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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VIII 삼인방 (完)
작성일 : 17-11-09 09:36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1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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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8화 삼인방 (完)

 

 

 "이번 주말에 시간 있으시면 저랑 어디라도 놀러 가지 않을래요?"

 휴일에 여자랑 만나 뭔가를 하려고 약속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일이었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하고 싶은 말이 나도 모르게 툭하고 튀어나왔다.

 

 내가 말하고 있는 동시에 학교 전교에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산책을 하던 학생들도 아쉬움을 뒤로하며 스멀스멀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이제 5교시의 수업을 준비하러 반으로 돌아가야 했다.

 

 "주 주말에요?! 만나요. 꼭 꼭 만나요!"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에 벙 찐 선배는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서 자꾸 말을 버벅거렸다.

 

 이제는 정말 반으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아야 할 시간이 되었다.

 한 젓가락도 건들지 못한 도시락을 챙기고 선배랑 벤치에서 일어나 건물 뒤편에 있는 후문으로 발걸음을 맞추며 서서히 걸어갔다.

 후문으로 들어오자 중앙홀과 함께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선배는 왼쪽으로 가야 3학년 관에서 가장 가깝고, 나는 오른쪽으로 가야 2학년 관에서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방향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찍 헤어져야 했다.

 3학년 관까지 배웅해드리고 싶었지만 완강히 사양하는 선배를 보내기 전, 문득 아침에 호타루와 히라가와랑 했던 메일 얘기가 생각나 마지막으로 선배를 붙잡아 세웠다.

 

 "선배, 아까 말한다는 걸 깜빡했는데 메일 주소랑 전화번호 좀 제 스마트폰에 쳐주실래요? 아무래도 휴일에 만나야 되기도 하고…"

 "아니면 매일 같이 알콩달콩 연락하고 싶기도 하구요? 후훗."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맘대로 가져가 자신의 메일 주소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게 말한 적 없걸랑요. 빨리 적어주고 반으로 돌아가 주세요."

 "네 네~ 알겠어요~"

 전화번호까지 모두 저장한 선배가 내 휴대폰을 돌려주고 그대로 뒤로 휙 돌아 앞만 보며 3학년 관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뛰어갔다.

 영문도 모른 채 그런 선배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뒤돌지 않는 선배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였다.

 

 갑자기 뭐가 생각이라도 나셨나? 뭐 때문에 저리도 휙 가버린 거지.

 그리고 선배에게 돌려받은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이름을 보고 단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뭐.. 상관 없으려나?

 

 

 반으로 돌아온 나는 내 자리 주변에 모여서 어째서인지 나를 게슴츠레하게 쳐다보는 히라가와의 음흉한 눈빛과 미소, 그리고 그런 히라가와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저질이야」라며 한심해하는 호타루를 발견하였다.

 이건 또 무슨 광경이지.. 천적인줄만 알았던 둘이 붙어 있다니.

 그리고 저 녀석들의 광기 어린 활대가 나를 겨냥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묵묵히 자리로 돌아와 앉은 나는 히라가와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신나게 추궁 당하였다.

 "아까 점심시간에 어디 있었어?"

 "어? 그야.. 도시락 들고 건물 뒤편 정원에 있었는데."

 "혼자서? 혼자 있었던 건 아닐 거 아니야. 그래서 누구랑 있었는데? 응응?"

 "누구랑 있었냐니… 난 원래 혼자 먹어."

 

 도대체 뭘 알고 이렇게 파고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짚이는 게 있으니 나는 네게로부터 그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풀풀 풍겼다. 

 그리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의 나는 머지않아 구질구질한 나락의 구렁텅이 속 뜨거운 감자가 될 이 대화 속에서 일찍이 빠져나왔어야만 했다,

 그 어떠한 핫이슈 사건이 자기 바로 옆에서 일어나더라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호타루 녀석이 관심을 갖고 검찰 조사를 연상케 하는 집요한 추궁에 합세하는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말이다.

 

 "그렇다고 하기엔 네 도시락은 그대로네."

 가방 속에 숨겨두었던 손도 안 댄 내 도시락 통을 꺼내 본 호타루가 그것을 들이밀며 증거물로 제출하고 이의 심판을 청구해왔다.

 

 '이 자식이 어느 틈에 그걸.. 호타루 녀석이 갑자기 왜 히라가와랑 짜고 치고 합동 공격을 하는 거지?'

 

 "아‥ 아 이 그게 말이지! 오늘 도시락을 싸오긴 했는데 말이야. 이야ㅡ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같이 매점이나 가서 빵으로 때우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만~"

 "신이치, 넌 거짓말이랑은 안 맞아."

 필사적으로 변명을 둘러댔지만 오히려 호타루는 피식하고 비웃었다.

 주부 9단•눈치 1단인 나와 반대로 눈치 100단•주부 -100단인 이 녀석한테는 애초에 통할 리가 없는 최후의 변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젠장.. 너네가 무슨 이유로 나한테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정말 아무ㅡ 것도 안 했어"

 "헤에~ 점심시간 때 어떤 선배랑 같이 오순도순 연애질하는 거 우리가 봤는데?~"

 

 아차.. 이거 때문에 이 자식들이 난리를 떨어댄 거구만?

 난 또, 호타루까지 끼어들길래 몰래 숨겨놨던 「그 잡지」보고 뭐라 하는 줄 알았다…

 

 '점심시간 때 선배랑 있는 걸 봤다고?!!'

 

 자기가 말해 놓고선.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한 히라가와가「앗…」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히라가와의 갑작스런 폭탄 실토에 적지 않게 당황한 호타루 역시 재빨리 손으로 히라가와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은 내가 누워서 떡 먹기로 핥아먹은 상태였다.

 

 아아~ 이제야 알 것 같네.

 아까 선배가 도시락을 먹여주기 바로 직전에 뒤쪽에서 뭔가 부스럭 소리가 났던 게 요놈들이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낸 소리였구만?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씌워졌던 억울한 누명이 떨어져 나가고, 그 모든 수수께끼들이 골든버그 장치의 생활 도미노처럼 차례로 풀려나가기 시작하면서 그 덕분에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표현하듯 웃음꽃 핀 얼굴로 두 검사님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자, 방금 전까지 너희 두 명이 충분히 물어봤으니까. 이제 '내 차례'..지?"

 난 정말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는데도 히라가와는 기겁을 하고 호타루는 골치 아프게 됐다는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자고로,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해가 쨍쨍할 땐 메말라버린 땅처럼 기분이 딱딱해지고 비가 올 땐 질척해진 땅처럼 기분이 눅눅해지는가 하면, 눈이 올 때만큼은 1년 내내 첫눈이 오는 날만을 그리워하던 어린아이의 감성처럼 기분이 들뜨기도 하는 그런 독특한 그날그날의 즉흥 기분파이지만

 워낙에 본 성격이 유들유들하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자율형 스타일이라 정말로 내 이성을 끊어버릴 정도의 강한 자극이나 예외의 상황으로서 속히 「배신감」을 느낄 때가 아니면 화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는다.

 

 화가 최정상의 극으로 달했을 때는 솔직히 나도 겪어본 적이 없고, 중간 정도는 어젯밤 히마리에게 화냈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스스로 느끼기에 지금의 내 상태는 아마 한 입 거리의 곤약 젤리 같은 장난도 섞을 만한 가벼운 화이다.

 

 "얘가 먼저 하자고 했다."

 "아 진짜 이러기냐? 모함이야 신이치군. 날 믿어야 돼."

 호타루가 빛보다 빠르게 배신을 때리고 불었다.

 누가 누구 할 것 없이 치열하게 서로를 변명하기 바쁜 두 명의 모습은 정말 웃길 정도로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닌 건 나도 알고 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뒤끝 없이."

 "제가 했습니다…"

 "좋아. 앞으로 히라가와는 매점 없어."

 배신은 내가 당하기 전에 먼저 선빵 치라고 배웠다.

 원래 이 나이 때는 유치해도 될 나이잖아.

 

 "아아아! 거짓말! 뒤끝 없이 깔끔하게 라며!"

 "자기가 자처한 일의 업보야."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 당한 듯이 뒷골이 땡긴 히라가와는「이럴 수가..」라며 고개를 푹 떨구고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를 하염없이 중얼거렸다.

 물론 장난으로 해본 소리지.

 내일 되면 까맣게 잊고 빵 사 달라 하면 사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단순한 애라는 걸 내가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5교시 수업 종이 치고 우리는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뒤에서 몰래 훔쳐봤다고 해서 그렇게 기분 나쁠 일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기분 좋게 넘겼다.

 선배가 먹여주는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버렸다는 사실이 조금 창피하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라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5교시는 학교에서 가장 능력 있다고 여러 학생들이 입을 모아 인정하는「수면제 목소리」의 졸린 문학 수업이라 배도 부르고 해서 나른해진 대부분의 반 애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쓰러져있는 광경이 보인다.

 스윽 둘러보니 척하면 척으로 호타루가 선두주자로 자고 있었고, 의외로 히라가와는 자지 않고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히라가와는 소히 말하는 '만능'이라 주변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았다.

 그 만능의 기준이 나랑 호타루처럼 주변에 관심이 없는 애들한테는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뭐든지 알게 모르게 의외로 잘한다는 면 때문이다.

 공부도 하는 듯 안하는듯하면서도 늘 중상위권을 쥐어 잡고 있고, 평소에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인지 체육도 웬만한 남자 애들만큼 잘한다. 음악은 물론이고 요리부터 미지의 수 x까지 뛰어난 수준이라고 소문이 자자하고 또 그렇다.

 내가 쟤 정도 됐었다면 어깨 쭉 피고 살았을 거라는 그 반대로 히라가와는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다.

 성격이 활달하고 사교성이 좋아 친해지기 편하지만 분별력이 뛰어나서 자기 편인 애들과 자기 편이 아닌 애들을 잘 골라내어 사귄다. (예로 들면 갸루, 양아치들을 사귀지 않는다.)

 

 '우리 말고도 같이 얘기하고 놀 애들도 많을 텐데, 오늘따라 우리랑 부쩍 많이 붙어 다니는 것 같네.'

 의아한 부분이었지만 나도 신경 안 쓰고, 호타루도 별로 상관없어하는 것 같아 보여서 이것도 묻어두었다.

 

 … …

 

 

 나도 슬슬 문학 선생님의 목소리에 취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던 무렵에 스마트폰 진동이 짧게「지잉ㅡ」하고 울려 졸음이 싹 가셨다.

 '뭐지. 메일?'

 누가 수업 시간에 나한테 메일을 보냈는지는 몰라도 할 짓이 지지리도 없는 녀석인가 보다. 아니면 자주 가는 마트에서 세일 한다고 알려 준다거나?

 

 선생님이 필기 거리를 칠판에 적기 위해 뒤돌으셨을 때 주머니에서 슬쩍 휴대폰을 꺼내 메일의 근원지를 확인했다.

 메일을 보내온 사람의 이름은 내가 저장한 이름은 아니었어도 확실히 카나미 선배였다.

 할 짓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미안해요 선배...

 

 메시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아까 말해준 다는 걸 깜빡했는데 점심 시간 전에 선배에게 후생노동성 직원으로부터 내일 두 분의 집으로 찾아가서 일종의 사전 조사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메시지해서 미안하다는..(∏ε  ∏)

 

 그러고 보니 후생노동성 사람이 얼마 안 있어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었지.

 근데 어제 왔었잖아..

 이럴 거면 그냥 처음부터 이틀 뒤에 올테니 집에 짱박혀 있어라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퇴근시간을 어떻게든 줄여보겠다고 대충 생각하고 말한 게 티 나네.

 

 시계를 보니 벌써 수업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꺼낸 김에 어차피 수업도 몇 분 안 남았는데 스마트폰으로 여러 뉴스 기사나 볼까하고 생각하였다.

 운이 좋게도 지금 교탁 밑 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잡고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수업하시는 저 선생님은 수업 중에 핸드폰을 해도 잘 모르신다.

 우리가 핸드폰을 하고 있는 걸 아예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순전히 관심이 없어서 알고도 넘어가시는 건지 선생님도 참 미스테리한 분이시다.

 

 스마트폰으로 야후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나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뉴스 토픽 칸을 눈여겨보았다.

 

 1분에 턱걸이 30회 '여성 소방관' 기네스 기록 달성

 나루히토 황태자, 덴마크 코펜하겐 만 해상 투어

 한국 '신라면' 등에서 돼지 성분 발견돼, 인도네시아서 판매 금지

 같은 있어도 관심 없는 내용만 주구장창 있었다.

 

 스마트폰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유심히 읽을만한 기삿거리를 찾던 중, 

 「쓰러져가던 일본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준 55주년을 맞이한 치카사, 그 도덕성의 문제가 어째서 거론되지 않았나」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발견한 나는 해당 뉴스 기사를 터치하고 내용을 훑어보았다.

 

 어젯밤 TBS에서 방송된 시사 프로그램, 시사방담에서 일일 뉴스 토픽 게스트로 출연한 복지 전문가 타치바나 카즈오 씨가 '치카사, 과연 옳은 정책인가'라는 주제로 입담을 뽐냈다는 내용이었다.

 와세다 대학교 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사회복지법인기관의 소장을 임하고 있는 타치바나 씨는 어렸을 때부터 치카사에 대해 여러모로 객관적인 의문을 품어왔고, 그러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일반 주민도, 민영 기업도 아닌 혼자서는 자력으로 맞서는 데에 있어 한계가 있는 하나의 국가라는 큰 차원의 쟁점이었기 때문에 힘을 키워 자신의 목소리를 더 높이고 손을 모을 동료들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인생의 출발점이자 목표였다고 한다.

 그는 치카사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한 평생을 이를 갈며 연구했고, 그동안 그는 단점만 있다고 생각했던 치카사에도 굉장히 영향력 있는 큰 장점이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권리」를 갖는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자가 혹여 모국일지라도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줘야할 국가란 존재가 힘 없는 국민의 권리를 공공을 위한 정의를 들먹이며 간섭하고, 침해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 쯤은 초등학교 도덕과 윤리 시간에도 배운다.

 초등학생들도 아는 그 권리들 중 자유와 평등, 사랑할 권리, A부터 Z까지의 사소한 권리 같은 다수의 것들이 이 치카사 제도에 포함되어 원동력이 되고 있었고 그것들은 국가로 부터 충분히 보호 받고 있다.

 

 '치카사라……'

 내게는 조금 어려운 주제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상황에 처해있지만 나도 어떻게 되고 어떻게 해야될지는 잘 모르겠다.

 뭐… 그 때가 된다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내 자신에게 관대하고 나태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앉아서 교과서 내용을 읽으며 설명하시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책을 덮고 짐을 챙기기 시작하셨다.

 "이번 수업은 다음 시간에 마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교직원 교육이 있어서 5교시 수업까지만 합니다. 그럼 이만."

 이 소식을 남기고 선생님이 교실 문을 닫고 나가자 반 애들 일동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싸! 어제 못한 지옥파티나 마저 해야지~"

 "미치루, 일찍 끝났는데 시내에 놀러가지 않을래?"

 다른 또래들도 그렇듯, 반 안에서 노는 무리가 딱딱 정해져있다.

 잘 나가는 애들은 잘난 애들끼리, 평범한 애들은 평범한 애들끼리, 무리에서 떨어져있는 애들은 대체로 혼자 지내는 게 다반사다.

 물론 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라서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다.

 그래도 누가 놀자고 한다면 같이 놀아줄 수는 있는 거지.

 그 정도는 감수한다.

 

 아, 저것 좀 보라지.

 인기남 호타루한텐 벌써 반 여자애들 여일곱 명이 붙어서 오늘 같은 기분 좋은 날을 함께 하고싶다고 구애 받고 있잖아.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저 녀석은 관심 없다고 무뚝뚝하게 내치는데도 나쁜 남자 컨셉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콩깍지가 지대로 씌인 건지 여자들은 쓰러지다 못해 아주 좋아 죽는다.

 

 "후. 가정방문 온다는데 집 청소나 하고 있어야겠다.'

 내게 붙어서 얼쩡댈 친구도 없지만 누가 선뜻 다가오기 전에 조용히 가방을 싸고 유유히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고 적중했다.

 

 "있잖아 신이치 군? 방과 후에 어디 갈 계획 있어?"

 아…히라가와인가. 이 애는 오늘 정말 많이 엮이는 것 같네.

 "그닥. 집에 가서 청소나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말이지."

 "좋네! 그럼 호타루 군이랑 셋이서 시내로 놀러가는 거 어때? 재밌을 것 같아!"

 

 시내에 나가서 논 기억이 없는 것도 같고, 뭐.. 가끔은 애들이랑 노는 날도 있는게 좋을 수도.

 "그런가.. 나야 상관 없지만. 글쎄, 호타루가 과연 응해줄까나?"

 "밑져야 본전이야! 그럼 부탁할게 신이치 군! 나 먼저 다른 반 친구랑 얘기 좀 하다 갈테니까 교문 앞에서 만나자구~"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나한테 호타루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서 히라가와 역시 그 틈에 껴서 친구를 만나러 갔다.

 

 하여튼… 이런 일은 다 내가 해야 하는 건가.

 나는 짐을 싼 가방을 등에 메고 아직도 교실에서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 난처해하는 호타루를 발견하였다.

 

 저 녀석들은 아직도 저러고 있네.

 학교 끝나버렸다구?

 

 "호타루, 따라와라."

 호타루랑 얘기하려면 여자들이 둘러싼 바리게이트 쪽으로 가야한다는 게 꺼려졌지만 한숨을 토해내고 그곳으로 다가가 말했다.

 단순하게 여자들이 많아서 무서운 건 아니다.

 그저 다시는 쟤네와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봐. 너가 뭔데 우리 호타루 님한테 명령질이야?"

 "맞아 맞아! 생긴 것도 오징어 같이 생긴 주제에!"

 "우리는 당신 같은 몰상식하고 예의 없는 사람들로부터 호타루 님을 지켜드리기 위해서 존재할 뿐입니다. 더이상의 접근은 용서하지 않아요."

 

 하아… 이거 진짜냐. 

 단 5초만에 친구한테 명령질이나 하는 오징어 같이 생긴 몰상식하고 예의 없는 호타루 사생팬이 되어버렸다.

 이야아ㅡ 내가 웬만해선 이런 말 안하는데, 그건 너희한테 가장 어울리는 말인 거 같아.

 이래서 엮이기 싫단 말이지.

 

 "이만 하면 됐어. 귀찮게 하지 말고 집에들 가."

 "가자."

 "하지만.. 호타루 님!"

 우리는 극성 팬클럽원들을 뒤로 하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빠져나와 실외화로 갈아신기 위해 중앙관 신발장 앞으로 왔다.

 

 "야."

 "싫어."

 신발을 갈아신으면서 히라가와와 놀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사전에 차단 당하였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잖아. 호타루, 내게 협력해라."

 "다짜고짜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퀘스트를 할 때는 그 보상이 얼만큼이냐에 따라서 응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생각한다만."

 "후ㅡ… 앞으로 1주일간 매일 메론빵 상납."

 "…… 얘기는 들어보도록 하지."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큰 성과다.

 호타루 이 자식도 나를 버금가는 훌륭한 절약형 보상주의자이기 때문에 지한테 이득이 되지 않는 건 코 베어가도 안 할 녀석이다.

 여기서 자칫 실수해서 히라가와의 이름을 언급한다면 100% 단칼에 거절 당할 게 뻔하다.

 나처럼 일단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악마의 장난 같은 상황이 들이닥치면 빼도 박도 못하니까 선취점을 따고 들어가야 한다.

 

 "마침 오늘 일찍 끝나기도 했고, 우리 같이 논 적도 꽤 오래 된 거 같아서 시내에나 놀러 나가지 않겠나 물어보려고."

 "하아? 네가?"

 "가.. 가끔은 바깥 세상 공기도 맡아보고 싶고.. 나도 사람인데 집에만 틀어박혀서 노는데 니는 친구로서 좀 불쌍하지도 않냐?"

 물론 나는 집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하는 게 훨씬 즐겁다.

 솔직히 나도 시내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기도 하다.

 아마 이번 휴일에 있는「카나미 선배와의 약속 때문에 사전 연습으로」라고 생각되어 훅하고 넘어가 버린 것도 있다.

 

 "뭐.. 남자 단둘이서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어도,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같이 가줄게."

 걸려들었다.

 

 

 나는 계획대로 호타루를 포섭해서 교문 앞에서 대기를 타고 있는 히라가와에게 데려갔고, 히라가와가 우리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 뒤늦게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눈치챈 녀석이「어째서 얘가 여기 있냐」라며 발악을 했지만 억지로 제압하고 연행하였다.

 

 학교에서부터 영화관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백화점과 가라오케 같은 문화 시설들이 있는 시내까지 가려면 적어도 10분 내지 15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시내로 가는 동안에 나랑 호타루는 히라가와의 멈출 줄 모르는 속사포 잡담을 들어주어야 했고, 나는 얘기를 들어주면서 작게라도 맞장구를 쳐주거나 그냥 가볍게 웃기만 한 반면 호타루는 시시콜콜 시비조로 반문하여 히라가와에게 한 대씩 맞기 일쑤였다.

 

 이렇게 남의 얘기만 듣고 있어 주자니 나도 슬슬 뭔가라도 얘기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히라가와가 잠시 잡담을 멈춘 사이에 나는 오늘 내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저기 히라가와."

 "아ㅡ 맞다 맞다! 우리도 이제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나?"

 "너, 처음부터 신이치를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으면서 무슨."

 "라고 해도! 지금까지 신이치 '군'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신이치'라고 했어?"

 내 기억에도 달랑 이름 하나로만 불린 적은 없었다.

 우리를 충분히 편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 생각해보면 참 새삼스러운 부분까지 배려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난 성으로 불렀으니까 역시 이름으로 말해주는 편도 좋겠지.

 

 그런데..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네 이름을 모르고 있었어."

 "에엥? 진짜야? 거짓말!!!"

 "그도 그럴게 지금까지 성으로 밖에 부르지 않았으니까."

 호타루도 이해하고 있었다.

 "헤ㅡ... 뭐 됐어! 지금이라도 알면 되지."

 

 히라가와가 빠르게 몇 걸음 앞으로 더 나아가 뒤를 돌며 우리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지?"

 

  "내 이름은 '코코아'. 히라가와 코코아야! 둘 다 반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을 지도 모르지만, 나랑 너희는 같은 반 친구!"

 "신이치 군..이 아니라 신이치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도 사실 전부 다 알고 있어. "

 내 생각을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고?

 보통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호타루보다 더한 애였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서론은 접어두고 본론부터 말할게.."

 갑자기 비장해진 모습을 보이니 나도 같이 움츠러들었다..

 도대체 무슨 대단한 말을 하려는 것일까.

 크게 한번 숨을 내쉬고 목을 가다듬던 코코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비장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새침데기 요조숙녀 마냥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우리 셋이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지 않을래?"

 

 … …

 

 

 김 빠진다.

 
작가의 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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