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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엔드게임2
작성일 : 17-12-04 21:54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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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헉헉..,”

 

 연하는 나무에 기대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이프를 포기하고 도망쳤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능력이 세 개인 능력자라니. 규격 외여도 너무 규격 외였다.

 

 샤샥

 

 뭔가 움직이는 소리. 연하는 바짝 긴장했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연하는 나무껍질마냥 나무에 들러붙어서 반대편을 살펴봤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소리의 정체는 단란한 토끼가족이었다.

 연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깨너머로 보니 주먹만 한 새끼토끼 세 마리가 아빠토끼와 엄마토끼를 쫄래쫄래 따라가고 있다.

 정말이지 별걸 다 구현했다. 스테이지는 신이 만든 공간이다. 땅이며, 나무며, 심지어는 안개까지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저 토끼가족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몽골에 실존하는 어떤 숲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조난당한 거고.

 그래. 차라리 조난당한 거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사람한테 쫓기지는 않을 테니.

 연하는 망상을 깨부수고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 어쩌면 좋을지를 궁리했다.

 원래는 은.엄페가 쉽고 사람이 경유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서 잠복하다가 기습하려고 했다. 그런데 김한과 싸워보고 계획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첫 번째 게임은 도망만 쳐도 됐기 때문에 누군가와 싸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제로 싸워보니 맨손으로는 이기기 어려웠다. 능력에 대처하기도 힘들었다. 나뭇가지라도 꺾어서 쓸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럴 수도 없었다. 스테이지의 나무는 부모가 모델이라도 되는지 하나 같이 위로 쭉 뻗어있고, 바닥에는 조금만 힘을 줘도 툭 하고 부러지는 자잘한 나뭇가지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성인남자보다는 노인이나 여자, 어린아이를 노려서...

 

 “... 아이 씨!”

 

 연하는 머리를 거칠게 흩트렸다. 양심이라는 녀석이 연신 가슴을 쿡쿡하고 찌르는데 보통 성가신 게 아니었다.

 강한 자는 피하고 약한 자를 잡아먹는다. 그게 가장 안전하긴 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하이에나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연하는 재욱 앞에서 고개 못들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연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능력을 사용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힘을 집중해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렇게 하면 막대한 체력이 소모되지만 순간적으로 광범위한 시야를 지닐 수 있었다. 이런 능력강화는 연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능했다. 체력소모가 엄청나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체력을 태운다고 했다.

 연하의 경우는 마음만 먹으면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알파벳초콜릿에 뭐가 적혀있는지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탈진을 면치 못한다. 차려진 밥상이 되지 않으려면 체력관리는 필수였다.

 삽으로 퍼낸 것 마냥 체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연하는 시야가 광범위해진 시야로 가장 먼저 뒤부터 살폈다. 설마 했는데 김한이 보였다. 무작정 달리느라 남긴 흔적을 쫓아서 따라오고 있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집요한 녀석이었다.

 연하는 그와 결판을 짓기로 했다. 아까처럼 치고받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유리한 카드를 확보한 뒤에 다시 싸움을 걸 생각이었다. 그러기위해 연하는 갭을 메울 만한 요소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저거다.”

 

 연하는 김한에게 대적할 수단을 발견한 즉시 능력을 해제했다. 20초 정도 체력을 태운 것 같은데 여기까지 달려왔을 때 이상으로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빴다.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연하는 무거운 몸을 움직여 결전지로 향했다. 김한이 길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흔적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참 움직인 끝에 숲의 끝이 나타났다. 연하는 숲이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체력을 태웠다.

 

 “좋아.”

 

 능력을 해제하고 뒤를 도는데 현기증이 일었다. 체력이 바닥을 보인다는 신호였다. 연하는 쓰러지는 몸을 간신히 가누고 숲을 나섰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주저앉을 수 없었다.

 숲을 구성하는 마지막 나무를 지나치자 안개가 뚝 끊기면서 풀 한 포기 없는 마른 평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도 50미터 남짓. 그 뒤로는 낭떠러지였다. 보통 낭떠러지도 아니었다. 높이는 얼마나 높고 길이는 또 얼마나 긴지, 물이 흐르지 않는 빅토리아폭포 위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밑은 바다였는데 물살이 성난 황소 같았다.

 연하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침을 삼켰다. 뛰어내리라고 하면 차라리 칼에 맞겠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낭떠러지를 뒤로하고 숲을 바라봤다. 묏자리를 찾는 거였으면 여기까지 힘들게 오지도 않았다. 연하는 숲이 끝나는 지점으로 돌아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어디냐! 째진 눈! 나 여기 있다! 제대로 한 판 붙자!”

 

 비장함을 집어삼킨 공기와 함께 토해냈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명령에 일괄 산개하는 특수부대처럼 숲으로 퍼져갔다. 연하는 낭떠러지 끝으로 돌아가 반응을 기다렸다. 지금 그는 궁지에 몰린 쥐가 아니었다. 빛나는 뿔로 먹이를 유인하는 심해아귀였다.

 숲에서 인기척이 났다. 김한이었다. 그는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굴러들어왔다. 여기서도 실수를 범할 생각은 없었다. 김한은 빠르게 접근했다.

 

 “당신, 그러다 죽어.”

 

 절제된 연하의 경고. 김한이 멈칫했다. 경고를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진지하게 읊조리는 목소리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연하는 엄지로 뒤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떨어졌다간 뼈도 못 추리겠더라고. 조심해.”

 

 김한은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친절을 베풀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연하는 추락주의표지판을 자처하고 있었다. 김한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확신했다.

 

 “왜 멍청히 서있어. 조심하라고 했지 멍청히 서 있으라고 한 적은 없는데. 어서 덤벼.”

 

 라면서 손을 까딱였다. 명백한 도발행위였지만 김한은 말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중해졌다.

 대치가 시작됐다. 연하는 자세를 낮추고 오른발을 뒤로 빼면서 주머니에 손을 슬쩍 찔러 넣었다. 주머니가 볼록한 걸 보니 뭔가 있는 모양이었다.

 김한은 생각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비장의 수가 있나? 이럴 땐 균형감각을 흐트러지게 해서... 아냐. 혹시라도 잘못돼서 녀석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된다. 일단은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떤 수가 있을지 모르니 조심스럽게... 그런데 저 자식은 능력이 뭔데 아직까지 안 쓰는 거야. 혹시 일부러 시간을 벌고 있는 거...

 그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허세로 심리전을 걸어서 시간을 벌고 있는 건가?

 자신이 신중한 성격임을 파악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경계심을 심어서 대치전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서한 행동들이 납득이 됐다.

 발동에 시간이 필요한 능력일 수도 있고, 약점이나 습관을 파악하려는 것 일수도 있고, 긴장이 느슨해지는 순간을 노리려는 것일 수도 있고, 아까처럼 갑자기 달려들려는 속셈일수도 있다. 대치전으로 끌고 간 이유까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에게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한텐 안 통해.’

 

 그는 머리가 좋았다. 하이에나무리에서 간부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비상한 머리 덕분이었다.

 

 탓!

 

 김한이 얄팍한 눈을 치켜뜨고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연하는 자세를 더욱 낮추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김한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급하게 멈추면서 경계했다. 하지만 이내 코웃음을 쳤다.

 역시나. 지금까지의 당당함이 허세였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주머니에서 꺼낸 건 작은 돌멩이 몇 개가 전부였다. 심지어 상태도 좋지 않았다. 저런 자갈보다 못한 돌로는 돌팔매질은커녕 던져도 간지럽지도 않을 것 같았다.

 김한이 다시 움직이자 연하는 예상대로 반응했다. 나름 힘을 실어서 돌을 던졌지만 김한에게는 닿은 수준에 불과했다. 연하는 무방비가 됐다. 하지만 김한은 방심하지 않았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했다.

 

 다다다다!

 

 뒤쪽에서 들리는 낯선 발소리. 김한은 거기에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뒤에서는 안경을 쓴 남자가 식칼을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린 든든한 아군이자 비장의 카드가 마침내 나타났다. 숲을 향해 소리를 지른 것과 외줄타기를 해가며 시간을 끈 것은 모두 이 상황을 위한 일이었다. 연하는 그와 함께 김한을 쓰러뜨릴 계획이었다.

 그렇다고 안경 쓴 남자와 구면이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 역시 김한과 마찬가지로 스테이지에서 처음 본 플레이어였다. 실질적으로는 1대 1대 1의 구도지만 그를 믿는 이유는 단순했다. 적에게 적은 아군이니까.

 김한이 가운데서 표적역할을 하는 동안만큼은 그는 아군이었다. 김한을 쓰러뜨린 뒤에는 적이 되겠지만, 그때는 나이프를 손에 넣을 테니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으로 싸울 수 있었다.

 난전이 벌어나면 당황할 줄 알았는데 김한은 의외로 침착했다. 그는 고개만 돌린 채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에 왼손을 집어놓고 뭔가를 잡는 시늉을 했다. 손목을 비틀자 달려오던 안경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안경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배를 쓸며 슬라이딩을 했다. 김한은 게걸음으로 피했다가 안경이 멈추자마자 나이프를 내려찍었다. 깔끔하고 침착한 대처였다.

 

 “컥!”

 

 등을 찔린 안경이 단말마의 비명을 뱉으며 죽었다. 김한은 다시 연하를 바라봤다.

 

 퍼억!

 

 안경이 당하는 동안 발치까지 접근한 연하가 김한을 발로 밀쳐냈다. 데미지는 못 준 것 같았지만 괜찮다. 무기는 생겼으니.

 연하는 김한을 향해 안경이 쓰던 식칼을 들었다. 이제는 진검승부였다.

 

 스윽

 

 그런데 김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연하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염려가 없어지자 능력으로 균형을 무너뜨렸다.

 하늘과 땅이 뒤바뀐 기분이었다. 땅을 밟아야하는데 하늘을 밟고 있는 것 같았다. 연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는 동안 김한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명치를 향해 파고드는 나이프.

 

 “뒤져라.”

 

 카득!

 

 김한의 냉정한 작별과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죽음이 살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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