깥에서도 이 짓을 하고 다니나?”

 “난 바쁜 몸이야. 오밤중에 밖에서 어슬렁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그래... 그럼 다음 질문, 심미안은 무슨 능력이지?”

 

 검색기능을 사용해도 심미안에 대한 자세한 건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이점이었다.

 능력은 명칭만 봐도 대강 파악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김한의 사운드 컨트롤과 균형제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심미안은 그렇지 않았다. 여태 명칭을 지어준 공무원을 떠올리면 한숨밖에 안 나왔지만 처음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분 뒤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만 아니었으면 좀 더 좋아할 수 있었을 텐데.

 연하는 능력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능력을 자기 입으로 밝히는 건 검객이 검을 맡겨두는 거나 마찬가지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털어놓은 얘기가 절대로 아니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남자는 쪼그린 자세를 풀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대로 옆구리를 걷어찼다.

 

 퍼억!

 

 “크헉!”

 

 남자에게 차인 연하는 허공에서 한 바퀴를 구르며 나가 떨어졌다. 맞기 직전 옆구리에 힘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옆구리가 찌부러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2레벨 육체의 내구도가 무색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기회주마. 질문에 대답해라. 이번에도 대답을 거부하면 죽인다.”

 

 남자가 덤덤하게 말했다. 연하는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며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대답하지 않을 권리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 능력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그 이상이더라도 내놓아야했다. 그것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껏 부푼 껌이 팡하고 터졌을 때 연하는 입을 열었다.

 

 “... 보이지 않는 걸 보는 능력이다.”

 “멀리 떨어진 것도 볼 수 있고?”

 “그래...”

 “음... 그렇군.”

 

 남자가 잠시 고민했다. 그동안 연하는 나무에 몸을 기대어 몸을 추슬렀다. 몸을 구속하던 사슬은 사라졌지만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망쳐봐야 붙잡힐 게 뻔했으니까.

 고민을 끝내고 남자가 말했다.

 

 "좋아. 이제부터 너는 내 눈이다."

 "... 뭐?"

 

 이게 무슨 개소리일까. 갑자기 쫓아와서 묶고 패더니 이제는 상의도 없이 눈이 되란다. 불합리도 이런 불합리가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빨간머리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말귀를 못 알아먹을 정도로 멍청한가보군. 너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소리야. 나한테 붙어서 플레이어를 찾아. 그게 싫으면 여기서 죽고."

 "그럼 눈 역할을 하면 살려주는 거야?"

 "너 하는 거 봐서."

 

 이 개...

 연하는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심기를 거슬러봐야 좋을 거 없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니까.

 

 

 “알았어...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날 쓰려는 거야?”

 

 연하가 보기에 그는 혼자서도 충분히 스테이지에서 나갈 수 있었다. 빨간 머리의 능력은 연하와 맞먹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시야가 넓다. 그렇기 때문에 붙잡힌 거고.

 그런데 당사자가 입장에서는 아닌 모양이었다. 빨간 머리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멍청한 소릴 하는군. 필요하니까 쓰는 게 당연하잖아."

 

 대화를 이어갈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무슨 시인이라도 되는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뭐가 그리 함축적인지 모르겠다. 연하는 또 한 번 분을 삭였다.

 

 “글쎄, 그러니까... 그쪽 색적능력은 나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아. 그런데 굳이 나를 쓰려는 이유가 뭐냐는 거야.”

 “난 색적능력이 없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던 망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하는 그것만으로도 나무에 기대고 있던 등을 꼿꼿이 세울 만큼 긴장했다. 다시 봐도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망령과 눈이 마주쳤다. 망령의 눈은 해골처럼 텅 비어있었지만 틀림없이 보고 있었다. 자신의 텅 빈 눈에 연하의 갈색 눈동자를 끼워 넣고 싶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시선이었다.

 빨간 머리는 옆에 나란히 있는 망령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이 녀석들은 공포를 감지할 수 있어. 널 찾아낼 수 있었던 건 네가 겁을 먹어서지 색적능력이 있어서가 아니야.”

 “그렇다는 건, 이 꼴이 된 게 전부 내 잘못이라는 거야?”

 

 연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돌다리를 두드리면서 건너는데 돌이 다리를 덥석 물어버린 꼴이니.

 

 “만약 네가 겁을 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마주치는 일도 없었겠지.”

 “처음으로 내 능력이 원망스러워지려고 하는군.”

 

 연하는 이 만남이 얼마나 불편한지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빨간 머리는 초연하게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그쳤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 늘어놓고 어서 결정해. 내 눈이 될지, 아니면 여기서 죽을지.”

 

 연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살 방법을 찾는 것도 목이 붙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정할게 뭐있어. 일단 살고 봐야지."

 "잘 생각했다."

 

 빨간머리가 앉아있는 연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연하는 그를 슬쩍 올려다보고 손을 맞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하가 바지를 터는데 빨간 머리가 말했다.

 

 "한견우다."

 "어어... 난 송연하."

 

 예상치 못한 소개에 연하는 어물쩍거리며 대답했다. 바라지도 않았는데 자기소개를 할 줄이야. 어쩌면 아주 제멋대로인 녀석은 아닐 수도...

 

 "언제까지 멍청한 얼굴로 서있을 셈이야. 그냥 여기서 죽을래?"

 

 어느새 멀찌감치 가있는 견우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연하는 그에 대한 인식을 정정하려다가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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